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제2회 고인물 코퍼레이션 주주총회
40층의 경계에 있는 이름 없는 폐허.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이곳엔 몇몇 그림자들이 모여 있었다.
상급 관리자인 하스팅과 아타락시아 가주인 엑센시온 그리고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 이렇게 셋이.
“빌어먹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하스팅이 분을 이기지 못해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잔뜩 움켜쥔 주먹은 당장이라도 모든 걸 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놈이 보유한 힘이 강했습니다. 만약 저까지 가세했다면, 저 역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엑센시온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니힐리즘을 보유한 니체는 물론 마계의 신격인 마왕까지 와도 상대가 안 됐던 상황.
엑센시온이 가세했다고 한들 전세를 역전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진혁은 슈브 니구라스를 본래 있던 층계로 되돌려 보내지 않았던가?
기존 예상보다 적어도 세 단계는 위의 괴물이라고 봐야 한다.
바로 그때.
“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다들 그렇게 끙끙대는 거야?”
잠자코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짧은 단발을 한 작은 소녀의 모습.
허나, 단순히 외형만으로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레드 드래곤. ‘타미아’.
용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레드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고룡 중 하나이다.
“제가 하려는 일을 족족 방해하려는 인간입니다. 벤디비아 그 망할 녀석까지 포섭해버린 터라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죠.”
“헤에. 벤디비아면 그 다크엘프 관리자잖아? 되게 까칠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여자의 마음에 들다니. 진짜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네.”
타미아가 작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지금껏 인간이라고 하면 그저 기분에 따라 짓밟아 죽이거나 모조리 태워버리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자신들의 손짓 한 번만으로도 잿더미로 변하는 게 나약한 인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강진혁이란 플레이어에겐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고하기 짝이 없는 레드 드래곤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저 성가신 인간일 뿐입니다. 그것보다…… 용족들은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글쎄. 용들이 워낙 제멋대로여서 한 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긴 한데, 황금과 보물만 잔뜩 준비해 주면 어떻게든 꼬드길 수 있을 거야.”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쇼. 금은보화라면 제가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에게 주기로 한 것도 잊으면 안 돼.”
“알고 있습니다. 로드의 자리는 반드시 타미아 님께서 계승할 수 있게 조치하겠습니다.”
하스팅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로드를 맡고 있는 골드 드래곤은 2천 년을 넘게 산 에이션트급 고룡으로,
성품이 좋고 지혜롭기 때문에 많은 드래곤들의 추대를 받아 벌써 100년이 넘게 그 자리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타미아는 오래 살기만 했을 뿐.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늙은 용이 로드의 자리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마침. 하스팅이 다가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이다.
덜떨어진 용을 죽이고.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르라고.
적절하게 무대만 갖춰진다면, 명분을 갖춘 채 로드가 교체될 수 있노라 꼬드겼다.
“그래서. 내가 해 주면 되는 게 뭔데?”
“저희 쪽에서 3곳을 맡겠습니다. 타미아 님은 용족들을 이끌고 가장 성가신 곳 하나를 없애주시면 됩니다.”
진혁의 거점이 있는 거인들의 성체.
엘프들의 숲.
서리칼날 부족이 머무는 호수.
안드리아가 맡고 있는 정신병동.
진혁과 인연이 닿아 있는 장소라면 모두 알고 있다.
“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모든 곳을 지켜낼 순 없을 겁니다.”
강력한 용족들을 위시한 대규모 침공.
지켜야 할 곳이 많다는 건 반드시 어디 한 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거란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전술과 전략 사이에서 단 한 번이라도 수를 잘못 둔다면…….
그때야말로 진혁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드시 탑의 정상을 보는 것을 막겠다.’
하스팅은 또 다른 한 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탑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탑의 균형이 깨졌던 그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
모처럼의 평화로운 휴식.
[내일 오후 2시까지 강남역 1번 출구 앞으로. 지각할 경우 생존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따뜻한 초대 메시지와 함께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2차 주주총회가 개최되었다.
오랜만에 사원들 간의 친목도 도모하고 화기애애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 생각에서였다.
가장 큰 이유는, 뜸했던 사이에 딴생각을 품고 있는 반동분자를 색출해내기 위함이었지만.
그런데.
정작 살벌하게 진행되려던 주주총회는 의외로 쉽게 무산되어 버렸다.
“짐은 논다고 해서 나왔는데, 딱딱하게 회의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단 말이다!”
엘리스의 강한 주장으로 인해 회의 장소가 변경되었다.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가되,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곳은 PC방.
최근 VR 전용 게임방에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였다.
엘리스가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오. 짐도 몇 번인가 들어봤다. 이곳이 어린 인간들이 인생을 갈아 넣는다는 그곳이더냐?”
“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는 사람도 있긴 하지.”
한창 심할 때는 한 달인가를 넘게 숙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도 냄새가 심해서 쫓겨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저도 이런 곳은 처음 와 봐요.”
“쉴 땐 밀린 공부를 하기도 바쁜데, 고작 이런 곳에 가려고 날 부른 거냐?”
테레사와 천유성도 각각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가끔 기분 전환으로 이런 것도 나쁘지 않잖아?”
“젠장. 난 기분전환으로 새들 사진을 찍으러 가거나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단 말이다.”
“쯧쯧. 그러니까 실력이 잘 안 오르는 거 아니야? 쉴 때도 미친 듯이 게임만 했으면 훨씬 더 강해졌을 텐데.”
“뭐, 뭐라고?”
천유성이 반사적으로 손을 허리춤으로 뻗었다.
그러다 검이 없는 걸 깨닫고 어금니를 으득 깨물었다.
“에헤이. 너무 발끈하지 말고. 정 인정하지 못하겠으면 여기서 게임으로 내기 하나 할래?”
