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08)
309화. 무림과 플레이어 (2)
객잔 밖에선 두 세력의 일행들이 나란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파에서 온 도사들이 피식피식 실소를 내뱉었다.
소영호. 소세령. 소운군.
약관을 갓 넘은 세 명은 소유명의 사제와 사매로 전원이 절정을 넘어선 고수들이었다.
“대사형에게 시비를 걸다니. 탑의 개방으로 인해 별 희귀한 경험을 다 해보게 되네. 하긴, 탑 밖에 있는 놈들이 아니면 언제 이런 일을 겪어 보겠어?”
“멍청한 거죠.”
“이봐. 그쪽은 걱정도 안 되나 보지? 시체 하나 치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하지만, 대놓고 하는 이죽임에도…….
반대쪽에 있던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의미로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대사형이라는 사람 살아는 있겠죠? 그래도 진혁 씨가 오늘은 기분이 좀 좋아 보이긴 하던데…….”
“지금쯤 잔혹하게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계약자가 아마 죽이진 않을 거야. 팔다리 하나 정도로 봐줄 수도 있을걸? 게다가 그 강시들이랑 싸운다고 약한 애들 힘이라도 빌린다고 했었어.”
“어머나. 강 공자가 참 사려가 깊네요.”
너무나 태연하게 떠들어 대는 모습.
대화의 내용까지 기가 막혔기에, 무당파 입장에서는 지금 자신들이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아니면 환청을 듣고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 아니. 당신들 제정신이에요? 소유명 오라버니는 구파일방 중에서도 으뜸인 무당파의. 그것도 최연소로 초절정에 도달할 거라 평가받는 소룡(小龍)이라고요!”
소세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응? 초절정……? 그게 센 건가?”
엘리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초절정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놈들이었나?”
“하! 아예 대화를 할 필요도 없었나 보네요.”
“냅둬라. 어차피 조금 있으면 함부로 덤빈 걸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거다.”
엘리스의 반응으로 인해 세 사람은 확신을 얻었다.
상대는 무공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문외한들이라고.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덜컹!
마침내 일방적인 교육이 끝났다.
문을 열고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소유명이었다.
“역시, 사형! 믿고 있었습니다!”
“오래 걸리신 걸 보니 아주 박살을 내셨나 보네요?”
“그 건방진 놈은 시체도 남기지 못한 겁니까?”
세 사람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런데.
“…….”
소유명의 얼굴빛이 영 좋지 않았다.
모든 걸 체념한 듯 하얗게 질린 낯.
그리고 오른손에는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한자가 아니라 읽을 순 없었지만, 계약서와 비슷하게 보이는 문서였다.
“이야. 무림은 저녁노을이 아주 그만이네. 바람도 선선한 게 마음에 들어.”
진혁이 기지개를 켜며 뒤에서 나타났다.
“대, 대사형?”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만신창이가 되어 있어야 할 진혁은 여유롭게 웃고 있고.
언제나 하늘같던 대사형은 꼬리를 말은 강아지 꼴을 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되질 않는다.
“말씀 좀 해 보세요…… 예? 제발 뭐라도 말을…….”
사제와 사매가 물었지만, 소유명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바로 그때.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엘리스와 테레사가 다가왔다.
“야. 내가 까마득한 위의 선배니까 앞으로 잘하자. 응?”
“적응하다 보면 나름 괜찮아요. 복지도…… 나쁘지 않고.”
“아직 늦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만약, 고통 없이 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특별히 몇 종류의 수면제를 제조해 주지.”
마지막으로 천유성이 안쓰러운 눈으로 소유명의 어깨를 토닥였다.
***
-신중하게 검토해 본 결과, 사태를 방관하면 낙양이 고립된 뒤 함락될 수도 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무림맹답지 않게 하루 만에 결론이 나왔다.
빠르고 신속하게.
진혁이 제시한 정보를 토대로 각 문파의 정예들이 움직일 채비를 갖췄다.
수성전이 아닌 낙양 주위의 넓은 거점과 대로를 선점하고 아예 낙양으로 오는 모든 길을 원천 봉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같은 시각, 천마신교의 본진이 있는 청해성의 변두리.
날카로운 인상의 매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심마사령의 팔에 앉았다.
“……이건.”
매의 발목에 묶여 있던 전보를 읽은 심마사령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지존, 놈들이 대응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지금 향하는 곳이…….”
“알고 있다.”
옥좌에 앉아 있는 사마자가 손가락으로 옥좌를 톡톡 두드렸다.
시선은 방 중앙에 있는 흙더미에 향해 있었다.
무림의 각종 거점들이 표시되어 있는, 군사용 지도.
우우웅!
사마자가 손끝에 내공을 주입하자 낙양으로 향하고 있는 강시 모형들 중 몇 갠가가 흔들렸다.
툭. 툭…… 툭.
하나 둘, 셋.
모형들이 좌우로 쓰러졌다.
정확하게 진혁이 예상했던 세 군데 지점이었다.
“맞습니다. 정확히 짚으신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데, 지존께서는 어떻게 그 사실을…….”
“어제 밤. 낙양에 암황의 제자가 입성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멍청한 정파에서 본좌의 의도를 간파했을 리는 없을 터, 다시 말해 그 녀석이 개입했다는 뜻이겠지.”
“거점들은…… 모두 손에 넣어야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인데, 설마 탑 밖에서 온 녀석이 그걸 간파했다는 말입니까?”
“뭐, 형세를 읽는 판단이 제법이라는 뜻이겠지. 그래도 놀랍긴 하군.”
