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게이트 개방 Before 11시간 (4)
직선을 따라 가로지른 겁화가 나무를 모조리 태워버렸다.
콰콰콰콰콰콰!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응축된 불줄기가 가진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끄아아아아!”
“크오오오!”
당연히 그 뒤에 있던 수룡족과 아머드 드레이크 역시 그 공격에서 피해나갈 순 없었다.
비명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신을 집어삼킨 불길이 뼈까지 모조리 증발시켜 버렸다.
“세, 세상에나…….”
“살라맨더가 원래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가진 정령이었어?”
“정령사 직업을 가진 랭커를 만나보긴 했었는데…… 기껏해야 10층 초반대 몬스터들과 싸우는 게 한계였어요.”
싸울아비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특히 유진아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 진혁과 살라맨더를 번갈아 바라봤다.
[유진아의 호감도가 +30이 되었습니다.]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건 테이머와 소환수간의 유대감이 그만큼 깊다는 뜻. 유진아가 당신에 대한 판단을 바꿉니다.] [종합 호감도: 20]거칠게 솟구치는 불길을 본 진혁은 곤란한 듯 턱을 긁적였다.
음.
너무 화려했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마음껏 능력을 사용한 건 좋았는데.
판이 너무 크게 벌어졌다.
이 정도 불꽃놀이를 하면 이곳에 침입자가 있다고 광고를 한 셈이리라.
‘그래도 천유성이 시선을 다 끌어주고 있으니, 상관없겠지.’
현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마력 반응은 해안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놈들이 이곳까지 눈치채고 병력을 보낼 때쯤이면, 이미 더욱 깊숙이 안으로 파고든 뒤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노예 2호’로부터 화상 통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노예 2호라면…… 마인 협회에 심어 둔 멜레나다.
중요한 일이 생기면 즉각 알리라곤 했지만, 최근 들어 마인들이 잠잠하던 탓에 연락이 뜸했다.
하지만, 지금 타이밍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건…….
“수락할게.”
진혁이 화상 채팅을 활성화시켰다.
[상대방이 보유한 상급 마정석 1개와 당신이 보유한 사천당문의 ‘혈령학정홍’이 소모됐습니다.] [‘제3의 통신망’이 구축되었습니다.]적발을 길게 늘어뜨린 멜레나가 화면에 나타났다.
“조금 더 빨리 연락하고 싶었는데…… 감시가 심해서 이제야 간신히 틈을 만들었어.”
“괜찮아. 그보다 무슨 일이야?”
“당신, 지금 동해에 있는 섬에 있지? 슈브 니구라스인지 뭔지 하는 놈을 막으려고 그쪽으로 갔잖아?”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멜레나가 협회와 상위 길드만 공유하고 있는 극비 정보를 알고 있다.
“상급 관리자뿐 아니라…… 마인 협회까지 관계가 되어 있는 건가.”
“……맞아. 거기에 뱀파이어 쪽도 있어. 무시무시한 마력을 지닌 놈들인데, 가주급에 해당하는 상위종일 거야.”
움찔하고.
진혁의 손가락에 낀 브라함의 반지가 진동했다.
가주라는 말에, 엘리스가 반응한 것이다.
“마인 협회에서는 너 말고 또 온 사람 없어? 이 정도 사이즈의 일이면 원탁에 소속된 놈이 최소한 하나 정도는 있을 텐데?”
“응.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고 했어. 코드네임은 아서인데. 니체라는 본명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어. 당신이 강한 건 알지만, 이 늙은이는 정말 조심해야 돼. 탑이 나타나기 전에도 이 사람은 전 세계 기관에 탑 순위로 수배될 만큼 위험인물이었거든.”
니체라…….
유명 철학자의 이름과 똑같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멜레나가 두려움에 떨 정도면 가볍게 볼 인물은 아닐 거다.
“니체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는?”
“허무의 능력을 써. 일정 범위 내에 들어가면 모든 고유 능력과 스킬이 봉인 된다고 할까. 다시 말해 순수하게 신체 능력만으로 싸워야 한다는 거지. 거기에 호위로 뱀파이어들이 붙을 테니 상대하기 꽤나 까다로울 거야.”
가주와 능력을 봉인하는 플레이어의 조합.
분명……. 성가시긴 하다.
