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19층의 히든 플레이스 (1)
진혁이 호문쿨루스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푸른색 눈동자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이 반짝였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지어 줄 수 있는 이름은 하나뿐이다.
진혁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프레이.”
“프레이……?”
“응. 앞으로 널 프레이라고 부를 거야.”
“좋은…… 이름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프레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 보니……. 살짝 미안해지긴 한다.
프레이(pray: 기도하다)
기도메타라고.
운빨망 게임에서 제대로 터진 기적을 기념하고자 지은 이름이었다.
‘처음엔 민트초코의 줄임말인 민초라고 하려고 했는데, 역시 프레이가 좀 더 낫겠지. 있어 보이기도 하고.’
프레이도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우우웅!
오른손에 끼고 있던 ‘브라함의 반지’가 격렬하게 움직였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뜨거운 기운이 온몸 전체를 뒤덮었다.
이 반응은 설마……?
화르륵!
불꽃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두 눈을 치켜뜨고 있는 엘리스였다.
“엘리스?”
“이…… 이…… 이! 바보 계약자가! 넌 왜 이런 걸 또 주워온 거야!”
엘리스가 당장이라도 호텔 전체를 무너뜨릴 것만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귀가 얼얼할 정도의 날카로운 고주파다.
“제가 뭔가 잘못한 건가요?”
프레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 넌 잘못한 거 없어. 그리고 엘리스.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아니, 그 꼬챙이는 좀 집어넣고. 신성한 호텔에서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여기서 진조의 고유 능력이 발동됐다간 호텔이 가루가 되어버릴 거다.
9시 뉴스에 실리는 거야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설명해봐. 짧게. 3줄로 요약해서.”
엘리스가 터져 나오는 분노를 가까스로 삼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참고 있는 거다.
3줄이 넘거나. 그 안에 설득하지 못하면 지구를 멸망시켜버릴 테니까.
“프레이는 어디까지나 전투를 위한 보조요원이야. 그것도 매우 뛰어난. 게다가 호문쿨루스라 식사를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지 않아도 되니, 네 식사량이 줄거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진혁이 속사포처럼 설명을 늘어놓았다.
기가 막히게 논리정연하고 객관적인 요약이다.
하지만.
“내, 내가 지금 밥 때문에 이런 건 줄 알았어? 진심으로…… 날 그렇게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응? 아니었어?”
딱 봐도 볼 속 가득 먹을 거 잔뜩 넣어 두는 걸 제일 행복해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새로운 군식구가 오는 걸 적극적으로 말렸던 거 아니었나?
진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 바보가아아아아!”
엘리스의 은색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일어났다.
이건 심상치 않다.
심연의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마력은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엘리……스?”
“죽어!”
콰아아아앙!
호텔 층 전체가 거대한 화염으로 휩싸였다.
***
시련의 탑 19층.
거대한 폭포가 흐르는 장관 속, 몇몇 인영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은 칼 같이 맞춰서 왔네.”
진혁이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젠장. 하필 장소를 뭐 이런 곳으로 고른 거냐? 처음부터 지도라도 하나 주든가. 몇 시간이고 헤맸단 말이다.”
천유성이 툴툴대며 불만을 토했다.
물에 젖은 돌들이 꽤나 미끄럽다.
거기에 이 장소는 19층에서도 워낙 외지에 있는 곳이라 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반면.
“그래도 진혁 씨 덕분에 이런 명소도 다 와 보네요.”
테레사는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폭포 아래로 피어오르는 은은한 물안개와 아름다운 무지개.
거기에 처음 보는 종류의 앙증맞은 몬스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단순히 풍경만을 본다면 다 같이 해외 유명 관광지라도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진혁 씨. 옆에 계신 분은 누구인가요?”
테레사가 진혁 옆에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푸른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짧은 창을 쥐고 있는 모습.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인물이었다.
“프레이라고 해.”
“플레이어……는 아니네요.”
“거주자도 아니야. 몸에서 느껴지는 기가 이질적이군. 소환수……이거나 인형 쪽인가?”
눈치 한 번 빠르기는.
“맞아. 호문쿨루스야.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낸 존재지. 우연히 위층에 갔다가 만나게 됐어.”
“과연……. 놀고만 있던 게 아니었나.”
한 마디 덧붙이던 천유성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엘리스 씨가 안 나오는 거로군. 어쩐지 왜 안 보이나 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
“어? 맞아. 당분간은 내버려두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걸 안 거야?”
“후우. 둔해 빠진 놈 같으니…….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천유성이 더욱 질렸다는 듯 혀를 찼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사소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다각. 다각.
저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는 건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나머지 사람들도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나무 사이로 익숙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개의 다리.
상반신은 여인. 그리고 하반신은 사슴의 형상을 한 거주자.
드라이어드 종족의 ‘유아시스’다.
이미 그녀와는 가면무도회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레이드를 위해 특별히 따로 접촉해 와 달라고 할 것을 부탁했었다.
19층의 유적은 제3 세력에 소속된 거주자의 허락이 없다면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유아시스가 환하게 웃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안 된다고 했으면, 레이드 자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아니에요. 저희로서도 최근 이곳을 조사해야 했는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조사라고?
