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용들의 전쟁 (3)
서걱!
날카로운 절삭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세상이 반으로 베어진 것만 같다.
“켁!”
“케에에…….”
소룡들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반응할 새도 없이 일어난 검격에 다섯 용들이 쓰러졌다.
“지렁이들은 이걸로 전부 끝난 것 같고…….”
진혁이 발뭉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검끝이 사마자에게 향했다.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드디어 일대일 상황이 갖춰졌다.
“……그래. 다른 놈들의 손에 맡기기만 한 게 실수였는지도 모르지.”
스릉!
사마자가 검을 뽑았다.
만년한철로 만든 칼날 위에 당문이 보유한 절명독이 발라져 있다.
“이야. 꽤 비싸 보이는 검이네. 나중에 내 전속 대장장이에게 갖다 주면 좋아라 하겠어.”
오룬 영감이 보면 갖고 싶어 안달이 날 거다.
물론, 강화를 한다고 난리를 치다가 파괴될 확률이 높았지만.
“본좌의 검을…… 취하겠다고? 네놈이?”
“못 할 것도 없지.”
“꽤나 얕잡아 보인 것 같구나. 이해는 한다. 본좌가 뒤에서 술수나 부리는 것만 보여줬으니 그렇게 만만하게 보일 수밖에 없겠지.”
화르륵!
검 끝에 검은 기운이 일어났다.
[사마자가 ‘천마신공’을 발동합니다!]오직, 하늘에게서 인정받는 마(魔).
“천마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완성된 천마신공이 펼쳐졌다.
***
공격계 중에서 최강의 능력을 꼽으라면…….
반드시 거론되는 능력 중 하나.
천마신공은 언급되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인의 두려움을 자아내는 무공이었다.
그런데.
쾅! 콰앙! 쾅!
검격이 교차되면 교차될수록 사마자의 얼굴이 점점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하늘 아래 적수가 없다고 일컫는 천마신공.
아무리 상대가 천마로부터 급조된 능력을 배웠다고 한들, 뼈를 깎는 수련을 한 자신과 비견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수련의 질도, 그동안 쌓은 경험도 완전히 달랐으니까.
“큭!”
쾅!
사선으로 날아온 대검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분명, 크고 둔해 보이는 검은 위력은 셀지언정 속도에서는 밀리는 게 당연한 이치였다.
그래야 할진대…….
카카카카캉!
문제는.
상대가 저 큰 검을 바람개비 다루듯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는 점이다.
‘뭐지 이건…….’
사마자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한 번 한 번.
공격을 받을 때마다 점점 더 팔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천마신공을 익혔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지 않았어? 이렇게 쩔쩔매면 쪽팔려서 죽어도 두 눈을 못 감을 텐데?”
진혁이 한 번 더 이죽거렸다.
“웃기지 마라! 본좌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누가 보더라도 전세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게 보였다.
무기의 차이라고 하기엔…….
‘나 역시 무림 전체를 통틀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병이기를 갖고 있다.’
아니면 이 바뀌어버린 풍경 탓인가?
거대한 용의 백골이 누워 있는 을씨년스러운 장소.
무림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 이후, 내기 소모가 극심해진 게 체감되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내가 밀린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저 대검에 목이 달아날 게 틀림없었다.
으득!
사마자가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대가 더욱 강했다.
그렇다면…….
쿠쿠쿠쿠쿠!
방어를 도외시한 채 속도까지 포기했다.
검신에 펼쳐진 강기가 더욱 그 크기를 더해갔다.
일격필살(一擊必殺).
강기에 강기를 덧씌우며 절삭력에만 모든 걸 투자한 결과다.
“이리저리 간만 보다간 하루 종일이 걸리겠군. 너도 남자라면 피하지 말고 이번으로 승부를 봐라. 설마,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이긴다는 식의 치졸한 짓거리는 하지 않겠지?”
사마자가 진혁을 도발했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값싼 도발이다.
