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04)
305화. 낙양으로 가는 통로 (3)
그 뒤에도 몇 개의 함정이 더 나왔지만, 마혜량은 매번 쓴 잔만 들이켜야 했다.
정말로 간발의 차이로 너무나도 아깝게 일들이 어긋나버렸다.
하지만, 실패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확신은 강해졌다.
다음번엔. 다음번엔…….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 정도로 상대는 멍청했고 순진했으며,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스스로를 세뇌하며 오롯이 성공하겠다는 일념과 속에서부터 쌓인 악만 남게 되었다.
“크으으으…….”
“괜찮아? 그 왕초인지 뭔지가 얼마나 무서운진 모르겠지만, 지금 그쪽 꼴을 보면 차라리 맞는 게 나아 보이는데?”
다리몽둥이가 부러지는 게 낫지.
조금만 더 하면 목숨을 잃을 판이다.
“괜……찮으니까 말 시키지 말고 어서 걷기나 하십쇼.”
“안 괜찮아 보여서 하는 말이야. 아무리 네가 약해빠졌다고 해도 이건 좀 많이 심해보여서 그래. 아니, 그래서 동냥질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차라리 내 밑에 들어오면 짐꾼 정도로는 써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으아아악! 아아아악!”
마혜량이 이마로 벽을 박았다.
쾅! 쾅! 쾅!
“아, 알겠어. 가면 되잖아 가면. 죽을까 봐 걱정해줘도 난리야. 안 그래?”
“응. 다른 사람이 보면 시체인 줄 알겠어. 이름은 바보 시체 정도면 딱일 것 같아!”
“쉿. 목소리 좀 낮춰. 다 들리겠다.”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진혁과 엘리스가 희희덕 댔다.
이럴 때는 또 죽이 잘 맞는다.
당하는 입장에선 복장이 터지다 못해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왔지만.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고독을 처먹인 다음에 평생 노예처럼 부려먹어 주마.’
마혜량이 복수의 칼날을 속으로 삼켰다.
그렇게 도달한 일곱 번째 관문.
낙양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함정이 있는 곳이자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우우웅!
벽에 붙어 있는 부적들을 타고 은은한 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이미 대법은 이루어졌다.
……지금!
마혜량이 입술을 으득 깨물었다.
핏물이 입속에 스며들자, 마혜량이 있는 주위를 제외한 곳에 붉은색 기운이 솟구쳤다.
콰콰콰콰콰콰!
대법이 발동됨에 따라 통로에 있는 침입자들을 강제로 구속하는 끈이 나타났다.
콰콰콱!
진혁과 엘리스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묶였다.
“이, 이건 대체…….”
진혁이 긴장한 목소리를 한껏 연출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당황함이 묻어나오는 몸동작.
100점 만점에 98점이다.
“우.와. 놀.래.라. 몸이 안 움직이네. 어떡하지. 큰.일.난 건가.”
엘리스 역시 국어책 읽는 듯한 말투로 팔을 흐느적거렸다.
진심으로 차라리 다른 놈을 데리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연기력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크흐흐…… 크하하하! 드디어 걸렸구나!”
마혜량이 미친 듯한 광소를 터뜨렸다.
“뭐냐. 이거…… 네가 한 거야? 우리 잘 지냈잖아. 그런데 대체 어째서……!?”
“그.러.게 전혀 1도 눈치를 못 챘어. 완전히 당.해.버.렸.잖.아.”
“엘리스.”
“응?”
“와사비를 코로 먹이기 전에 조용히 해주지 않으련? 내 심기가 살짝 안 좋아지려고 하고 있거든.”
“조, 조용히 할게. 나 조용히 하는 거 진짜 잘해. 봐. 하압!”
엘리스가 입을 꼭 포갰다.
“어이가 없군. 이 상황에서도 농짓거리나 할 줄이야. 하긴,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겠지.”
마혜량이 소매에서 징그럽게 생긴 벌레를 꺼내들었다.
고독이다.
“키이이…….”
고독이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다리를 마구 버둥거렸다.
“이게 몸속에 자리 잡는 순간부터 너는 내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다. 크하하!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10배로 갚아주마.”
“명색이 정파 중 하나인 개방이라는 놈이.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쳐왔던 거냐. 고독에 못 버티고 죽는 사람도 나왔을 텐데?”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멍청하게 편을 잘못 선택해서 죽는다면 그건 본인들 탓이 아니겠나? 무엇보다 그 비루한 목숨이 대업을 위해 쓰인다면 오히려 고맙게 여기며 죽어야 할 거야.”
