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계시록의 전쟁 (3)
하층 중층 상층.
이렇게, 시련의 탑을 나누는 기준점은 총 3개가 있다.
보통 하층을 플레이어들이 탑에 대해 적응하는 층계라고 한다면…….
중층은 무림이나 정령계 제국 등 굵직한 거대 세력들과의 세력전을 통해 탑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층부부터는 아예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누가 뭐래도…….
상층부에 거주하는 이들은 과거, 탑의 정상에 근접했던 혹은 마지막 50층의 문턱에까지 도달해 봤었으니까.
그리고.
상층부를 대표하는 거대 세력 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들이.
우우우웅!
[측정 불가! 등급의 결계가 펼쳐집니다!] [주위 50m 이내의 공간이 외부와 단절됩니다!]일그러진 공간 속.
저벅.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음. 한창 치고받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군.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남자에…… 검은 머리카락. 저 둘 중에 하나인가? 잘생긴 놈이랑 덜 잘생긴 놈이 있는데?”
“기다려 봐. 그런 거야 물어보면 되지 뭐.”
현대와는 동떨어진 갑옷.
금발의 수염과 여유 있는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설마, 이 녀석들이 여기에 올 줄이야.’
진혁이 힐끗 엘리스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엘리스와 하이신스는 결계 때문에 이쪽을 보지 못했다.
‘하긴, 평생의 원수를 만났는데, 다른 걸 신경 쓸 여유는 없겠지. 무엇보다 한 눈을 팔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도 하고.’
지금껏 시련의 탑을 오르면서 다양한 변수들을 보고 겪어 왔었지만…….
어떠한 경우에서도 탑의 30층이 해방되기 전. 상층부의 존재들이 탑 밖에 내려온 적은 없었다.
‘이것 역시…… 새영언환이 말했던 변수 중 하나라는 건가.’
탑의 정상이 기존에 알던 것과 달라졌다는 말.
당시에는 그저 의미심장한 헛소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알겠다.
기존에는 없던 나비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걸.
물론,
‘역시, 이래야 재밌지.’
진혁의 입장에선 이런 다양한 변수들이 당황스럽기보단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겹도록 익숙했던 탑이 아닌, 새로운 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기분 좋게 고동쳤다.
바로 그때.
“한창 열심히 싸우고 있는 와중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우리가 사람 하나를 찾고 있거든. 잠시 주목 좀 부탁해도 될까? 아!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야겠지? 나는 로키라고 하고 여기 옆에 있는 덩치는 토르야. 북유럽 쪽을 대표하고 있는 신들이지.”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난기 넘치는 음성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저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너희들 중에서 누가 강진혁이야?”
짧은 질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로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역시 그쪽인가. 흐음. 하긴 이 정도 기운을 지니고 있어야 우리가 찾던 플레이어답지. 어지간한 거주자들은 아예 상대도 되질 않겠어.”
“좋게 봐주는 건 고마운데, 상층부의 높으신 분들이 왜 나를 찾는 거지?”
“거주자들이 플레이어들을 찾는 이유야 뻔하지 않겠어? 균형을 깨기 위해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해. 그것도 최대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균형을 깬다라…….
로키가 저 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올림포스 때문인가.”
진혁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 내뱉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한 마디를.
“너, 어떻게 그걸……?”
로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능글맞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는 것 또한 눈에 보였다.
“어떻게 우리와…… 놈들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냐? 플레이어들은 아예 알 수조차 없는 정보일 텐데?”
하긴, 그렇겠지.
상위 랭커에 위치한 플레이어라도 신격을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다.
당연히 상층부의 이해관계나 세력 다툼에 대해서 알 리도 없을 테지.
‘여기서 탑을 오른 과거를 들먹일 순 없을 테고.’
그렇다면.
“여신 프리그가 쓴 ‘예언자의 서’. 그 일부를 우연히 보게 되었거든. 북유럽의 아스가르드와 올림포스의 타이탄.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세력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 대충 알게 됐어.”
