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배필 쟁탈전 (1)
이벤트가 개최되기 직전.
낙양에서 제일 큰 주루인 ‘묘화루’에 제국의 귀빈들과 무림맹의 장로들이 한데 모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끄는 건 호수를 앞에 두고 서 있는 두 남자였다.
제국을 대표해 온 ‘펜하이머’와 무림을 대표하는 무림맹주 ‘마태봉’이다.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서서 술잔을 기울이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껄껄껄. 정말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요. 정말 고맙소이다. 그대들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었소.”
마태봉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천마신교로부터 무림을 구해 줬으니, 당연히 감정이 북받쳐 오를 수밖에.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실제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건 모두 에브라함 경 덕분이죠.”
펜하이머의 시선이 옆에 있던 에브라함에게 향했다.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에브라함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대가 하얀 강시를 상대한 고수인가 보군. 혁혁한 무위는 익히 전해 들었소.”
절정급 고수들을 종잇장 찢어버리듯 학살한 백령.
그 괴물을 막아선 이가 바로 에브라함이었다.
눈부신 외모 때문에 가려졌지만, 마태봉은 대번에 에브라함의 경지를 꿰뚫어 봤다.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걸.
“만만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설마, 그 상황에서 빠져나갈 줄은 미처 몰랐고요.”
에브라함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기사단의 포위망을 단신으로 돌파할 줄이야.
완벽하게 궁지에 몰아넣은 상황 속에서도 백령은 활로를 찾아내 도망쳤다.
끝장을 내지 못한 게 계속해서 마음 한켠에 눌어붙었다.
“너무 괘념치 말게. 사마자를 잃은 이상 천마신교의 잔당들은 다시 힘을 모으기 힘들 테니까. 게다가 오늘은 고민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축배를 드는 자리 아닌가? 마음껏 먹고 마시며 이 순간을 즐기세나.”
“맞습니다. 게다가 곧 이벤트도 시작될 것 같군요.”
펜하이머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사락.
사라락…….
모래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는 걸 말하는 것처럼.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제국 측에서는 진심으로 이번 쟁탈전에 나설 생각이오?”
“물론입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의 배필에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기품을 가진 분은 저희 쪽이니까요.”
“껄껄껄! 아름다움과 기품 하면 우리도 빠지지 않소. 안 그래도 이번에 우리 막내 딸내미가 나이가 차서 혼사를 보낼까 하거든. 본인도 강 공자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니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을 거요.”
“저런, 아무래도 따님 분은 다른 분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2황녀님이 있는 이상 승부는 보나 마나일 테니까요.”
“뭣이? 지금 내 딸이 부족하다 뭐, 이런 뜻이오?”
“하하하. 그런 식으로 들리셨나요? 죄송합니다. 그만 본심이 흘러나왔나 보군요.”
훈훈했던 공기가 급변한다.
공치사를 돌리며 미래를 이야기하던 이들은 더 이상 없다.
단 하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진혁과의 연줄을 대는 것이다.
이번 일을 진행하기 위해 양측에서는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었다.
바로 그때.
띠링!
[두 세력의 권한으로 인해 ‘배필 정하기’ 대결이 시작됩니다.]모래시계의 모래가 모두 떨어졌다.
상태창이 연이어 점멸하기 시작했다.
[방송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시청자들이 입장합니다.] [현재 시련의 탑 내부에 있는 자들 중 참여를 희망하는 분은 등록을 시작해 주십시오.]전쟁이 시작되었다.
***
와구와구.
엘리스가 양장피와 동파육을 한 입 가득 넣었다.
햄스터처럼 부푼 볼이 연신 오물거렸다.
“음식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테레사가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벌써 7번째 접시를 비우는 엘리스를 보고 있자니, 신기함을 넘어 경외감이 들 지경이었다.
“언니는 정말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네요. 위장에 아공간 인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 작은 체구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가요?”
무림을 구경하기 위해 온 안드리아도 토끼눈을 떴다.
