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98)
299화. 긍지보다 더 중요한 것 (3)
사수자리…….
……개방.
우우우웅!
하늘에서 눈부신 빛이 점멸했다.
별자리의 힘을 그대로 재현하는 능력.
하나로 모인 빛이 점점 더 그 크기를 더해 나갔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성이 지구로 낙하하기 직전 모습 같다.
“그 낫으로 베어버리기엔 쉽지 않을 거다.”
사수자리의 화살은 일정 범위 전체를 아우르는 대군형 스킬.
방어보다는 공격에 특화된 고유 성창과는…… 글쎄.
상성으로선 최악이겠지.
“어떻게 인간이 이런 능력을…….”
아비가일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더듬거렸다.
피부에 전해지는 마력은 여느 가주에 못지않았다.
바로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
별빛으로 만든 화살이 지상으로 쏘아졌다.
긴 빛줄기가 아비가일이 있는 곳을 그대로 강타했다.
콰아아앙!
구름이 갈라지며, 지면으로부터 백염이 솟구쳤다,
단순히 화살로 꿰뚫는다는 개념이 아닌, 대상을 뼛속까지 태워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일격이었다.
[아비가일이 Lv38 ‘망령나무의 통곡’을 발동합니다!]“키에에에!”
낫에 있는 거대한 눈알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범위형 실드.
그것도 다섯 개가 중첩된 형태다.
하지만…….
소용없다.
쩌저적!
실드의 표면에 금이 갔다.
균열이 조금씩 넓어진다.
치이이익!
광휘가 실드 내부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아!”
아비가일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나, 황도십이궁을 불러왔음에도 아비가일의 숨통은 끊어지지 않았다.
저걸 정통으로 맞는다면, 사념체도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위력이었는데.
역시 가주는 가주라 이건가.
타들어간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게 보인다.
뱀파이어 특유의 재생력은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엘리스……가 뭐길래. 너희 인간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 일족의 일에 개입하는 거야! 너…… 고작 쫓겨난 가주 하나 지키겠다고 우리 전부를 적으로 돌리겠다고? 진심으로 저 애 하나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비가일이 연신 숨을 헐떡였다.
뭐.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밑지는 장사긴 하네.”
회랑에서의 인연이 특별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한 기간은 고작 1년 남짓뿐.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걸어야 하기엔 부족한 시간이겠지.
“그, 그렇지? 그러니까 얌전히 저 애만 넘겨준다면 우리도 널 건드리지 않을 거야. 아니, 오히려 우리 다섯 가문이 힘을 모아 널 후원해줄 수도 있어. 응? 어때? 그 편이 훨씬 서로에게 좋잖아.”
달콤한 제안이긴 한데…….
“세상엔 단순히 손익계산으로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야.”
무엇보다.
“너희 모두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나는 골칫덩어리 꼬마 아가씨 한 명이 더 소중하거든.”
여기서 선을 긋는다.
타협 따위는 없다고.
진혁이 총구를 앞으로 뻗었다.
철컥!
결계로 강화시킨 탄환이 장전되었다.
“우, 웃기지 마. 아무리 네가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큰 공격을 사용했으니…… 연거푸 비슷한 위력의 스킬을 사용할 순 없겠지.”
아비가일이 두 눈을 부릅떴다.
다시 말해.
이번엔 이쪽의 차례다.
쿠웅!
낫이 지면을 내려찍자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망령의 눈’. ‘라이트닝 생츄어리’가 발동됩니다!]먹구름 사이로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불길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채.
동시에.
파츳!
치직!
붉은 번개가 점멸하기 시작했다.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 마법.
하늘에 떠 있는 눈이 보는 모든 시야가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
“도망…… 쳐 봐라.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아비가일이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하지만.
진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망갈 이유 따윈 없다.
피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고.
“처음부터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너 하나 처리하지 못할 거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잃어버린 언어를 통해 ‘고대 결계’가 펼쳐집니다!]이 싸움에 딱 어울릴 만한 무대가 있다.
그 무대를 장식할 능력 또한.
[Lv5 ‘전장 선택’이 발동되었습니다.]처음 만난 날 약속했다.
나와 계약한다면…….
……반드시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타락한 자들의 회랑’이 재현됩니다.]시야가 바뀐다.
달과 별이 사라진 어둠 속.
세월의 풍파와…….
덧없이 흘러가는 고독만이 남아 버린 장소가 나타났다.
이곳은 모든 것을 잃은 한 가주의 요람이었고.
증오와 분노만이 남은 누군가의 무덤이었다.
“…….”
엘리스가 말없이 회랑의 한 곳을 바라봤다.
회랑의 중앙에 위치한 왕좌.
유배되어 억겁의 세월을 보냈던 바로 그 왕좌다.
울고 비명을 지르며…… 스스로를 저주했던 바로 그 왕좌다…….
“너…….”
엘리스가 가라앉은 눈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약에 따라 지금부터 네 자리를 빼앗은 놈들을 죽이고 다시 한 번 아타락시아의 가주 자리를 되찾게 해주겠다.”
두 번 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고유 능력 ‘만상 공유(萬祥共有)’를 사용했습니다.] [대상은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입니다.]파츠츠츠……!
진혁의 등 뒤로 태양의 고리를 본 뜬 고리가 나타났다.
엄청난 마력이 휘몰아친다.
피와 불의 열기에 주위에 있던 건물의 외벽이 녹아내렸다.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엘리스의 성명절기이자, 최강이라 평가받는 완전무장.
이것이 바로 ‘개벽의 계시록’이다.