마혜량이 만면에 미소를 가득 지은 채 다가왔다.
*‘젠장…….’
아무리 계획의 일부라지만, 솔직히 말해, 저걸 먹는 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고독이란 녀석이 워낙 성가신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마혜량이 완전히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
진혁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꿀꺽!
끔찍한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상태 이상에 걸리셨습니다!] [대상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신체에 치명적인 부상을 영구히 입게 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붉은 상태창.
벌써부터 뇌에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포기해라. 저항해 봤자 고통만 길어질 뿐이다.”
그래. 보통은 저 말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지.
[5성급 결계 ‘부분 단절’이 발동됩니다!]상대의 노림수가 고독이라는 걸 안 시점에서 대비는 모두 해두었다.
통로에 들어오기 전, 미리 그려 둔 결계에 마력이 주입되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고유 능력 ‘혈마기(血魔氣)’가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이 발동됩니다!]짙은 음기가 몸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특유의 마기는 고독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
거기에 결계를 통해 모든 마기가 최적화된 장소로 흐를 수 있게 해주었다.
“키이이이?”
몸속에서 잔뜩 신경질을 부리던 기생충은 어느새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기분 좋게 늘어졌다.
통증 또한 빠르게 잦아들었다.
‘좋아.’
당연한 말이지만, 표정에 내색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연기하면서도 결코 상대의 말에 굴복하지 않은 걸 보여주는 게 포인트다.
물론, 이 사정을 모르는 마혜량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뭐, 뭐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유로웠던 마혜량의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고독에 견디는 인간이 있다는 말은 고금을 통틀어 들어 본 적 없다.
소림사의 고승마저도 굴복시키는 게 바로 고독 아니던가?
하지만.
“크윽!”
상대는 여전히 두 눈의 생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틀림없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놈은 고독으로부터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대주……께서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군.”
대체 얼마나 정신력이 강한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감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이대로 두었다가 폐인이라도 돼서 임무에 실패한다면, 그분을 볼 낯이 없었기에.
“하는 수 없나.”
마혜량이 칼을 꺼내 엘리스의 목에 갖다 댔다.
계속 저항하면 그대로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듯이.
“꺄아아악!”
“아무리 너라도 정혼자가 죽는 걸 방관하진 않을 테지.”
“맞아. 맞아. 설마, 날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아니지?”
엘리스가 위기에 빠진 공주님처럼 온갖 연약한 척을 다 했다.
넌 끝나고 보자 진짜.
“기다려……. 알겠어. 저항하지 않으면 되잖아. 저항하지 않으면.”
진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신, 나도 딱 하나만 물어볼게. 이게 미친 듯이 궁금해서 도저히 못 견디겠어.”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빌어먹을 말해봐라.”
“천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 천마신교에 갔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
마혜량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인질도 잡고 있는 데다, 고독에 저항하느라 모든 기운이 한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
만에 하나라는 변수는 없다.
게다가, 만약 다른 걸 물어봤으면 대답해주지 않았을 테지만…….
50층의 존재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무리하게 싸우다가 내상을 입은 머저리를 보호해줘야 할까?
임무 달성과 작은 호기심의 충족.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당연히 보지 못했겠지. 그 멍청이는 지금 이곳 낙양에 있으니까.”
“뭐? 천마가…… 무림맹의 본거지인 이곳에 있다고?”
“그래. 노란색 빛이 나는 돌을 찾아야 한다면서 본교를 버리고 도망쳤다. 덕분에 좌호법과 대주께서 모든 권력을 집어삼키셨지.”
“노란색…… 돌이라…….”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군.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된다.
“궁금한 건 좀 풀렸나? 어차피 앞으로 내 꼭두각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걸 알게 될 거다.”
“그래. 덕분에 완전히 해소됐어.”
“그럼 이제…… 허억?”
마혜량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단하게 구속되어 있어야 할 진혁의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앙!
엘리스의 목에 갖다 대고 있던 칼날이 허공을 따라 빙그르르 돌았다.
“지, 진법이?”
“말했잖아. 이런 종류라면 꽤나 자신 있는 분야라고. 이제 가진 패가 전부 없어졌는데 어떡할래?”
“착각하지 마라! 내가…… 아무 준비도 없이 이곳을 고른 줄 아느냐!”
