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82)
283화. 야차(夜叉) (3)
스멀스멀.
검게 피어난 기운이 진혁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동시에, 이매망량으로 인해 흘러나온 보라색 운무가 오른쪽 주먹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더 약한 기운이.
다 강한 기운에게 흡수당하는 것이다.
“……호오?”
야차는 그 마력을 느꼈다.
흥미와 기대감이 담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식’을 갖출 정도의 실력이라고?”
“천마전에서 보여 줬던 능력조차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독고룡과 채홍아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각 무공의 ‘식(式)’이란 곧 본질을 꿰뚫는 정수(精髓).
이후에 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이긴 했지만, 그 무공을 완전히 습득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절기다.
그런데 다른 무공도 아닌 흑천마황공의 식을 이렇게나 완성도 높게 사용한다고?
‘단순히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독고룡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작은 암황이 여기 있다고 가정한다면…….
‘……야차만큼, 아니, 현 시점에선 어쩌면 야차보다 더 성가실지도 모른다.’
죽여야 한다.
그 정도로 독고룡과 채홍아는 큰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매망량’의 효과로 인해 말초신경이 닳아버린 최하급 도깨비들은 그 흉흉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죽여라! 죽여! 죽여!”
“키히힛!”
“인간 주제에 센 척은……!”
최하급 도깨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순간.
‘흑천마황공. 제1식’.
머리에서 어깨를 지나 손가락 끝까지.
‘흑륜암쇄권(黑掄暗碎拳)’.
응축되었던 마력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콰콰콰콰콰!
검은색 회오리가 도깨비들의 한복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케에에에!”
“꺄아악!”
갈가리 찢긴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최하급 도깨비는 휘말린 것만으로도 즉사했고.
중급 도깨비마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고작 일권이라고는 믿기 힘든 위력이다.
상급 도깨비들만이 가까스로 암쇄권을 견뎌냈다.
워낙에 타고난 물리 저항력과 마법 저항력이 높은 덕분이었다.
“크르르…….”
“강한 인간. 함께 죽인다.”
푸른색 피부에 하얀 안광을 띤 거대한 도깨비들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독고룡과 채홍아에게 각기 셋이 붙었고. 나머지 열 마리는 진혁에게 다가갔다.
[푸른 도깨비가 ‘음렬의 호리병’을 발동합니다!]우우우웅!
들고 있던 호리병에서 흐릿한 기체가 뿜어졌다.
기체로 만든 날붙이들이 공중을 가득 수놓았다.
창과 칼은 물론 철퇴와 원월도, 심지어 작살이나 그물의 형태까지.
그 종류도, 그 숫자도.
격이 달랐다.
야차가 흥미롭다는 듯 진혁을 바라봤다.
마치,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 거냐고 묻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소리 없는 질문에.
피식.
진혁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보여 주지.
이 걸음 앞에선…….
‘숫자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쿠웅!
뿜어졌던 검은 기운이 다시 한 번 모여들었다.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피어오르는 짙은 암향.
“크르!”
“죽여……라!”
부우우웅!
우우웅!
기체로 만든 병기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유성우를 연상케 하는 수많은 빛들이 진혁을 찢어발기기 위해 쇄도했다.
전후좌우.
피할 곳 따윈 없다.
그 순간.
제일보(第一步).
한 줄기 미풍이 일어났다.
지면을 따라 피어오르는 열기.
검게 물든 수증기에 1열에서 날아오는 무기들이 모조리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파스슥!
푸른색 날이 검게 변해 바스라진다.
그리고 이어진 제이보(第二步)에.
화륵!
미풍은 뜨거운 열풍으로 변했다.
숨이 턱 막힐 듯한 답답함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끔찍한 고통이 뇌수까지 파고들었다.
“크아아아!”
“모, 몸이. 몸이 탄다!”
“뜨……거워.”
근처에 있던 도깨비들이 몸부림쳤다.
진혁이 또다시 걸음을 옮겼다.
제삼보(第三步)는 끝을 고하는 마지막 발걸음.
