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게이트 개방 Before 11시간 (2)
한국 각성자 협회 지하 11층.
한상진으로부터 의뢰를 수락한 각 길드의 랭커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 멤버를 한꺼번에 보는 건 오랜만이네.’
진혁이 주위를 훑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플레이어들 중 대부분은 TV나 시련의 탑 커뮤니티에서 종종 봤던 얼굴들이다.
유연화와 이태민은 물론, 민정우와 이유리도 보였고.
그 외에도 길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마스터들과 부마스터들이 대거 참여한 상태였다.
“형. 진짜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 오빠? 무림에서의 일은 잘 마무리한 거야?”
이태민과 유연화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응. 덕분에. 내가 부탁한 건?”
벤디비아로부터 받은 갈망의 영혼석과 천마의 정보를 통해 얻은 월정석.
슈브 니구라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반드시 처리해야 할 조건 중 하나를 두 사람에게 맡겼었다.
“응. 당연히 깔끔하게 끝냈지.”
“형이 말하는 대로 하느라 좀 고생하긴 했지만, 누나랑 둘이서 잘 처리했어요. 아마, 작동하는 데에는 아무 이상 없을 거예요.”
좋아.
기계 군주 능력이 있는 태민이가 말한 거니, 문제는 없겠지.
이걸로 적어도 한 가지 조건은 달성했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이봐. 저것 봐. 보여?”
“강진혁 플레이어다.”
“저, 정말이네.”
“워낙 난이도 높은 층계만 다녀서 영상에서 본 게 전부였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모두의 시선이 진혁에게 쏠렸다.
사실상 한국을 대표하는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거기에 긴 장검을 찬 천유성까지 합류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검성……도 있어.”
“쉿! 조용히 해.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이 베어 버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오죽하면 검성보다는 검귀라는 별명이 더 널리 알려졌겠어?”
“길드 마스터들도 슬슬 눈치만 보는 것 봐. 진짜 위압감이 장난 아니네.”
대형 길드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진혁이 이끄는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전력이 더 크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진혁과 천유성이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전체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이야. 너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라는데?”
“네놈의 본심을 지껄이지 마라.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다.”
“으음. 그런가? 그나저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전투 식량은 좀 질릴 것 같은데. 추천 메뉴라도 좀 있나?”
“빌어먹을. 내가 뭘 먹는 것까지 일일이 말해 줘야 하나? 대충 심해에 사는 말미잘이나 주워 먹어라. 식중독에 걸려서 죽어 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군.”
진혁과 천유성이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했다.
물론,
콩깍지가 쓰일 대로 쓰인 사람들 입장에선 완전히 다른 말로 재해석되는 중이었다.
-다들 널 보고 검성이라 부르는 것 같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데?
-치켜세우지 마라. 그런 거추장스러운 칭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 너답네. 이번 레이드는 바다 위라는데 저녁은 해산물이 되려나?
-심해에 사는 몬스터의 맛이 별미라는데, 잡아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너와 함께라면 보스급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모두가 말 한 번 걸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누군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짧은 단발을 한 20대 후반의 여성.
“싸울아비 길드의 부마스터 유진아입니다. 두 분께 직접 인사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한국 2위. ‘싸울아비.’
약 1,000명으로 구성된 거대한 집합체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가 바로 유진아다.
대외적인 활동 대신 사냥에만 몰두하는 마스터 최진호와는 달리. 유진아는 행정과 정치에도 능통했는데.
실제로 진혁이 무림에 가 있는 동안 17층과 18층을 클리어한 것도, 유진아가 대형 길드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연합 공격대를 구축한 덕분이었다.
“반갑습니다. 강진혁이라고 해요.”
“천유성이다.”
“협회장님께서 두 분께 전체적인 브리핑을 해 달라 부탁하셔서요. 지금부터 이번 레이드가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해 드릴게요.”
띠링!
모두의 앞에 홀로그램으로 만든 지도가 나타났다.
한국에서 투입될 공격대는 총 넷.
섬의 동서남북으로 진입해 중앙에 있는 에테르 원석을 제거하는 게 목표다.
게이트가 완전히 개방되기 전까지 이제 10시간도 채 남지 않았기에, 전력 분산을 해서라도 성공 확률을 올려야만 했다.
“단군 길드가 동쪽을. 그리고 발해와 화랑 길드에서 남쪽을 맡아 주기로 했어요. 서쪽은 중형급 길드 7개가 연합한 공격대가 돌입할 예정이고요.”
유진아가 지도 위를 하나하나 짚어 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도에는 다수의 마력 반응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반응을 지닌 점은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점의 크기가 곧 마력의 양이라는 점을 본다면, 다른 곳에 비해 족히 5배는 강력한 몬스터가 있는 게 틀림없으리라.
“가장 어려운 북쪽이 제가 맡아야 할 부분인가 보군요.”
“예.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싸울아비 길드의 연합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정확히는 저희가 강진혁 플레이어님을 보조하는 형태지만요.”
“어떤 뜻인지 알겠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공간 이동을 시작할게요. 워낙 대규모 마법이라 멀미가 날 수 있으니, 그 점 미리 주의 부탁드려요.”
유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길드들 쪽에서도 준비가 끝났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파츠츠츠!
바닥에 그려진 각종 룬어들이 밝게 빛났다.
곧이어.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
암전되었던 시야가 돌아왔다.
섬에 도착…….
“피, 피해!”
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누군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크오오오오!”
발밑에서 거대한 어룡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뭐, 뭐야?”
“으아아악!”
공격대가 도착한 곳은 섬이 아닌, 바다 위였다.