“살살 먹는 게 좋을 거다. 그러다 급체라도 하면 상복부를 중심으로 통증 혹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위나 십이지장과 관련하여 다양한 병태생리와 기저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지.”
마지막으로 천유성이 무심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스는 새로운 먹잇감을 탐색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나. 저거 가져올게.”
화로에서 북경오리가 구워지는 걸 본 엘리스가 대뜸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총걸음으로 얼마나 걸어갔을까?
마침내 노릇노릇 구워진 북경 오리를 접시 한가득 담을 수 있게 됐다.
“헤헤. 역시 닭은 다리부터지.”
엘리스가 가장 큼지막한 다리를 입에 넣고 그 촉촉함과 깊은 풍미를 마음껏 즐겼다.
바로 그때.
띠링!
연회장에 있던 이들 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오물오물…… 응?”
엘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숙박권. 정원…… 식당.
배필, 배필, 배필, 배필. 배필.
이미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감히! ‘영원의 장미’는 짐의 것이다!”
엘리스가 북경오리를 집어 던지며 쟁탈전에 참전했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의 참여가 확인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이 봉인됩니다.] [코인이나 기타 아이템을 투자하여 능력의 일부를 되찾거나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쟁탈전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서 생긴 몇몇 조건.
이번 이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코인이나 재화를 투자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중간 관리자인 릭과의 계약으로 인해 ‘방송 시스템’을 통한 시청자들의 참여가 가능하게 된 것 역시 이번 이벤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응?”
엘리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활성화된 상태창에서 갑자기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Zero 사이다: 5555 드디어 들어왔다.
-다크초코맛 쿠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은발 누나의 개인 방송 채널이라니.
-리플4600층 매수자: 이 코인 존버합니다. 저만 믿으십쇼.
“무엇이냐 이 천한 것들은? 짐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느니라. 방해하지 말거라.”
엘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노진화: 누나. 우리는 누나를 응원하러 온 거임.
-리오페: 보니까 테레사나 안드리아나 몇몇 우승 후보들이 강력하긴 한데. 그래도 우리 우승 확률이 제일 높아. 덕분에 배당도 제일 떨어지지만. ㅠㅠ.
-soe: 배당이고 나발이고. 진혁이가 다른 후보랑 데이트하는 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못 본다. 형 천유성체다.
-낭랑: 그건 못 참지 ㅋㅋㅋㅋ.
이미 진혁이 올린 몇몇 영상들을 통해 엘리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있었다.
반면,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테레사나 천유성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정보가 풀리지 않은 상태.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이번 기회에 열광하는 중이었다.
“호오 그러니까. 저기 있는 아이템들을 사면 짐이 장미를 얻을 확률이 올라가는 뜻이냐?”
-MIN님: ㅇㅇ. 근데 우리가 미리 아이템들 가격 살펴봤는데 오지게 비쌈. 신중하게 잘 결정해야 될 듯.
-호빈: 종류만 100가지 정도 되던데, 하나당 가격이 후덜덜 하옵니다.
-으아러오오: 대형 길드 1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더만. S급으로 공격대를 꾸려도 유지 가능할 정도임.
-멍멍: 너무 걱정하지 마. 가장 가성비 좋고 효율적인 거 함께 골라줄 테니까.
-아스얌: 진혁이 위치 추적하는 아이템부터 사자. 그게 제일 좋아 보이더라. 속박이랑 둔화 주문서도 쓸 만한 것 같고.
-vie: 우리만 믿으라구!
“비싸다라…….”
진혁과 놀러가는 것과 수천 년간 소장해 둔 재화를 파는 것을 저울에 올린다면…….
고민할 가치도 없다.
엘리스의 뒤편으로 붉은색 아공간이 개방되었다.
***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동안.
으슥한 누각 위에 자리 잡은 진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도회라는 게 내가 상품으로 걸린 거였나.’
무당에서는 소유명의 여동생인 소청아가 나섰고.