북유럽 신화 속. 오딘의 아내 프리그.
탑 19층에 위치한 유적에는 그녀가 남긴 예언의 일부가 숨겨져 있다.
물론, 그걸 실제로 손에 넣진 못했다.
그저 로키나 토르가 스스로 수긍할 수 있게끔 적절한 구실을 던져준 것뿐이지.
‘어차피 예언의 내용이야 머릿속에 다 들어있기도 하고.’
이쪽이 더욱 매력적인 회유 대상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들었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미끼를 뿌린 셈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푸읍…… 푸하하하하! 와 이거 진짜 걸작인데? 단순히 쓸 만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보물이었네. 이 먼 곳까지 온 보람이 있겠어. 야. 토르. 잘 기억해. 이 녀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우리 쪽으로 데리고 온다.”
“그래. 그러는 편이 좋겠군.”
……정확하게 적중했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개인적으로 북유럽 쪽엔 나도 관심이 많거든.”
“흐음.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엔 장소가 영 좋지 않으니 옮기는 게 어떨까? 대화하는 데 시간도 좀 걸릴 것 같고.”
“나도 그렇고 싶긴 한데, 보다시피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 말이야. 그쪽이 온 덕분에 잠시 멈추긴 했어도 우리가 꽤 몰리고 있는 상황이랄까.”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니체와 수많은 혈족들은 기회만 생긴다면 언제든지 다시 달려들 것이다.
어지간해선 죽일 수도 없는 케르베로스야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이곳을 전부 정리해준다면, 이쪽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수 있을까?”
이번엔 진혁이 놀랄 차례였다.
“진심이야? 탑 밖에서 힘을 사용해 주겠다고?”
“신격은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진 않아. 적어도 우리 쪽에 소속된 신격들은.”
그냥 탑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제약이 걸릴 텐데.
하물며 이건 아예 탑 밖에서의 일 아닌가?
대체 어떤 걸 희생한 건지 감도 오질 않는다.
진짜로 묠니르라도 제물로 바칠 건가?
진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로키가 재차 생긋 웃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도 우리 실력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 아니야? 앞으로 함께하려면 어느 정도 격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
로키의 손끝에서 황금색 단검이 나타났다.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 검 끝에 은은한 기운이 깃들었다.
“우리 뒤엔 진조들이 있다. 정말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아. 물론이야. 강진혁만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너희 모두를 적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무엇보다 유일하게 싸우고 싶지 않은 진조는 이미 강진혁과 함께하고 있기도 하고.”
완벽한 적의.
“크윽!”
대화가 소용없다고 판단한 니체가 단번에 거리를 벌렸다.
동시에, 보라색 칼날들이 일제히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렇게 된 이상 선수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얄팍한 노림수다.
하지만.
카카카카캉!
칼날은 로키의 몸에 닿기도 전에 모조리 반으로 잘려나가 버렸다.
붉게 달아오른 절단면 사이로 로키가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죽여야 합니다!”
니체가 지켜보던 혈족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젠장!”
“전부 쳐라!”
뜻밖의 거대한 변수에, 혈족들까지 합류했다.
“크오오오!”
케르베로스의 입에 뜨거운 불길이 솟구쳤다.
“덩치 쪽은 내가 맡지.”
토르가 기다렸다는 듯 근육을 부풀렸다.
우르릉……!
천둥이 몰아치며, 푸른색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이 케르베로스의 안면을 향했다.
투쾅!
케르베로스의 머리 중 하나가 뒤로 돌아갔다.
허나, 죽진 않았다.
충격을 입긴 했어도 여전히 이빨을 드러낸 채 살기를 뿜어냈다.
“크아아아!”
“제법 단단하군. 펜리르의 열화판 정도는 될 수 있겠어.”
이것이 바로 신격들의 전투.
마음만 먹는다면 한 세계를 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의 싸움이다.
“어차피 우두머리만 제거해버린다면 끝날 테지.”
