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게이트 개방 Before 11시간 (3)
쏴아아아…….
파도를 가로질러 도착한 섬.
푸른빛을 띤 수정들이 박혀 있는 해안가에는 이미 다수의 몬스터들이 완벽하게 점령한 상태였다.
‘역시, 수룡족들이 맡고 있는 건가.’
바위 뒤에 숨은 진혁이 해안가에 있는 몬스터들을 훑었다.
파충류의 머리와 푸른 피부를 가진 외형.
지능이 높고 잔혹하기로 유명한 수룡족(水龍族)이다.
‘아머드 드레이크까지 데리고 있네.’
진혁의 시선이 수룡족과 함께 있는 거대한 몬스터에게 향했다.
아머드 드레이크는 5m 크기의 중형급 몬스터로, 지능이 낮은 대신 높은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수룡족과는 서로 공생 관계라고 할까.
‘정확히는 수룡족에게 길들여져 있는 편이 맞겠지.
공수를 따로 분담할 수 있는 특성 상 저 둘의 조합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그때.
“……다른 쪽에서 소식이 없어요.”
유진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동서남북.
총 네 군데에서의 진입을 시도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으나 공간 이동 직후부터 모든 연락이 끊겼다.
모두 어룡에게 당한 건지 아니면, 바다를 따라 짙게 깔려 있는 운무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건 틀림없다.
이것도 전부 하스팅이 꾸민 짓일 터.
놈은 반드시 슈브 니구라스를 현현시킬 생각이다.
50계층의 초월자가 해방된다면, 한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우선, 다른 공격대는 생존해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움직이겠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 안일하게 대처했다간 레이드 자체가 실패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북쪽 루트를 통해 최단 거리로 공략할 수밖에.
“정면에서 뚫는 건 위험하다. 조금만 소리가 새어나가도 인근에 있는 놈들이 전부 달려들 테니.”
천유성이 한 마디 덧붙였다.
모래 속에서 느껴지는 다수의 마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팀을 둘로 나눠야지.”
“미끼로 쓸 희생양을 고르겠다는 뜻이군. 나는 절대로 네놈의 술수에 놀아날 생각은 없으니 미끼 역할에선 빼 줬으면 좋겠다.”
천유성이 대번에 진혁의 속뜻을 간파했다.
하여간, 이 녀석은 꼭 중요한 순간에 초를 친다니까.
좋게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는 걸 미끼라고 표현하면 어떡하냐.
“걱정하지 마. 너한테 안 시킬 테니까. 이번 일은 내가 직접 할 거야.”
진혁의 말에, 천유성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야.”
“뭐, 사실, 누군가에게 맡길 수도 없어. 이렇게 위험한 일을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맡겼다간 그 사람이 목숨을 잃을 테니까.”
“……그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수 없군. 마치 내가 네놈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흐음. 그럼, 네가 더 낫다?”
“당연한 것 아닌가? 못 믿겠다면 이 자리에서 증명할 수도 있다.”
스릉!
천유성이 검을 반쯤 뽑았다.
무림에서 추혼사영에게 ‘천혼단’을 받은 후, 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
이번에야말로 누가 더 위인지 확실하게 결판을 짓겠다.
하지만.
“그럼, 할 수 없네. 해안가는 너한테 맡기는 수밖에.”
“응?”
“네가 나보다 강하고 뛰어나고 완벽한 랭커라고. 방금 마력을 끌어올린 걸 보니…… 어우야. 나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아.”
진혁이 진심으로 겁을 먹었다는 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가장 강한 사람이 가장 위험한 일을 해 줘야지. 그렇지 않아?”
“그, 그렇긴 한데…….”
천유성이 말끝을 흐렸다.
분명, 원하던 대로 풀린 것 같긴 한데.
찜찜한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무언가 속은 기분이다.
“해안가에서 확실하게 시선을 끌어 줘. 한 마리도 우리 뒤를 따라오게 해선 안 돼. 알았지?”
“그……래. 알겠다.”
천유성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고유 능력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으아아아!”
천유성이 해안가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수룡족과 아머드 드레이크들을 상대했다.
“침입자다!”
“이곳까지 홀로 오다니. 배짱도 좋군.”
“잘게 잘라서 축제에 쓸 먹잇감으로 삼아 주마.”
수룡족이 삼지창을 꺼냈다.
퍼퍽!
푸푸푹!
모래 속에선 자동차만 한 갑각류 몬스터들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몇 배나 불어난 적.
그러나.
장판교를 막는 장비처럼 단신으로 그 모든 것들을 막아내는 천유성은 가히, 최강의 방패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
천유성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적들 사이를 돌파해 검을 휘둘렀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격은 몬스터들을 가차 없이 두 쪽으로 토막내버렸다.
저 녀석도 괴물은 괴물이다.
괴물이긴 한데…….
역시 물량 앞에선 장사가 없는 법이다.
전투를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포위망이 점점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괘, 괜찮은 거 맞아요?”
유진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천유성을 바라봤다.
아무리 임무가 중요하다곤 해도 이건 너무 위험한 일 아닌가?
“음.”
진혁이 잠시 고민했다.
“90%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원래 바보는 쉽게 안 죽는 법이거든요.”
목숨 줄이 질기기로는 쇠심줄보다 더 튼튼한 놈이라 지옥에 던져 놔도 살아남긴 할 거다.
“그럼, 나머지 10%는요?”
“안 괜찮겠죠.”
뭘 당연한 걸 묻나.
세상에 100%란 없는 법인데.
진혁이 생긋 웃었다.
그리고 서둘러 섬의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뭐 하세요? 검성이 기껏 만들어 준 기회. 이대로 놓칠 겁니까?”
“아, 아뇨. 가야죠.”