설마, 시작도 하기 전에 수를 읽힐 줄은 몰랐다.
이건 나머지 마교의 고수들은 물론, 심마사령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정보였으니까.
‘흐음…….’
사마자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분명, 상대는 이곳에 얼마 되지 않는 애송이다.
무림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몇 해를 넘겨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도 이렇게 예리하게 형세를 파악한다는 건…….
‘과연, 암황이 처음으로 받은 제자라 이거군.’
어쩌면 무림맹 전체보다도 까다로운 변수를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다.
심마사령 역시 사전에 변수를 차단하고 싶었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지존. 제자 놈도 제자 놈이지만, 암황 역시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제자를 구한답시고 저희에게 이빨을 드러낸다면…… 무림맹과 더불어 앞뒤로 공격받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금 암황을 치자?”
“그렇습니다. 본교의 세가 절정에 이른 지금이야말로 놈을 제거하기 가장 좋은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늙은 호랑이를 잘못 건드리면 절정에 이른 세가 절반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 애써 모은 전력을 그렇게 낭비하고 싶진 않군.”
“암황이…… 그 정도란 말씀입니까? 정 불안하시면 제가 직접 천한강시와 음양강시를 이끌고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되었다.”
다른 이들은 오랫동안 제 멋대로 살아온 암황을 우습게보고 있었으나…….
사마자 만은 알고 있었다.
암황이 소수로 구성된 음영대 하나만을 보유하고도 좌호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굳이 다른 이들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황 혼자만으로 능히 수천 명의 고수들이 모인 것보다 강하기에.
그리고 그 무공의 끝은 감히 잣대로 잴 수조차 없기에.
암황이 암황으로서 지금까지 천마신교의 대들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는 무림맹을 쓸어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조금 아픈 곳을 찔러보도록 하지. 과연, 이 수는 어떤 식으로 받아칠지 궁금하구나.”
오직 이 날만을 위해 준비해 왔다.
작은 탁류가 바다를 거스를 순 없는 법.
사마자가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무림맹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
3개의 선택지 중 진혁이 고른 곳은 낙양에서 100km 떨어진 야산이었다.
정확히는 무당파에서 맡기로 한 장소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상 그렇게 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소유명의 목에 목줄을 채운 진혁이 무림인들을 이끄는 꼴이 되었다.
“지맥이 불안정하다는 곳이 여기 맞지?”
진혁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여기서 찾아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최근 들어 기의 흐름이 불안정해져서 산사태가 몇 차례 일어났었다. 마을 주민들이 관아에 신고해준 덕에 우리도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지.”
소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양기와 음기가 충돌하는 탓에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노란 빛을 띤 흙 역시 눈에 들어왔다.
좋아.
정확히 제대로 된 장소에 도착했다.
“근데, 말이 좀 짧네?”
“뭐?”
“고기. 냠냠.”
“자, 잠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후우.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유명이 똥 씹은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표정 관리는 좀 잘하고. 속으로는 욕해도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게 해야지. 그게 사회생활이거든.”
“명심……하도록 하죠.”
서열 정리는 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나머지 셋은 아직까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모양이었으나.
굳이 그 녀석들까지 교육시킬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소유명만 꽉 잡고 있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갈 테니.
“그럼, 슬슬 사람들부터 영입하러 가 볼까.”
무림맹에서는 이번 일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외에도 두 개의 세력을 더 끌어들였다.
하나는 진혁이나 테레사, 천유성 같은 플레이어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정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살수들이나 녹림 혹은 3류에 해당하는 일반 무사들이었다.
명예나 대의 따위가 아닌, 금전을 미끼로 꼬시는 거였지만, 그자들에겐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하게 먹혔다.
‘맹에서 받은 돈이면 서른 명 정도 몫은 거뜬해.’
근방에 제법 큰 마을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서 더 많은 이들을 모으면 될 거다.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거야? 강시 따위 상대하는 거면 우리로 충분하고도 남지 않아?”
엘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무림맹의 말을 따라 이곳에서 인재 영입을 하려는 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금 마을 어딘가에 있겠지.’
천마신교를 떠나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서.
탑의 절대자 중 하나가 무림을 부유하고 있다.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다시 만날 때가 되었다.
하늘 아래.
그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다는 무의 정점을.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가자.”
진혁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을에 도착했을 무렵. 일행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마, 마을이…….”
소세령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불타버린 마을.
혈강시들이 휩쓸고 간 곳엔 피와 연기 그리고 죽음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럴 수가…….”
테레사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
천유성은 말없이 시체들 사이를 누볐다.
혹시라도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치료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전쟁에 있어 약자는 없는 법이라지만, 이건 너무하구나…….”
엘리스도 과거의 기억를 곱씹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진혁이 아이를 끌어안은 채 숨을 거둔 어머니의 시신을 바라봤다.
속전속결을 추구하던 천마신교의 방향성이 변했다.
속도를 늦춘 대신,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들을 급습해 민간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의를 중요시하는 정파로서는 당연히 이 일을 묵과할 수 없을 터.
유리한 지점을 버리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냉혹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쪽의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을뿐더러 어디에 힘을 주느냐에 따라 상황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갈 수도 있었다.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거주자들은…… 탑의 주민들.
단지 그뿐이라 선을 그었다.
탑을 오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어왔었다.
하지만.
이런 참상을 보고 있으면서도 선을 그을 순 없었다.
‘……사마자.’
진혁이 천천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
서둘러 놈을 처리해야만 한다.
더 많은 무고한 이들이 죽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바로 그때.
콰아앙!
“으아악!”
“사, 살려줘!”
저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직, 생존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