값싼 도발이긴 한데…….
왜일까.
고속으로 움직이던 진혁이 우뚝 멈췄다.
……걸렸다.
겉으로 내색하고 있진 않았지만, 시간이 없는 건 진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화의 재현] [남은 시간: 0h:0m:27s]27초.
그 뒤엔 고갈된 체력과 마력을 쥐어짜내며 사마자와 싸워야 한다.
‘상대를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게 통했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한 이쪽이 더욱더 시간을 끄는 작전을 고수했는데, 허의 허를 찌르는 방식이 고스란히 먹혔다.
진혁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고구마의 본신을 현현시키느라 들어간 마력과 청룡과의 전투로 소모되는 마력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 싸움도 이제 종막에 접어들었으니까.
파츠츠츠!
발뭉이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최대치의 폭발력을 내기 위해 모든 기를 집중하려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내 주마!”
사마자가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횡 베기.
좌에서 우로. 푸른 검격이 그어졌다.
“미안하지만, 너한텐 무리다.”
수직 베기.
위에서 아래로. 검은 검격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빛과 빛이 격돌했다.
“크아아아!”
사마자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흐읍!”
진혁의 코에서 얇은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마력의 폭주로 인해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카카카칵…….
스파크가 일어난다.
불꽃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호각을 이루는 균형이 깨어진 건 그로부터 몇 초 뒤의 일이었다.
[스킬의 사용 시간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신화의 재현이 취소됩니다.]끝을 고하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동시에 지그프리트의 힘과 그것을 재현케 하는 장소가 사라졌다.
짧은 찰나.
희비가 엇갈렸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큭……크하하하! 내공이 바닥났나 보구나!”
사마자가 광소를 터뜨렸다.
익숙한 무림이 다시 나타났으니, 자신감이 더더욱 올라갈 수밖에.
진혁의 힘이 바닥난 걸 안 이상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마자의 팔이 가늘게 떨렸다.
조금만 더 하면 목을 베어버릴 수 있을 텐데.
사마자 또한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선…….
“청룡!”
싸우고 있는 신수를 부르는 거다.
“크오오오오!”
고구마와 격렬하게 혈투를 벌이던 청룡이 포효했다.
여기서 등을 돌렸다간 목숨을 잃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탓이었다.
하지만.
사마자는 금술을 사용해 청룡의 본능을 억눌렀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청룡을 잃는다고 한들, 이 자리에서 진혁을 죽이고 나머지까지 전부 쓸어버린다면 남는 장사다.
무엇보다 ‘백염의 여의주’가 있는 이상 결국엔 또 다른 소룡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결국.
“크아아아!”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청룡이 진혁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예 육탄 돌격으로 끝장을 내버릴 생각에서다.
“이걸로…….”
사마자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끝이다!”
청룡이 진혁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거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그리고 그 순간.
“크오?”
“무슨……!?”
거짓말처럼 청룡의 몸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보이지 않은 실에 꽁꽁 묶인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 어떻게 된 거냐 이게! 청룡! 당장 저 녀석을 집어 삼켜라. 그 이빨로 갈가리 찢어버리란 말이다!”
사마자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다급할 수밖에 없다.
고대룡이 청룡을 죽이기 전에 어서 맡은 역할을 다해 줘야만 했으니까.
“청룡…… 지금 뭘 하는……!”
“그렇게 재촉만 하지 마. 쟤도 힘내고 있잖아?”
진혁이 생긋 웃었다.
거대한 청룡의 이빨을 눈앞에 둔 것치곤 너무나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다.
“네놈이 뭔가 또 수작을 부린 것이냐?”
“대단한 건 아니고, 살짝 장난을 좀 쳤지.”
[10성급 결계 ‘신수의 덫’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진혁이 중지와 엄지를 튕기자, 주변을 따라 푸른 룬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성급에 해당하는 고위 결계.
무려 ‘고대 결계’를 통해 만들어 둔 범위형 속박 주문이었다.
