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신들의 경매소 (1)
“……네놈.”
슈브 니구라스의 입에서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죽었어야 할 대상이 멀쩡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조금 전에 죽였다고 생각했던 나머지 인간들은 연기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진짜 아슬아슬하긴 했어.”
진혁이 생긋 웃었다.
상처투성이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돌아와 있었다.
동시에.
콰드득!
우득!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는 파편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현실이 아니었다.
“심상 세계……를 만들었다고?
슈브 니구라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위를 훑었다.
일부를 가져다가 모사하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이 세계 자체를 그대로 복제해 버렸다.
게이트가 나온 7개 주위 전부를.
“너…… 대체. 어떻게. 이런 수준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거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한 풍경이다.
모든 세계를 주관하는 자신을 속일 정도로.
“고생 좀 많이 하긴 했어. 준비해야 할 게 정말 많았거든.”
상급 관리자 벤디비아로부터 받은 ‘갈망의 영혼석’을 통해 결계 능력에 대한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노란색 월장석을 4개로 부숴 지구에서 가장 마력이 풍부한 4곳에 거점을 구축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볼리비아의 소금 사막.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렇게 노력한 보람은 확실했다.
실제로 슈브 니구라스를 속일 수 있는 대결계를 완성했으니까.
“말도 안 된다. 주변 마력에 위화감이 있으면. 내가. 눈치챘을 터.”
그렇겠지.
마력 반응에 민감한 태고의 존재가 그런 것까지 놓칠 리 없다.
그래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 뒀다.
“내가 이 결계를 발동시킨 게 아니야. 나는 밑 준비만 했고. 실제 발동하는 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거든.”
바로 그때.
-오빠. 시키는 대로 다 했어.
-형. 진짜 굉장해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훨씬 더 적어요.
유연화와 이태민의 목소리가 담긴 상태창이 나타났다.
주요 재료들을 두 사람에게 넘기면서 결계를 발동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숙달하게 시켰다.
몇 날 며칠에 걸쳐서 계속.
“외부의 조력인가…….”
슈브 니구라스의 목소리가 한 단계 높아졌다.
짜증이 섞인 음성이란 건 변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흥미롭다는 기색이 조금씩 묻어나왔다.
당연한 이야기다.
언제나 결말이 정해진 게임만을 해 왔던 그가 아니던가?
승리라는 명제는 이미 확정되어 있었고 모든 과정이 그 명제를 충족하기 위한 곁다리에 불과하던 삶이었다.
그런데.
그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아무리 네가 굉장한 신격이라고 하더라도 허점 하나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어. 심상의 구현화도 완벽한 건 아니거든. 특히나 시스템의 제약을 받은 상태라면 말이야.”
황도십이궁 물병자리는 환각 계열의 능력.
하지만, 이 능력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상극의 두 속성 능력과 함께 발동할 경우 절대 판정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승님의 흑천마황공과 테레사의 별들의 부름.
두 개의 능력으로 인해 아주 미묘하게 슈브 니구라스의 감각에 개입했다.
“본인이 완벽하다고 확신할수록. 예상외의 변수에는 대처하지 못하는 법이야. 뭐, 덕분에 나로서는 시간을 잘 끌 수 있었지만.”
“……마치, 내 능력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이번이 너와 내가 처음 만나는데도 말이지.”
“운이 좋았어.”
“운이라…….”
슈브 니구라스의 몸이 조금씩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현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소진되어 원래 있던 50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멍청한 관리자가. 인간 하나를 조심하라 했는데. 완전히 헛소리는 아니었군.”
미물 따위를 신경 써야 하냐는 말에 고개를 조아리던 하스팅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괘씸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에 오니 비로소 그 조언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태고로부터 존재해 온 자신을 농락한 인간.
이토록 대담하고 능글맞은 놈은 처음 만나봤다.
그렇기에.
슈브 니구라스는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네놈. 멍청한 탑의 거주자들에게. 당하지 말고. 올라와라.”
자신이 있는 곳까지.
탑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도달해라.
이번에 못 낸 승부를 다시 내기 위해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파츠츠……!
슈브 니구라스의 몸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마침내. 최악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은 것이다.
“후우.”
진혁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50층의 존재가 물러납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이번 일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등재됩니다.] [탑 상층부 다수의 신격들이 당신의 존재에 깊은 관심을 표합니다.] [거대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다수의 상태창이 연거푸 나타났다.
물론.
[히든 퀘스트를 달성하셨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성공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탑을 최초로 정복한 자를 위한 네 번째 특전이 개방되었습니다.]그에 따른 보상 역시 화끈하게 주어졌다.
‘이건…… 진짜 대박인데?’
진혁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무림에서부터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이때.