주위의 바람이 멈췄고 곧이어 소리마저 사라졌다.
폭풍전야처럼, 모든 것이 깊은 침묵에 가라앉았다.
극한까지 압축된 힘이.
어둡고 차가운 마력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파츠츠츠!
이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일점을 향해 주먹을 날린 거였다면.
이번에는 세 번째 걸음과 함께 지면 전체가 제삼보를 발현하기 위한 무대가 되었다.
‘스승님에게…….’
진정한 의미의 삼보.
아직 넘보지 못한 마지막 걸음.
‘……도달하겠다.’
이것이.
삼보신권의 종언(終焉)이다.
콰콰콰콰콰콰!
땅에서부터 거대한 흑염이 솟구쳤다.
***
치이이익!
흙과 돌이 타들어간다.
좌우에 늘어져 있던 기둥들은 간신히 그 형태만을 유지했다.
당연히 폭심지에 있던 도깨비들은 뼈조차 추리지 못하고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선 진혁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광오하다.
광오하기 짝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흑천마황공이 지닌 힘의 상징이었으니까.
“크…… 크하하하! 역시, 재밌군. 재밌어. 이게 네가 가진 힘이냐? 이야. 아주 오싹오싹한데 응?”
야차의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일어났다.
흥분을 참기 힘들었는지 입꼬리가 연신 씰룩였다.
‘도깨비들이랑은 방어력 자체가 다르긴 하네.’
상급 도깨비마저 쓸어 버린 공격에 멀쩡한 걸 보면, 과연 무식할 정도로 단단한 놈이긴 하다.
피해라고 해 봐야 조금 그을린 정도가 전부였으니.
“어린애처럼 들뜬 표정 그만 짓고.”
진혁이 야차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들어와.”
“크하하! 당연하지. 바라던 바다!”
[야차가 고유 능력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사용합니다!]괴력난신.
말 그대로 기괴하고 기이한 힘을 망라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습득자에 따라 꽤나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는데.
야차의 경우엔…….
근접전에 특화된 괴물이 된다.
[근력과 체력,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각각 30%만큼씩 상승합니다!] [공포 내성이 100%만큼 상승합니다!]진혁의 눈앞에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야차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위에서.
아래로.
콰아아앙!
야차의 초격이 개전을 알렸다.
“……!”
무겁다.
진혁의 발이 땅으로 파고들었다.
흑천마황공을 4성까지 발현했음에도 괴력난신을 사용한 야차의 공격을 받아내긴 무리다.
게다가.
야차의 등 뒤에서 푸른색을 띤 거대한 손이 다가왔다.
1타 2격.
첫 번째 공격은 야차가.
그리고 2번째 공격은 괴력난신이 행한다.
이것이 괴력난신의 첫 번째 특성 ‘무퇴(無退)’.
처음의 일격을 잊게 만드는 이격이야말로 진정한 폭군의 모습이었다.
콰아아앙!
손바닥이 지면을 짓눌렀다.
쿠쿠쿠쿠쿠쿠!
땅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비명이 지른다.
푸른색 화염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더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흡사 운석이 충돌한 것만 같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흠. 이건 다 좋은데, 너무 세서 문제라니까…… 쯧. 이번에도 한 방에 죽은 건가?”
야차가 크레이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손바닥을 들었을 때 짓뭉개져 있어야 할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퍽!
“컥?”
야차의 등에서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콰콰콰콱!
난데없는 공격에 야차가 볼썽사납게 땅을 뒹굴었다.
“대체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야차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분명,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건만 언제 사라진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진혁의 다리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힘에서 밀리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속도는 내가 위다.”
“속도에선 네가 위라고? 오래 살다 보니 별 소리를 다 들어보네. 당장 그 머리통을 뽑아주마!”
야차가 발끈하며 팔을 휘둘렀다.
손이 진혁의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갔고.
뒤이어 거대한 푸른 손이 그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허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진혁은 연기처럼 사라진 뒤였다.
츳.
지면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진혁이 야차의 코앞에 다가갔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그렇다.
