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계시록의 전쟁 (1)
‘개벽의 계시록’.
엘리스를 상징하는 고유 성창이다.
동시에 최강을 거론할 때 반드시 나오는 능력 중 하나였고.
우우우웅!
어깨를 따라 돋아나는 검은 날개.
등 뒤에선 붉은 고리가 그 형(形)을 갖췄다.
순간, 케르베로스의 불길보다 더욱 무겁고 뜨거운 겁화가 타올랐다.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과거 모든 가주들 사이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던 아타락시아의 가주이자 순혈의 여제라 평가받는 절대자답게.
“제법이네. 그 힘.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
“맞는 말이다. 과거 짐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지.”
엘리스가 오른손을 옆으로 뻗었다.
“하지만, 너 하나 죽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얗고 긴 손가락 끝에서 붉게 물든 수십 개의 꼬챙이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수많은 꼬챙이들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하이신스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글쎄. 과연 죽게 되는 게 누구일까?”
고유 성창을 가지고 있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이신스가 고유 성창 ‘뇌전무구(雷電武具)’를 개방합니다!]하이신스의 전신이 하얗게 물들었다.
마법으로 인해 탐스러운 보라색을 띠고 있던 머리카락 역시 본래의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파츠츠!
스파크가 일어나며, 무시무시한 마력이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백염으로 완전히 뒤덮인 창.
“이번에야 말로 새카맣게 태워 주마. 아타락시아의 망령아!”
하이신스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콰아아앙!
작살과 창이 충돌하면서 좌우로 늘어져 있던 기둥들이 이쑤시개처럼 무너졌다.
공격 한 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뀔 정도로 엄청난 일격이다.
엘리스가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푸푸푸푹!
지면을 뚫고 올라온 붉은 송곳들이 하이신스의 몸을 꿰뚫으려 했다.
“큭! 이까짓 걸로!”
하이신스가 다가오는 송곳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파칙하는 파쇄음과 함께…….
……송곳들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열의 전압으로 인해 혈액이 그 구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엔 내 차례다!”
하이신스의 창끝에서 눈부신 광휘가 점멸했다.
[하이신스가 Lv?? ‘블레이징 라이트닝’을 발동합니다!]5만도가 가볍게 넘는 열기.
빛으로 이루어진 한 줄기 선이 엘리스의 미간을 노렸다.
파츠츠!
엘리스가 쥐고 있던 작살의 형태를 변형시켜 검을 만들었다.
창과 검.
모두가 고유 성창 상태에서 만든 필살의 무구들이다.
그리고 두 개의 날붙이가 격돌한 순간.
쿠쿠쿠쿠쿠쿠!
신전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
엘리스와 하이신스가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 사이.
“그럼, 이쪽도 슬슬 시작해 볼까.”
진혁이 양 손에 검은색 마력을 끌어올렸다.
‘흑천마황공’이 발동됨에 따라 주먹이 완전히 검은색 기운으로 뒤덮였다.
까딱.
검지가 앞뒤로 움직였다.
이건 도발이다.
선수를 양보할 테니, 먼저 들어오라는.
당연히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케르베로스가 아니었다.
“크오오오!”
케르베로스의 포효와 함께. 길고긴 불줄기가 진혁을 향해 뿜어졌다.
범위가 축소된 대신 화력을 극대화시켰다.
콰콰콰콰콰콰!
삽시간에 진혁이 서 있던 곳이 불바다로 변했다.
물론.
툭!
진혁은 이미 그곳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일단, 가볍게 한 번 수준을 볼까나.’
눈 깜짝할 새 케르베로스의 뒤를 잡은 진혁이 주먹을 크게 내질렀다.
투쾅!
“크아아!”
뒷다리를 가격당한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려 4성 공력을 실은 흑천마황공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하지만, 놀란 건 공격을 한 진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더 튼튼한데?’
한 번에 무게중심을 무너뜨릴 생각이었건만.