가뭄에 단비라도 내리는 것처럼. 모든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오는 보상들은 기대했던 것을 아득히 상회하는 것들이었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신들의 경매소’에 대한 입장권을 획득하셨습니다.(기간형: 획득한 시점으로부터 1달간 무료 서비스되는 상품입니다. 한 달이 지날 경우 유료로 전환됩니다.)]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의 특전으로 인해 한 회차의 경매에서 최우선 입찰권을 갖게 됩니다.] [‘행운의 랜덤박스(보라색)’을 획득하셨습니다.] [5,000,000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무려 18레벨의 상승.
3자릿수 레벨에서 한 번의 레이드로 이 정도 레벨이 오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게다가 신들의 경매소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 역시 지금 이 시점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보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코인 거래소에서 조금 희귀한 아이템들을 얻느라 뭐 빠지게 고생하는데.
‘나는 아예 차원이 다른 곳에서 기회를 독식할 수 있겠어.’
심장이 기분 좋게 고동쳤다.
여러 개의 선물을 한꺼번에 받은 어린아이처럼. 어느 걸 먼저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될 지경이다.
그래도 가장 먼저…….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
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8세
레벨: 144
힘 109 민첩 67 체력 67 마력 372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101.38
보유한 스탯 포인트: 54
보유한 코인: 16,743,550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스킬: 스킬이 너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
어느덧 레벨이 144에 도달했다.
이 정도면 거주자들 사이에서도 상위 랭크에 해당하는 레벨이다,
물론, 간극 스탯을 비롯해 각종 스탯들의 보정치를 더한다면, 실제 레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축에 속할 것이다.
‘잘 오르지 않던 정기 스탯도 이번 싸움 덕에 폭발적으로 상승했으니까.’
슈브 니구라스와의 전투에서 여러 가지로 얻은 게 많았다.
[마력이 372 → 402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67 → 91로 상승합니다!]투자한 건 마력과 민첩.
마력이야 가장 소비량이 많은 스탯이었고.
민첩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는 데 탁월한 효율을 자랑하는 스탯이었다.
‘나중에 저 많은 가지들을 피하려면 미리미리 올려 둬야겠지.’
이걸로 깔끔하게 스탯 정리가 끝났다.
그럼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손에 쥐고 있는 황금색 양피지로 향했다.
신들의 경매소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다.
협회 직원들이나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을 터.
과연.
어떤 것들이 거래되고 있으려나?
진혁이 ‘신들의 경매소’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찢었다.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축물.
그 사이론 은은한 구름들이 뭉실뭉실 떠 다녔다.
밝은 달빛 아래 비치는 호수와 4개의 날개를 가진 새들도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신들의 거처에라도 온 듯,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장소다.
바로 그때.
뿅하고.
새하얀 요정이 나타났다.
동화 속 팅커벨을 닮은, 작은 날개와 귀여운 외모를 가진 인간형이었다.
“우와아아! 인간분이 저희 경매소를 찾아주시는 건 처음이에요! 헉! 그것도 플레이어시잖아요? 세상에나. 아! 저는 세틸다라고 해요. 이름 예쁘죠? 헤헤헤. 안 그래도 천사님들께서도 오늘 이곳에 오셔서 대화를 많이 나눴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수다쟁이라는 건 알겠다.
입이 가벼운 만큼 정보를 캐묻기 쉽다는 것도 알겠고.
경매소에 참석했다는 건 능천사급 정도의 존재들이 온 건가.
“강진혁이라고 해.”
“네네. 진혁 님! 진심으로 환영해요. 혹시 찾으시는 건 있으신가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희는 없는 게 없어요.”
“오늘은 처음 온 거라 특별히 찾는 게 있다기 보단,…. 이곳이 어떤 곳인지 구경을 좀 해두고 싶어서.”
“아! 그러셨군요. 네 편하게 보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절 불러주세요.”
세틸다가 환하게 웃으며 주위를 날아다녔다.
정말이지 여러 의미에서 정신없는 요정이다.
뭐, 저래 보여도 직급이 릭과 동일한 중급 관리자이긴 했지만 말이다.
세틸다와 헤어진 진혁이 곧장 경매소 안으로 들어갔다.
화르륵!
양쪽으로 늘어진 횃불들 사이로 유리관들이 보였다.
바로, 이번 회차에 출품된 경매품들이다.
[위그드라실의 뿌리]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
경매 시작가: 12,585,000,000
[판도라의 상자]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
경매 시작가: 33,210,000,000
‘탐식의 눈’으로도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그만큼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아이템들은 규격 외의 종류라는 뜻이다.
‘최우선 입찰권을 잘 쓰려면 운도 좀 따라야겠어.’
아무리 확정권이 있다고 한들. 이번 회차에 나오는 물품이 별로라면 모처럼 얻은 히든카드가 빛을 바래게 될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쿠웅!
갑자기 발을 딛고 있던 지면이 거칠게 흔들렸다.
쿵! 쿵! 쿵!
누군가 오고 있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마력을 지닌 존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