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올드 가드 (1)
서걱!
츠츳……!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드라이어드의 몸이 무너졌다.
“아…….”
입에서 나오는 짧은 탄식엔 오직 절망만이 배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적들은…….
그녀들의 인지를 아득히 초월하는 괴물들이었기에.
갑주도 방패도. 심지어 정령들의 가호조차도.
그 어떠한 것도 소용이 없었다.
‘절대…… 이자들이 유아시스 님께 가게 하면 안 돼.’
하지만, 그 생각은 덧없는 바람일 뿐.
깔끔한 칼질 한 번에 드라이어드의 머리가 땅에 뒹굴었다.
쿠웅!
완전히 꺼져버린 생명의 불꽃은 그 의지마저 꺼뜨려버렸다.
3분도 안 되는 사이, 유적 입구에 배치되어 있던 드라이어드 서른일곱이 전멸했다.
하나하나가 마을에서 선별되어 온 정예들이라고 봤을 때. 믿기 힘든 결과다.
“시시하군. 이래서야 칼에 묻은 녹도 털어내지 못하겠어.”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자가 혀를 찼다.
묵빛 검에 적힌 룬어는 아직까지도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이번 일은 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 목표와 사적인 감정을 혼동하지 마라.”
남자의 말에, 검은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나섰다.
마찬가지로 묵빛이 도는 얇은 단검을 소지한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드라이어드들의 시체를 살피는 중이었다.
“쌀쌀맞기는. 어차피 일이라는 게 다 즐기면서 하는 건데……. 그렇게 꼿꼿하게 행동해봤자 그분들은 너를 봐주지 않는다고.”
“네놈…….”
순간, 날카로운 기운이 맞부딪쳤다.
공기 중에 녹아 있던 마력이 변형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다.
올드 가드[Old Guard].
니알라토텝이 탑 내에서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랭커들로.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니알라토텝의 손발이 되어 탑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충실한 사냥개이자 청소부이며, 동시에 어지간한 미궁이나 유적들은 혼자서도 공략이 가능한 실력자들이다.
또 다른 남자가 두 눈을 감은 채 유적 내부의 상태를 살폈다.
탄탄한 체구에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장궁을 들고 있는 게 꽤나 인상적이었다.
“강진혁이란 플레이어는 현재 폭풍을 피해 동굴 속에 있다. 숫자는 다섯…… 아니, 진조까지 포함하면 여섯이겠군. 흠. 방금 막…… 동굴 내부로 들어갔어. 아무래도 드라이어드들이 당한 걸 감지한 모양이다.”
“동굴이라고? 거긴 블랙 스콜피언이 떼거지로 잠들어 있잖아? 게다가 그 안은 보통 복잡한 게 아닐 텐데?”
“호오. 여섯 중에 길잡이라도 있는 건가? 너나 페시스 정도가 아니라면 그 안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는 건 불가능할 텐데 말이야.”
다양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진혁의 특성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동시에 그걸 통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호기심도 증폭되었다.
“역시, 놈도 태양의 사구에 왕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군.”
네 명의 올드 가드 중 가장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일어섰다.
철컹!
2m가 넘는 육중한 대검이 등에 있는 검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속도를 올린다.”
“바로 태양의 사구로 들어갈 겁니까?”
“아니, 놈의 동선을 보면 개미귀신 쪽으로 갔을 터.”
경쟁자보다 먼저 물건을 빼앗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뒤를 잡히거나 찜찜한 구석을 남길 여지가 있다.
혹시라도 놈이 지름길을 알고 있기라도 한다면…… 더욱더 골치 아프게 될 수도 있었고.
“그곳으로 가서 놈들을 제거하고 왕관을 확보한다.”
완벽한 임무를 위해.
경쟁자 그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거 재밌겠네.”
“강진혁은 죽이지 마라. 중간 관리자인 릭이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장기말이니까.”
“노력은 해 보지 뭐.”
“그럼, 나머지는 전부 죽여도 된다는 말로 알겠습니다.”
저벅.
