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상층부의 거대세력 (3)
“호오.”
“과연….”
“기대했던 것 이상이군.”
“저게 벌써 완성되어있던 건가요?”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모인 곳엔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서 있었다.
초점을 잃은 텅 빈 동공과 가녀린 몸.
대조적으로 두꺼운 황금색 쇠사슬이 팔과 다리를 단단히 구속하고 있었다.
진혁의 눈매 역시 가늘어졌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이자, 향후 신격들의 세력 전에 있어 핵심 전력이 될 카드.
연금술사들의 완성품이라 일컫는 역작 ‘호문쿨루스’다.
감정이 없기에, 생명을 제거하는 데 있어 아무런 망설임이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전투능력 또한 매우 뛰어난 편.
실제로 호문쿨루스는 시련의 탑 중,후반부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 첫 번째 제작품이 바로 저 소녀지.’
일명 알파.
보통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량이 되는 물건들과는 달리, 호문쿨루스는 초기에 만들어질수록 그 품질이 뛰어나다.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핵심 재료인 ‘현자의 돌’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후후. 역시 다들 반응이 좋군요!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번 경매품은 단순히 돈만 많다고 해서 낙찰 받으실 수는 없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돈지랄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신격들이 자신들의 대리인만을 보내 백지수표를 남발했을 거다.
가진 게 코인과 마정석 뿐인 알부자들이야 널리고 널렸으니까.
무엇보다 이 경매를 주최한 존재는 코인이니 마정석이니에 별 다른 관심이 없다.
시선이 집중된 걸 느낀 진행자가 말을 이었다.
“입찰은 최소조건. 그리고 낙찰을 받으시려면 여기 있는 호문쿨루스로부터 선택을 받으셔야 합니다. 아! 선택이라는 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그저 그녀의 무릎을 꿇게 만드시면 됩니다. 호문쿨루스는 강한 자만을 주인으로 인정하거든요.”
한 마디로 저 감정 없는 인형이 스스로 복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때.
“재미있군.”
신격들 사이에 있던 거구의 남자가 일어났다.
쿠웅!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좌우가 흔들린다.
터질듯한 근육과 호랑이 보다 더 큰 손.
그리스 최강의 영웅이라 불리는 헤라클레스다.
콰앙!
헤라클레스가 자리를 박차고 단숨에 경매장 중앙으로 도약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다람쥐처럼 날랜 몸놀림으로.
“이 꼬맹이가 향후 타이탄을 능가하는 전투병기가 될 거라 이건가? 흐음. 보면서도 어째 썩 믿기지가 않는군.”
덥썩!
헤라클레스의 거대한 손이 호문쿨루스의 머리를 붙잡았다.
“날 주인으로 인정해라. 거부할 경우 그 머리통을 박살내버리겠다.”
“…….”
푸른 머리카락이 거칠게 헝클어졌지만, 호문쿨루스는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두 눈엔 공포심이라는 감정 자체가 깃들어 있지 않다.
“안 됐지만, 헤라클레스님. 당신은 그녀의 인정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설마, 내가 자격이 부족하다는 거냐?”
“아닙니다. 단지….”
진행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호문쿨루스는 신격들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헤라클레스님이 아니라 그 어느 분께서 와도 마찬가지지요.”
현자의 돌을 통해 만든 연금술사들의 작품.
때문에, 신격의 마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모든 신격들께서 자신들만의 ‘사도’들을 데리고 온 겁니다.”
사도들은 곧 대리자.
신격들의 가호와 마력을 받고 그 뜻을 집행하는 자들이다.
스윽.
슥.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사도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올림포스 쪽에서 헤라클레스의 뒤를 이어받겠다는 듯 가장 먼저 움직였다.
“메데수스. 헤르메스가 데리고 온 사도가 너였느냐?”
“예. 호문쿨루스에 관해선 그분께 전해들었습니다.”
“가능하겠나? 기회는 한 번 뿐이다.”
“물론입니다. 제가 올림포스를 위해 반드시 저 호문쿨루스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신장 190cm에 탄탄한 근육질 몸.
갈색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메데수스가 검을 뽑았다.
스릉!
검광이 흩뿌려지며, 그리스 특유의 자유로운 마력이 솟구쳤다.
“흐음. 좋다. 한 번 믿어보도록 하지.”
헤라클레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메데수스가 진행자를 힐끔 바라봤다.
“복종의 조건이 무릎을 꿇게 만드는 거라면, 수단과 방법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겁니까?”
“공격을 하셔도 좋고. 다른 걸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단, 살상은 안 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격을 시험하는 자리니까요.”
“거기까지 갈 일도 없을 겁니다.”
파팟!
메데수스의 검이 사라졌다.
아예 다리를 통째로 잘라내버릴 듯 무게와 속도가 모두 실려 있는 일격이었다.
그런데.
카아앙!
지금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던 호문쿨루스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어느새 양 손에 쥔 1m 길이의 단창(短槍)이 바람개비처럼 원을 그렸다.
동시에 호문쿨루스가 단상 뒤로 도약하며, 한 호흡을 벌려고 했다.
“잔재주를!”
메데수스가 즉각 거리를 좁혔다.
오른 발을 크게 앞으로 뻗는 것으로 둘 사이의 간격이 30cm도 남지 않게 되었다.
카카카카캉!
순식간에 수십 합이 넘는 공격이 교차했다.
모두가 반응하기도 힘든, 허를 찌르는 검격이었다.
그러나.
“이럴 리가…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메데수스의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분명,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쪽은 자신이었고.
상대는 그걸 받아내기에 급급하기만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된 건지. 아슬아슬한 균형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콰와아아앙!
수직으로 내리 꽂힌 일격이 호문쿨루스의 이마 바로 위에서 멈췄다.
