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78)
279화. 고인물이 수련하는 법 (2)
천홍루(淺紅樓).
아름다운 폭포와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학.
이곳은 청해에서 제일간다는 평가를 받는 주루다.
그 이름만큼이나 이곳에서 하루 술값은 서민이 육 개월을 일해야 할 정도로 비쌌으며, 모두들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곳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현재.
천홍루에서도 가장 명당이라는 최상층 누각에서는 남녀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하하. 그래. 아랑. 역시, 천홍루에서도 네 금을 타는 솜씨가 단연 일품이로구나.”
칠흑같이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꽤나 취했는지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공. 그렇게 칭찬하셔 봐야 소용없어요.”
“어머나. 너무 아랑이만 예뻐하시면 소녀가 질투한답니다.”
“저런, 금화가 섭섭해 하면 안 될 일이지.”
두 명의 기녀가 갖은 교태를 부렸다.
아름답다는 말조차 두 사람을 표현하는 데 미안할 지경이다.
그 정도로 아랑과 금화가 지닌 외모는 빼어났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이것도 좀 드시면…… 드시…… 어? 뭔가 목에…… 컥. 케엑!”
“끅…… 끄으윽…….”
아랑과 금화가 갑자기 괴로운 듯 목을 움켜쥐었다.
쨍그랑!
술잔이 깨지고 악기의 실이 끊어졌다.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버린 식탁.
“컥…….”
“……사, 상공…… 사, 살려 주세……요.”
순식간에 목을 타고 실핏줄이 터져나가더니, 이내 입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 내렸다.
절명했다.
채 상태를 살필 겨를도 없이.
그러나 남자는 두 기녀의 죽음에 별달리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실 뿐.
“하아, 이것 참. 이제 막 흥이 올랐는데 말이지. 게다가 이렇게 어여쁜 애들을 독으로 죽이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동시에.
“지금 난리가 났는데, 술이 넘어가시는 겁니까?”
“어딜 갔나 했더니, 청해까지 나오셨을 줄이야.”
“세월 한 번 좋으시네요.”
어둠 속에서 다수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하여간, 팍팍하게 일만 하는 친구들 같으니라고.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인 거냐?”
“골치 아픈 일이 터졌습니다.”
가장 앞에 있던 독고룡이 입을 열었다.
“골치 아픈 일?”
“예. 지금 당장 본교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좌호법.”
좌호법.
그 말 한 마디에 공기가 급변했다.
능글맞게 웃던 모습은 사라졌고. 그 자리엔 대신 차갑게 얼어붙은 냉기만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천마신교의 서열 2위.
천마의 왼편에 앉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권력자.
이 남자가 바로 좌호법 ‘사마자’였다.
기껏해야 이립이 갓 넘어 보이는 젊은 외모였지만, 그건 환골탈태의 경지를 거친 탓이다.
“말해 보거라.”
“우호법…… 아니, 암황이 이상한 놈들을 제자랍시고 데리고 왔습니다.”
“난 또 뭐라고. 그 영감도 제자 하나쯤 받을 나이가 됐지. 그게 그리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떤 것이냐?”
“평범한 제자가 아니에요. 흑천마황공을 4성까지 익혔을 뿐더러. 무림맹과 정파 쪽에 있는 첩자의 말에 따르면 곤륜의 운무관에서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것 같더군요. 제 생각에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계획에 걸림돌이 될 만한 놈 같습니다.”
독고룡 옆에 있던 여자도 한 마디 거들었다.
서열 10위.
화룡자창(火龍紫槍)이란 별호를 지닌 천마신교 제일창. ‘채홍아’였다.
“호오. 4성이라… 그건 제법이로군. 흑천마황공은 나도 익히지 못한 건데. 흐음.”
사마자가 즐거운 듯 미소를 머금었다.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그 녀석들, 지금 암황의 허가 하에 지하 뇌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혹여라도 그걸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도깨비 불 말인가?”
“예.”
도깨비들에게 강제로 주입해 놓은 ‘도깨비 불’은 상층부와의 거래를 통해 어렵게 얻은 기물이다.
