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계시록의 전쟁 (2)
콰콰콰콰콰콰!
천유성의 검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미 검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데다 추혼사영으로부터 ‘추혼검’의 심득을 습득했기에.
천유성의 현재 경지는 거주자들조차도 함부로 넘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크아악!”
“마, 막아!”
“혈계 마법이 안 통하다니. 대체 무슨 놈의 인간이 저런 거냐!”
“최소한 다섯은 붙어라. 그래야만 막을 수 있단 말이다!”
혈족들 사이에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종횡무진 누비는 천유성을 상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유성 역시 난데없이 전투에 휘말려 싸우느라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질질 시간을 끌다간 오히려 위험하다.
“가장 위를 친다.”
퍼퍼퍼퍽!
순식간에 셋을 제압한 천유성이 곧바로 혈족들의 우두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림없다.”
안톤.
근육질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뱀파이어가 보통의 레이피어보다 2배는 족히 더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카카카캉!
검과 레이피어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눈부신 불꽃이 일어나며, 서로의 얼굴을 비췄다.
죽을힘을 다해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
그래.
“이게 전부…….”
“이게 전부…….”
안톤과 천유성이 동시에 이를 갈았다.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욕설을 쥐어 짜내면서.
“강진혁 때문이다!”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
‘으음.’
진혁이 귓속을 긁적였다.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왜일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바로 그때.
“크아아아!”
진혁이 코앞까지 다가온 혈족의 목을 베어버렸다.
얕은 핏줄기가 허공에 흩뿌려지려는 찰나.
툭.
크루거의 끝이 뱀파이어의 이마에 닿았다.
“총이라고? 그까짓 장난감 따위 간지럽지도 않다.”
“글쎄. 내 건 조금 따끔할걸?”
타앙!
‘별의 가호’와 ‘만다라’를 통해 강화된 탄환이 그대로 머리를 관통해버렸다.
극한의 재생력을 가진 뱀파이어지만, 상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 신성력이다!”
“그래. 저 인간. 그 더러운 힘도 쓸 수 있다고 했었지.”
“검을 다루는 놈은 상위 혈족 일곱만 맡고 나머진 전부 저 인간을 상대해라. 지금 중요한 건 칼잡이가 아니라 저 녀석이다.”
혈족들을 이끄는 순혈종들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크루거와 송곳니의 조합은 뱀파이어들에게 있어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검과 총을 이용한 중거리전은 과거 최강을 자부하던 진혁의 주특기였으니까.
이대로 간다면, 혈족의 수가 몇이든 모조리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총탄에서 신성력이 미묘하게 옅어졌다.
“……!”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틀림없다.
멜레나가 말했던…… ‘능력 봉인’.
다시 말해 마인 협회의 수장인 니체가 이곳에 와 있다는 뜻이다.
진혁이 공격을 멈춘 채 거리를 벌렸다.
“나와. 숨어 있지 말고.”
진혁이 어둠 속을 향해 총 끝을 까딱였다.
그러자.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탁!
지팡이를 쥐고 있는 노인이 나타났다.
“끌끌. 이거 조금씩 능력을 봉인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눈치챈 건가?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군. 과연, 내 부하들과 가주들까지 당했을 만해.”
굳이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이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니체.
마인들의 우두머리이자, 원탁의 종착점인 ‘아서왕’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자.
고유 능력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다.
진혁이 재빨리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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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니체
성별: 남
나이: ???세
레벨: 105
힘 33 민첩 35 체력 32 마력 95 혼돈력 332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심연의 사도
고유 능력: 니힐리즘(보라색)
스킬: ‘염동력(念動力)’ Lv27, ‘어둠의 칼날’ Lv26, ‘절대 복종’ Lv24, ‘타인의 맹세’ Lv23, ‘흑마법’ Lv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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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조건: 허무주의에 빠진 편집증 환자. 소시오패스. 그 모든 수식어구들이 바로 이 남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의 고유능력을 복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1. 허무의 능력을 파훼해야 합니다.
2. 니체를 후원하는 상위 신격이 자신의 사도를 포기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얼마나 완벽하게 복사조건을 달성하느냐에 따라 복사하는 능력의 등급이 달라집니다.
마왕의 권속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사도.
허나, 마인 협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니체는 검은 사도의 상위 클래스인 ‘심연의 사도’로 전직을 끝마쳤다.
‘꽤 골치 아픈 클래스로 전직했네.’
검은 사도는 마왕의 가호를 받기에, 모든 스탯과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만.
그 윗급인 ‘심연의 사도’는 스탯뿐 아니라 고유 능력의 랭크 자체를 올려버린다.
S랭크에 해당되는 니힐리즘이 마왕의 가호를 받아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멜레나에게 들었을 땐 설마 했는데, 저 고유 능력을 완전한 형태로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솔직히 말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라색 등급의 니힐리즘.
파편이 아닌 완전한 형태의 허무를 관장하는 고유 능력은 ‘융합’만큼이나 입수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런데 그 조건들을 모두 달성한 괴물을 지금 눈앞에 마주하게 되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거의 중, 상위 마족이라고 봐야겠어.’
거기에 명계의 수문장인 케르베로스까지.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흘러갔다.
엘리스 역시 하이신스와 치열하게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바로 그때.
툭하고.