이곳을?
“뭔가…… 문제가 있던 겁니까?”
진혁이 조심스럽게 묻자, 유아시스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얼마 전, 탑 전체에 거대한 마력 파장이 일어났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탑 전체를 아우르는 마력이라면…….
50층.
슈브 니구라스와 검은 염소들이 아래층으로 튀어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알고 있습니다.”
“그때 이 유적 역시 무언가 변했어요. 워낙 이질적인 마력에 영향을 받은 탓이겠죠.”
유아시스가 복잡한 얼굴로 폭포 너머를 응시했다.
플레이어로서는 느낄 수 없지만, 제3 세력에 소속된 그녀에게는 그 위화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들어가죠. 중간까지는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유아시스가 폭포 쪽으로 걸어갔다.
콰콰콰콰콰콰!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로 검은 동굴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유적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다.
단.
이곳에 들어가려면 특정 조건들을 달성해야 한다.
‘나도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려 했다가 몇 번이고 죽었었지.’
유아시스가 돌멩이 하나를 집어 동굴 안으로 던졌다.
그러자.
카가가가……가가가각!
돌멩이 표면 위로 지네가 지나간 듯한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냥 들어가려고 하면 이렇게 돼요. 덕분에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요.”
“그럼, 안전하게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파츠츠!
유아시스가 나무넝쿨로 만든 지팡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푸른 마력을 따라 룬어들이 나타났고. 유형화된 마력이 동굴의 입구를 따라 부드럽게 회전했다.
바로 그 순간.
[10성급 결계 ‘물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SS급 저주 ‘파멸의 소용돌이’가 해제됩니다!] [착시와 환각 효과가 사라집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동굴의 입구를 감싸고 있던 방해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역시.
이래서 이 유적을 공략하려면 유아시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슈브 니구라스로 인해 내부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곧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아시스를 선두로 모두가 유적 내부로 들어갔다.
그렇게.
어둠이 시야를 집어 삼켰다.
***
화끈하고.
뜨거운 열풍이 피부를 두드렸다.
“큭!”
“여기는……?”
천유성과 테레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이 타들어갈 것만 같다.
사막…… 아니, 그것보다 더 뜨겁고 건조한 곳이다.
“…….”
오직 프레이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플레이어분들에겐 조금 힘드실 수 있는 환경이에요. 낮에는 7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고 밤에는 영하 100도까지 떨어지거든요. 마력으로 신체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순 있겠지만, 안배를 적절하게 잘 하셔야 할 거예요.”
그렇겠지.
적어도 이곳에서 일주일 이상 있어야 할 터.
마력과 체력 관리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뭔가. 있어요.”
주위를 살피던 프레이가 입을 열었다.
반 템포 느리게, 천유성도 그 기척을 감지했다.
“모래 속. 숫자는 열 마리 정도다. 이곳에 서식하는 포식자인가?”
“샌드웜이야. 입구 쪽에 사는 걸 보면 먹이사슬에서 밀려난 놈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발밑에서 진동이 느껴진 후 정확히 3초 뒤에 튀어오를 테니, 다 같이 그때를 노리자고.”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그걸 어떻게 다 아시는 거죠?”
진혁이 유창하게 설명하자, 유아시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탑 아래쪽에서 이와 유사한 환경의 던전을 공략한 적 있었습니다.”
“아……. 하지만 그곳과 여기와는…….”
“와요!”
테레사의 외침과 함께 모래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쿠쿠쿠쿠쿠쿠!
1초, 2초…… 3초.
“크오오오!”
“키에에에!”
좌우로 갈라진 모래 틈에서 거대한 입이 드러났다.
수백 개의 이빨을 가진 샌드웜이 일행들을 통째로 삼켜버리려 했다.
하지만.
애초에 놈들은 먹잇감을 잘못 선택했다.
[고유 능력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서걱!
샌드웜의 몸이 그대로 토막 났다.
“시작부터 첩첩산중이군. 이래서 네놈을 따라 나서면 피곤하기만 하다는 거다.”
천유성이 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칼날에 묻은 초록빛 체액이 흩뿌려졌다.
“케에에!”
샌드웜들이 곧장 타겟을 바꿨다.
모래들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시야를 가리고 그 사이에 공격을 하려는 의도에서다.
물론.
[고유 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그 시도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우우우웅!
하늘에서 낙하하는 빛.
성스러운 고유 능력이 샌드웜들을 산 채로 집어삼켰다.
치이이익!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샌드웜들의 몸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사막 여행이 지루할 틈은 없겠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나 든든한 동료들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다른 곳보다 월등하게 강했으니까.
아마…….
이 멤버라면 충분히 유적 깊숙한 곳까지 갈 수 있을 거다.
몇몇 장소는 만만치 않겠지만,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진혁의 시선이 사막 저 먼 곳으로 향했다.
‘천마가 버린 왕관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건데…….’
유적의 공략도 중요했으나, 최우선 목표는 왕관을 회수하는 것.
드디어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성유물 중 하나를 손에 넣을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