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12)
313화. 죽은 자들의 싸움 (2)
언데드.
죽어서도 죽지 않는 자들.
끝없이 부유하며 산 자를 탐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검의 정점이…….
바로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다.
[티본이 Lv15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발동합니다!]파츠츠!
새하얀 검신을 따라 검은색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텅 빈 동공에 짙은 안광이 타올랐다.
완전한 모습을 갖춘 티본에게선 이전까지와 같은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주인의 명에 복종하는 기사만이 존재할 뿐.
“히이이잉!”
탓!
티본이 유령 군마의 고삐를 잡아당긴 채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기병 특유의 속도를 살리기엔 거리가 짧았으나, 상관없다.
유령 군마에게 있어 가속도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키에에에!”
“케에엑!”
혈강시들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진법으로 인해 강화된 이상, 강시들에게 두려울 것 따윈 없었다.
쇳덩이마저 가볍게 잘라버릴 수 있는 손톱과 비약적으로 빨라진 다리.
이 두 개라면 충분히 기마병을 찢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강시들이 밀집 대형으로 뭉쳤다.
“돌파한다.”
투두두두두두!
티본이 선두에서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나머지 고대 병사들도 긴 창을 앞으로 뻗었다.
쐐기대형.
일점을 통해 극대화된 파괴력이 강시들의 심장부를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
순식간에 1열에 있던 강시들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티본이 검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 버렸고 뒤이어 고대 병사들이 자로 잰 듯한 찌르기를 선보였다.
마치, 탄환처럼.
퍽!
퍼퍽!
혈강시들의 몸에 둥근 바람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티본과 고대 병사들이 뚫어놓은 틈을.
달그락! 달그락!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물밀 듯이 밀어붙였다.
이것이 언데드 군단이다.
“이럴…… 수가.”
심마사령이 두 눈을 부릅떴다.
무림이 아닌 다른 층계에서도 죽은 자를 다루는 술법이 있다는 건 들어봤다.
하지만.
‘사령의 권속’을 사용한 상태에서의 혈강시를 압도한다고?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이 정도 혈강시면 정파의 분파 하나 정도는 반나절 안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럼에도.
쿠웅!
흉흉한 기운을 뿌려대는 해골 기사는 모든 싸움을 압도하고 있었다.
함께 공격하고 있는 나머지 기사들과 해골들도 성가시긴 마찬가지.
벌써 혈강시 중 절반 가까이가 전투 불능이 되어 버렸다.
이대로라면 전멸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리라.
“……제법이군. 인정하긴 싫지만, 혈강시 정도로는 상대가 안 되겠어.”
심마사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츳!
바람 소리와 함께 전신이 하얗게 물든 강시들이 움직였다.
절정급 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데리고 온 음양강시들이었다.
붉게 물든 왼손과 대조적으로 하얗게 얼어붙은 오른 손.
음과 양.
상극의 속성이 티본의 목덜미를 노렸다.
“셋만 붙여도 충분하겠지.”
심마사령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우우웅!
[고유 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하늘로부터 성스러운 빛이 낙하했다.
백색의 갑주로 무장한 테레사가 티본과 음양강시 사이로 끼어들었다.
카아앙!
손톱이 방패에 막혀 튕겨나갔다.
“가세하겠습니다.”
투구 사이로 눈부신 금발이 흩날렸다.
‘잔다르크의 성유물’과 제국에 소속된 신성 왕국으로부터 받은 성십자 검이 눈이 시릴 정도의 광채를 뿜어냈다.
“키에에에!”
“케에에!”
백색 광휘를 마주한 강시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뱉었다.
언데드와는 극상성의 신성력.
테레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강시들에게 치명적이었다.
거기에.
[‘블러드 스피어’를 사용하셨습니다!]부우우웅…….
……콰콰콰콰쾅!
피로 만든 작살들이 음양강시의 몸을 꿰뚫었다.
“크아아!”
