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테이밍 마스터 (1)
지면에서 튀어나온 건 전신이 은빛 깃털로 뒤덮인 까마귀였다.
이게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환수, ‘스일리아’.
수룡족을 수호하는 신화 속 영물이 계약에 의해 현현했다.
“오오오……!”
폐샥투의 입에서 감격에 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한 번에 되갚아 줄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여, 여기서…… 환수종이 나오다니.”
“마법 계열인가? 아니면 비행종?”
“종류라도 알아야 뭘 대비를 하든가 하지. 젠장.”
싸울아비 길드의 메인 공격대는 S급에 해당하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낸 전적이 있었다.
대형급에 해당하는 식물형 몬스터.
상대하기 까다롭긴 했으나, 자로 잰 듯한 협공을 펼친 끝에 마침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은…….
그때 마주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력 추정치가…… 짐작도 가지 않아요.”
비교적 감응력이 뛰어난 마법 계열 헌터들이 전신을 덜덜 떨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만큼 강력한 기운.
“형! 공중에 있던 드론들이…… 작동을 멈췄어요.”
“오빠!”
이태민의 기계 군주도, 유연화의 화랑심법도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
서리빛깔 운무와 함께 스산한 마력이 전신을 옭아맸다.
[스일리아가 Lv?? ‘마력 간파’를 발동합니다!]순간, 오싹하고.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이 심장을 꿰뚫어보는 것만 같았다.
“조심해요! 정신 계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에요!”
정신 계열.
하필이면 가장 까다로운 종류가 튀어나왔다.
“눈 마주치지 마! 눈을 마주치면 말려든다!”
공격대가 진형을 바꿨다.
정확히는 각자 최대한 거리를 벌린 채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 것뿐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일리아에게 정신을 지배당해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것이다.
“유진아 씨!”
“알고 있어요!”
유일한 희망은 유진아.
테이밍 스킬을 보유한 그녀만이 환수에게 대항할 수 있다.
[유진아가 고유 능력 ‘멘트라 테이밍’을 사용합니다!]유진아의 손끝에서 나온 황금색 빛이 스일리아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대상과의 교감을 극대화시켜서 마치, 평생을 함께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힘.
어룡을 포획했던 스킬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그러나.
“가소롭군. 고작 이 따위 수준으로 나에게 맞서다니.”
스일리아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몸속으로 스며들던 황금색 운무가 순식간에 흩어져버렸다.
테이머로서 이름을 날린 유진아의 능력이.
손톱만큼도 통하지 않는다.
“이번엔 내 차례다. 고개를 처박고 있는 놈들은 목을 베어버릴 것이며, 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자들은 꼭두각시로 삼아 영원히 노예처럼 부려먹어 주마.”
스일리아가 공격을 개시하려고 할 때였다.
“음?”
스일리아의 시선에 누군가 들어왔다.
모두가 눈을 내리깔고 있는 와중에도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인간.
여유 있게 싱긋 웃고 있는 꼴을 보자니, 스일리아의 호기심이 요동쳤다.
“호오. 인간 중에서도 아예 겁쟁이만 있는 건 아닌가 보군. 저 녀석이 수룡족을 괴롭힌 장본인인 것이냐?”
“마, 맞습니다. 수호신이시여!”
폐샥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가 저희 일족을 죽이고 신성한 땅에 침입했습니다! 당장 죽여 일족의 원한을 갚아야만 합니다!”
“걱정 마라.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건방진 놈을 살려 둘 생각은 없으니까.”
스일리아가 깃털을 하나 뽑았다.
은빛을 내는 깃털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당당하게 나서는 걸 보니, 네놈도 테이밍 스킬을 가지고 있나 보군. 허나, 소용없을 거다. 그까짓 스킬에 당할 내가 아니니까.”
테이밍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진아조차 어찌하지 못했다.
사실상 모든 테이밍 스킬에 대해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물론.
그 사실은 진혁 역시 알고 있었다.
“장담하긴 조금 이를 거야. 내 테이밍은 조금 다르거든.”
“다르다고? 무엇이 말이지?”
“보면 알아. 아주 자알 보면 말이야.”
진혁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되도 않는 허세를 부리는 건 너희 종족의 특징인가 보구나.”
피식 웃던 스일리아가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진혁의 옆에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함께 있었다.
강아지만 한 크기의 검은색 파충류와 그 뒤에는 비슷한 크기로 소형화한 용 한 마리.
크기가 꽤나 작아졌지만, 틀림없다.
고대종과 동양의 신수이자 사방신 중 하나인 ‘청룡’이다.
“헉!?”
순간, 스일리아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자신보다도 더 윗줄에 위치한 상위 신수와 아예 쳐다도 보지 못할 고대종이 한 자리에 있을 줄이야.
그러나 더욱 놀라운 건…….
‘어째서 저 지고한 존재들이…… 인간을 호위하는 것처럼 있는 거지?’
최상위 존재들이 고작 인간 따위에게 복종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
보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건 빌어먹을 현실이다.
“테이밍을 많이 해 본 건 아닌데, 흠.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네. 아주 잘 먹힐 것 같은 느낌이야.”
진혁이 스일리아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Lv12 ‘교감’이 발동됩니다!]테이밍 스킬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색깔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물론, 유진아에 비해선 한참이나 격이 떨어졌다.
교감은 어디까지나 대상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저걸로는 안 돼…….”
유진아도 그걸 알았기에,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반면, 폐샥투는 흥분한 듯 광소를 내질렀다.
“푸하하하! 됐다. 적어도 네놈을 길동무로 데려갈 수 있겠구나!”
그런데.