“어, 언제 이런 주술을 펼쳐 둔 거냐?”
“내가 여기에 자리 잡은 게 언제인데. 아무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겠어?”
사마자가 청룡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사마자의 성격상 위험할 때 청룡을 버림패로 쓸 거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고.
때문에, 판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술이 발동되려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여유 따위…… 없었을 텐데.”
“그거야 물론,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았으니까. 네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야.”
손을 쓰지 않더라도 대신 해 줄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었다.
“주인! 우리 잘했어?”
“안 들키게 하려고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알지? 응?”
“헤헤. 시키는 대로 실수 없이 했어!”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동서남북.
결계의 사방위에서 대기하던 정령수들이 손을 흔들었다.
특히나 운디네는 칭찬을 받을 생각에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이었다.
“확실히…… 머리를 제법 썼군. 하지만, 네놈의 내공이 바닥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다시 싸운다고 해도 내 쪽이 훨씬 더 유리하겠지.”
“아니,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 굳이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이미 끝났거든.”
신수의 덫은 단순히 대상을 속박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수에 걸린 해로운 주술과 스킬을 모두 제거하고 잃어버린 이성을 되찾는 것 역시 ‘신수의 덫’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었다.
우우우웅!
붉게 물들었던 청룡의 눈에 생기가 깃들었다.
거칠게 날뛰던 몸이 빠르게 진정되었다.
“인간…… 놈.”
처음 표현한 감정은 분노였다.
산을 누비며, 생명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신수를 강제로 복종시킨 사마자에게 청룡이 호감을 갖고 있을 리 만무했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진혁이 타이밍 좋게 ‘신수의 덫’을 해체했다.
쿠쿠쿠쿠!
그러자 청룡의 머리가 사마자에게 향했다.
“이, 이럴 수가. 본좌의…… 금술이…… 어째서? 크윽! 어디서 금수가 감히 주인에게 이빨을 들이대는 것이냐? 저놈을 죽이란 말이다. 이 쓸모없는 것아!”
“여전히 그 더러운 입으로 업을 쌓는구나, 미물이여. 적어도 최후의 순간엔 일말의 후회나 죄책감은 보일 줄 알았거늘…….”
“본좌가 이런 데서 죽을 리 없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는 없다고!”
사마자가 검을 휘둘렀지만, 청룡의 비늘에 막혀 튕겨 나갔다.
검강을 끌어올릴 힘마저 전부 써버렸기에, 이제는 도망칠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먼지가 되어 사라져라.”
청룡의 입에 바람의 기운이 모였다.
“으아아아아악!”
그걸로 끝이다.
콰콰콰콰콱!
바람으로 만든 칼날이 사마자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아마, 고통을 느낄 겨를 따위도 없었을 거다.
워낙에 빠르고 압도적인 힘으로 압살해 버렸으니까.
***
사마자의 죽음으로 인해 천마신교를 지탱하던 기둥이 사라졌다.
낙양으로 갔던 주력 역시, 에브라함이 이끄는 제국군과 무림맹의 연합에 완전히 박살나 버린 상태.
채홍아를 비롯한 천마신교의 고수들만이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한 채 성 밖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현재.
낙양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산 속.
“고맙구나, 인간. 어둠 속에 빠져 있던 나를 구원해 준 건 다름 아닌 그대다.”
청룡이 감사를 표했다.
은혜를 갚는 것은 신수의 의무이자 신념.
[신수 ‘청룡’이 은원을 청산하길 원합니다.] [원하는 보상을 말하십시오.]드디어 이 시간이 왔다.
사마자라는 굵직한 경험치 덩어리를 놓치면서까지 청룡에게 원한을 갚을 기회를 준 이유.
‘기여분을 인정받긴 했지만, 막타를 놓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아니, 불합리한 보상을 받아 내야지.
상대 쪽에서 느끼기에 매우 불합리하고 터무니없는 보상을.
“내가 원하는 건…….”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