의외로 케르베로스의 방어력이 높았다.
과연, 명계의 파수견이라는 별명을 거저 얻은 건 아닌가 보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상위 등급인 걸 보면 말이다.
부웅!
지면을 스친 발이 케르베로스의 발톱을 피했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쿵!
이번엔 진혁이 단단히 두 발을 땅에 디뎠다.
무게가 실린 주먹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일어났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암황의 독문무공.
무림에서 더욱 갈고닦아 증진시킨 무공이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 첫 번째 초식이다.
‘제1식(第一式)’.
빛을 집어삼키며 주위가 검게 물들었다.
마력이 하나의 점을 향해 모여들었다.
‘흑륜암쇄권(黑輪暗碎拳)’.
응축된 기가 한꺼번에 방출됐다.
콰아아앙!
두개골을 파고든 주먹이 케르베로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깨갱!”
케르베로스의 몸이 땅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격 당한 머리 중 하나는 아예 혀를 내민 채 우로 꺾여 있었다.
제대로 공격이 먹혔다.
셋 중에 하나를 처리했으니까.
그러나.
일이 쉽게 풀리겠다고 생각할 때쯤. 케르베로스가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케르베로스가 고유 능력 ‘명계의 부름’을 사용했습니다!]나머지 두 개의 머리가 죽은 머리를 향해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축 늘어진 채 생기가 사라진 동공이 다시금 초점을 되찾았다.
“크르르…….”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한 머리.
또 다시 아가리를 따라 거센 불길이 솟구쳤다.
“어이가 없네. 대체 뭘 먹어야 그런 머리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거냐?”
진혁이 질렸다는 듯 혀를 찼다.
‘탐식의 눈’으로 확인해 본 결과 케르베로스의 머리는 각각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 그리고 신수나 환수들의 고유 마력을 통해서만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데.
문제는 하나씩 파괴할 경우 방금처럼 ‘명계의 부름’을 통해 부활시켜버린다는 점이다.
‘녀석을 죽이려면 3가지 속성 공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거 골치 아프게 됐어.’
안타깝게도 이쪽은 현재 혼자의 몸이다.
하지만.
저 바보 뱀파이어도 저렇게나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고작 이런 걸로 포기할 순 없다.
약속했다.
이 싸움의 끝에서 반드시 웃게 해주겠다고.
그동안 받아온 고통과 괴로움을 모두 잊게 해주겠다고.
진혁의 시선이 신전의 먼 곳으로 향했다.
엑센시온.
아타락시아의 가문을 찬탈한 자 역시 이 신전 어딘가에 있다.
드디어 엘리스의 여정에 방점을 찍을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우우우웅!
진혁의 손을 따라 새하얀 눈보라가 일어났다.
“지금부터는 그 튼튼한 몸뚱어리가 저주스러울 거야.”
[‘빙하조형(氷河造形)’, ‘하늘의 검’이 발동됩니다!]얼어붙은 결정이 거대한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서리와…….
[‘빙하조형(氷河造形)’, ‘땅의 검’이 발동됩니다!]땅으로부터 솟구친 서리가 맞닿았다.
쩌저적!
검 사이에 케르베로스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러나 아주 잠시뿐이었다.
케르베로스의 몸에서 뿜어진 겁화로 인해 서서히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그럴 거라 예상했어!”
퍼퍼퍼펑!
극저온으로 인해 갈라진 피부에서 나온 핏방울.
아뮬람에게서 얻은 ‘혈폭’이 발동되면서 혈액이 일제히 폭발했다.
“크아아아아!”
아무리 튼튼한 케르베로스라고 하더라도 공격당했을 때 고통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주의 능력을 재현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가려진 시야.
진혁이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을 불러왔다.
거신의 팔과.
고속 검.
두 개의 능력이 한 자리에서 펼쳐졌다.
쌍룡검의 잔영이 흐릿하게 지워졌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퍼져나가는 파동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증발한 것이 아니다.
그저.
서걱!