“골라라. 무슨 게임을 하든 내가 네놈보다 뛰어나단 걸 증명해 주겠다.”
죽어도 게임은 안 하겠다던 천유성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오늘 주주총회 회비는 모두 이 녀석에게 내라고 해야지.
그때였다.
“고마워. 그 영감에게 목숨줄 붙잡혀 있었는데, 이제야 불안에 떨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옆에서 걷고 있던 멜레나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말이 마인 협회였지.
니체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던 점조직이었다.
그렇기에, 언제 장기 말로 쓰이다 버려지거나 가차 없이 죽게 될지 몰랐다.
그러나 그 기나긴 공포에서 마침내 해방되게 된 것이다.
“우리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네. 갑천에서 자네가 와 주지 않았더라면, 전부 뼈를 묻었을 거야.”
“맞아. 덕분에 살았어. 앞으로 혹시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줘. 소환수 관련 일이라면 내가 도움이 좀 될 수 있거든.”
민정우와 이유리도 저번에 하지 못했던 인사를 건네 왔다.
뭐랄까.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이러니저러니 악연으로 얽혀 강제로 회사에 입사하게 된 거지만, 막상 함께하면서 묘한 유대감이 생기고 있으니까.
***
자리를 잡은 엘리스가 즉각 먹을 것부터 시킬 것을 요구했다.
PC방 음식들이 어지간한 음식점 뺨칠 정도로 맛있다는 걸 어디서 주워들은 모양이다.
“수제 햄버거 감자튀김 세트랑 치킨마요 덮밥이랑 짜빠게티에 치즈랑 달걀후라이 올린 거랑. 얼음 잔뜩 넣은 코카콜라. 후식으로 레드벨벳 치즈 케이크도! 응응. 이렇게 준비해 주거라.”
엘리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엄지 손톱만 한 금싸라기를 건넸다.
“저 손님…… 응? 어어?”
아르바이트생이 처음엔 무슨 장난질이냐는 듯 따지려다가. 이빨로 살짝 깨물어 보더니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진짜 순금이다.
그것도 꽤나 묵직한.
덕분에 3분도 채 되지 않아 화려한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금이 몇 개 추가 되자 PC방을 전세 내게 된 것도 덤이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 외에 텅 비어버린 내부.
“오오. 맛있구나. 짐의 전속 요리사로 두고 싶을 정도다. 아니, 이곳을 아예 사버린 다음 종종 들리는 것도 방법이겠구나.”
엘리스가 햄스터처럼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는 사이, 진혁이 함께할 게임 하나를 골랐다.
게임은 벌써 몇 년째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게임 ‘LOL(레전드 오브 레전드)’였다.
“우선, 조작법부터 좀 알려줄게. 잘 봐. 방향키는 이거고 궁극기는…….”
“되었다. 짐 같은 천재에겐 그런 걸 일일이 알려 줄 필요가 없느니라.”
엘리스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우주최강 순혈의 피’ 님께서 챔피언을 선택했습니다.]블라디미르.
엘리스가 당연하다는 듯 피의 군주를 골랐다.
“짐은 이자로 하겠다. 짐에 비해 품격이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제법 풍성하고 고고한 백발과 송곳니를 가진 뱀파이어로구나.”
“그래그래. 아무렴. 그렇겠지. 그럼, 난 이걸로 할게.”
[‘티모대령’ 님께서 챔피언을 선택했습니다.]진혁은 독버섯을 주로 사용하는 티모를 선택했다.
앙증맞은 너구리가 독침과 버섯을 주섬주섬 챙겨 넣었다.
“똑똑히 보여 주마. 격의 차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것이 위대한 뱀파이어의…….”
[퍼스트 블러드! 티모 대령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엘리스의 챔피언이 허우적거리다가 죽었다.
“워, 원래 처음엔 핸디캡이라는 걸 줄 생각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퍼퍼펑!
퍼엉!
버섯들이 온 화면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더블 킬!] [티모 대령님은 전설입니다!]“으아아아아. 왜. 왜. 이렇게나 나약한 것이냐! 이 뇌염모기만도 못한 것아!”
엘리스가 모니터를 붙잡은 채 절규했다.
본인이 직접 독버섯을 먹은 것처럼. 처절한 비명 소리가 PC방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러자.
이번엔 천유성이 나섰다.
“드디어 네놈과 승부를 낼 수 있게 됐군.”
현실에서는 쉽지 않았지만, 게임에서만은 다르다.
진혁을 분석한답시고 게임 영상을 미친 듯이 뒤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스타일로 플레이를 하는지.
몇 분에 어디로 이동하는지.
즐겨 쓰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모조리 꿰고 있었다.
[‘필사즉생 생즉필사’ 님께서 ‘야스오’를 선택하셨습니다.]이 검에.
모든 것을 건다.
우리에게 돈!
천유성이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얼굴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몇 분 뒤.
“으아아아악! 왜. 왜. 이것마저도 안 되는 거란 말이냐! 내 계산은 완벽했다. 내 분석은 완벽했단 말이다! 이 겉멋만 잔뜩 든 사무라이 자식아!”
모니터를 붙잡고 울부짖는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됐다.
“헤헤. 역시 우리 주인이 정말 잘해.”
“응응! 프로게이머들도 주인한텐 안 되지.”
“뭐 해? 빨리 박수 안 치고? 주인이 멀뚱멀뚱 있으면 죽여버린……다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좋아서 응원하는 거야.”
“나. 난 열심히 치고 있어. 봐 봐. 손바닥에 불나고 있잖아.”
“모오오기!”
정령수와 고구마가 뒤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이번 주주총회도 아주 대성황이네.’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들 즐거워하는 걸 보니 다음에도 또 다 같이 모여 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휴일의 하루가 지나갔다.
경매소가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4시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