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85)
286화. 다가오는 멸망의 좌
화르륵!
도깨비 불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기묘한 열기가 일렁였다.
저 위화감 짙은 마력.
완전히 색을 갖추자 이제야 그 정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합니다.] [‘형언할 수 없는 잔불’이 타오릅니다.]‘그렇게 된 거였나.’
진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형언할 수 없는 잔불’은 탑의 50층에 있는 염소 녀석이 즐겨 쓰는 불꽃이다.
그리고 저게 이곳에 있다는 건…….
놈이 언젠가 한 번 무림에 내려왔다는 뜻.
‘그런 규격 외 존재가 내려왔음에도 무림이 지금까지 멀쩡한 이유는 딱 한 가지 때문이겠지.’
어째서 천마가 폐관을 하게 된 건지 알겠다.
폐관이 끝난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는지 역시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거다.
염소 녀석과의 싸움으로 인해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으니까.
연계 퀘스트라서 야차가 끝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판이 훨씬 더 컸던 거였어.’
가주급 뱀파이어들과 상급 관리자 하스팅 그리고 50층의 존재까지.
도깨비불로 시작된 스노우 볼이 어떻게 굴렀는지 전부 파악이 됐다.
진혁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과거 시련의 탑을 플레이했을 때도 이런 종류의 이벤트가 있던 적이 있었다.
잔불은 말 그대로 남아 있는 불.
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50층에서 놈들이 다시금 올 거다.
탑 아래로.
그것도 머지않아서.
정확히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곳에서 누가 내려오든.
그 지역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
뇌옥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나흘이란 시간이 지났다.
천마신교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본교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뇌옥에 갇혀 있던 야차가 날뛴 건 물론, 그걸 막기 위해 뇌령단주를 비롯한 뇌령단이 모두 전멸했다.
거기에 10대 고수 중 하나인 독고룡까지 잃었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셈이었다.
생존자는 채홍아 하나.
그마저도, 후두부의 충격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졌기에 자초지종을 물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남은 건 진혁과 나머지 사람들의 증언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리하게 날조한 이야기였지만.
“본교의 고수들이 죽거나 중태에 빠졌습니다. 한데, 우호법과 그 제자분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군요.”
“그래서?”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습니까? 상황이 공교롭게도 그쪽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게 말이죠.”
“야차를 가둬둬야 한다고 한 건 자네였네. 뇌옥에 도깨비들을 풀어 두자고 한 것도 자네였고.”
암황이 팔짱을 낀 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터질 듯한 근육 탓인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사마자 역시 그 기운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도깨비들은 저희 신도들의 수련용을 위함이었습니다.”
“그런가? 본좌가 볼 땐 누군가 야차를 세뇌시키는 용도라고 생각했네만?”
“하하. 망상이 지나치십니다. 우호법. 고작 도깨비들을 가지고 무슨 수로 야차를 세뇌시킬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사마자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야차가 죽었으니 이제 물어볼 수도 없게 됐군요.”
“말 잘했군. 그래, 본교에선 시답잖은 증거나 증인 따윈 필요 없네. 직접 눈으로 보고 처벌한다. 그게 우리 천마신교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 아니겠는가?”
“…….”
“그러니, 죄 없는 내 제자를 함부로 의심하지 말게.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게 아니라면 말일세.”
“……우호법께선 아주 제자 사랑이 극진하신 모양입니다. 모든 걸 거실 만큼 말이죠.”
“물론이야.”
암황이 사마자를 지나쳐 천마전을 가로질렀다.
시선이 교차한다.
서로가 범인을 알고 있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어났으며,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었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속내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 수는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대국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걸.”
“준비한 수가 더 치밀해야 할 거야. 특히 네놈이 내 눈앞에서 수작질을 부렸다간, 골통 채 부숴버릴 테니까.”
“그거…… 참 기대되는군요.”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암황이 천마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백사가 즉시 따라붙었다.