“원한다면 이놈들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좀 더 깊이 파고들 순 있어. 위험 부담은 올라가겠지만 필요하다면 해야지.”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 깊이 파고들다간 네 정체가 노출될 수 있을 거야.”
모르고 당했으면 분명, 위험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미리 정보를 선점한 이상 이쪽도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마워. 정말로 큰 도움이 됐어.”
“나야 낙인이 찍힌 이상 어쩔 수 없지. 살기 위해선 당신 쪽이 더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했고.”
하긴. 염혼의 낙인이 찍혀 있는 이상 멜레나에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없겠지.
말 그대로 목에 폭탄이 채워져 있는 셈이었으니까.
“몸에 새긴 낙인도 언젠가는 없애 줄게.”
“……정말로?”
멜레나의 얼굴에 처음으로 묘한 감정이 깃들었다.
언젠가는 지독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응. 그러니 너무 암울하게만 생각하지 마. 나도 평생을 부려먹기만 할 생각은 아니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언젠가 탑의 정상을 보게 된다면, 제약을 없앨 수 있는 방법 또한 찾아낼 수 있을 터.
물론.
탑의 정상에 도달하기까진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는.
“딱 오늘만 보고 열심히 버텨 보자. 알았지?”
아주 철저하게 부려먹을 생각이다.
***
싸울아비 길드가 주축이 된 공격대가 섬의 더욱 안쪽으로 진입했다.
이후에도 수룡족과 아머드 드레이크들과 종종 만났지만, 싸울아비 길드는 침착하게 진형을 유지한 채 대응해 나갔다.
콰앙! 쾅!
“크오오오!”
육중한 발이 방패에 작렬했다.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일격 일격에 엄청난 무게가 느껴졌다.
“실드 올려!”
“한 마리도 통과시키면 안 된다!”
“형! 측면에서 두 마리 더 와요!”
전방의 탱커진이 중형종인 아머드 드레이크의 어그로를 끌었다.
“크윽! 앞에 있는 인간 놈들은 신경 쓰지 말고 뒤쪽을 노려라!”
“쇳덩이를 두른 건 피해. 그놈들은 아무리 때려 봤자 죽지 않는단 말이다!”
아머드 드레이크의 등에 올라탄 수룡족이 고함을 질러댔다.
탱커진을 피해 후방에 위치한 딜러와 힐러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역 도발 스킬이 펼쳐집니다!]그걸 가만히 두고 볼 공격대가 아니었다.
도발 스킬로 인해 아머드 드레이크의 동공이 가늘게 찢어졌다.
“크아아아!”
“크오오!”
오롯이 탱커진을 박살내겠다는 일념으로 온몸을 들이박았다.
“멍청한 놈들! 지능이 떨어지는 게 이래서 문제다!”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
수룡족들이 삼지창을 어깨너머로 크게 젖혔다.
원거리 투창이라면 충분히 인간들을 꿰뚫어 버릴 수 있을 터.
그러나 이번에도 놈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툭.
어느새 아머드 드레이크의 등에 올라탄 플레이어들이 검과 창을 꺼냈다.
“우리가 너희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원거리 딜러들을 지키는 게 우리 역할이다.”
카아앙!
검이 삼지창을 튕겨냈다.
곧이어, 피와 살이 튀기는 혈투가 펼쳐졌다.
‘내가 나설 것까지도 없겠네.’
진혁이 느긋하게 뒤에서 전투를 관망했다.
마력을 아껴야한다는 명분으로 모두가 극구 말렸기에, 이처럼 편안한 레이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균형은 이미 깨졌고…….’
싸울아비 길드만의 전력으로도 피해 없이 적들을 정리해 나가는 중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밀어붙인다면, 상대의 진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파츠츠!
수룡족의 한 가운데서 노란색 스파크가 일어났다.
“전격계 마법이에요!”
심상치 않은 마력을 느낀 유진아가 고함을 질렀다.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급 마술사 ‘폐샥투’]네임드 몬스터.
그것도 근접 계열 정예병들이 아닌, 마법과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개체였다.
“건방진 인간들이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발을 들이민 것이냐? 신성한 땅을 더럽힌 대가는 네놈들의 목숨 값으로 받겠다.”
폐샥투가 분노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디 에르 타 오르기나크!”
수룡족의 고유 언어가 끝을 고함에 따라…….