이건 도발이다.
이 간격에서는 맞혀보라는.
잔상이 잔상을 만들며 초근접 거리에서의 연격이 펼쳐졌다.
쾅! 쾅!
퍼억!
야차의 몸이 연신 좌우로 흔들렸다.
“이, 자식이…… 컥! 내가 기력만 제대로 회복했어도…… 끄아아아!”
오랜 세월 묶여 있던 탓에 야차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몇 년의 세월 동안 먹고 마신 거라곤 새벽에 맺힌 이슬뿐이었으니까.
물론, 목숨을 건 전투에 있어 그런 말은 변명 거리밖엔 되질 않는다.
“한 번만…… 한 번만 잡혀라. 잡히기만 하면!”
“안 잡히면 그만이야.”
“으아아아!”
야차가 또다시 괴력난신의 팔을 불러냈다.
손가락을 쫙 편 채 다가오는 거대한 푸른 색 팔.
진혁이 몸을 살짝 굽혔다.
손가락이 다물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지금!
손가락 틈 사이를 빠져나와 팔 위에 올라탔다.
탓, 탓…… 타악!
진혁이 팔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리는 가속도를 이용해 그대로 야차의 안면을 가격했다.
[흑천마황공 제3식 ‘혈지침투경(血地浸透勁)’이 발동됩니다!]겉이 아닌 내부를 찢어버리는 힘.
투쾅!
야차의 목이 위로 꺾였다.
입가를 따라 흐르는 한 줄기 피는 지독하리만치 붉었다.
그러나. 최고의 타이밍을 맞췄음에도…….
……고작 피 한 방울 가져온 게 전부다.
“돌대가리라는 말은 안 좋아하는데, 그것 말곤 딱히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네.”
솔직히 말해 이번 건 통할 줄 알았는데, 크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괜히 중층부 최강의 마수 중 하나로 불리는 게 아니다.
기력이 빠진 불리함조차 별다른 핸디캡이 되지 않았으니까.
“너……!”
야차의 입에서 짧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가늘게 찢어진 동공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날파리처럼 치고 빠지는 것도 이제 끝이다.”
[괴력난신의 두 번째 능력이 개화합니다!]***
첫 번째 능력이 일대일(一對一) 대인전에 특화된 능력이라면.
두 번째 능력은 일대다(一對多) 대군전에 특화된 능력이다.
여섯 개의 팔에서 화(火)를 뜻하는 문자가 떠올랐다.
화르륵!
청염(靑炎)이 팔 전체를 휘감았다.
거기에 풍(風)이라는 문자까지 나타나자, 부드러운 바람이 진혁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속도는 이전보다 두 단계는 올라갔다.
검마제왕보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시 시작해보자고.”
야차의 모습이 사라졌다.
옆…… 아니, 뒤다.
부웅!
날카로운 손톱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진혁의 몸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했다.
회전력을 살려.
‘턱을 노린다.’
슉!
이번엔 야차가 그 카운터를 가볍게 피했다.
이어진 돌려차기 역시 손등으로 쳐내 버렸고.
허나, 야차 역시 헛손질을 하긴 마찬가지였다.
호흡 한 번에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공방전이 오고갔다. 유효타 따위는 없는.
‘속도는…… 거의 호각인가.’
진혁이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도망쳐봤자 소용없어. 이젠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거든.”
야차가 이죽였다.
확실히 빨라졌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지구력에선 내가 불리하다. 애초에 보유한 마력량 단위가 다르니까.’
그렇다면…….
진혁이 결심한 듯 어금니를 깨물었다.
가능하면 스승님께 수련을 다 받은 다음 융합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
걸려 있는 게 워낙 많았기에, 몸에 걸리는 부하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우우우웅!
진혁의 등 뒤로 거대한 책장이 나타났다.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검마제왕보’
‘흑천마황공’
‘바람의 영역’
능력들이 저장된 만능 서고에서 네 개의 책장이 넘어갔다.
‘신속’을 뛰어넘는 새로운 스킬을 만들기 위해.
“스킬을 융합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