“지존. 시키신 일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다만, 제자분에게 호위를 붙이려고 했는데, 어디 계신지 통 보이지 않아서…….”
십만대산 전체를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탑 밖으로 나갔으니 따로 호위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탑 밖으로요?”
“그래. 머리를…… 좀 식히고 싶다 하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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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108
힘 101 민첩 39 체력 49 마력 273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71,38
보유한 스탯 포인트: 24
보유한 코인: 6,151,339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스킬: 스킬의 양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결계: 배운 결계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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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를 쓰러뜨리고 8레벨이 올랐다.
워낙에 치열했던 전투였기에, 정기 스탯도 20이나 올랐다.
‘이번에는 밸런스를 맞춰 줘야지.’
마력 스탯은 추가적으로 올릴 수 방법이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투자하지 않았던 스탯들을 키워줄 시간이다.
[힘이 101 → 109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39 → 47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49 → 57로 상승합니다.]밝은 빛이 은은하게 퍼졌다.
좋아. 다음은…….
대망의 보상을 확인할 차례.
50층 녀석들이 개입했다는 걸 알게 됨으로써, 조건은 충족되었다.
[첫 번째 연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고를 수 있는 재료의 목록이 상위 등급 순으로 나열됩니다.]이걸로 코인거래소에 있는 재료 아이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원하는 게 무엇이든 제약 따윈 없이.
진혁이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나만 고른다는 게 정말 고문이긴 하네.’
솔직히 말해 탐나는 거야 트럭에 치일 정도로 많다.
‘드래곤 하트’, ‘거신병의 톱니바퀴’, ‘정령왕의 정수’ 등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마계의 마왕들이나 관리자들의 보구. 상급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재료들까지 치면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수백 가지로 늘어난다.
하지만 고를 수 있는 건 하나뿐.
‘드래곤 하트나 정령계 쪽 재료들은 제대로 된 효율을 뽑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마족들의 재료는 준비하는 데 하루면 충분하지.’
당장 쓸 수 있는 거냐…….
아니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썩어가는 심장’을 선택하겠어.”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진혁이 보라색 빛이 나는 보석을 손에 쥐었다.
베리엘이 만들었던 보구.
무려 ‘보라색’ 등급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재료다.
‘드디어 보라색 등급의 아이템도 하나 만들 수 있겠군.’
선택이 끝나기 무섭게 또 하나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띠링!
[두 번째 연계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멸망의 좌’
내용: 탑의 멸망을 불러오는 존재가 아래로 현현하게 됩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살아남으십시오.
보상: 알려지지 않음(피해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지역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는 최악의 이벤트 퀘스트.
결국, 멸망의 첫 번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
‘…….’
태양이 따스하다.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 바쁜 일상을 끝내고 모처럼의 주말을 마음껏 만끽하는 중이었다.
‘다들 평화롭네.’
벤치에 앉아 있던 진혁이 사람들을 바라봤다.
탑 안에서 활동하는 각종 길드와 플레이어들 덕분에 일반 시민들은 오늘도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각성자 협회가 전력을 다해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긴 한 모양이다.
이토록 위화감 없이 사회를 유지하는 걸 보면 말이다.
‘듣자 하니 광역형 정신계열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이 한 몫 하고 있다고 하긴 하던데.’
정신계열 능력이라. 그걸 복사할 수 있다면…….
잠시 상념에 빠진 진혁이 이내 머리를 털었다.
격전을 치른 후 갖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이 남아 있는데, 각성자니 플레이어니 하는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스탯을 배분하고 연계 퀘스트도 받았으니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늘어지게 쉴 생각이었다.
그래. 그럴 계획이었는데…….
“무얼 그리 멍하게 있는 것이냐. 어서 짐이 176번째로 고른 옷을 보지 않고. 엣헴. 어떠느냐.”
엘리스가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했다.
하필이면 이 찰거머리 같은 뱀파이어한테 걸린 게 문제다.
