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05)
306화. 무림맹(武林盟) (1)
낙양의 심장.
이곳엔 구파일방을 상징하는 각 문파의 수뇌부들이 모여 있었다.
천마신교가 대대적으로 선전포고를 하며, 중원 진출을 알린 뒤로 모든 문파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무당파의 ‘소유현’.
화산의 ‘하려화’.
곤륜의 ‘단목일’.
개방의 ‘걸중길’.
소림의 ‘혜명’.
전원이 각 문파의 장로급으로 구성된 고수들이다.
이만한 인물들이 한 곳에 모인 것도 쉽지 않을 일이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본다면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맹주께선?”
“일을 끝내고 오시는 중이랍니다.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는 도착하겠죠.”
“골치 아프군. 하필이면 하북 지방에 볼 일이 있으셔서 부재중이라니.”
“미안들 해. 우리 방주가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라서…… 하하. 말도 없이 나간 터라 하북에 있는 것도 간신히 찾아낸 거야.”
“껄껄! 모두 부처님의 뜻 아니겠습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느긋하게 기다립시다. 아미타불.”
모두의 입에서 다양한 말이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
“며칠씩이나 기다리다간 너무 늦어요. 천마신교에서 준비한 강시들은 강성하고 또 빠릅니다. 이미 청해성은 넘어갔고 서북 지역 역시 위태롭죠. 머지않아 이곳 낙양 역시 조만간 놈들의 손에 떨어질 거예요.”
누군가 입을 열었다.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외부인의 위치에서.
단발머리를 한 청초한 외모의 여성.
추혼사영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천유성과 조금 긴장해 보이는 테레사도 함께 있었다.
추혼사영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소유현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추혼사영께선 저희가 일전의 그 제안을 수락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예.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떤 입장인지 알고 계실 텐데요.”
“물론, 그점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감성보다는 이성에 귀를 기울이시라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미 추혼사영은 여러 차례 같은 제안을 반복했지만, 무림맹 측에서는 단칼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추혼사영이 꺼낸 말은…….
다름 아닌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구하자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일부 플레이어들은 전력으로 삼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오긴 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천유성이나 테레사처럼 말이다.
허나, 문제는 지금 핵심이 되는 인물이 무림과는 여러 의미에서 악연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오대 세가에서도 곧 이곳에 올 테지만, 그 녀석에게 다들 당한 게 많습니다. 제자를 잃은 곳도 있고요.”
곤륜의 단목일도 한 마디 덧붙였다.
“단 장로의 말이 맞습니다. 추살령을 거둔 것만으로도 저희로서는 크게 양보한 거요.”
이미, 탑의 아래층에서 소중한 문파의 인재들을 잃었다.
그냥 잊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어머나. 그래서 예전의 작은 일 때문에 온 무림이 불바다로 변해도 어쩔 수 없다…… 뭐, 이런 뜻인가요?”
“추혼사영!”
“불바다라니.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껄껄껄! 천마신교가 무림으로 쳐들어온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저희 역시 든든한 고수들을 수백이나 거느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첩보부인 태무대에 따르면 놈들의 핵심인 천마 역시 사라진 상태라고 하지 않습니까?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무림맹의 힘만으로도 능히 놈들을 쳐부술 수 있습니다.”
천마가 없는 천마신교는 그 힘의 절반도 채 발휘하지 못한다.
그것만큼은 무림맹에 소속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끼기긱…….
문이 열렸다.
오대세가의 대표들이 올 때까진 아직 몇 시진은 남았을 거늘.
대체 누가 이 시간에 왔단 말인가?
모두의 시선이 모인 속에서.
“실례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틈 사이로 멋쩍은 듯 웃고 있는 진혁이 나타났다.
“설마……!”
“저, 저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밖의 경비들은 다 무얼 하던 거냐?”
“호오…….”
“껄껄껄!”
안에 있던 무림맹 대표들이 고함을 질렀다.
***
“너…… 별로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엘리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좋으면서 내숭 떠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여기서 구경이나 해.”
애초에 좋게 흘러갈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녀석들하고 좋게 지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저벅.
진혁이 태연하게 걸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진혁 씨.”