몸이 꼬챙이에 꿰인 음양강시들이 팔다리를 마구 허우적거렸다.
“흐응. 꽤 단단하긴 하네.”
검은 눈동자에 잘 어울리는 칠흑 같은 흑발.
무림인의 모습을 한 엘리스가 연속해서 작살들을 소환했다.
“단 한 마리도 통과시켜선 안 된다!”
“예! 대사형!”
“탑 밖에서 온 사람들에게만 전부 맡길 순 없지.”
소유명과 그의 사제들 역시 사람들을 보호하며 넓게 방진을 펼쳤다.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훈련해온 것답게, 넷이 함께 펼치는 합격진은 견고하기 그지없었다.
***
“큭!…… 귀찮게 만들기는.”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자 심마사령이 짜증 섞인 음성을 내뱉었다.
어차피 사령의 권속이 발동 중인 한 나머지 놈들은 버티는 게 고작일 터.
저 망령으로 된 기병들만 제거한다면 승세는 다시 이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나서는 수밖에.
귀찮지만, 조금만 손을 쓰면 된다.
스릉!
심마사령이 두 개의 단검을 꺼냈다.
반월 모양으로 휜 독특한 형태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잊은 건 아니겠지? 네 상대는 나라는 걸.”
심마사령의 귓가에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진혁이 심마사령의 등 뒤를 잡았다.
카가각……!
송곳니가 목덜미를 찌르려던 찰나, 심마사령이 단검을 비스듬히 세워 공격을 흘려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음양강시를 다섯이나 붙여 뒀는데…… 전부 처리했단 말인가?”
“겨우 다섯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지.”
적어도 수라천살강시 정도는 남겨뒀어야 시간을 더 끌 수 있었을 거다.
홀로 올라갔던 탑.
과거에는 모든 강시들을 오롯이 혼자서 상대했었다.
실패도 많이 했고 좌절도 많이 했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해결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등을 맡길 수 있는,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든든한 지원이 있으니…….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우리도 끝을 보자고.”
무대도 갖춰졌겠다.
화려하게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시간이다.
“혈계 주술이 펼쳐진 이곳에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모든 능력치의 강제 너프.
확실히 심마사령 정도 되는 강자를 상대로 이 안에서 싸워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딱 하나.
이 주술 속에서도 제약을 받지 않은 능력이 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제약과 굴레를 벗어나는 천외천의 무공.
오직 천마에게만 허락된 최강이자 최악의 능력.
진혁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파츳!
검 끝에 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직 복사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기에, 그 힘을 고스란히 사용할 순 없었다.
그렇다.
다시 말하면 이건 그저 흉내일 뿐이다.
원류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하고 떨어지는.
하지만.
천마의 기억을 통해 그 구결과…… 무엇보다 그 무공에 담긴 본질을 봤다.
고고하게. 오만하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두지 않는다.
“똑똑히 봐. 너희가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사마자 따위를 선택한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
지금부터 알려주겠다.
진혁이 두 눈을 떴다.
재현한다.
그때 봤던 광경을.
송곳니와 쌍룡검이 각기 다른 간격을 취했다.
그것이…….
시작이다.
콰아앙!
‘제1식(第一式)’.
송곳니를 따라 유형화된 기가 일순간 폭발했다.
콰콰콰콰콰!
천룡출두(天龍出頭)!
검격에서 이어진 검풍이 심마사령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크아악!”
반월검을 통해 공격을 상쇄했으나, 터무니없는 검압을 모두 받아낼 순 없었다.
입고 있던 흑의가 갈기갈기 찢기며 양팔이 훤히 드러났다.
“그 초식은…… 아니, 어떻게 네놈이…… 대체 어떻게!”
심마사령이 채 말을 맺지 못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탓에 목소리가 격렬하게 떨렸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마신공은 천마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무공.
사마자 조차도 천마신공을 익히기 위해 수십 개의 금기를 어기지 않았던가?
떨고 있는 심사마령 앞에 진혁이 재차 자세를 잡았다.
