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검들의 노래 (3)
부우우웅!
진혁이 흑월야를 날렸다.
검은 달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천유성이 만든 칼날들을 향해 쇄도했다.
빠르다.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순식간에 상대의 진형에 파고들었으니까.
그런데 흑월야가 검들을 박살내기 직전.
“내가…… 언제까지고 같은 곳에서 제자리걸음만 할 줄 알았더냐!”
[천유성이 Lv17 ‘검신일체(劍身一體)’를 발동합니다!] [검술에 관한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상승합니다!]갑자기 허공에 멈춰 있던 검들이 기묘한 각도로 움직였다.
흑월야가 빈 공간을 가로질러 하늘 저 너머로 사라졌다.
기를 이용해 검을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
“이게 내가 새로 배운 스킬. ‘이기어검’이다.”
천유성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그에 맞춰, 수십 개의 칼이 각기 다른 궤도로 움직였다.
단순히 직선 궤도로 쏘는 것과 달리, 이제는 저 많은 검들이 전부 각각의 자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으리라.
“이야. 역시 검성! 저걸로 서커스 좀 하면 돈 좀 벌겠는데?”
“빌어먹을! 네놈은 긴장이라는 것 좀 하란 말이다! 이걸 보고도 손뼉이나 치고 있을 여유가 있는 거냐?”
“응? 박수는 안 돼?”
“젠장. 그놈의 야광봉도 내려놔라. 아주 벌집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너무하네.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한 거였는데.”
솔직히 천유성이 지금 수준에서 이기어검을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아니, 아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련했구나.
분명, 이것까지 익힌 이상 천유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수준이겠지.
뛰어난 재능도 그걸 뛰어넘는 노력도 완벽하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다.
단지.
녀석에게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그건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뿐이다.
보여주마.
진짜 이기어검이라는 게 무엇인지.
우우우웅!
공간이 일그러지며, 반투명한 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설마.”
“어, 어떻게……?”
“아…….”
“너…….”
지켜보던 모두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검술의 끝이 그 검을 하늘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면.
무형의 검을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무(武)의 끝을 논할 수 있는 일이리라.
천마신공(天魔神功).
‘심검(心劍)’.
천마의 기억 속에서 봤던.
슈브 니구라스에게 상처를 입혔던 최강의 절기.
“이게 내가 가진 이기어검이야.”
보고 흉내 내는 것에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위조된 모작이라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 법.
진혁 역시 송곳니를 횡으로 가로질렀다.
그러자, 그 부름에 응답하듯.
심검이 사라졌다.
“헉?”
천유성의 눈동자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퍼걱!
시야에서 놓친 심검이 어느새 자신이 만든 검 하나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이.
콰콰콰콰콰!
천유성이 만든 수십 개의 검들이 수천 개의 칼날 조각이 되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아…….”
짧은.
너무나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
시련의 탑이 나타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절망이었고.
누군가에겐 희망이었던 날들.
천유성은 그 중에서 후자에 해당했다.
다시 시작한다면…….
이번에야 말로 처음으로 돌아가 최고의 기연과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죽을 만큼 노력했다.
계속해서 같은 패배를 반복해 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추혼사영을 만나…… 과거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에 들어섰다.
모두가 꿈꾸는 최상의 경지.
이거라면 그 녀석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기어검을 다룰 줄 아는 자는 플레이어는 물론, 거주자들 중에서도 수십 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언제나, 언제나.
상대는 앞서갔다.
감히 쫓아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스승님……마저 놀라고 있는데, 내가 상대가 될 리가 없지.’
천유성이 멍하니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칼날들을 바라봤다.
심지어 천마까지도 놀라고 있는 와중에…… 자신 따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바뀐 세상에서 단 한 번만. 그저 한 번의 승리를 꿈꾸어 왔을 뿐인데.
그 일념 하나만으로 버텨 왔는데.
대체 무슨 수로 저런 괴물을 이기라는 것인가?
“졌……다.”
천유성이 담담하게 화무매화검을 떨어뜨렸다.
푹!
검이 지면에 꽂혔다.
[천마의 내공이 놀라울 만큼 회복됩니다!] [음과 양이 조화가 절정에 이릅니다!]수없이 나타나는 상태창.
황금색 운무와 함께 수많은 구체들이 천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걸로 목적은 이뤘다.
적어도 한 명을 제외하곤.
추혼사영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천유성에게 다가갔다.
“천 공자는 잘했어요. 다만…….”
그래. 다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을 뿐이다.
추혼사영이 천유성의 등을 토닥였다.
“스승……님. 저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요. 이 스승이 옆에 있잖아요. 다음에는 더 높은 경지에 올라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요.”
“다시…… 한 번. 말씀인가요. 여기서 더 강해져서…… 대체 얼마나…….”
추혼사영이 위로했지만, 천유성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받지 못할 거다.
계속된 실패와 좌절은 아무리 의지가 강한 이들조차 그 마음을 꺾이게 만들었으니.
그때.
“조만간 19층에 있는 유적에 갈 건데. 나랑 동급의 실력자가 적어도 셋은 필요해.”
진혁이 다가왔다.
“뭐?”
“너도 기억하지? 가면무도회 당시 만났던 세력들 중 제3세력에서 온 녀석이 있던 거.”
드라이어드의 형상을 한 제3세력 대표.
유아시스.
그 여자와 함께 공략해야 할 유적이 한 곳 있었다.
그리고 그 유적의 입장 조건이 최소 3인의 플레이어다.
물론, 플레이어들 사이의 실력이 동급이라는 조건은 없었지만,
‘목적을 이뤘으니…… 이제 당근도 한 개 던져 줘야지.’
상처 입고 우울해하는 천유성은 글쎄, 그다지 보고 싶지 않다.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거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너이기도 하고.”
