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
3화 탐욕의 맹그로브 나무
“사, 살려 줘. 제발!”
이종수가 목숨을 구걸했으나, 진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아니꼬우면 그 잘난 법무법인 통해서 고소라도 하든가?
“자, 잠까아…… 끄아아악! 끄아아아아!”
콰드득!
콰득!
나무줄기가 엄청난 압력으로 이종수를 으깨 버렸다.
죽을 짓을 한 놈이 죽었다.
그렇기에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너 같은 쓰레기도 이럴 땐 도움이 되네.’
어중간한 놈들은 다들 위로 도망쳤고.
‘이제 슬슬 움직이면 되겠군.’
타악!
진혁은 나무의 본체를 향해 도약했다.
대부분의 나무줄기들이 영양분을 흡수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물론.
쐐애애애액!
모든 나무줄기들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 소리와 함께 2개의 넝쿨이 진혁을 노렸다.
잡히면 당연히 이종수와 같은 꼴이 난다.
으깨진 뒤, 체액을 모조리 빨려 버리겠지.
진혁이 몸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피하는 거야 어렵지 않아.’
허공을 가른 나무줄기가 맞부딪쳤다.
퍼걱!
산산이 부서지는 나무 파편들.
우측 35도.
좌측 22도.
각도와 방향까지.
역시나, 게임에서 경험했던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완벽하게 맞춘 타이밍에. 진혁을 공격하던 나무줄기가 오히려 맹그로브의 본체에 파고들었다.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래. 이렇게 정확한 궤도를 알아내,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쯤은 돼야 어려운 축에 속하지.’
“그오오오오오!”
탐욕의 맹그로브가 묵직한 신음을 토했다.
통각도 거의 느끼지 못하면서 뭘 그리 고통스러워 하냐?
덩치는 산만 해 가지고. 누가 보면 석유 붓고 불이라도 지르는 줄 알겠네.
진혁이 바닥에 떨어진 나무 파편을 움켜쥐었다.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고 얌전히 ‘목단(木丹)’을 넘기는 게 어때?”
이 녀석은 이벤트성이라 경험치도 안 준다.
기껏해야 ‘명예의 전당’에 하루 오르는 게 끝.
괜히 힘 빼면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보단, 원하는 것만 얻는 편이 좋으리라.
“크오오오!”
맹그로브가 거칠게 포효했다.
잘은 몰라도 저건 싫다는 뜻일 거다.
하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쓰러뜨릴 수밖에.
진혁이 나무파편의 날카로운 부분을 앞으로 향했다.
[탐욕의 맹그로브 나무가 스킬 ‘흡혈 넝쿨’을 사용합니다!]부우웅!
부웅!
수십 개의 나무줄기들이 일제히 뿜어졌다.
아무리 내가 고였다고 해도 저걸 다 피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궤도를 조금씩 바꾸는 것쯤은…….
‘가능하다.’
가능하고말고.
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시에 날아오는 나무줄기의 타이밍에 맞춰 손에 쥔 나무파편을 움직였다.
카가가가각!
볼을 스치고 지나간 나무줄기가 반대편 지면에 꽂혔다.
그걸 시작으로.
퍼퍼퍽!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손에 쥔 30cm 길이의 파편을 역수로 쥔 채.
저벅.
진혁이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콰콰콰콰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공격의 체감 속도도 올라갔다.
퍼퍼퍽!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진혁은 모든 공격을 상쇄하거나 받아쳤다.
‘리듬…을 타야 해.’
특유의 호흡을 찾아서 거기에 맞춰야 한다.
겁먹을 필요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이미 숱하게 반복해 왔던 거였으니까.
어느새 거리가 1m까지 좁혀졌다.
이제 한 번의 도약만으로도 녀석의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나무의 고동이 느껴졌다.
옹이구멍 사이로 사람의 심장과 비슷한 무언가가 보였다.
저게 약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
부우우웅!
나뭇가지 사이에서 무언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나비였다.
푸른빛을 띤 수천 마리의 나비들.
반짝이는 가루를 흩뿌리며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이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흡!”
진혁이 호흡을 멈췄다.