순식간에 혈족 열을 베어버린 로키가 니체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런데.
부우웅!
로키의 검이 심장에 닿기 직전.
[북유렵 신격들의 존재가 알려집니다.] [마계의 존재가 이에 반응합니다.]붉게 물든 또 다른 상태창이 나타났다.
우뚝하고.
로키의 손이 처음으로 멈췄다.
칠흑처럼 짙은 흑발을 지닌 여자의 손에 의해서.
“어머. 손이 거치시네.”
“넌……!?”
“이 인간은 우리 주인님께서 아끼는 종이거든. 너희가 함부로 치울 수 있는 자가 아니란 뜻이야.”
이번에도 또 거물이 나타났다.
사실, 이쪽은 복사 조건 때문에라도 한 번 충돌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마계’
마왕과 마족으로 이루어진 최악의 집단.
다른 이들의 절망과 죽음을 유희로 여기는 쓰레기들의 집합소라고 보면 된다.
쿠쿠쿠쿠쿠쿠!
허공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붉은 눈이 나타났다.
[마계의 신격이 자신의 사도를 바라봅니다.]“위,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니체의 안색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여유 있던 모습은 간데없고.
자신과 계약한 상위 존재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약한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족……의 후원을 받는 인간이었나?”
“그냥 마족이 아니다. 마왕급에 해당하는 마력이 느껴지고 있어.”
로키와 토르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슈브 니구라스가 현현하기 전, 진혁을 빼돌릴 생각으로 가볍게 온 거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
[마왕 ‘헤시모디움’이 Lv??? ‘다크 홀’을 발동합니다!]숨이 멎을 것만 같이 불길한 마력이 전신을 휘감았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키에에에!”
“크아아!”
쩌저저걱…….
지면이 갈라지면서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
토르와 로키가 마수들과 미친 듯이 혈투를 벌였다.
그렇게, 새롭게 전환된 국면.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됐군. 솔직히 말해 놀라긴 했다. 설마, 신격들이 이 정도로 관심을 보일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여유를 되찾은 니체가 진혁과 천유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도움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됐구나.”
여전히 능력이 봉인당해 있는 이상 승리의 여신이 웃어 주는 건 니체 쪽이었다.
콰아앙!
보라색 칼날 하나가 천유성의 정면을 강타했다.
“큭!”
가까스로 막긴 했지만, 마기가 실린 공격에 양 팔이 후들거렸다.
한 번.
쾅!
두 번.
콰쾅!
점점 더 늘어나는 공격에 천유성의 자세가 급격히 무너졌다.
진혁 역시 피하기에 급급할 뿐. 제대로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제 조금만.
몇 번만 더 한다면.
……끝이다!
그렇게 니체가 두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였다.
“후우…… 이제 감을 다 익혔다. 시작해도 돼.”
천유성이 두 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다행이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예 끝날 뻔했어.”
진혁도 아공간 너머에서 쌍룡검을 꺼냈다.
“뭐냐? 이제 와서 싸우기라도 하겠다고?”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를.
니체가 허공을 가로지르는 천유성의 검을 가볍게 피했다.
“그런 춤에 불과한 공격으로 나에게 티끌만 한 상처라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렇다.
다시 말하면 이건 그저 흉내다.
스킬의 묘리도.
능력의 정교함도 실려 있지 않은.
그렇기에. 지금 두 사람이 펼치는 검에는 본연의 위력 따위 깃들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파츠츠츠……!
검끝을 따라 희미한 푸른빛이 일렁였다.
수천, 수만 번 흉내 내며 쌓아온 경험.
스킬이나 고유 능력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그 식(式)을.
그리고.
그 형(形)을.
무엇보다. 과거, 둘이서 무수히 싸우면서 만들어낸 두 개의 검로를.
츠츳!
“무, 무슨!”
검과 검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공기가…… 변한다.
동시에.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거짓된 전장 선택’이 발동됩니다!] [‘플레이어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새로운 심상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