“……분명, 시스템이 동급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한 거냐?”
“응? 아…… 어. 맞을걸. 아마도? 아무렴 내가 그런 걸로 거짓말하겠냐? 위험하니까 그 정도로 강한 사람들만 들어와야 한다는 거겠지.”
“동급…….”
천천히 그 말을 곱씹는다.
“그래. 생각해 보면 지금도 내가 조금 밀린 거지. 사실 큰 차이는 아니었어. 마력 분배만 조금 잘했더라면 충분히. 네 녀석이 심검을 쓰기 전에 내가 먼저 파고들었을 거다.”
“으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종이 한 장 차이였나. 과연, 아깝게 됐군.”
천유성이 무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웠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금씩 펴졌다.
하여간.
이 녀석은 비관적인지 긍정적인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질 않는다.
이런 철판 같은 낯을 갖고 있으니 예전에도 주야장천 뒤를 따라와서 승부를 하자고 칼부터 휘둘러대던 거겠지.
“그래서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쳇. 내키진 않지만, 그렇게 부탁한다면 특별히 같이 가 줄 생각은 있다. 정당하게만 대가를 배분한다면 말이지.”
이걸로 바보 한 마리를 또 다시 낚았다.
***
천유성이 어느 정도 멘탈을 회복하자 이번엔 천마와 암황이 다가왔다.
“대단하구나. 설마, 이곳에서 심검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봤다만, 그걸 실현시키는 인재는 처음 보았느니라.”
“어허. 지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아무리 그래도…….”
암황이 슬쩍 진혁을 살폈다.
“크흠! 아직은 제가 더 강합니다.”
“그래, 아직은 그렇겠지. 짧은 영광에 심취해 있거라. 본좌가 볼 땐 그리 머지않았으니.”
천마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었지만, 진혁은 그 모습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가까스로 삼키느라 모든 정신을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입수 난이도: SSS
내용: 총 12개의 초식으로 구성된 신공. 파괴력에 한에선 신격들에게도 범접할 수 있는 공격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드디어 손에 넣었다.
무림에서 반드시 복사해야 하는 두 개의 무공 중 하나를.
그것도 무려 10성에 해당하는 성취도로.
‘초대박이라 말을 여기에 붙이면 딱이려나.’
높은 성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완전히 예상을 뛰어넘는 보상이었다.
독식의 효과와 천마에 대한 이해도가 상상 그 이상이라는 뜻이겠지.
‘남은 건…… 시간이 좀 지난 후 다시 무림에 왔을 때 복사해야겠네.’
진혁이 머릿속으로 조용히 계획을 그려 나갔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를 위해 모아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전부.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파츠츠츠!
하늘에서 푸른빛이 점멸했다.
‘저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평범한 번개라고 하기엔…….
“피해요!”
고함 소리보다 낙뢰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콰콰콰아앙!
눈부시게 밝은 청색 번개가 대나무 숲에 있는 절간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쿠쿠쿠쿠!
엄청난 불길이 솟구쳤다.
목조 건물을 완전히 집어삼킨 거대한 청염 속.
불길보다 더욱 압도적인 무언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릿저릿!
피부가…… 욱신거린다.
이 느낌.
이 감각.
연기 속에서 전해져 오는 마력만으로도 상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인지 느껴졌다.
이 녀석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
“크오오오오오!”
천지가 쩌렁쩌렁 울렸다.
청룡.
비와 구름을 다루는 동양의 신수.
“계약자!”
엘리스가 곧장 진혁을 보호하듯 앞에 나타났다.
[엘리스가 고유 능력 ‘블러드 로드’를 발동합니다!]드래곤 피어로부터 모두를 지키기 위해.
피로 만든 실드가 펼쳐졌다.
그사이 연기가 완전히 걷혔다.
“버러지들이 죄다 여기 모여 있었군.”
목소리가 들린 건 청룡의 머리 꼭대기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잠들어있던 청룡이 스스로 깨어났을 리 없다.
좌호법 ‘사마자’.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저 남자다.
“사마……자.”
“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면상을 보이느냐!”
천마와 암황이 가장 크게 분개했다.
발등을 찍어버린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당연히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짜증이 난 건 진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꽤나 훈훈한 분위기였는데 아주 제대로 깽판을 치네. 그래서 그 도마뱀 한 마리 믿고 이쪽에 쳐들어온 거냐? 병력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한 수준인 것 같은데.”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강시들을 반 이상 잃어버린 상황.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탄탄해진 전선은 남은 강시들로 뚫기에 너무나 버거웠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 많은 수의 강시들을 처리한 게. 전부 네놈이 똑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느냐? 혹시 내가 일부러 그걸 유도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뭐?”
의미심장한 화두.
그로 인해 지금까지 모든 정황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단서와 단서가 취합된다.
강시들이 가는 경로.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사마자는 최적화된 공격을 포기한 채 강시들의 동선을 쓸데없이 꼬아버렸다.
마치, 행군을 하며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그제야 진혁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진법을 그린 거였냐.”
“진법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한 엘리스가 물었다.
“강시들이 이동하며 밑그림을 그린 거야…… 이 무림 전체가 놈의 거대한 지도였고 거기에 강시한테서 흘러나온 피로 혈계 주술이 발동되게 만드는 거지.”
“호오. 아주 멍청하진 않군.”
사마자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동시에.
우우우우웅!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곧이어, 구름 사이로 엄청난 수의 붉은 문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낙양은 오늘로서 함락될 거다.”
“키에에에!”
“케에에에!”
문자들이 개방되며, 그에 상응하는 수의 강시들이 울부짖었다.
“그리고 네놈들은 오늘로서 전부 죽게 될 테고.”
사마자의 손짓에 청룡의 아가리가 쩍하고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