뒤로 물러선 마혜량이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콰앙!
쾅!
지면으로부터 전신이 붉게 물든 혈강시 셋이 튀어나왔다.
“크아아아!”
“크오오!”
“키에에에!”
청해성을 쓸어버린 혈강시들보다 몇 배는 강한 종류다.
절정급 이상의 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심마사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상위 등급의 강시들이었다.
“여자는 죽이고 저 녀석은 당장 붙잡아 내 앞에 무릎 꿇려라!”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명령을 내리던 마혜량의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뽀직!
“응?”
뒤쪽에서 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엘리스를 잡고 있던 강시의 목이 그대로 뽑혀 나가버렸다.
“어디서 시체 따위가 감히 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냐.”
엘리스가 귀찮다는 듯 강시의 머리통을 그대로 옆으로 던져버렸다.
우둑!
콰드득!
나머지 두 마리의 강시들도 몸이 반으로 접혀 바닥에 뒹굴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냥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많이 멀지.
생긴 건 연약해 보여도 오우거보다 강한 악력을 지니고 있는 게 바로 진조였으니까.
“너야말로 뭔가 단단히 착각을 했던 것 같은데…….”
진혁이 피식 웃었다.
“네가 뭘 준비하든. 뭘 하려고 하든 소용없어.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있거든.”
“제 제기랄…….”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마혜량이 허겁지겁 도망치려 했다.
하여간, 저런 놈들은 꼭 자신만만해 하다가 수틀리면 도망부터 치려 하더라.
퍼억!
순식간에 쫓아간 진혁이 마혜량의 등을 걷어 차 버렸다.
“크어어억!”
이미 상처투성이에 지칠 대로 지친 마혜량으로선 단순한 공격도 피하지 못했다.
자.
그럼 어떻게 요리해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나 발뭉이었으나…….
‘검이 아깝지. 더러운 피가 묻으면 안 되니까.’
이런 놈에게 쓰려고 그토록 애지중지 기다려온 발뭉이 아니다.
적어도 첫 베기만큼은 그에 걸맞은 상대에게 써야겠지.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레비시타 가문의 상징이 새로운 주인을 영접합니다!]아비가일이 사용했던 망령나무의 낫.
초승달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낫이 불길한 곡선을 그렸다.
가운데 박혀 있는 눈에서 소름끼치는 안광을 뿜어냈다.
동시에.
[3개의 기연과 정보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독’을 복종시켰습니다.] [천마에 관한 정보를 얻으셨습니다.] [‘월장석’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얻으셨습니다!] [스킬 ‘인피면구(人皮面具)’를 복사합니다!] [인피면구(人皮面具)]입수 난이도: A
내용: 원하는 대상의 외형을 흉내 낼 수 있으며, 무공의 성취에 따라 그 완성도를 더욱 올릴 수 있습니다.]
능력 복사도 성공했다.
이제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전부 다 뽑아먹은 셈이다.
“정보는 고맙게 쓸게. 설마,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훨씬 더 고통스럽게 보내줘야 했지만.
지금 한 걸 봐서 특별히……는 개뿔.
저 녀석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절대 편하게 보내줄 수 없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노예가 되어 가문과 형제를 배신하고. 그보다 몇 곱절은 되는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었으니까.
놈이 지금껏 지은 죄와 앞으로 지을 죄를 생각해서라도 제대로 쓴 맛을 보여줘야만 한다.
“너에게 딱 맞는 게 있어. 아마 기대해도 좋을 거야.”
진혁이 낫으로 땅을 한 번 두드렸다.
그러자.
[특수 스킬 ‘망령이 머무는 나무’가 발동됩니다!]쿠쿠쿠쿠쿠!
지면에서 보라색 빛이 나는 나무줄기들이 솟구쳤다.
“뭐, 뭘 할 생각인 거냐?”
뭘 하긴.
“영생을 선사해 주려고 하는 거야.”
망령목은 사람의 체액과 마력을 빨아먹는다.
동시에 먹잇감이 쉽게 죽지 못하게 아주 오랫동안 살아있게 해주지.
그러니 그렇게 자신이 속한 세력을 배신하며 부지하려고 했던 목숨.
가능한 한 길게 이어가길 바라마.
꿀렁! 꿀렁!
전신을 감싼 나무줄기들이 숙주의 몸에서 체액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마혜령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아마 한 천년 정도는…… 이 통로에서 살아 있게 될 거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