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상층부의 거대세력 (1)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하루.
PC방에서 시간을 보낸 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일원들은 이후에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쌓인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이튿날.
“우린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겠네.”
“다음에 또 봐.”
개인 일정으로 바쁜 민정우와 이유리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오빠. 다음에 또 봐. 우리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게.”
“형. 미개척 미궁에 대한 추가 정보가 있는데, 다음엔 저희랑 함께 가요.”
이태민과 유연화도 미궁 공략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는 듯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있어서…… 중요한 거긴 한데, 다 처리되고 나면 보고할게.”
마지막으로 멜레나까지 살아남은 마인 잔당들 관련 일을 처리할 게 있다며 홀연히 사라졌다.
거의 반으로 줄어든 멤버.
……거기서 주주총회를 끝내고 각자 쉬었어야만 했다.
“실……수였어.”
진혁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번째 날 일정은 다 같이 야구를 해 보는 것이었다.
평소에 워낙 야구 보는 걸 좋아했던 테레사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타진했고. 모두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옥이 시작되었다.
한쪽은 테레사와 진혁, 월영 그리고 정령수들로 구성된 팀이었고.
다른 한쪽은 엘리스와 천유성 안드리아 그리고 고대 병사와 티본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185회차 스코어 0:0]벌써 7시간째 강행된 게임.
매회차에 2분도 걸리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워낙에 미친 스펙을 자랑하는 놈들만 모여 있다 보니 결과가 이렇게 됐다.
정확히는 순수하기 그지없던 테레사가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성격이 180도 변해버린 탓이었지만.
“진혁 씨…….”
“예?”
“방금 그 공. 진혁 씨라면 칠 수 있지 않았나요?”
피부에 닿는 저릿저릿한 살기.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이미 반쯤 ‘타락’까지 발동해 버린 테레사는 성스러운 이미지와 퇴폐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띠고 있었다.
젠장. 이건 뭐,
야구 방망이에서 저 검붉은 기운이 솟구치는 거 봐라.
아예 야구장을 통째로 베어버릴 기세다.
게다가 문제는…….
“짜증나. 절대 안 져.”
상대인 엘리스 역시 지는 것이라면 죽기보다 더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동감이다. 저 녀석에게 질 바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편이 낫겠군.”
천유성 역시 승부욕이 상상을 초월하는 놈이었고.
덕분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 띠 같은 경기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탓!
[월영이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발동합니다!]1루에 있던 월영의 그림자가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2루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천유성이 Lv19 ‘추혼검(追魂劍)’을 발동합니다!]콰콰콰콰콰!
야구장 바닥에 기다란 선이 생겼다.
“어림없다.”
더 이상 움직인다면 베어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견제였다.
“쳇!”
월영이 혀를 차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투수를 맡고 있던 엘리스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뒤틀렸다.
우우우우웅!
붉은 기운이 하나로 응집되면서 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블러드 로드’로 인해 극한까지 마력이 모이는 현상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내주겠어.”
“우리 꼬맹이가 야구 규칙을 잘 모르나 본데. 너희가 수비고 우리가 공격이란다. 끝을 낸다면 공격 쪽에서 점수를 내야 끝나는 거야.”
“야, 야구 규칙 좀 모를 수 있지. 그리고 꼬맹이라고? 그, 그 말. 지금 나한테 한 거야?”
“어머. 내가 말을 실수한 걸까나? 하지만, 요리 보고 조리 봐도 꼬맹이인데. 어떡하니.”
“으아아아악! 죽여 버리겠어. 이 바보 성녀가!”
엘리스가 야구공을 던질 자세를 잡았다.
쿠쿠쿠쿠쿠쿠!
소닉붐이 연달아 일어나며, 지면이 깊숙이 파이기 시작했다.
데드볼.
흔히 타자를 맞히는 행위를 노리는 것이다.
단지, 여기서 정말로 저 공에 맞았다간 말 그대로 데드볼이 될 수 있다.
즉사 수준이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수준으로.
“치는 맛이 있겠어.”
화르륵!
테레사의 야구 방망이를 따라 거친 불길이 치솟았다.
신성력과 타락한 기운이 반반씩 섞인 마력은 대체 얼마나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되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스윽.
공이 사라졌다.
뒤이어 바람까지 사라졌다.
이어진 것은…….
콰아아아앙!
야구장 전체가 붕괴될 듯한 굉음이었다.
튕겨나간 공이 하늘 높게 솟구쳤다.
빙그르르 포물선을 그리며 서서히 낙하하는 흰색 점.
“저거 당장 잡아!”
“공 저쪽으로 가고 있어.”
“응. 맡겨만 줘.”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달그락. 뼈다귀탕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정령수들과 고대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공에서는 말랑흑두루미가 여의주를 쥔 채. 혹시라도 외부에 피해가 갈까 봐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상태였다.
고구마는 마정석을 오물거리며, 벤치에서 그 모든 것을 구경하는 중이었고.
부우웅!
콰콰콰쾅!
고유 능력과 스킬들이 난무한다.
거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장 속.
진혁이 모든 걸 내려놓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네.’
차라리 슈브니구라스랑 다시 한 판 붙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진혁의 시선이 힐끗 핸드폰으로 향했다.
뷰튜브 생방송.
코인을 얻을 수는 없지만, 개인 후원과 구독자 수를 올리는 데 톡톡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진혁은 야구 게임이 시작한 직후 생방송을 열어 시청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golgol: 와. 이거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기다.
-Maison Hwang: 랭커들 전투 영상은 애들 장난이었네.
-문유찬: 지금까지 보스전 미궁전 유적전 영상 오지게 많이 봤었는데, 와 이것보다 스릴 넘치고 화려한 건 못 본 것 같음.