엘리스가 이미 산처럼 쌓인 쇼핑백 위에 또 다른 옷을 얹었다.
북촌 한옥마을의 명물 ‘한복 대여’ 서비스.
하얀색과 분홍색 옷에 옥으로 만든 비녀를 꽂자 꽤나 이국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다.
‘호오.’
진혁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 녀석이 이렇게 단아해 보일 줄이야.
동서양의 조화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다.
“다 좋은데, 너 그거 대여용인 건 알고 있는 거지? 옷 함부로 막 입으면 다 물어줘야 된다?”
“괜찮다.”
“안 괜찮아.”
“이미 다 사 버렸느니라.”
“안 괜찮다니…… 응? 저걸…… 다? 전부?”
“그래 하나도 남김없이 다 질렀다. 애초에 짐의 재화로 사지 못할 것 따윈 없느니라. 이 마을도 마음에 들어 사려고 했건만 마을의 영주라는 놈이 거주하는 곳에서 쫓겨났다. 감히 짐이 누구인지 알고.”
저건 동사무소에 갔다가 쫓겨났다는 뜻이겠지.
제발 시장한테까지 찾아간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쩐지 주위에 한복을 빌리는 사람들이 없더라니.
이 녀석이 모두 다 사 버렸으니 당연히 다들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그리고 이것 보거라. 솜사탕이라는 건데 이렇게 신기한 맛이 나는 구름이 있는지는 짐은 처음 알았다. 어때? 먹고 싶으냐? 간절하게 부탁하면 특별히 하나 나누어줄 수도 있다.”
“너나 많이 먹어라. 아주 그냥 귀에서 솜사탕이 나올 때까지 많이 먹어.”
진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엘리스 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저도 꼭 하나 먹어보고 싶군요. 속하에게도 하나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의외로 월영이 엘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너 최근 들어 엘리스한테 굉장히 예의바르게 행동하던데, 혹시 쟤한테 맞은 건 아니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엘리스 님은 주군이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 아닙니까? 저 역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한다라…….
하긴, 소중하고도 중요한 고급 자원이지.
이렇게 훌륭한 노동력은 탑 전체를 통틀어 봐도 몇 명 찾기 힘들 거다.
바로 그때.
“그래도 언니 덕분에 진혁 님이 사시는 곳의 옷도 다 입어 보네요. 헤헤.”
“따뜻하고 폭신한 게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저도. 드라마 같은 데선 많이 봤지만, 직접 입어 보는 건 처음이에요.”
안드리아와 테레사 역시 각각 서로 다른 콘셉트의 한복을 입고 나왔다.
복슬복슬한 여우 한 마리와 청순해 보이는 성녀의 조합이다.
이건 녹화했다가 비싸게 팔아먹어야겠군.
“테레사 씨까지 부른 건가. 네놈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몇 사람보고 오고 가라 시키는 거냐?”
갓을 쓴 선비까지 나타났다.
“씹선……비가 아니라 유성이구나. 이야. 잘 어울리네. 성균관 유생이 나온 줄 알았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금도 죽인다는 것만 빼면 영락없이 조선의 관료다.
이방원이 선죽교에서 정몽주가 아니라 저놈을 만났어야 했는데 말이지.
“개소리하지 말고. 바쁜 우리들을 전부 부른 이유나 말해라. 무림에서의 일도 내팽개치고 왔는데, 설마, 이런 거나 하자는 건 아니겠지?”
그런 것 치곤 꽤나 즐기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부채까지 사 둔 주제에 싫은 티를 내 봤자 별 신빙성이 없다.
뭐…….
“놀자고 부른 게 아니야.”
들떴던 분위기가 갑자기 무겁게 가라앉았다.
“뭔가 있긴 한 것 같군. 말해 봐라.”
천유성의 질문에,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의 힘이 필요해.”
이제 곧 다가올 멸망을 막기 위해선.
아니, 멸망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선.
전원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