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올드 가드 (2)
쿠웅!
개미귀신의 거대한 몸체가 무너졌다.
굉음과 함께 모래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렇게나 꿈쩍도 하지 않던 네임드 몬스터가 화살 두 방에 쓰러진 것이다.
‘저 녀석들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분명, 50층에서 만난 적 있는 놈들이다.
이름이 분명…….
‘올드 가드’라 불리는 거주자들이었지.
신격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도 어지간한 ‘영웅’들에 해당하는 랭커들이다.
그리스의 테세우스나 한국의 척준경 같은. 수많은 업적을 인정받아 격이 올라간 존재들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역시 50층이 연관되어 있는 거였어.’
탑의 층계를 자유롭게 부유할 수 있는 니알라토텝의 친위대가 이곳에 왔다는 건, 놈들도 왕관이 모두 모이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네놈이 강진혁이라는 자인가?”
덩치가 가장 큰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머지 셋도 쟁쟁하긴 했지만, 유독이나 차원이 다른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 녀석이 우두머리다.
“맞아. 내가 강진혁이야. 그러는 그쪽은?”
“우리는 올드 가드라고 한다. 탑의 균형을 수호하는 자들……이라고 해 두지.”
균형 수호는 개뿔.
높으신 분들의 더러운 일들이나 하는 청소부들이겠지.
“이야. 뭔가 굉장히 있어 보이는 친구들이네. 그래서 지구방위대 같은 분들이 나를 왜 찾은 걸까나?”
“네놈이 왕관을 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스릉!
남자의 등에 차고 있던 대검이 뽑혔다.
묵빛의 날에 길이만 해도 2m가 넘는다.
스치기라도 했다간 베이는 게 아닌 찢겨 나갈 것만 같다.
“경쟁자는 원하지 않는다는 건가?”
“일처리는 깔끔하게 하자는 주의라서 말이지.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오싹하고.
차가운 살기가 주위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영웅급에 해당하는 거주자가 넷.
게다가 저 녀석들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쓰러뜨리는 데 특화되어 있다.
‘여기선 좀 흔들어 줘야겠네.’
작은 동요나 틈이라도 만들어야만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진혁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올드 가드 중에서 대검을 쓰는 거구의 남자라면 ‘하운드’겠네. 다 좋은데, 서열 1위가 직접 온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4위 정도이면서 너무 센 척하는 거 아니야?”
툭하고 던진 말.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
“무슨…….”
세 남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네놈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지명을 받은 하운드 역시 순간, 검끝이 흔들리고 말았다.
니알라토텝의 친위대인 올드 가드는 탑 내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 중 하나.
심지어 관리자들조차도 그 구성원들을 정확하게 꿰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일개 플레이어가.
아직 탑에 들어온 지 3년도 되지 않은 애송이 주제에 대체 어떻게……?
누군가에게 올드 가드에 대해 주워들었다…… 이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내 서열까지 알고 있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서열은 오직 니알라토텝.
한분만이 알고 계시는 정보다.
하운드의 평정심이 더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틈을.
진혁은 놓치지 않았다.
독단을 확보한 진혁이.
툭.
‘검마천령보’를 통해 가속했다.
진혁의 몸이 단숨에 반대편 입구 쪽으로 향했다.
혼란을 틈타 유일한 탈출구로 빠져나가려는 생각에서다.
“감히 어딜!”
한 템포 느리게 정신을 차린 하운드가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슈우우웅…… 콰콰콰쾅!
세 줄기의 빛줄기가 공기를 꿰뚫었다.
장궁을 든 남자가 어림도 없다는 듯 또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내가 있는 한.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블랙록’.
올드 가드의 일원이자 탑 전체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신궁(神弓)이다.
올림포스의 아르테미스나 헤라클레스조차도 우위를 점치기 힘든 괴물이라는 말이다.
“골치 아픈 사냥꾼한테 걸렸네.”
저 녀석이 작정하고 노리고 있다면, 직전 통로로 달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진혁이 곧바로 방향을 바꿨다.
훨씬 더 좁고 비좁은 동굴 쪽이었다.
그렇게.
어두운 통로 속으로. 진혁의 몸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제대로 몰아넣었군요.”
“그래. 저 길로 들어간 이상 끝이다.”
“열심히 도망치다 결국엔 깨닫겠지. 자신이 간 곳이 외길이라는 걸.”
얼핏 보면, 또 다른 탈출구같이 보였으나 사실 저 통로엔 나가는 길이 없다.
“반드시 생포해라. 놈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출처를 파악해야 한다.”
“예.”
“오케이.”
“간만에 몰이사냥인가. 재밌겠네.”
하운드의 명령을 끝으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통로로 들어선 진혁이 더욱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막다른 외길에 몰아넣었다고 안심하고 있겠지. 내가 이곳의 지리를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조금 뒤엔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될 거다.
시련의 탑에 있는 썩은 물을 상대로 술래잡기를 하려 한 대가는 아주 톡톡히 받아낼 생각이었으니.
그전에…….
진혁이 재빨리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실시간 거래는 1,000,000코인의 사용료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Y/N]“지불할게.”
코인이 아깝긴 했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다.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독단 외에도 반드시 필요한 재료들이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현지 조달을 할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변한 이상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의 수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뚜르르……. 뚜르르…….
통화 연결음이 몇 번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띠링!
“흐음. 이건 또 의외로군요.”
작은 영상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릭 헤네시.
거물급 상단의 주인이자 탑의 중간 관리자가 나타났다.