곧이어 네 명의 올드 가드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콰콰콰콰콰콰!
“키에에에에!”
개미귀신이 거칠게 포효하며 날뛰었다.
모래 속에서 행동반경이 제한된 먹잇감.
그렇기에.
분명, 한 입에 먹어치울 수 있어야 정상이었다.
이미 진즉에 끝나는 게 당연한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저 인간은 너무나 약이 오르게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중이었다.
마치, 시간을 질질 끄는 것처럼.
[고유 능력 ‘혈폭(血爆)’이 발동됩니다!]퍼퍼퍼펑!
퍼어엉!
모래와 핏방울이 한데 뭉쳐 폭발했다.
어지럽게 가려진 시야 속 진혁이 ‘검마천령보’를 통해 모래 속을 가로질렀다.
푹푹 빠지는 ‘개미지옥’의 특성상, 속도는 본래의 3분의 1도 나오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싸움에서 제일 중요한 건 스피드가 아니었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진혁이 타이밍을 계속해서 가늠했다.
‘밖에 있는 놈들이 이곳까지 오기 전에 마무리해야 돼.’
실력과 정보가 모두 뛰어난 하스팅의 정예.
유적의 입구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건 왕관이 있는 장소 또한 짐작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우리의 현 위치랑 앞으로 가려는 방향 또한 예측하고 있겠지.’
‘천라지망’을 통해 유적의 입구에서부터 이곳까지 이정표들을 남겨 뒀었다.
시간 당 적이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해 평균 속도를 추정하기 위해서.
‘계산해 본다면…… 놈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가 한 발 뒤처지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속도가 빠르다.
가정했던 것보다 적어도 3단계는 뛰어난 괴물들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떨쳐내는 것이 아닌 정면 승부를 선택해야 한다.
더 유리한 장소와 상황에서.
놈들을 낚기 위한 준비를 갖춘 채.
그리고 그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저 개미귀신에게 달려 있다.
“키에에에에!”
개미귀신이 또 다시 질주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저 덩치의 생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데카서스 가주의 트레이드마크인 ‘혈폭’을 저렇게 얻어맞고도 쌩쌩한 걸 보면 말이다.
진혁이 망령목으로 만든 낫을 휘둘렀다.
킥킥킥!
외눈알이 가로로 찢어지더니.
우우우웅!
허공에 무수히 많은 마법진들이 나타났다.
[6서클 ‘아쿠아 스톰’이 발동됩니다!]선택한 마법은 수속성 계열.
고속으로 회전하는 물방울들이 오망성을 그렸다.
다른 건 배제한 채 오롯이 파괴력 하나만을 살린 대마법이었다.
“시원하게 한 번 먹어 봐.”
쿠쿠쿠쿠…….
물줄기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개미귀신의 안면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물줄기에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하지만.
“키이이……에에에!”
개미귀신은 여전히 건재했다.
쩍 벌어진 아가리가 순식간에 진혁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후욱하고.
시체 썩는 냄새가 후각을 어지럽혔다.
이빨과 이빨이 맞물리려 한다.
먹잇감을 잘게 찢어 삼키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지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이밍이 왔다.
진혁이 이빨 사이로 몸을 날렸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따닥!
이빨과 이빨이 부딪쳤다.
하지만, 진혁의 몸은 이미 개미귀신의 목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타이밍을 계산한 덕분이었다.
***
‘아슬아슬했어.’
진혁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쿠아 스톰으로 놈의 시선을 교란하고. 혈폭으로 후각을 마비시킨 덕에 0.3초가량을 벌 수 있었다.
정말 약간이라도 어긋났다면 산채로 몸속에 들어오는 대신, 저 이빨에 조각조각이 났을 것이다.
‘여기 내부는 다시 와도 지독하네.’
코가 아프다 못해 얼얼하다.
개미귀신의 몸속은 엄청나게 뜨거운 데다, 지독한 악취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했던 건 반드시 얻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단.
이 정도 크기의 영수에게는 반드시 그 세월을 지탱시켜 주는 내단이 존재한다.