‘수면 나비.’
수면 성분의 분진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놈들이다.
호흡기를 통해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기에, 처음 상대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호흡만 하지 않으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진혁이 순식간에 나무의 본체로 파고들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 나무파편이…….
푸욱!
그대로 맹그로브의 심장을 관통했다.
“캬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뭇가지가 좌우로 흔들렸다.
진혁은 더더욱 손에 힘을 주었다.
푸욱! 푸우욱!
잠시 뒤, 비명이 멎었다.
나무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이 녀석을 쓰러뜨린 것이다.
“후우우우!”
진혁이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 냈다.
흐르는 땀과 거친 호흡.
그리고 미칠 듯이 뛰는 심장까지.
모든 것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만들었다.
하하.
‘지긋지긋하게 반복했던 패턴 공략과 타이밍 연구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새삼스럽게 그동안 했던 모든 것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최초로 ‘탐욕의 맹그로브 나무’를 쓰러뜨렸습니다.]축하의 메시지를 담은 상태창이 나타났다.
아, 맞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전 세계 최초였겠네.’
그렇다는 이야기는…….
[내일부터 하루 동안 ‘명예의 전당’에 당신의 업적이 기록됩니다.] [플레이어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역시나 이게 뒤따라온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요구해 오는 거지같은 시스템이.
“이름 따위 없어. 전부 비공개로 할게.”
진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개인 정보가 알려지는 거야말로 결단코 사양이다.
지금 고인물이었다는 게 들통 났다간 온갖 관심을 받을 테니까.
[네임 언노운(Unknown),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고 목소리가 변조됩니다.]시스템 상 완전한 비공개는 안 된다.
‘내가 누구인지 숨겨 주는 걸로 타협하라는 뜻이겠지.’
물론, 나중에 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초반 구간에선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낫네.’
한창 중2병이 정점에 달했을 땐 바바리코트에 시가를 입에 문 룩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었다.
‘석양이 진다…….’라고 중얼거린 건 덤이다.
망겜이여서 다행이었지.
만약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이었다면 영원히 박제당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터였다.
‘빌어먹을. 얼른 잊자.’
생각만 해도, 이불킥을 12번은 더 하고 싶었으니까.
“마음대로 해.”
혀를 찬 진혁이 검게 죽어 버린 나무 틈을 뒤졌다.
손가락에 무언가 걸렸다.
1cm 크기의 초록색 단약이.
[나무의 정수 ‘목단(木丹)’을 획득하셨습니다.]‘드디어!’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각각의 나무열매가 힘, 민첩, 체력, 마력 중 하나를 +3만큼 올려 준다면.
‘목단’은 아예 12개의 보너스 스탯을 준다.
1레벨당 주어지는 포인트가 3인 걸 생각하면 무려 4레벨이 올라간 셈이다.
‘미쳤지.’
솔직히 말해 이것만큼 가성비 좋은 아이템은 없었다.
50층 전체를 통틀어 봐도 말이다.
꿀꺽!
진혁이 손바닥에 있던 목단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따뜻한 기운이 복부에서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어디, 제대로 흡수됐는지 확인해 볼까?’
진혁이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
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1
힘 5 민첩 6 체력 7 마력 5
보유한 스탯 포인트: 12
직업: 없음.
고유 능력: 없음
스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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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은 1.
하지만 보유한 스탯은 12다.
‘최강 1레벨이군.’
그것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시련의 탑]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탐욕의 맹그로브 나무’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올라갔다.관련 영상은 10분 뒤에 업데이트된다는 말과 함께.
인적이 끊긴 지 오래였던 한국 서버 커뮤니티 게시판은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4딸라!: ㅁㅊ. 그걸 쓰러뜨린 놈이 있다고?
-적토마pc방: 말도 안 돼. 저 나무, 초반에 죽일 수 있긴 한 거였음? 예전에 이 악물고 이 겜 했을 때 100번인가 죽고 포기했었는데.
-바밤바: 대체 얼마나 고였으면 저걸 죽인 거지?
-왕위계승중: 남들 1년 안에 다 접은 ㅈ망겜, 혼자서 11년 내내 죽어라고 했나 봄.