-cry: 아니 무슨 살인 야구도 아니고. 저게 뭐야 대체 ㅋㅋㅋ
-익명: 그래도 진짜 멤버들 탄탄하긴 하다. 괜히 인류를 구한 영웅들이 나오는 게 아님.
-그냥: 근데 영웅들이 저런 거에 목숨 거는 게 나만 이상하냐? 응? 누가 합리적인 비판 좀 해 봐.
쉴 새 없이 내려가는 채팅창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적어도 회사 이름값은 확실하게 올라가겠어.’
세계 8대 길드의 편입으로 안 그래도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 있는 상황.
이런 홍보 영상들이 추가된다면 그 효과는 더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계산이 되자, 진혁은 이 전쟁 같은 야구장이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주 야구장 자체를 박살내 버렸으면 좋겠네.’
부상자가 속출할수록 세간의 관심은 한층 더 뜨거워질 거다.
***
이틀간의 달달한 휴일이 모두 끝났다.
약속한 날짜가 도래하자 진혁은 다시 한 번 경매소로 가는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티켓을 처음 찢었을 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후우.”
진혁이 호흡을 살짝 가다듬었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변수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이번 경매엔 탑의 상층부를 아우르는 신격들이 대거 등장할 테니까.
당연히 그 사이에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려면 계획은 완벽해야만 한다.
바로 그때.
“어머나. 또 오셨네요.”
진혁의 앞에 작은 요정이 나타났다.
이틀 전 만난 적 있던 이곳의 안내인이다.
“안녕. 이름이 아마…… 세틸다였지?”
“네네네! 와아.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이에요. 저번에는 마음에 드시는 게 없었나요? 이렇게 다시 찾아오신 걸 보면 말이에요. 아. 잠깐. 잠깐만요. 어디 보자. 아 여깄다! 이게 오늘 경매에 관한 일정표인데요. 이번에 중간 관리자인 릭 씨가 주최하는 B-3 경매를 추천드려요. 보세요. 탑 20층의 따끈따끈한 신상 아이템들이…….”
여전히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말들이 고막을 두드렸다.
“아니, 그것도 좋지만, 이번엔 신격들이 주관하는 특별 경매에 참여하려고.”
“아. 그거요…….”
세틸다가 곤란한 듯 말끝을 흐렸다.
“왜. 뭔가 문제가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신격분들이 참석하시는 경매는 가격이 굉장히 세거든요. 게다가 입장비만으로도 어지간한 성 하나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마정석이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게 필요해요.”
한 마디로 어지간한 돈으로는 참석조차 하기 힘든 곳이라는 말이다.
“걱정 마. 그런 준비도 없이 온 건 아니니까.”
진혁이 제법 알이 굵은 여의주를 꺼냈다.
말랑흑두루미가 그동안 애지중지 새롭게 만든 여의주 하나를 날름 가져온 것이다.
아직까지 눈물을 글썽이며, 그것만은 안 된다는 청룡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미안한 감정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어떻게 가는지 알아. 더 이상 안내해 주지 않아도 돼.”
“네. 그럼, 좋은 경매 하세요!”
세틸다가 언제나처럼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
저벅.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대리석 기둥들이 늘어져 있는 회랑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입구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들이 나타났다.
‘과연…….’
진혁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탑 내에서 최강의 힘을 가진 존재.
하나하나가 한 신화와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자들이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북유럽과 그리스…… 정령계와 마계에서도 온 건가.’
과거 탑을 올랐을 때도 보기 힘들었던 쟁쟁한 세력들이 총집합했다.
마치, 이번 경매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바로 그때.
“어머나.”
긴 금발을 한쪽으로 묶은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다가왔다.
‘에덴’에 소속된 대천사 ‘가브리엘’이다.
그 옆에는 호위병으로 보이는 듯한 건장한 체구의 남성 천사도 있었다.
얼굴이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천사는 아닌 것 같은데…….
“역시 오셨군요.”
가브리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자리는 그리 흔히 있는 게 아닐 테니까요.”
“하긴, 지금까지는 신격들과 만날 기회가 자주 없었죠.”
가브리엘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런데, 너무 높이 있는 신격들보다는 신격들과 계약한 사도들을 보려는 게 주요 목적이거든요. 얼핏 보니까. 신격들이 아닌 자들이 섞여 있더군요.”
“……!?”
진혁의 말에, 가브리엘의 동공이 살며시 팽창했다.
옆에 있던 남성 천사도 움찔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런 정보는 또 어디서 들은 거죠?”
“플레이어들은 아직 신격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거주자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신격들 역시 아래층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 층계를 아우르는 대행자들이 필요할 테니까요. 또한 이토록 상층부의 거대 세력들이 자신들을 뽐내고 싶어 하는 자리라면 당연히 그들의 사도 역시 데리고 왔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계의 선택을 받은 자들을 ‘검은 사도’라 부르듯.
다른 신격들의 선택을 받은 이들도 그와 비슷한 칭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엔 거주자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랭커들이 있을 것이다.
미래에.
탑의 상층부를 함께 오르고 싸우게 될 라이벌들이 말이다.
“후후후. 그런 것까지 생각했다는 건가요. 정말 재밌네요. 재밌어요. 보통이라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자신이 최초로 이런 곳에 왔다며 으스대기 바쁠 텐데 말이죠.”
가브리엘이 더욱 마음에 들었는지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저희 에덴은 강진혁 플레이어님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당신 정도 되는 분을 사도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훨씬 더 든든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먼저 제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거대 세력이 첫 번째 제안을 던졌다.
결코 거절하기 힘든 조건과 함께.
“상급 관리자. 하스팅에 관한 정보를 드리죠. 그자가 앞으로 무얼 계획하고 있는지까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