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상층부의 거대 세력 (4)
현자의 돌.
그 자체로도 만능기에 가깝고 그걸 활용해 할 수 있는 일 또한 무궁무진한.
말 그대로 연금술사에게 있어 꿈의 결정체라 불리는 성유물이다.
그리고.
진혁은 이번 회차의 경매를 위해 그 복제품을 만들었다.
‘정말 개고생 좀 하긴 했지.’
애초에 현자의 돌을 만드는 방법은 연금술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고급 정보다.
준비해야 할 재료가 많은 거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고.
‘모두의 자발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진혁이 짧게나마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대장장이 오룬 할아버지도 괴롭혔고…… 엘리스의 보물창고도 털었고.
정령수들을 시켜 탑 내부에 있는 이곳저곳에 재료들을 모아오게 닦달하며 정말이지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었다.
‘효과는…… 확실해.’
손목에 바른 붉은빛 액체가 은은하게 빛났다.
달짝지근한 향이 피어오르자, 호문쿨루스의 동공이 급격히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근원과 동일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유대감.
그렇다.
최초의 호문쿨루스로부터 복종을 얻어내려면, 반드시 이 유대감이 필요하다.
나머지 신격들은 오롯이 힘으로만 그걸 쟁취하려 했기에 실패했지만, 진혁은 진행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꿰뚫어봤다.
이제 남은 건…….
유대감과 실력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뿐.
“후우…….”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속의 마력이 부드럽게 순환하며, 송곳니의 칼날 부분이 푸른빛으로 뒤덮였다.
[고유 능력 ‘천마신공(天魔神功)’이 발동됩니다!]순간.
쿠쿠쿠쿠쿠쿠!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쳤다.
전성기의 천마는 신격들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던 절대자 중 하나.
때문에 그의 고유 무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외감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림에서…… 활약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천마신공까지 익혔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뿐이다. 고유 성창도 아예 통하지 않았는데, 천마신공이라 해도 결과가 달라지진 않아.”
“맞는 말이에요. 아무리 천마로부터 무공을 전수받았다고 한들, 기간을 생각해 본다면 경지가 높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신격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놨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진혁이 뛰어난 플레이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 수준에 국한된 범위 내에서의 일.
자신들이 고르고 고른 사도들과 비교한다면 특출 나다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신격들은 그와는 전혀 상반된 생각을 품고 있었다.
“훗.”
베리엘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
“…….”
북유럽을 대표해 온 토르와 로키 역시 신중한 눈으로 진혁을 관찰했다.
“흥. 저 무시무시한 놈이 고작 저런 거 하나 처리하지 못할 리 없지.”
아누비스 또한 콧방귀를 뀌었다.
다들 진혁을 직접 경험해 보거나, 여러 가지 추억이 있는 신격들이다.
적어도 그들은 이변이 일어날 거라 믿고 있었다.
***
서서히 팽팽해지는 공기.
시작을 끊은 건 진혁이었다.
천마군림보.
콰앙!
지면에 생긴 깊은 발자국과 함께. 진혁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
호문쿨루스가 즉각 창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한 쌍의 단창이 바람개비를 그렸다.
카카카캉!
측면에서 접근한 송곳니가 그대로 튕겨나갔다.
역시나, 만만치 않다.
‘페이크를 두, 세 번 정도 주는 걸로는 턱도 없겠어.’
진혁이 더욱더 천마신공을 끌어올렸다.
탓!
땅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진혁이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제일식(第一式).’
‘흑륜암쇄권(黑掄暗碎拳)’!
콰아아앙!
등을 노린 일격.
허나, 호문쿨루스는 그 공격마저 흘려버렸다.
메데수스의 고유 성창을 빗겨낸 것처럼. 강한 공격은 정면으로 받는 대신 힘을 분산시켜 버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역시, 저렇게 될 줄 알았어.”
“시간만 질질 끌다가 진행자가 멈추길 기다리겠군.”
“정말 질기긴 하네요. 공격 자체를 저렇게 잘 피하는 인형이 있다니.”
부정적인 반응은 이내 확신으로 굳어졌다.
승부가 끝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단정 짓는 와중에도 진혁은 방금 전 공방전에서 무언가를 엿봤다.
‘좋아.’
모조품이긴 했지만, ‘현자의 돌’을 통해 흘러나오는 향이 호문쿨루스를 자극하고 있다.
미세하게. 상대가 반응하는 게 느렸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각.
조금만 더 빠르게…….
조금만 더 날카롭게 한다면.
[고유 능력 ‘고속검(高速劍)’이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이 발동됩니다!]콰앙!
카카카캉!
진혁이 송곳니를 종횡무진 휘둘렀다.
그림자와 그림자를 타고 넘어가며, 거기에 고속 검으로 인해 공격 속도가 족히 2배는 더 빨라졌다.
이제는 단검이 지나가는 궤도 자체가 흐릿해질 지경이다.
“……으.”
정신없이 공격을 방어하던 호문쿨루스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이다!
시야과 시야가 교차하는 지점.
진혁이 공격의 템포를 오히려 한 단계 떨어뜨렸다.
‘빙하조형(氷河造形)’
‘빙옥만화경’
파츠츠!
땅을 따라 얇은 서리가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냉기가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체온이 떨어진 신체는 환각을 보기 시작했다.
호문쿨루스의 작은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아……!”
짧은 신음은 깊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은 듯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모조된 현자의 돌’로 인해 대상과의 유대감이 깊어집니다.] [‘교감 능력’이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멘트라 테이밍’이 발동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 둔 능력들이 빛을 발했다.
“아아…….”
호문쿨루스의 동요가 한층 더 커졌다.