“저희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깨비 불 아닙니까? 뇌옥은 천마나 두 호법의 허락 없이 입장이 불가하기에,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장소였는데……. 오히려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대들이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겠어. 허나, 너무 염려하지 말게. 만에 하나 그 제자란 놈이 도깨비 불을 보았다고 한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넘어갈 걸세. 뭐, 조금 특별한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고작이겠지.”
탑의 상층부에 있는 도깨비 불에 대해선 제국이나 무림의 수뇌부들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탑의 1층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플레이어가 알 리 없다.
“그건, 좌호법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독고룡이 마지못해 말끝을 흐렸다.
어느 정도 수긍은 가나, 여전히 찜찜한 모양새다.
결국, 사마자가 그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 줄 ‘확신’을 꺼내 놓았다.
“게다가 뇌옥의 지하 마지막 층엔 ‘그놈들’을 가둬뒀지 않은가?”
“아…!”
“설마, 그 녀석들을 풀어 주자는 말씀입니까?”
“좌호법. 그들은 본교에서도 처리가 곤란해 가둬둔 죄인들입니다.”
모두의 입에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사마자는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확실한 수단을 제안한 것뿐이야. 게다가 한 번 잡아넣은 죄인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시 가둬둘 수 있지 않은가?”
“흐음. 저희도 본교에 전부 머무르고 있고 좌호법까지 계시니, 충분히 가능하긴 하겠죠.”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라… 아주 틀린 방법은 아니에요.”
확고한 사마자의 말에, 분위기가 다시 기울었다.
딱 하나.
독고룡을 제외하곤.
“그렇다면, 만약 암황의 제자 놈이 죄인들까지 전부 처리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흐음. 자네는 그자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군. 고작 한 명이 그 흉악한 죄인들을 전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심으로?”
“그래서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인 겁니다.”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지만, 만에 하나 암황의 제자가 그 정도로 뛰어나다면.
“그땐….”
사마자가 생긋 웃었다.
“내가 직접 나서서 죽일 걸세. 암황과 그의 제자까지 모조리.”
***
뇌옥 1층.
진혁이 느긋하게 ‘도깨비 불’을 모았다.
‘천마신교 내에서도 딴생각을 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는 건가.’
뇌옥이라는 출입이 제한된 장소.
상층부에서만 얻을 수 있는 도깨비 불의 존재.
독고룡이 스승님에게 보인 적개심과 천마신교 내의 세력 관계를 고려한다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짐작이 갔다.
문제는 이 일의 규모가 얼마나 크냐는 것과…… 어느 시점에서 일을 벌이느냐는 건데.
바로 그때.
띠링!
진혁의 눈앞에 커다란 상태창 하나가 나타났다.
[특정 조건을 완료했습니다!]특정 조건을 완료했다고?
그게 무슨……?
의구심을 해결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종류: 연계 퀘스트
난이도: S
내용: 천마신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음모에 대해 눈치챘습니다. 이번 일은 일전에 끝을 맺지 못했던, 중층부 세력전의 도화선이 될 사건! 뇌옥의 마지막 층까지 가서 추가적인 단서를 수집하세요.
보상: 코인 거래소에서 재료 아이템 한 가지를 무료로 선택하여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시련의 탑에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메인 퀘스트가 주어진다.
하지만.
연계…… 퀘스트라고?
‘이럴 수가…….’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평범한 퀘스트와 달리, 연계 퀘스트는 탑 전체의 시나리오와 연관이 되어 있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만 발생한다.
중층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상층부까지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군.’
코인 거래소에서 원하는 재료 아이템을 준다는 보상만 봐도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가 얼마나 어려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막말로 보라색…… 등급의 성유물을 만들 수 있는 재료까지 고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재밌네. 마침, 필요한 재료가 한 개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얻을 수 있겠어.’
퀘스트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뇌옥의 지하까지 전부 다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판이 될 것 같다.
“다들 일어나 봐.”
진혁이 꾸벅꾸벅 졸고 있던 엘리스와 정령수들을 깨웠다.
“응? 벌써?”
“아직…… 30분도 못 잔 것 같은데.”
“주인. 조금만 더 쉬자. 딱 5분 아니, 1분만 더.”
개학날 학교 보내는 애들 깨우는 것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또 빡세게 달리자고 하는 거 아니니까. 난 잠시 빠져야 할 것 같아서 알려 주려고 깨운 거야.”
