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해방 (4)
콰콰콰콰콰콰!
최강의 정권 찌르기.
주위의 지면이 모조리 갈아엎어지며, 한 줄기 빛이 하늘을 꿰뚫었다.
흑천마황공의 정수라 불릴 수 있는 초식이 그 끝을 고한 것이다.
마치, 유성우가 충돌이라도 한 것처럼.
흙에서 일어난 먼지가 허공을 뿌옇게 가렸다.
그러나.
“……흠.”
암황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건만…….
욱씬!
어째서일까.
공격을 한 주먹에서 오히려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부러진 건가…….’
수많은 입이 달린 가지들은 박살냈지만, 본체에 주먹이 닿는 순간 모든 게 어긋났다.
……단단하다.
만년한철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무리 많은 내공을 쏟아 붓더라도 이 외피를 부술 수 있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인간. 그래도 벌레들치곤 나쁘지 않았다.”
슈브 니구라스가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콰아앙!
굉음과 함께. 암황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쿠쿠쿠…… 쾅! 콰앙! 콰콰콰쾅!
“커억!”
건물들이 이쑤시개처럼 부서지면서 튕겨나간 암황의 몸이 도시를 가로질렀다.
대체 어디까지 날아갔는지도 가늠이 안 된다.
“큭!”
터무니없는 일격을 본 테레사가 다급히 ‘별들의 부름’을 끌어올렸다.
무수한 별무리가 또 다시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이번엔 신성력을 다루는 여자 인간인가? 하찮아. 너무나도 하찮아.”
슈브 니구라스가 자신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킥킥!
킥킥킥!
가지들의 입에서 보라색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럴…… 수가.”
테레사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유성들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하늘에서 증발해버렸다.
“고작. 그런 미량의 신성력을 가지고. 나를 정화하려고 한 것이냐?”
[슈브 니구라스가 ‘태고의 언어’를 발동합니다!]테레사의 신성력과는 전혀 다른.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찬란한 광휘가 맺혔다.
“이것이. 소위. 너희들이 말하는 신성력……이라는 것이다.”
콰콰콰콰콰콰!
“아…….”
테레사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부정되었으니까.
동시에.
거대한 빛줄기가 테레사가 서 있던 곳을 향해 강타했다.
저걸 그대로 맞았다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테레사가 ‘타락’을 발동합니다!]테레사가 남아 있는 마력을 불태웠다.
눈처럼 희던 갑주가 검게 물들고.
성스러운 기운이 요염하게 더럽혀졌다.
“이 바보 순딩이가! 저런 걸 상대로 갑자기 불러내면 어쩌자는 거야!”
타락한 버전의 테레사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빛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기존의 인격이 종종 무리한 때에 자신을 불러내는 경우가 많긴 했으나.
이토록 터무니없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미, 미안해요.”
“됐어! 좋아하는 남자한테도 찍 소리 하나 못 하는 바보한테 뭘 더 바라!”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사과를 하는 기괴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나마 타락을 사용했기에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
지금이라면 어쩌면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쿠쿠쿠쿠쿠!
테레사가 검붉은 기운이 가득 실린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간다!”
그리고 다가오는 빛을 향해 횡으로 베어버렸다.
***
거대한 두 힘의 격돌.
치이이익!
상극의 힘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도심의 지형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테레사가 걸레짝이 되어버린 갑주를 내려다봤다.
다행히 공격을 빗겨내는 덴 성공했지만, 전투를 계속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몸속에 있는 마력이 모두 고갈되어버린 탓이다.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깨 버리는 압도적인 능력.
이것이 바로 50계층에 존재하는 신격의 힘이다.
‘역시, 어지간한 걸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아.’
진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스승님과 테레사가 이렇게나 허무하게 무너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1분 정도는 버텨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엘리스가 준비하고 있는 고유 성창 상태의 일격도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혁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주군! 위험합니다!”
월영의 다급한 고함 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는 슈브 니구라스가 어느새 진혁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체가 움직이자,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음영극살을 발동한 월영이 진혁의 앞에 서서 검막을 펼쳤다.
서걱!
검들이 종횡무진 움직이며 허공을 어지럽게 누볐다.
진혁을 향해 떨어지던 콘크리트 파편들이 잘게 잘려나갔다,
“뭘 멍 때리고 있는 거냐! 가만히 있다간 다 죽는다! 시간 벌이가 필요한 거면 말을 해라. 내가 뭐라도 해 볼 테니까.”
천유성 역시 진혁의 옆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하여간, 평소에는 차갑게 투덜거려도 이럴 때만큼은 의지가 되는 칼잡이들이다.
진혁이 힐끗 엘리스를 바라봤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게 보인다.
붉은 작살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타락시아 고유의 문양.
충분한 위력을 갖추기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안으로 파고들면 들수록 속도가 빨라질 거야. 어떻게…… 다 피할 수 있겠어?”
“그거, 나한테 하는 소리냐?”
“걱정돼서 한 소리였어. 의심하는 게 아니라.”
“너나 바보같이 헤실대다가 죽지마라. 고작 저런 놈한테 당하는 걸 보려고 내가 지금까지 수련해온 게 아니란 말이다.”
천유성이 차갑게 혀를 찼다.
“그래그래. 아무렴 우리 위대하신 검성 나으리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진혁이 피식 웃었다.