넘실대는 시퍼런 파도 사이로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수백 개의 이빨이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잡아먹힌다.
“다들 가만히 계세요!”
[유진아가 Lv20 ‘멘트라 테이밍’을 발동합니다!]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어룡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콰악!
거대한 입이 거짓말처럼 다물어졌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어룡의 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는 건 면할 수 있게 됐다.
“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무거운 갑주를 입은 탱커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아가 아니었다면 갑주의 무게에 못 이겨 바다 속에 수장되었을 것이다.
한순간에 전멸할 뻔한 공격대가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테이밍 능력이라…….’
진혁이 흥미롭다는 듯 유진아를 바라봤다.
고유 능력 중에서도 굉장히 희소한 능력으로 손꼽히는 테이밍.
그것도 어룡씩이나 되는 상급 몬스터를 몇 초 만에 길들일 수 있는 걸 보면, 상당한 실력자가 틀림없다.
이번 기회에 저 능력도 복사해 둬야겠다.
고구마나 정령수들은 몰라도, 최근 영업한 말랑흑두루미 녀석은 아직까지도 지가 고귀한 용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여긴 대체 어디지?”
“설마, 섬이 그사이에 가라앉아 버리기라도 한 건가요?”
수십 미터 크기의 어룡의 등에 올라 탄 플레이어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았다.
“아! 저기! 저쪽에 섬이 보여요!”
드론을 통해 탐색을 하던 이태민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약 1km 떨어진 곳에 원래 목적지인 섬의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섬이 없어진 건 아니다.
단지 거리가 꽤나 멀리 떨어져있을 뿐.
“어째서 목적지에서 이렇게나 멀리 빗나간 거죠?”
유진아가 마법 계열 플레이어들을 다그쳤다.
“공간 이동 좌표가 왜곡된 것 같습니다. 분명, 마력은 제대로 주입해서 발동시켰는데…….”
“뭔가가 방해를 한 것 같습니다. 이유까지는 저희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공간 이동을 담당한 플레이어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쿠!
파도가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룡의 몸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크게 휘청거렸다.
무언가 온다.
바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강진혁!”
“알고 있어.”
천유성이 화무매화검을 뽑았다. 진혁 역시 아공간에서 송곳니와 쌍룡검을 한 자루씩 꺼냈다.
“크오오오!”
“크아아아!”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어룡들이 수면 위로 솟구쳤다.
유진아가 길들였던 어룡도 크기에서라면 어디 가서 꿇리진 않았지만…….
지금 나타난 어룡들은 그보다도 더욱 커다란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도합 열 세 마리인가.’
아웃브레이크의 영향으로 인해 나타난 섬.
그 일대 역시 던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초입부터 네임드급 몬스터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줄이야.
‘생각보다 더 장난질을 많이 해 놨나 보네.’
원인은 배후에 있는 상급 관리자. 하스팅일 터.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이, 이렇게 많은 건 전부 테이밍할 수 없어요.”
유진아의 표정이 절망으로 얼룩졌다.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다가오는 어룡들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평범한 육지라면 몰라도, 어룡의 등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전투를 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불리했기 때문이다.
“태민아.”
“예. 형!”
[이태민이 고유 능력 ‘기계 군주’를 발동합니다!]유선형의 몸을 가진 드론 두 개가 나타났다.
“내가 일곱을 맡을게. 여섯 마리 정도는 맡아 줄 수 있지?”
“내가 열두 마리를 베어 버릴 테니, 네놈은 한 마리만 상대해라.”
천유성이 먼저 드론을 밟고 크게 도약했다.
그러자 드론이 천유성의 다음 착지 지점을 예상해 먼저 그곳으로 날아갔다.
하여간 자존심 하나는 우주 최강이다.
툭.
툭…….
공중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른 천유성이 크게 검을 휘둘렀다.
추혼검무, 제일검(一劍).
서걱!
검강을 끌어올린 검이 단숨에 어룡의 비늘을 베어버렸다.
“크오오오!”
바다가 붉게 물드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도 제대로 몸 좀 풀어 볼까.’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송곳니를 따라 검은색 기운이 일렁였고.
[고유 능력 ‘천마신공’이 발동됩니다!]쌍룡검을 따라 붉은 기운이 타올랐다.
***
“세, 세상에나…….”
유진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선 영상을 통해 수없이 많이 보았고. 들어왔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과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 사이에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강하다.
압도적으로.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천유성 씨도 굉장하긴 해.’
20m가 넘는 어룡을 상대로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
패도적이면서 직선적인 검술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 경지도 진혁에 비하면 한낱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검술이 존재하다니.’
테이밍을 주로 하느라 검술에 대해 무지한 유진아조차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예 격이 다르다는 걸.
콰콰콰콰콰!
두 개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의 영역’과 ‘검마천령보’를 통해 가속화된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드론조차 필요 없는 속도.
하늘 위에서 연거푸 사라지는 모습은 블링크를 펼치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척.
또 다른 어룡의 머리 위에 올라탄 진혁이 양손을 교차했다.
검격이 초승달을 그렸다.
“케에에에!”
어룡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짙은 피 운무가 뿜어지며, 모든 것이 붉게 변했다.
허나,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을 때. 이미 진혁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여섯…… 일곱. 열.
어룡들이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리고 마침내.
풍덩!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던 어룡마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섬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더 성가신 놈들이 나올 겁니다. 그땐 싸울아비 측에서도 맡은 역할을 다해 주세요.”
“네?…… 네? 네네! 그, 그래야죠.”
멍하니 있던 유진아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