“가야 할 곳이라고? 혼자서?”
엘리스가 토끼눈을 떴다.
“그래. 혼자서 갈 거니까 너흰 천천히 내려와도 돼. 내가 없다고 탱자탱자 놀면 뇌옥에서 영영 안 꺼내 줄 테니 알아서들 잘하고.”
“……또 뭔가 위험한 걸 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로 혼자서 괜찮겠어?”
“위험한 거 아니야. 최대한 금방 돌아올게.”
진혁이 손가락으로 엘리스의 머리를 가볍게 쿡 찔렀다.
***
얼마 만에 혼자서 하는 레이드일까.
진혁이 어두운 통로를 따라 뇌옥 2층으로 향했다.
모두에게 말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혼자서 행동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히든 퀘스트에서 저 정도 보상을 걸었다는 건, 뇌옥에 있는 놈들 중 규격 외에 해당하는 놈이 있다는 거겠지.’
쉬울 리가 없다.
오히려 쉬우면 의심스러울 것이다.
“므와아아!”
“뫄아아!”
진혁을 발견한 도깨비들이 떼를 지어 덮쳤다.
이런 놈들은 일일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자잘한 것들은 남겨 둬도 뒤에 따라오는 엘리스와 나머지가 처리해줄 테니까.
탓!
순식간에 사라진 신형.
‘검마제왕보’를 발현한 진혁이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뫄?”
거대한 폭풍이 질주하듯. 도깨비들은 조금 전까지 진혁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콰앙!
지면을 밟고.
파츠츳……!
도약한다.
2층을 통해 3층으로.
그리고 3층에서 수직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낙하했다.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보이는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철컹!
무게를 감지하는 장치가 작동했다.
‘함정 구간이군.’
겹겹이 쳐진 거미줄과 수북이 쌓인 먼지 사이로 대나무로 만든 발사대가 나타났다.
어둠 때문에 정확하지 않지만, 느껴진 기척만 해도 서른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먹이다. 신선한 먹이.”
“이게 얼마만의 먹이냐.”
“뼈까지 다 씹어 먹어 버릴 거야.”
도깨비에 이어 아귀까지 나타났다.
이 녀석들 역시, 먹잇감을 잡아먹겠다는 본능만이 남아 있는 껍데기들이다.
“으음. 차라리 엘리스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파닥파닥 날 수 있어 미끼로 쓰기 아주 그만이었을 텐데.”
진혁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바로 그 순간.
퍼퍼퍼펑!
약 1m에 이르는 은침(銀鍼)이 사방에서 쏘아졌다.
아귀들도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한꺼번에 덮쳤다.
“뇌가 없는 몬스터들을 보면 항상 이해가 안 되더라고.”
전후좌우.
날아오는 은침들이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진혁이 장궁 ‘어금니’를 꺼내 마력으로 만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바람 소리와 미세하게 흔들리는 공기. 그리고 수도 없이 반복해 왔던 경험이 어우러졌다.
……지금!
화살에서 수십 발의 ‘적색 마탄’이 발사되었다.
카카카카캉!
영격(迎擊).
수십 개의 은침이 화살과 충돌하면서 궤도가 달라졌다.
정확히는…….
퍼퍼퍼퍽!
퍼어억!
“깨애액!”
“크아아아!”
아귀들의 몸통을 향해서.
“왜 먹지도 못할 음식에 군침을 흘리는지 말이야.”
수십 개의 은침이 아귀들의 몸통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곡예에 가까운 묘기다.
‘이제 한 층 남았군.’
뇌옥의 최심부 5층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보였다.
[뇌옥 5층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입장하셨습니다.]콰콰콰콱!
5층에 도달하고 나서야 진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지면이 움푹 파이며 달려온 자리에 옅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겨우 2시간.
아무리 하급 도깨비를 신경 쓰지 않았다곤 하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다.
‘검마제왕보도 사용하다 보니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네.’
보법과 신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기적인 스킬.
단순히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뿐 아니라, 지금처럼 오래 달리기를 할 때도 엄청난 효율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하긴, 이것도 이제 12레벨이었으니까.
성능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게다가 ‘얕은 호흡’으로 인해 호흡도 차분하게 유지되었다.
그때였다.
“……킥!”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어두운 심연 너머 쇠사슬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