화산에서는 백설린이 참전했다.
무림맹주의 막내딸까지 당당하게 참가했으니, 사실상 무림 전체가 자신을 사위로 얻기 위해 나선 셈이다.
거기에…….
제국에서는 후작급과 백작급 가문이 줄줄이 사탕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거기에 제2 황녀 ‘빅토리아’가 라인하르트 황가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나섬으로써 이번 쟁탈전의 정점을 찍었다.
‘안드리아에 테레사 씨까지…… 진짜 엄청나긴 엄청나네.’
숫자만 해도 총 279명.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게 실감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이벤트가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이벤트는 아니라는 점이다.
[제한 시간: 3h:57m:27s] [보상: 제한 시간 내에 ‘영원의 장미’를 지켜낼 경우 해당 아이템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영원의 장미는 절대 판정 효과가 있는 특수 이벤트 아이템.
자신보다 레벨이 2배가 높은 대상한테까지 호감을 심어 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50층에 있는 놈들까진 무리지만, 상층부에 있는 하위 신격들에겐 먹힐 수 있는 허용치다.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북유럽 놈들과의 관계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4시간만 버티면 된다.
이 넓은 낙양에서 설마 4시간을 못 버티겠는가?
단지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진혁이 힐끗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다봤다.
검은색 턱시도와 가슴에 꽂혀 있는 붉은 장미.
멋지긴 한데, 눈에 띄어도 너무 띄는 복장이다.
‘쉽진 않겠어.’
그때였다.
툭!
진혁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혁 씨……?”
테레사였다.
흠칫하고.
진혁이 몇 걸음인가 거리를 벌렸다.
“길을 잃었다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공교롭네요. 여긴 어쩐 일이시죠?”
“그, 그게요…… 사실, 저는 강제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근데 아버지께서 부탁하신 것도 있고. 솔직히 저도 진혁 씨랑 같이 정원을 걷고 싶기도…… 아으아…….”
테레사가 우물쭈물 말끝을 흐렸다.
횡설수설하는 게 창피했는지 목덜미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him: 창피해 하지 마! 어서 빨리 장미를 뺏자!
-이에에에에에: 그래그래. 우리 테레사 하고 싶은 거 다 해!
-숭숭숭: 테레사 1년 존버했습니다. 이제야 결실을 맺는 건가요.
-fashionister: 빨리 해야 됨. 지금 무림이랑 제국 쪽에서도 금궤 털어서 위치 추적 아이템 구매했어.
테레사에게 배팅을 한 시청자들도 미친 듯이 채팅을 쏟아냈다.
하지만, 테레사는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제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 지금은 안 돼…… 잠깐!”
테레사가 황급히 외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테레사의 또 다른 인격이 강제적으로 ‘타락’을 발동시킵니다!]화르르륵!
신성했던 기운이 검게 물들었다.
타락한 성녀.
요염한 기운을 뿌리는 흑화 테레사가 새롭게 나타났다.
“답답해서 못 봐 주겠네. 누나가 하루 종일 놀아 줄 테니까 그 장미 어서 넘겨.”
스릉!
테레사가 검을 뽑았다.
검게 물든 ‘별의 가호’가 맹렬하게 타올랐다.
“저기…… 그쪽은 천유성이랑도 친하지 않았어? 우리 둘이서 시련의 탑 공식 커플이 되면 곤란할 텐데?”
진혁이 은근슬쩍 시간을 벌어보려 했다.
하지만.
“둘 다 가지면 되지 뭐가 고민이야?”
테레사에게 그런 시간 벌이 따윈 통하지 않았다.
-잠: 우문현답!
-인스터트: 역하렘 가즈아아아!!
-토꼬빡스: 다른 사람 오기 전에 어서 후딱 해치우자. 나 여기에 전 재산 박았다고!
-석양인데: 유성이 적극 지지합니다.
그 플레이어에 그 시청자들이랄까.
아무래도 험난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