또 다시 막혔다.
힘도 기술도 모두 우위였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크윽!”
“…….”
단창을 가로질러 막아낸 호문쿨루스가 이번에도 메데수스의 간격에서 빠져나갔다.
“도망만 다니지 말고 맞서 싸워라!”
여기서 더 나아갔다간, 그건 시험이 아니라 죽이겠다는 뜻일 터.
허나, 꼬리를 말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분노하고 있는 헤라클레스는 둘째 치더라도 수많은 세력들이 모인 자리에서 올림포스의 격을 떨어뜨릴 수는 없을 일 아닌가?
이쪽에서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 누구도 갖지 못 하게 죽여 버릴 뿐.
그렇다면….
메데수스의 팔에 푸른색 기운이 깃들었다.
우우우웅!
맹렬한 빛이 그 기세를 더해나갔다.
고유성창을 통해 한 번에 끝을 보려는 생각에서다.
[메데수스가 고유성창 ‘맞물리지 않은 균열’을 발동합니다!]“제가 분명 살상은 안 된다고…!”
돌발적인 행동에, 진행자가 나섰다.
하지만, 메데수스의 공격이 한 템포 더 빨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공간 절단 계열.
열화된 공기가 아직까지 검로가 지나간 자리에 눌어붙어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공격이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증표다.
그런데.
치이이익!
호문쿨루스는 그 공격에서조차 살아남았다.
단창으로 궤도를 틀어냈는지 그녀가 서 있던 지면 주위로 긴 검상이 미묘하게 틀어져 있었다.
“대체 어떻게 돼 먹은 놈이냐. 인형 주제에….”
메세수스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이것까지 막아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만하시죠. 그 이상 한다면, 앞으로 올림포스 분들은 영원히 저희 경매장에 참석하지 못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가 으름장을 늘어놓고 나서야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진정됐다.
물론, 방금 전의 공방전을 지켜본 신격들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상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히 놀랍네요.”
“올림포스 쪽의 사도가 고유성창까지 발동한 걸 막아낼 줄이야.”
“최초의 호문쿨루스라… 더욱더 탐이 나는군.”
상위 사도와 맞먹는… 아니, 어쩌면 더 뛰어날지도 모르는 병기.
상층부의 세력 다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그것이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멍청한 그리스놈들은 그게 한계로군. 어중간한 20층대 후반 거주자를 사도로 받아들이니까 이런 추태를 보이는 것 아니냐? 마계야 말로 저걸 손에 넣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지.”
군타페르가 광소를 터뜨렸다.
“칸투라!”
군타페르의 호령에 이번엔 검은색 거적을 두른 노인이 나타났다.
30층 후반 대에 거주하는 마족.
짧은 두 개의 뿔을 가진 비쩍 마른 체형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큭큭. 조금 빠른 건 인정합니다만, 어차피 제 상대는 아닙니다. 1분 안에 끝내드리죠.”
최소입찰액이 지불되자, 칸투라가 한 쌍의 곡도를 꺼내들었다.
탓!
지면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칸투라가 앞으로 질주했다.
카카가가각!
거의 공간이동에 가까운 속도.
조금 전 메데수스가 힘과 기술을 우위로 점쳤다면.
칸투라는 암살에 특화된 움직임으로 사각을 노렸다.
“…….”
호문쿨루스는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상대의 기습을 받아냈다.
카앙!
캉!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또 다시 전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
벌써 일곱.
신격들의 사도들이 줄줄이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호문쿨루스의 무릎을 꿇리는 데 실패했다.
각 층계의 전쟁으로 인해 최정상급 사도들은 오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래서야….”
“완전히 강 건너에 있는 과일이로군.”
“에덴의 사도마저 패배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한 걸작이긴 하네요.”
모두의 입에서 호문쿨루스에 대한 놀라움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걸 얻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씁쓸한 뒷맛 또한 배어 있었다.
‘흠… 역시, 예상대로인가요.’
진행자가 작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이번 회차의 하이라이트인 호문쿨루스는 단순히 힘으로만 찍어내려고 해선 얻을 수 없는 경매 품이었다.
‘현자의 돌’과 연금술 그리고 최초라는 특성을 조금 더 깊게 생각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공략을 할 수 있는 세력이 하나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낙찰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력은 없을 것 같다.
‘여기까지인가보네요.’
진행자가 경매의 종료를 알리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나섰다.
진혁이다.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며, 무언가를 준비하던 진혁이 마침내 움직였다.
우우우웅!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되며, 입장료로 지불할 아이템 하나가 나왔다.
“하! 뭔가 했더니 고작 팔찌인가? 그런 어쭙잖은 보물 정도론….”
말을 하던 군타페르가 멈칫했다.
평범한 팔찌가 아니다.
모래 속에 묻혀 사라진 고대왕국.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상급 성유물이다.
이걸 가지고 있는 존재는 분명… 전대 아타락시아의 가주일 텐데?
그게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경매 최저 입찰품으로선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척.
진혁이 송곳니를 쥐었다.
지금까지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투를 통해 호문쿨루스를 굴복시키려는 듯 보였다.
‘뭔가 조금 다른가 했더니… 이 남자도 똑같군요.’
진행자가 잠깐이나마 품었던 기대를 흩어버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무기부터 꺼내는 걸 보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그러나. 실망감은 잠시뿐이었다.
‘호오?’
진행자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앙증맞은 토끼귀가 연신 쫑긋거렸다.
코끝을 향해 퍼지는 달짝지근한 향.
틀림없다.
현자의 돌.
정확히는 현자의 돌을 모조한 복제품을 녹여… 그것을 스스로의 몸에 뿌렸다.
“……!?”
호문쿨루스의 파란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그걸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