“쳇. 빨리빨리 좀 다녀라.”
“후후. 또 뵙네요. 강 공자 씨.”
세 사람은 나름대로 반갑게 진혁을 맞아주었다.
“누가…… 마음대로 이곳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
소유현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쿠쿠쿠쿠쿠!
테이블에 있는 찻잔들이 격렬하게 떨렸다.
쩍쩍 금이 가는 잔들.
젊은 나이에 절정의 경지를 뚫고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다.
진혁 역시 소유현의 살기 어린 기세에 깜짝 놀랐다.
전혀 다른 의미로 말이다.
무당파 장로급이 겨우 이 정도인가…….
‘심각하네.’
같은 초절정급이라고 하더라도 천마신교에 비하면 완전히 애송이 수준이다.
스승님을 상대로 다섯 합 안에 끝나겠는데…….
잘 쳐줘 봐야 그 정도다.
흑천마황공을 7성 이상 끌어올릴 경우, 녀석의 몸이 가루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으니까.
‘나도 스무 합……이면 충분하겠어.’
얼마나 평화에 찌들어 있으면 무당의 도사가 이렇게까지 약해빠진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상대가 약한 게 아니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소유현 역시 천외천의 괴물로 보일 것이다.
길드의 메인 공격대가 레이드 형식으로 달라붙어야 할 만큼.
단지.
‘내가 강해진 거였어.’
압도적인 성장과 기연 독식.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해지고 또 강해졌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야차나 아비가일을 비롯해 워낙 쟁쟁한 놈들과 싸워서 그런가?
상대의 어설픈 협박이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으로 들렸다.
“……큭! 이놈이……!”
내공을 통한 무력시위가 통하지 않자, 소유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반면, 걸중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재밌는 친구구만. 그래. 굳이 이곳까지 와서 우리를 열이나 받게 하려는 건 아닌 것 같고. 이유나 들어보지.”
“이유는 무슨 이유. 당장 목을 베어버려야 합니다!”
스릉!
소유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반쯤 뽑았다.
“진정하쇼. 도사 양반. 상대도 이런 반응을 뻔히 예상했을 텐데, 그런데도 왔다는 건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아니겠소?”
“그래도 대화가 좀 통하는 분이 있어 다행이네요. 맞습니다. 여러분께 제안을 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 이곳까지 왔어요.”
진혁이 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냈다.
낙양은 물론, 천마신교의 본진이 있는 십만대산과 중원 전체를 총망라한 지도였다.
그러나 모두의 입에서 경악성을 터져 나오게 한 건. 지도에 적혀 있는 수많은 화살표와 글자들이었다.
주요 거점과 이동 통로.
각 문파와 황실의 1급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확히는 그 중 일부분을 지운 정보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심상치 않은 종류라는 걸 못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이건…….”
“서, 설마, 아니 말도 안 되는!”
“당신이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어떻게긴.
니들은 정사대전 기껏해야 세 번밖에 더 치러 봤냐?
‘나는 이 층계에서 정사대전만 이번이 27번째다.’
수없이 많은 전쟁을 겪다 보니 머리와 몸이 싫어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더라.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어떤 식으로 이곳을 공략할지 전부.
그러나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순 없다.
“천마신교에서 무림맹에 보낸 첩자 하나를 생포했습니다. 마…… 어쩌고 하는 분이었는데,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고요.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주신 덕에 훈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건 사실이다.
정보를 얻어낸 것도 사실이고.
훈훈했다는 것만 빼면 지금 한 말의 대부분은 맞았다.
“첩자라니.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생포했다는 건 당신이 현재 그자를 데리고 있다는 뜻인가요?”
“당장 대답하지 못할까!”
“우리가 묻고 있질 않느냐!”
모두의 압박이 이어졌다,
물론, 그런 말에 주눅들 진혁이 아니었다.
“이보세요.”
주객이 전도돼도 유분수지.
이거라도 알려줬으면 ‘감사합니다’라고 하지 못할망정 어디서 다 내놓으라고 난리인 거냐?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여기서 누가 갑인지 똑똑히 알려주도록 하지.