“주군. 제가 두 분을 최대한 안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월영이 검을 검집에 넣은 채 두 사람 사이에 섰다.
“키에에에에!”
“킥킥킥!”
미친 듯이 웃는 가지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그저 마주보고 있기만 해도 두려운 강적.
솔직히 말해 흠집 하나 내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괴물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압박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당연한 말이지만, 싸워서 이길 필요는 없다.
최우선은 그저 살아남는 것.
‘30분……만 버티면 게이트가 다시 닫힌다.’
슈브 니구라스가 현계에 머무를 수 있는 최대 시간이 그 정도라는 뜻이다.
물론, 30분이면 놈이 전 세계를 잿더미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월영.”
“예. 가겠습니다.”
월영이 양 손을 뻗어 진혁과 천유성의 옷깃을 잡았다.
콰콰콰콰콰콰콰!
수많은 가지에서 보라색 마법진이 나타나며, 융단 폭격이 시작되었다.
콰앙!
콰아앙!
닿는 족족 생기는 크레이터.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끝장이다.
그러나 빛줄기가 모두를 집어삼키려던 바로 그 순간.
[월영이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발동합니다!]그림자와 그림자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보이는 시야가 달라졌다.
나타난 곳은 가지들의 한복판.
슈브 니구라스의 품속이다.
“주군! 지금입니다!”
월영이 자신의 몸을 발돋움을 위한 받침대로 썼다.
툭!
탓!
가속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진혁과 천유성이 월영의 몸을 박차고 앞으로 질주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제법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두 사람이 검을 휘둘렀다.
촤촤촤촤촷!
사복검이 늘어나며, 가지들의 측면을 훑었다.
“키에에에!”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날파리들이!”
곧바로 슈브 니구라스가 반응했다.
왼쪽에서 오는 수십 개의 가지들에 규칙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퇴로와 이동 가능한 방향을 차단하며 좁혀오는 포위망.
“왼쪽이야!”
“알고 있다!”
진혁이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레이저들의 궤도를 틀었다.
천유성 역시 반대쪽에서 오는 섬광을 빗겨내 버렸다.
탕! 타타타탕!
검들이 종횡무진 움직였고 크루거에서 나온 탄환들이 가지들의 연결 부위에 바람구멍을 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고동친다.
전신의 감각이 타들어가듯 예리해지고. 그에 맞춰 추혼검의 식이 더욱 정교함을 더해나갔다.
일검.
이검.
그리고 삼검.
두 개의 검이 점점 더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하나의 합으로 합쳐졌다.
[전장 선택.]이미 몇 번이고 함께한 심상.
최강의 플레이어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이것이.
기존의 바뀌어버린 새로운 세계다.
[‘플레이어들의 세계’가…….]아니, 바뀌었다고 믿었다.
우둑!
콰드득!
나타나던 심상 세계에 균열이 일어났다.
유리장처럼 무너져 내리는 파편 속.
“재미난 장난이군.”
슈브 니구라스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아예 전장 선택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
테레사 때와 마찬가지로 슈브 니구라스가 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발동시킨 것이다.
“아직, 아직이야.”
진혁이 망설임 없이 준비했던 두 번째 카드를 사용했다.
고유 능력 ‘고대 결계’와 각종 룬어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황도십이궁.
지금껏 수많은 강자들을 상대했던, 결계사 최강의 능력이다.
우우우웅!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물병자리’가 개방됩니다!]하늘 위에서 별들이 하나의 별자리를 자아냈다.
착시와 환각을 담당하는 물병자리는 오감에 작용되는 환술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나?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발악해도. 소용없다고.”
그 별마저도 빛을 잃어버렸다.
하늘이 칠흑처럼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전장 선택도.
최상위 결계인 황도십이궁도 통하질 않는다.
애초에 슈브 니구라스의 앞에서 이런 능력들은 잔재주에 불과했다.
바로 그때.
“준비됐어!”
엘리스가 고함을 질렀다.
계속해서 마력을 모으며 준비하고 있던 필살기.
완전히 형을 갖춘 붉은 작살이 기다렸다는 듯, 허공을 가로질렀다.
파아앙!
11개의 소닉붐이 일어나며, 구름이 갈라졌다.
모든 시선이 진혁과 천유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틈을 이용한 기습.
“케에에엑!”
“크아아악!”
작살이 가지들을 찢어발기고 슈브 니구라스의 본체에까지 도달했다.
단.
거기까지였다.
[슈브 니구라스가 ‘태고의 시간’을 발동합니다!]콰콰콰콰콰콰콰!
검은 열풍이 일어나자, 연기에 닿는 것들이 모조리 그 생명을 잃었다.
그것은 엘리스의 고유 성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작살이 점점 더 가늘어지더니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놀이는 여기서 끝이다. 필멸자들이여.”
모든 것이 무(無)로 화한다.
불타버린 도심과 죽어서 쌓이는 시체들.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저항할 수 있는 방법 따위도 없었고.
“강……진혁.”
“주군!”
천유성과 월영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아…….”
엘리스 역시 절망과 두려움에 가득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한 세계가 종언을 고했다.
***
“시시하군.”
슈브 니구라스가 흥미를 잃어버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광경,
더 이상 죽여야 할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
무미건조하던 태고의 신의 얼굴에…….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