천유성의 등이 진혁의 등에 맞닿았다.
“저 능력은 성가시기 짝이 없군. 무슨 방법이 없는 거냐?”
천유성이 양 손으로 검을 붙잡은 채 숨을 헐떡였다.
아름답게 노래하던 검은 어느새 그 움직임을 잃었다.
능력이 봉인되어버린 탓에 점점 뒤로 몰리다가 이곳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너도 고전하긴 했나 봐? 검의 노래나 추혼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그렇게 끙끙 앓는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빌어먹을.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도 불사신은 아니란 말이다.”
“그래? 항상 겁 없이 덤비길래 무적 스킬이라도 얻은 줄 알았지.”
“……거기서 딱 한 마디만 더 하면 네놈부터 베어버리는 수가 있다.”
진혁과 천유성이 티격태격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니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흐음. 아직까지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다니.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군.”
[니체가 Lv27 ‘염동력(念動力)’을 발동합니다!]순간, 고막을 따라 이명이 파고들었다.
키이이잉!
“이건……? 야! 바보 검성!”
“알고 있다!”
진혁과 천유성이 동시에 검지를 꺾었다.
시큰한 통증과 함께. 몸이 구속되는 타이밍이 어긋났다.
덕분에 돌로 만든 가시가 몸을 꿰뚫는 데 실패했다.
콰아앙!
바닥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호오?”
니체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마치, 흥미로운 걸 봤다는 듯이.
“마력이 처음으로 순환되려는 것만으로도 내 능력을 간파한 건가? 거기에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파훼법까지 알고 있다니. 처음에도 놀랐지만, 이건 보면 볼수록 더욱 가관이구나.”
보통이라면 스킬이 봉인되었다는 사실에 당황하기 마련.
허나, 진혁과 천유성은 이 정도 상황은 익숙하다는 듯, 너무나도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이쪽도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긴 했거든.”
“뭐, 어차피 시간 싸움이다. 한 번이라도 실수한다면 그걸로 끝일 터. 과연, 몇 분이나 버틸는지…… 지켜보도록 할까?”
니체가 재차 마력을 끌어 모았다.
시간이 왜곡되며, 몸의 자유가 구속된다.
그걸로 시작이다.
쾅!
콰아앙!
염동력에 의한 속박과 뒤를 이은 원거리 공격.
기본적이지만, 고유 능력과 스킬이 봉인된 상대에겐 터무니없이 위험한 연속기였다.
푹!
진혁이 송곳니 끝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
시큰한 통증 덕분에 ‘속박’에 관한 부분만큼은 대응할 수 있다.
적어도 치명상을 당하기 바로 직전에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생겼으니까.
뭐.
그것마저도 0.67초 남짓한 찰나일 뿐이었지만.
진혁과 천유성이 미꾸라지처럼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빗겨나가자, 니체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제법이구나. 어디 이번엔 이것도 피해 보거라!”
[니체가 Lv22 ‘흑마법’을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쿠!
바위 조각들 위로 보라색 연기가 솟구쳤다.
원념들을 모아 만든 저주 계열의 스킬이다.
“키이이이…….”
“아파. 아파. 아파!”
“죽, 죽여 줘어어어어!”
텅 빈 동공과 길게 찢어진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극도의 고통과 공포 속에서 죽은 원념들은 접촉한 대상의 정신을 붕괴시키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거기에. 물리적인 연쇄 폭발까지 겸비하고 있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저기에 닿았다간 그걸로 끝장이다.
진혁이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콰아아앙!
신성력이 깃들어 있지 않은 단검이 원념을 베어버릴 수 있을 리 없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연기가 솟구치며, 주위가 삽시간에 보라색 불길에 휩싸였다.
물론.
그 정도에서 멈출 니체가 아니었다.
부우우웅…….
……콰아앙! 콰아아앙!
수십 개의 원념들이 폭발이 일어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일말의 가능성마저 없애버리겠다는 듯 아예 틈 자체를 주지 않는 무자비한 폭격이었다.
“크오오오!”
케르베로스의 겁화까지 추가되자 그야말로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무……지막지한 인간이로군.”
“가주께서 직접 부르실 만해. 그 지긋지긋하던 인간 놈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다니.”
“이래서야 시체도 찾지 못하겠는걸? 재조차도 남지 않겠어.”
지켜보던 혈족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내뱉었다.
***
거대한 크레이터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화르르륵!
폭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니체가 이내 몸을 돌렸다.
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 따위 있을 리 없었으니까.
……라고 생각한 순간.
니체의 등 뒤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불에 그을려 먼지투성이의 모습이었지만, 진혁과 천유성의 눈에선 여전히 이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빠르고 가볍게.
두 개의 검로가 니체의 목을 잘라냈다.
아니.
카아앙!
잘라냈다고 생각했다.
“역시. 네놈들이라면 그 공격에서도 살아 있을 거라 예상했다.”
니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내 방심을 노려 기습을 가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어둠의 칼날’이 발동됩니다!]돌멩이를 조형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날붙이.
마족의 마기가 칼날을 완전히 뒤덮었다.
“아무리 발악해도 메울 수 없는 격의 차이라는 걸 알려주겠다.”
그런데.
칼날이 쇄도하려는 바로 그때였다.
[신격이 전장에 개입합니다.]새로운 변수가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