-토끼공듀: 운이거나 그랬겠지. 형이 고인물 중 하난데, 정상적인 방법으론 절대! NEVER! 죽어도 못 잡는다.
-fekk91: 맞말추!
-Lovepack7: 222222
-하이젠버그: 333333
댓글들이 폭주했다.
초반 몇몇 댓글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편법을 썼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며.
그러나 잠시 뒤.
[영상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반신반의하던 반응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직접 두 눈으로 모든 과정을 봤으니까.
-kdc123: 와….
-하이젠버그: 허허.
-fekk91: 진짜 할 말이 없다.
-왕위계승중: 솔직히 핵 쓴 거 아니냐 저 정도면? ㄹㅇ로 저게 사람의 움직임임?
-바밤바: 나무 조각 가지고 궤도 트는 거 보소. 캡틴아메리카 한국 출장 온 줄.
-토끼공듀: 그냥 감탄밖에 안 나온다. 미쳤네. 미쳤어. 나도 7층까지 찍었었는데, 저거 보니 걍 쭈그려 있어야 할 듯. 100번을 죽었다가 깨도 저 고인물 발끝도 못 따라가겠는데?
약간의 고저가 있을 뿐,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킹스맨: 저 오성반도체 이사 박호식이라고 합니다. 계약금으로 10억. 그리고 매월 1억 원을 지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재드래곤: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테니 이 댓글 보시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지금 팀을 모으고 있는데…….
심지어 함께해 달라며 애걸하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진혁은 커뮤니티에 있는 글들을 읽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대단한 거였나?’
물론, 탐욕의 맹그로브를 1레벨 때 잡는 게 쉽진 않지만.
체감상으로는 글쎄…….
‘이 정도로 놀랄 것도 아닌데.’
아! 하긴.
다른 사람들은 탑의 중후반을 플레이해 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내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자꾸 까먹는다니까.
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10억이라…….’
현실감 없는 액수를 보자, 과거가 떠올랐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삶이었다.
방세마저 밀리기 일쑤였고.
먹방에 쓸 음식값을 마련하느라 며칠씩 굶은 적도 있었다.
하루 전에만 이 돈을 제시했다면 두말하지도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10억을 주든. 100억을 주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 줄 생각은 없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다.
진혁이 핸드폰으로 ‘국립 중앙 박물관’을 검색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대형 박물관.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 시련의 탑이 나타난 여파로 인해 흘러넘친 마력이 서울 전역으로 뻗어나갔었다.
대부분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딱 하나 크게 변한 게 있었다.
바로 탑 밖에 있던 유물들이 성유물로 변해 버린 것.
물론 진짜는 아니다.
신화 속 능력을 간직한 성유물들은 탑 내부에 있었으니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레플리카.
다시 말해 복제 버전이다.
‘가장 많은 레플리카를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여기지.’
수많은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
국립 중앙 박물관은 일종의 보물창고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걸 노리는 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에서만 7군데 나타난 맹그로브 나무와 다르게 국립 중앙 박물관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분명 각지에서 유물을 노리는 놈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중에는 고인물들도 있을 테고.
“슬슬 준비를 해야겠어.”
진혁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움직이는 건 관람객이 모두 사라진 밤이다.
***
진혁은 용산역에 위치한 이마트에 들렀다.
해가 지기 전까지 쇼핑해야 할 물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종이로 쓸 한지(韓紙)는 구했고.’
30cm 길이의 과도도 5개 정도 카트에 담았다.
‘이 정도면 됐나?’
무기로 쓸 수 있는 게 과도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어차피 그건 남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기껏해야 식칼이나 망치 따위가 구할 수 있는 전부겠지.
진혁이 카트를 밀고 계산대로 향했다.
때마침, 진열되어 있는 TV에선 시련에 탑에 관한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정부는 지금 이 사태에 대해 적극 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대통령은 오늘 오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각료들을 모두 소집하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지만, 백날 대책을 세우려고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논리와 이성을 대입해 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까.
진혁은 창밖을 바라봤다.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게 보였다.
낮이 끝나고.
밤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