화끈하고.
전신의 신경이 모조리 타 버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 정신을 잃어버릴 뻔했다.
“…….”
이걸 사용하니 알겠다.
엘리스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갑주는커녕 고리만 구현한 건데도 이 정도라니.’
탑의 절대자 중 하나라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래.
이런 힘을 갖고도…….
“그저 괴로워하기만 해야 했구나.”
능력을 발현하자 그 감정과 기억까지 전해졌다.
괴롭고 힘들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것들이.
스윽.
진혁이 손을 뻗었다.
불의 고리로부터 뻗어 나온 붉은 마력이 들고 있는 총구를 통해 전해졌다.
그 순간.
콰아앙!
총소리라고 하기엔 터무니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색 마탄이 대기를 뚫고 사라졌다.
“……어?”
아비가일의 입에서 헛바람 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오른쪽 팔이 사라졌다.
어깻죽지로부터 당연히 있어야 할 게 보이지 않았다.
“끄아아아!”
비명이 뒤를 이었지만, 고통보다는 공포가 더욱 컸다.
실드가 깨진 것도 깨닫지 못하다니.
막는 것도 반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주, 죽어!”
아비가일이 본능적으로 낫을 휘둘렀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뿐.
이렇게 된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일대를 초토화시켜버릴 생각이었다.
쿠쿠쿠쿠쿠!
거대한 눈동자의 주위로 마력이 응집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포칼립스를 방불케 하는 심판의 번개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혁의 머리 위에 떨어진 번개가 닿기 바로 직전.
서걱!
번개가 갈라졌다.
검붉은 강기를 머금은 사복검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뇌우들이 모조리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경악할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이었다.
번개를 베어버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진혁이 혈액으로 만든 기다란 무기를 꺼내들었다.
대미를 장식할 건 역시나 이거다.
[‘블라디미르의 작살’이 발동됩니다!]고유 성창 상태에서 사용하는 투창.
욱씬!
입에서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분에 넘치는 힘을 사용한 탓에 전신에 과부화가 걸린 것이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
이번 한 번만…….
딱 한 걸음 남았다.
극한까지 쏟아 부은 마력이 어깨를 지나 손끝으로 향했다.
작살이 꽈배기처럼 꼬인다.
꼬이고 꼬이며 회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이걸로 끝이다.”
손끝에서.
……작살이 사라졌다.
총탄보다 더 짙고 거대한 섬광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음속을 뛰어넘는 섬광이.
기어이 공간마저 뛰어넘었다.
퍼퍽!
섬뜩한 파육음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허나, 아비가일의 최후를 지켜보진 못했다.
의식이 흐려졌다.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위대한 가문의 진조를 죽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탑 외부에서 일어난 커다란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이번 일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레……]단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에 그러한 상태창을 본 것 같았다.
***
싸움이 모두 끝났다.
정확히 슈브 니구라스가 나타난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 잠깐의 시간 유예를 얻은 것뿐이지만.
사박.
50층과의 연결고리 때문일까?
기상 이변으로 인해 전국에 눈이 내렸다.
죽어간 사람들을 추모하듯 새하얀 눈송이가 폐허로 변한 도심에 내렸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충격에서 벗어난 채 아웃브레이크의 피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대학교 병원의 VIP실.
“……고맙습니다.”
한국 각성자 협회의 한상진이 진혁의 병실 안에 들어와 90도로 인사했다.
굳이 명예의 전당을 확인하지 않아도 이번 아웃 브레이크에서 가장 활약을 한 길드가 어디인지.
또 그 길드를 이끄는 자가 누구인지.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고 나발이고!”
“지금 환자는 절대 안정이라고요!”
“잘못 되면 아저씨가 책임 질 거야!?”
엘리스와 테레사, 그리고 안드리아가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예…… 예?”
“책임질 거냐고!”
“죄, 죄송합니다.”
한상진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 그런데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 그 정도로 심각하게 다치신 겁니까?”
“응. 중상이야.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
엘리스가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래 보이긴 하는군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확실히 환자 앞에선 감사의 인사보다는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긴 하다.
한상진이 안부의 인사를 전하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빌어먹을…….
“그냥…… 힐러를 불러…… 줘.”
진혁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마음 써 주는 건 고마운데 미라처럼 붕대만 칭칭 감는다고 상처가 회복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아니야? 나는 그냥 붕대 몇 번 감으면 낫던데?”
너는 그냥 뱀파이어 자체가 강한 거고.
“그럼, 신께 기도를 한 번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성녀라고 광고 좀 하지 말아주세요. 개종해 버리기 전에.
“헤헤. 저도 한숨 자고 나면 거의 다 회복하더라고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너는 그냥 말을 말자. 보스 몬스터야.
“모기!”
고구마가 입에서 마정석 한 개를 꺼냈다.
정말로 아껴 둔 걸 특별히 주겠다는 듯 호박색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설마, 이걸 먹고 회복하라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정말 슬퍼질 것 같은데.
“마스터. 제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사골이라도 끓일 테니 한 번 잡숴 보시겠습니까? 칼슘덩어리라 한 그릇 쭉 들이키시고 나면 그런 상처쯤이야 한 방에 뚝딱 나으실 겁니다.”
티본까지 가세했다.
점점 머리가 더 어지러워진 것 같다. 아마 착각이겠지. 아마도…….
마지막으로.
“걱정 마라. 내가 확실하게 수술해 줄 테니.”
천유성이 메스를 꺼내들었다.
“…….”
아무래도 사원들이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