“어…… 어어…… 이 힘은!”
스일리아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항거할 수 없는 힘에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전신에서 괴로움이 뚝뚝 묻어 나왔다.
조금은 어설프긴 했으나, 지금 상황에서도 그걸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
“에?”
“뭐, 뭐야?”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미약하기 짝이 없는 마력에 스일리아가 쩔쩔 매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허나, 스일리아로선 지금 이 방법이 스스로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흐음. 까마귀 녀석이 알아서 기는군. 여의주까진 꺼내지 않아도 되겠어.
-모기모기.
진혁의 부족한 스킬에 맞춰 강제적으로 동기화를 진행하는 스일리아.
일부러 테이밍을 당하려고 하자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만에 하나 함부로 거부했다간…….
죽을 테니까.
‘나를 앞에 두고도 본신화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의 상위 신수들이다.’
저 두 존재라면 정신 계열 능력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우우우웅!
빛이 점점 더 거세졌다.
그리고 마침내.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성공을 알리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좋아.’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아마, 이쪽의 마력 상황과 고구마의 본신 현현의 제약에 대해 알았더라면, 죽어라고 저항했겠지.
그러나 스일리아가 어설프게 눈치가 빠른 덕분에 계획했던 대로 일이 쉽게 풀렸다.
‘말랑흑두루미처럼 부하로 삼을 수 없는 게 아쉽긴 하네.’
안타깝게도 스일리아는 ‘염혼의 낙인’을 통해 복종시킬 수 없다.
워낙에 정신 계열 능력이 뛰어난 터라, 낙인의 제약으로도 구속할 수 없는 탓이다.
게다가 수룡족을 수호해야 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맡고 있기에, 이번 레이드에서 적절하게 이용하는 걸로 만족하는 게 한계이리라.
진혁이 테이밍의 성공하자 주위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특히 유진아는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진혁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정말로. 대체 얼마나 몬스터들을 잘 이해하시길래 전용 테이밍 스킬 없이도 환수를 길들인 거죠?”
그녀 역시 탑이 나타나기 전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생활을 해 왔었다.
테이머라는 직업을 얻은 것도 그 덕분이었고.
때문에.
상위종을 길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몬스터들을 사랑하고 아껴 줘야만 하는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사람을 완전히 잘못 보고 있었구나.’
유진아의 시선이 따스하게 변했다.
동시에.
[유진아의 호감도가 최대치로 오릅니다.] [능력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멘트라 테이밍]입수 난이도: AA
내용: 동 랭크 이하의 몬스터를 확정적으로 테이밍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숙련도에 따라 더욱 강력한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으며, 만약 높은 랭크의 몬스터를 길들일 경우 스킬의 자체 랭크를 상향시킬 수 있습니다.)
조건에 따라 자체 성장이 가능한 특수 스킬.
이걸로 또 하나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
***
모두의 시선이 동해안에 나타난 섬에 쏠린 사이.
서울에 위치한 한 고층 빌딩의 옥상에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게이트가 개방되어 있었다.
우우우웅!
불길한 빛을 띤 붉은색 게이트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쿠웅!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발걸음의 주인이 옥상 위에서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봤다.
“여기가 탑 밖인가? 탑 외부의 인간들은 더럽게도 많이들 모여서 살아 가는군.”
터질 듯한 근육.
금색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
바로 북유럽 최강의 주신 중 하나인 천둥 군주 ‘토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적발의 미남자가 함께 서 있었다.
“로키. 그 인간이 탑 밖으로 나온 게 확실한 거냐?”
“응. 슈브 니구라스를 막기 위해서 무림을 막 떠났더라고. 중급 관리자들을 통해서 들은 거니 확실한 정보야.”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신격이 한국이란 나라를 방문한 건 모두 한 가지 목적 때문.
“강…… 강…… 젠장. 이름을 또 까먹었군.”
“강진혁이야. 넌 이름이라도 좀 제대로 외워라. 주신 회의에서도 몇 번인가 나왔던 이름인데, 그걸 까먹으면 어떡하냐?”
“빌어먹을. 아무튼! 그 자식만 찾으면 된다, 이거 아니냐?”
“맞아. 이번 일의 핵심 인물이지. 일단 잠시 있어 봐. 녀석의 위치부터 찾아야 하니까.”
로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로키의 눈’.
천 킬로미터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눈 덕분에, 건물 옥상에서도 한국 전체를 망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욱씬!
로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냐?”
“아니……. 임무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없기는. 네놈의 면상만 보더라도 뭔가 틀어진 게 뻔히 보이는구만. 내가 무식하긴 해도 멍청이는 아니다.”
토르의 말에, 로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중층부로 보낸 발키리들이 전멸했어.”
“……! 상급 발키리인 ‘베레티나’가 죽었다는 말이냐?”
“그리스 놈들이야. 그것도 그 ‘괴물’ 녀석이 직접 나섰나 봐. 단신으로 발키리 1개 병단을 쓸어버렸다고 하더라고.”
맨몸으로도 능히 세계를 멸할 수 있는 자.
그리스 최강의 투사이자 반신인 헤라클레스는 북유럽 신격들에게 있어서도 재앙과 같은 존재였다.
“성가시게 됐군. 이래서야 왕관을 찾는다 해도 회수하는 게 만만치 않겠어.”
“만약 뒤를 잡힌다면, 토르. 네가 시간을 좀 벌어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렇겠지.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나 정도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나 이 모든 건 왕관을 무사히 확보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
최우선 순위는 왕관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자의 말에 따르면…….
‘패도의 왕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자는 지금 한국에 있다.
로키의 눈이 점점 더 금색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찾았다.”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