파동이 무형의 검으로 변한 것뿐이지.
케르베로스의 머리 한 개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그러나.
진혁의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빙하조형의 마력과 거신족의 마력을 섞어도 안 된다는 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죽질 않는다.
분명 예전에도 이 녀석을 상대해 봤지만, 이 정도로 질기진 않았다.
바로 그때.
“……!”
진혁이 반사적으로 결계를 사용했다.
[고유 능력 ‘고대 결계’가 발동됩니다!] [7성급 결계 ‘원소 단절’이 펼쳐집니다!]화속성의 기운을 제거해 주는 결계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졌다.
화르르륵!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 줄기가 한결 잦아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애초에 저 거대한 덩치의 마수는 몸 자체가 흉기였으니까.
쾅! 쾅! 쾅!
발이 지면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그나마, 공격 패턴이 단순한 건 다행이네.”
‘검마천령보’를 펼친 진혁이 그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물론, 도망치는 와중에도 쌍룡검을 휘둘러 발목에 자상을 잔뜩 입혀 뒀다.
칼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얕다.
이렇게 해선 끝이 나질 않는다.
“크르르…….”
계속해서 얻어만 맞던 케르베로스 역시 이대로 가면 고통만 가중될 거란 걸 깨달았다.
이어지는 평행선을 깨기 위해선 새로운 변수가 필요할 터.
케르베로스가 먼저 그 카드를 꺼내들었다.
“크오오오오!”
쩌렁쩌렁한 호령에 따라 기둥에 가려진 그림자 속에서 붉은 눈빛들이 일제히 드러났다.
그림자를 통한 다중전이.
서서히 지면으로 올라오는 수만 해도 수십 마리가 넘었다.
게다가 전원이 하급이 아닌 하이신스의 피를 이어받는 순수 혈통들이었다.
“흐음. 이게 우리까지 나설 일이었나?”
“놀랍긴 해. 이 괴물이 손도 대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니. 듣던 것보다 몇 단계는 위라고 봐야겠어.”
“그래봤자. 어차피 상대는 혼자다.”
“맞는 말이야. 하이신스 님은 혼자서 싸운다고 하셨으니, 우리 전부가 덤빈다면 저 녀석 하나 제압하지 못할 리가 없지.”
짜증나지만 맞는 말이다.
케르베로스를 상대하면서 혈족들까지 동시에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간만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만 같다.
진혁이 한 손에 송곳니를, 다른 한 손에 크루거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뜻밖의 이변이 일어났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신전에 입장했습니다!] [입장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수 (2/2)]게이트 너머로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인물이 난입했다.
***
“빌어먹을. 감히, 나를 떼 놓고 온 거냐? 이렇게 혼자서 들어가려고 게이트 주위를 정찰시킨 거라면 당장 그 목을 잘라내 주겠다!”
천유성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데.
“……음?”
주위를 둘러보던 천유성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혼자서 이곳에 온 진혁을 응징하기 위한 것까진 계획대로였는데…….
이게 웬 걸?
막상 들어오고 보니 내부가 완전히 지옥이었다.
뱀파이어들로 인해 가득 차 있는 신전.
더불어 중앙엔 머리가 셋 달린 개가 침과 불을 마구잡이로 뱉어대고 있질 않은가?
“이야. 다행이다. 우리 유성이. 정말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구나?”
진혁이 환하게 웃었다.
“어……?”
“어서 빨리 도와. 검 휘두를 줄 알지? 그냥 네 성격대로 베어버리면 돼. 닥치는 대로 싹 다 죽여야 한다는 뜻이야.”
“잠깐…… 잠깐만 기다려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부터……!”
“난 왼쪽을 맡을게. 오른쪽을 부탁해. 너만 믿는다.”
탁!
진혁이 자리를 박찼다.
“이, 씹어죽일…… 젠장!”
천유성이 어쩔 수 없이 양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검의 노래’가 발동되자, 은은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것으로.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