마력의 결정체이면서 동시에 영수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심장이랄까.
이걸 확보하기 위해 나머지 일행들을 먼저 보냈다.
‘내가 시간을 끄는 동안 숨겨진 통로를 통해 먼저 태양의 사구로 향하겠지.’
이제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된다.
진혁이 꿀렁이는 내벽을 따라 개미귀신의 몸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워낙 덩치가 큰 놈이었기에, 성인 남성 한 명이 충분히 지나다닐 만한 공간이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웠던 벽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작은 방에 해당하는 공간이 나타났다.
마침내 개미귀신의 심장부가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저거군.’
독기를 머금고 있어서인지 검은 빛을 띠고 있는 구슬이 보였다.
저게 바로 개미귀신의 내단이다.
‘독기를 정화하려면 만만치 않겠어.’
이놈의 몸속에 들어오는 게 첫 번째 관문이었다면.
내단의 주위에 있는 독을 정화하는 게 두 번째 관문이다.
멋모르고 저걸 함부로 만지기라도 했다간 1분도 안 되어 한 줌의 핏물이 될 게 뻔했으니까.
실제로 예전, 마계의 신격 중 하나가 저 내단을 맨손으로 만졌다가 일주일도 못 가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파츠츠! 파칙!
내단이 있는 주위가 검게 타들어간다.
정말이지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독기다.
저걸 완화하기 위해선…….
이독공독(以毒攻毒).
독은 독으로써 제압한다.
[고유 능력 ‘천독(千毒)’과 ‘검은 눈물’, ‘혈마기(血魔氣)’가 융합합니다!]천 가지 독을 다루는 천독과 통곡의 마녀로부터 얻은 검은 눈물.
거기에 핏속에 녹아 있는 마를 곁들인다.
세 개의 능력이 하나로 합쳐지자 검붉은 빛이 솟구쳤다.
쿠쿠쿠쿠쿠!
이런 식으로 하나의 속성을 극대화시킬 경우, 몸에 가해지는 부담감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강한 능력을 얻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치려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선 무리를 해서라도 나아가야만 한다.
욱씬! 욱씬! 욱씬!
혈관이 타들어갈 것만 같다.
마력이 폭주하는 여파로 인해 끔찍한 통증이 구석구석 퍼져 나갔다.
바로 그때.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고유 능력 ‘멸천만독(滅天萬毒)’을 얻으셨습니다!] [멸천만독(滅天萬毒)]입수 난이도: SS
내용: 하늘을 멸할 만 가지 독. 탑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들에 관한 이해도가 250%만큼 상승합니다. 설령, 독의 명가인 사천당문이나 상층부의 신격들조차도 이 능력 앞에서 함부로 독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할 겁니다.
[융합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좋아.
“후우……!”
호흡이 한결 편해졌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던 내단 주위의 독기도 한 층 엷게 느껴졌다.
독이 어디로 흐르는지. 그 성분이 무엇인지.
훨씬 더 명확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멸천만독이 개화하자, 진혁의 손끝을 따라 녹색 빛이 맺혔다.
손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과 동시에 내단 주위에 몰려 있던 독기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거의 다 왔지만, 방심 따윈 하지 않는다.
조금 더 신중하게…….
진혁의 이마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섬세한 작업인 만큼, 숨 한 번도 허투루 내뱉지 않았다.
[내단을 둘러싼 독기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됐다!
진혁이 터져 나오는 함성을 가까스로 삼켰다.
드디어 생고생을 한 결과물을 확보할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 내단을 손에 넣기 바로 직전.
콰아앙!
강한 충격이 전신을 흔들었다.
“큭!?”
내부에서 충격이 일어난 게 아니다.
외부로부터. 무언가 개미귀신을 공격했다.
치이익!
연기가 걷히며 거대한 바람구멍이 보였다.
그리고.
1m가 넘는 크기의 원 너머로…….
검은 옷을 입은 네 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틀림없다.
하스팅이 보낸 놈들이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속도를 최대치로 올려 계산을 했는데.
놈들은 그것보다 더 빠르게 이곳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