“정보를 주는 것도 나고 얼마만큼 풀지 결정하는 것도 나입니다. 더 많은 걸 달라고 요구하지 마세요. 막말로 무림이 멸망하든 말든 나와는 전혀 관계없으니까.”
“한 마디로…… 우리는 각본에 맞춰 움직이기나 해라 이런 뜻인가?”
“정확합니다.”
이거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찍어드려야 하나.
그래도 말 귀를 재깍재깍 알아먹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현재 천마신교의 주력 강시들이 몰려오는 길은 총 일곱. 그 중에서 가장 빨리 오는 곳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 역시 제대로 지불하셔야겠지만요.”
“대, 대가까지 지불하라고?”
“당연하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듣자하니 무당파의 영약 자소단이 그렇게나 효율이 좋다고 하던데…… 맞나요? 아! 화산의 화무매화검도 빠질 수 없는 명검이죠. 거기에 제가 키우는 애완동물이 그렇게나 보석류를 좋아해서 그것도 잔뜩 준비해주셨으면 하네요.”
터무니없는 요구.
문파의 보물들과 막대한 제물까지 내놓으라는 개소리에 회의장 내부의 분위기가 더더욱 험악하게 물들었다.
그러나 걸중길만은 지도에 적힌 정보와 진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
침묵은 길지 않았다.
걸중길이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정보의 일부가 지워져 있었지만, 나머지만으로도 진위 여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터.
“좋아. 맹주께서 오시면 이 일에 대해 직접 말씀드려 보지.”
“잠깐!”
“진심입니까?”
“진정들 하쇼. 결정을 한다는 게 아니라 맹주께 말씀만 드려본다는 거니까.”
“현명한 결정입니다. 그럼, 저는 근처에서 황도 구경이라도 하고 있을 테니 결정이 나면 불러 주세요. 가자. 엘리스.”
“응.”
진혁이 엘리스와 함께 유유히 왔던 길을 따라 나갔다.
***
거대한 폭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
달빛이 내려앉은 풍광을 보던 사마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마사령. 그대는 푸른 용에 대해 아는가?”
푸른 용.
사방신을 뜻하는 네 방위의 환수 중 청룡을 뜻하는 말이다.
“물론…… 들어는 봤습니다.”
심마사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와 전설을 아우르는 환수종에 대해선 그 역시도 듣고 자라 왔었다.
주로, 어린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지만.
“하지만, 지존.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놈들의 심장부를 헤집을 수 있을지 그걸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풍경이 아름다우니 소싯적 추억이 떠오르는 건 이해한다만.
지금 그런 걸 회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나 심마사령의 다급한 말에도 불구하고 사마자는 여전히 빙그레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대야말로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군. 우리의 세가 강성하다곤 하나 놈들이 벌집처럼 펼쳐둔 방어진을 뚫긴 힘들 걸세. 특히나 무림맹주 녀석은 벽을 뚫기도 했으니까.”
“지존과 동일한…… 경지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그러니 무의미한 소모전을 펼쳐 봤자 대세에는 지장을 주지 못할뿐더러 심력만 낭비하게 되는 걸세.”
“허면, 지존께서는 지금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미 말했지 않는가? 푸른 용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사마자가 말을 끝마친 바로 그때였다.
화르륵!
바람에 의해 횃불의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풍경이 서서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산인 줄 알았던 거대한 것은…….
산이 아니다.
“이, 이럴 수가…….”
틀림없다.
수십 미터에 이르는 신석은 장엄하고 두려운 용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움직였을 것만 같은 자태.
단순히 조각상이라고 하기엔 모든 결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설마……. 지존. 이것은…….”
심마사령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떨렸다.
“재밌지 않겠나?”
여의주로 비와 구름을 다루는 청룡이 무림을 누빈다는 게?
사마자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천마의 존재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야차도 강시도 그저 계획의 일부일 뿐.
“앞으로 무림의 역사는 나, 사마자의 손에 의해 다시 쓰일 것이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 했던 무림일통.
불가능이라 여겨지던 난제의 끝을 고할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이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사마자가 거대한 신석을 눈앞에 둔 채 미친 듯한 광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