콰콰콰콰쾅!
거대한 번개가 딜러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탱커들이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할 정도의 찰나.
딜러진 역시 뒤늦게 실드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제대로 된 마력이 모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당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빙하조형(氷河造形)’, ‘하늘의 방패’가 발동됩니다!]쩌저저적!
얼어붙은 거대한 벽이 뇌전과 플레이어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전격 마법이 얼음벽에 막혀 산산이 흩어졌다.
“내 마법을 받아 내다니. 제법이구나.”
“나도 조금은 놀랐어. 생각보다 위력이 쓸 만하네.”
진혁의 말에, 폐샥투의 입가가 분노로 일그러졌다.
“인간 따위가 내 수준을 평가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수백 년간 마법을 수련해 온 일족의 마술사가 바로 나 폐샥투다.”
“흐음. 수백 년간 수련해서 고작 그 정도면 어지간히 딴 짓을 많이 했나 봐.”
하루에 30분씩 수련하고 놀고먹어도 글쎄…….
이것보다는 더 강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반드시 네놈이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걸 듣고 말겠다. 팔과 다리 정도는 숯덩이로 만들겠지만, 10분이라도 버틴다면 목숨까지 빼앗진 않으마.”
폐샥투가 적목으로 만든 지팡이를 꺼냈다.
붉은색 지팡이에서 흉흉한 기운이 일어났다.
스윽.
진혁 역시 ‘망령 나무의 낫’을 꺼내들었다.
검은색 대마도사의 로브까지 착용하자, 마치, 수천 년을 살아온 대마도사가 이곳에 현현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끼이이이에에에!”
낫에 박혀 있는 거대한 눈알이 빠르게 움직였다.
쿠쿠쿠쿠쿠쿠!
두 개의 아이템을 통해 전해져 오는 막대한 마력.
“마법에 제법 자신이 있나 본데…….”
따악.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몇 번이나 버티는지 보자고.”
빙하조형으로 만든 얼음 창이 나타났다.
“크샥타르. 베 아테마!”
폐샥투가 곧바로 전격으로 만든 창으로 응수했다.
콰아앙!
두 개의 창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동시에, 진혁이 빙하조형으로 만든 창들을 한 개씩 쏘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간 창이 폐샥투가 만든 창과 또 다시 맞부딪쳤다.
쾅! 쾅! 퍼엉! 콰아앙!
“생각보다 잘 버티네?”
“여유…… 있는 척하지 마라! 모든 마법에는 발동하는 데 한계라는 게 있을 터!”
한계라…….
그 말을 반박하듯, 얼음 창의 수가 20개로 늘어났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창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 발동에는 한계라는 게…… 있을…… 아니, 있어야 하는……데.”
폐샥투의 목소리가 미친 듯이 떨렸다.
현실을 부정한 듯 중얼거리는 모습은 완전히 넋이 나간 듯 보였다.
“지금부터는 수를 다섯 배로 늘릴 거다.”
[고유 능력 ‘화룡의 숨결’이 발동됩니다!]창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창의 위력 역시 같은 급으로 올리도록 하지.”
[고유 능력 ‘검은 눈물’이 발동됩니다!]또 다른 창끝에선 검은색 액체가 떨어졌다.
“조금 전에 10분을 버티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했던가?”
진혁이 차갑게 웃었다.
“나는 1분만 버티면 살려 주도록 할게.”
어디, 버틸 수 있다면…….
버텨 봐라.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모든 창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콰콰콰콰콰쾅!
곧이어 수십, 수백 개의 창이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폐샥투가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했지만, 진혁이 보낸 창의 반의반도 받아내기 힘들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
창들이 지면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페샥투가 서 있던 일대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
진혁이 폐허가 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호오. 그 와중에도 죽진 않았네?”
“크으으…….”
실드와 블링크를 적절하게 활용한 덕에 폐샥투는 가까스로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었다.
허나, 마력을 쥐어짜낸 탓에 몸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1분을 버텼으니 약속대로 살려 주고 싶긴 하지만, 마력 폭주로 인해 어차피 죽을 거야. 차라리 내가 깔끔하게 끝내 주지.”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폐샥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곳에 발을 디딘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폐샥투가 단검을 꺼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바닥을 적셨다.
흙을 통해 빠르게 흡수되는 피.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두근!
지면이 고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