“가진 패가 더 있다면…… 지금 당장 꺼내놓는 게 좋을 거다.”
화르륵!
쌍룡검을 통해 더욱 거대한 강기가 타올랐다.
***
한 걸음 떨어진 뒤에서.
천마가 말없이 그 싸움을 지켜봤다.
“…….”
복잡한 심정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자신의 무공이.
타인의 손에 의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
모두에게 잊혀진 싸움이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고독이라 생각했다.
그걸 당연하게 여겼기에, 미련도 후회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지금 눈앞에선. 일전의 싸움에서 펼쳐졌던 초식들이 순차적으로 재연되고 있었다.
마치, 그 싸움을 기억하고 있는 건.
무림을 지킨 자가 누구인지 아는 건.
천마 혼자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꾸욱.
이가 입술에 파고들었다.
미미하게 떨리는 동공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고맙구나.”
결코 천마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
동시에 결코 상대에게 들릴 일 없는 감사가 흘러나왔다.
* * *
[‘천마군림보’가 발동됩니다!] [능력에 대한 숙련도의 부족으로 인해 능력의 효과가 10%로 제한됩니다.]10%.
허나, 그 수치 따위가 천마군림보의 격을 떨어뜨릴 순 없었다.
편린을 발현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콰앙!
검과 검이 교차했다.
심마사령이 사각에서 노린 일격을 진혁이 받아쳐냈고.
충격으로 인해 생긴 틈을 진혁이 파고들었다.
“…….”
송곳니가 고속으로 움직이며, 찌르기를 시도했다.
카카카캉!
불꽃이 일어난다.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날붙이들은 그 합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쌍룡검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카가각!
“큭!”
심마사령이 두 개의 검을 교차해 간신히 그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반격을 하려 했을 땐. 이미 진혁이 사라진 뒤였다.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흙먼지가 일어나고 뒤이어 발을 디뎠던 땅이 파였다.
이제는 두 사람의 잔상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카카카캉! 캉! 캉! 콰아아앙!
심마사령이 미친 듯이 반월검을 휘둘렀다.
심장이 터질 듯이 빠르게 뛰고 전신의 감각이 곤두섰다.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 예측과 그걸 뛰어넘는 예지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따…… 따라 잡을 수가 없어.”
보유한 모든 절초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서걱!
심마사령의 몸에 검상이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당한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누가 일대일을 한다고 했느냐!”
심마사령이 ‘사령의 권속’을 통해 모든 강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크아아아!”
“케에에엑!”
티본과 나머지를 상대하던 음양강시들이 한꺼번에 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기에 비장의 카드인 천한강시까지 투입되었다.
비겁하다는 말을 들을 순 있다.
실력에서 밀렸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남는 쪽이 강한 거다.
퍼퍼퍼퍽!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졌다.
사방에서 덮친 음양강시가 송곳니와 쌍룡검을 맨몸으로 받아냈고.
음양강시보다 몇 배는 성능이 뛰어난 천한강시가 진혁의 몸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아니.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고유 능력 ‘1초 무적’이 발동됩니다!]수십의 강시들 사이로부터.
진혁이 생긋 웃는 게 보였다.
“그래. 너라면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어.”
문제는 그 타이밍이 언제냐일 뿐.
궁지로 점점 몰아붙이다보면, 강시들을 모조리 쏟아 부을 거라 확신했다.
줄곧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천한 강시들까지 전부다 말이지.
‘마을 주민들까지 지키면서 싸우기엔 이쪽이 훨씬 더 불리했어.’
엘리스는 몰라도 나머지는 위험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기다렸다.
모든 전력이 한곳으로 모일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진혁의 몸을 중심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왜곡되었다.
터무니없는 마력으로 인한 현상이다.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극한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절초.
슈브 니구라스를 상대했던 천마의 성명절기가 발동되었다.
“이 거리라면…… 절대 못 피해.”
진혁이 두 개의 검을 앞으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