계속된 접전으로 인해 체력이 소진된 데다. 각종 교감 능력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상황.
화룡점정으로 ‘빙옥만화경’ 속에 갇혔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그리고 그 틈을…….
……진혁이 정확히 파고들었다.
툭.
송곳니의 끝이 호문쿨루스의 목에 닿았다.
현자의 돌에서 나온 붉은 액체 한 방울이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푸른 눈동자가 진혁에게 향했다.
“나는 장황한 말로 구워삶거나 하는 건 못 해.”
최고의 대우를 해 주겠다느니. 우리 세력과 함께한다면 인형 그 이상의 지위를 주겠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협박을 해서 억지로 복종시키고 싶지도 않아.”
그저 찍어 누를 뿐인 굴종에 충성심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 대상이 감정이 없는 존재라 하더라도.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해 줄 수 있어. 적어도 나와 함께한다면 내 쪽에서 널 버림패로 쓸 일은 없을 거란 걸.”
진혁이 조용히 목에 닿은 검을 회수했다.
거부하는 반응은 없었다.
이건 긍정의 뜻이겠지.
실제로 호문쿨루스로부터 뿜어져 나오던 마력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늘부터 내가 네 주인이야.”
“주……인.”
호문쿨루스가 조심스럽게 그 말을 곱씹었다.
툭.
무릎이 땅에 닿은 건 바로 그때였다.
푸른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목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것으로 호문쿨루스의 주인이 정해졌다.
***
진혁과 호문쿨루스로 인해 경매소 내부가 한바탕 뒤집혔다.
누군가 호문쿨루스를 가져갈 거라곤 생각했었지만, 그게 설마 플레이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탓이다.
“자자. 위대하신 신격분들. 경매는 끝났습니다. 주최자께서도 더 이상의 소란을 원하지 않으시니, 이만 물러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약 진행자가 적당한 때에 말리지 않았더라면, 모든 신격이 진혁을 산 채로 잡아먹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일은 역대급 사건이었다.
주최자가 경매를 종료했다는 말에 모두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그렇게 조금 조용해진 자리.
신격들이 사라진 곳엔 그들을 따르는 사도들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올림포스를 대표해 왔던 메데수스가 진혁에게 다가왔다.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로군. 나는 메데수스라고 한다. 헤르메스께 가호를 입어 그분의 사도가 된 거주자지.”
고유 성창까지 보유한 랭커.
가까이서 마주하고 보니 꽤나 감회가 새롭다.
원래는 이 녀석도 20층 후반대는 도달해야 한두 번인가 마주칠 기회가 있는 놈인데.
“조금 전의 일은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솔직히 중층부 아래에서 이 정도 실력자가 탑을 오르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
사도들 입장에서 현재 플레이어들은 탑의 맛을 살짝 본 애송이들이다.
자신들과 비교한다면 아직 10년은 더 굴러야 겨우 대화를 해 볼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아래쪽에도 제법 쓸 만한 인재들이 있어. 나 외에도 말이야.”
“그래. 이제부터라도 아래쪽에 관심을 좀 가져 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그대는 탑의 몇 층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
“순서가 좀 꼬이긴 했는데, 이번에 19층으로 갈 생각이야.”
“19층이라…….”
메데수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만나려면 한참 멀었겠군. 서둘러 올라와라. 언젠간 탑의 상층에서 함께 싸울 날을 고대하지.”
“그래.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기대하고 있을게.”
메데수스와 인연을 만들어 두는 건 이후에 반드시 중요하게 쓸 날이 올 거다.
짧은 인사가 오고 가는 것으로 경매소에서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
현실로 돌아온 건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였다.
베리엘 이 찰거머리 같은 놈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통에, 그걸 떼어 놓느라 죽는 줄 알았다.
“적당히 앉아. 일단은 탑 밖에서 내 집으로 쓰고 있는 곳이야. 탑 밖에 머무는 비용은 엘리스 지갑에서 적당히 가져왔으니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호문쿨루스가 호텔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소파에 앉았다.
‘우선 어느 정도인지 확인부터 해 볼까.’
진혁이 ‘탐식의 눈’을 발동해 호문쿨루스의 상태창을 살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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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호문쿨루스
성별: 여
나이: 1세
레벨: 195
힘 53 민첩 85 체력 76 마력 62 현자의 가호 368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창술사
고유 능력: 인형 놀이
스킬: ‘두 개의 창’ Lv29, ‘천일야화(千一夜話)’ Lv28, ‘동작 포착’ Lv27, ‘마력 호흡’ Lv21, ‘고통스러운 상처’ Lv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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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사항: 한 번 주종관계를 맺은 주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배신하지 않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고유 성창’을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미친…….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스펙이 다 있다니.
이제 갓 만들어졌는데도 기본 레벨이 200에 육박한다.
하지만, 놀라운 건 단순히 기본 스펙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자의 가호 스탯이 무려 368이나 돼.’
간극이나 적응형처럼 특수 조건을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최상위 스탯.
거기에 고유 성창까지 개방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노다지가 굴러 들어온 것이다.
진혁이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가까스로 삼켰다.
동시에 이런 복덩어리를 위해 무언가 하나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이름이 없지? 이름. 그…… 널 부르는 단어 말이야.”
“이름…… 말입니까? 원래 있던 곳에서는 저를 호문쿨루스라고 불렀습니다.”
“흐음. 그래? 계속 그렇게 부를 순 없으니, 적당한 이름 하나 지어 줄게. 이래 봬도 내가 작명 센스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거든.”
“어떤 이름이든 지어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호문쿨루스가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흠. 어디 보자.
어떤 이름을 지어 줘야 오래오래 기억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