유진아가 싸울아비 길드를 이끌었다.
곧이어 공격대는 해안을 떠나 섬의 안쪽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저벅.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짧은 여유가 생기자, 진혁이 ‘탐식의 눈’을 사용해 유진아의 상태창을 살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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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유진아
성별: 여
나이: 28세
레벨: 77
힘 45 민첩 55 체력 46 마력 88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테이머
고유 능력: 멘트라 테이밍
스킬: ‘맞춤형 먹이’ Lv17, ‘다중 교감’ Lv16, ‘아마존의 고삐’ Lv15, ‘투창(投槍)’ Lv13, ‘숭고한 희생’ L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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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유진아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시련의 탑이 나타나기 전에는 사육사로서 활동했으며, 탑이 나타난 이후에는 테이밍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테이머로 전직했습니다. 유진아의 고유 능력과 스킬을 복사하기 위해선 당신이 몬스터나 소환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합니다.(호감도를 100%로 만들 경우 복사 조건이 충족됩니다)] [현재 호감도: 0%]고유 능력 ‘멘트라 테이밍’.
포악한 야수라도 길들일 수 있는 이 능력은 이번 레이드뿐 아니라 앞으로 탑을 오를 때에도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교감’ 능력과 시너지를 낼 경우 더욱더 상위종을 길들이는 것까지 가능하리라.
진혁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이건 꼭 손에 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소환수를 통해 유진아의 점수를 따내는 편이 좋겠지.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수룡족과 아머드 드레이크로 구성된 정찰대가 있는 게 느껴졌다.
“유진아 씨.”
싸울아비 길드에 소속된 마법 계열 플레이어들도 한 발 늦게 그 기척을 감지했다.
“적인가요?”
“예. 수는 다섯. 해변에서 만났던 것과 같은 놈들입니다.”
“돌파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울창하게 돋아난 식물들 탓에, 옆으로 피해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길을 찾을 정도로 공격대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수가 적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스릉!
철컹!
각종 병장기가 뽑혔다.
탱커진이 앞으로 향했고 딜러들이 후위에 배치됐다.
그런데. 공격대가 기습을 준비하려고 할 때였다.
“여긴,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진혁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직접요?”
“그래 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하지만, 차라리 마력을 보존해 두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모두의 염려가 이어졌다.
이번 레이드의 핵심 중 핵심은 진혁이었기 때문.
가능하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이 섬의 보스와 싸워주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걱정 마세요. 마력 소모는 크지 않을 겁니다.”
“직접 싸우시면 마력 소모를 피하실 수가 없을 텐데…….”
“그렇겠죠. 그러니 이런 식으로 싸우려고요.”
우우웅!
“살라맨더.”
진혁의 부름에, 아공간 너머에서 살라맨더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나타났다.
“어? 불의 정령수네요?”
좀처럼 보기 힘든 정령수의 등장, 유진아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관심을 보였다.
[유진아의 호감도가 +10이 되었습니다.] [정령수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건 선한 마음을 가진 인간뿐이라며 호감을 표합니다.]좋아. 역시 소환수는 아기자기한 정령수들이 제일이지.
“주인. 우리 왔어.”
거기에 운디네까지 나오자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정령 조합이 갖춰졌다.
그런데.
“이, 이번에는 또 뭘 시키려고 그러는 거야?”
“너무 힘든 건 우리도 곤란해. 저번에 너무 힘을 많이 써서…… 죽을 뻔했거든.”
살라맨더와 운디네가 울먹이며 진혁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완전히 악덕 고용주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유진아의 호감도가 -20이 되셨습니다.] [정령수들이 평소 학대를 받아온 듯한 모습에 조금 실망합니다.]올라도 모자를 호감도가 오히려 마이너스로 떡락해 버렸다.
빠직.
진혁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돋았다.
“하하. 얘들아. 평소답지 않게 왜 그러니. 내가 그동안 잘해 줬던 거 벌써 다 잊었어?”
“으응?”
“주, 주인이 잘해 줘? 우리한테?”
“평소처럼 행동해.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아무런 문제도.”
진혁이 웃음기를 잃지 않은 채 경고했다.
인생을 살면서 갈림길에 설 때는 반드시 찾아온다.
어디로 가야만 살아남고 죽을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말이다.
“아! 맞아. 주인이 평소에 고급 불꽃도 먹이로 주고. 따뜻하고 폭신한 잠자리도 제공해 주지.”
다행이 살라맨더는 용족 특유의 본능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주인, 뭐 잘못 먹었어? 평소에 그렇게 구박하고 갈구고 부려먹었으면서. 잘해주긴 개뿔. 꿈에서 그랬다는 건가?”
운디네는 그러지 못했지만.
“구마야.”
“모기?”
“처리해.”
“모기!”
오물.
짧은 다리로 경례를 한 고구마가 운디네의 다리를 물고 바위 뒤로 사라졌다.
“히이익! 잘못했어요. 내가 실수했어.”
안타까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조금 추태를 보였네요. 아직 교육이 덜 끝나서 그런 거니 이해 부탁드려요.”
“정말 저 정령수 하나로 다섯이나 상대할 수 있는 건가요?”
“뭐, 생긴 건 귀엽게 보여도 그리 만만한 애들은 아닙니다.”
바보 같은 꼴은 충분히 보였으니, 이젠 분위기를 전환할 차례다.
“살라맨더.”
진혁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동시에.
화르륵!
살라맨더의 눈빛 역시 바뀌었다.
장난기가 사라진다.
열기가 점점 거세지며, 마력이 하나의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콱! 콱!
곧 있을 폭풍에 대비하듯 네 개의 다리가 지면에 단단히 박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살라맨더가 Lv10 ‘불꽃의 길’을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