“흐음. 막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어쩐 일로 이 늦은 시간에 저에게 다 연락을 주신 겁니까?”
“휴식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워낙 급한 일이라서요.”
“허허. 제가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될까요?”
릭이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골치 아픈 놈들한테 쫓기고 있는데, 이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아이템들이 필요합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쫓기실 정도라면…… 평범한 추격자들은 아니겠군요.”
“니알라토텝이란 신격의 친위대 격인 놈들입니다. 스스로를 ‘올드 가드’라고 칭하던데. 혹시 아십니까?”
진혁의 말에, 0.1초가량의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처음 들어보는군요. 관리자들도 그 층계에 관해서만큼은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서요.”
“아, 물론, 그렇겠죠. 괜찮습니다. 어차피 부탁드리고 싶은 건 아이템 쪽이라서요.”
“말씀해 주시죠.”
릭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태창 너머로 엄청난 양의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해선 구경조차 하기 힘든 진귀한 물건들이다.
“제가 필요한 건…….”
진혁이 입을 열었다.
***
“이쪽으로 갔습니다. 거리는 약 500m. 생각보다 천천히 이동하고 있군요.”
블랙록이 목표와의 거리를 가늠했다.
“이상하긴 하군. 지금쯤이면 거의 통로 끝까지 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운드도 신중하게 바닥에 남긴 흔적들을 살폈다.
분명, 이곳을 지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놈이 가지고 있는 스펙을 생각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뭔가 꿍꿍이속이 있나 봅니다. 시간을 버는 걸 수도 있으니, 저에게 맡겨 주시면 단독으로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단발머리 여자…… 아니, 셀리라 불리는 올드 가드의 서열 27위가 빠른 추격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니.”
하운드는 진혁의 행동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놈이라고 들었다. 그런 미꾸라지가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는 건 반드시 우리가 뒤를 따라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함정……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보아하니 통로가 막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외길을 선택한 게 단순히 궁지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뜻.
“재미있군.”
하운드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저 평범한 사냥이라고 여겼건만.
아무래도 이번 임무가 훨씬 더 재밌게 될 것 같다.
“작은 것도 놓치지 마라.”
곧바로 네 개의 그림자가 동굴 속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대장.”
“그래…….”
하운드가 바닥에 그려진 룬어를 발견했다.
바위틈과 틈 사이. 모래를 이용해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지만.
레인저인 블랙록의 눈을 피해갈 순 없었다.
“결계로군. 그것도 꽤나 수준이 높은 종류다.”
5성급…….
아니, 이 정도면 6성이나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 짧은 시간에 이 정도 결계로 함정을 만들다니.’
역시나 만만치 않은 사냥감이다.
‘보통이라면 오히려 사냥꾼이 사냥을 당하겠어.’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그렇다는 뜻일 뿐.
이번 경우엔 어림도 없다.
콰콰콰콱!
하운드가 대검을 그어 결계의 핵심이 되는 문장을 파훼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깔끔하기 그지없는 검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신중하게만 대응한다면 변수란 존재하지 않을 터.
“계속해서 움직인다.”
하운드가 선두에 섰다.
이후에도 몇 종류나 되는 다양한 함정들이 나왔지만, 올드 가드들을 속여 넘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콰쾅!
퍼어엉!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함정들이 모조리 무력화됐다.
결계와 각종 마법, 그리고 매우 희귀한 아이템들이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그렇게 도달한 마지막 장소.
모든 계획이 실패한 진혁이 홀로 남아 있었다.
“제법이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아니었다면, 네 계획은 성공했을 거다.”
하운드가 순수하게 찬사를 보냈다.
“……역시 올드 가드답긴 하네. 상처 하나 없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 덕분에 비싸게 주고 산 것들이 휴지쪼가리가 됐어.”
“포기가 빨라서 좋군. 그럼, 우리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 말해 보실까?”
“응? 내가 그걸 왜 말해야 하지?”
“가지고 있는 패를 전부 소진한 이상.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면 그 주둥아리를 여는 게 좋지 않겠나?”
하운드가 대검으로 진혁의 팔다리를 향해 선을 그었다.
마치, 사지를 하나하나씩 잘라버리겠다고 경고하듯.
그런데.
살벌한 협박 속에서도 진혁은 여전히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아…… 내가 준비한 것이 이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렇다면 정말로 미안한 일이다.
그 기대.
산산이 박살나게 생겼으니까.
“앞에 있던 건 단순히 몸 풀기였어.”
시선을 교란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던져줬던 것.
진짜는 지금부터다.
[‘경계를 허무는 거울’과 ‘리벤스의 11가지 보석’이 공명합니다!] [‘신념을 잇는 끈’이 발동됩니다!]릭에게서 비싸게 구입한 리벤스의 11가지 보석 중 8개가 이번 마법을 위해 사용되었다.
우우우웅!
눈부신 빛과 함께.
보이는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태양의 사구’.
왕관이 묻혀 있을 거라 추정되는 곳의 장엄한 경관이 드러났다.
“여긴…….”
하운드가 대검을 마주잡았다.
그리고.
그들의 앞엔…….
완전히 전투태세를 갖춘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유 능력…….]각각의 능력들이 개화한다.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인형 놀이’가 발동됩니다!] [‘숲의 속삭임’이 발동됩니다!]“이제 제대로 한 번 싸워 보자고. 정정당당하게 쪽수 좀 맞춰서 말이야.”
진혁이 생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