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올드 가드 (3)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프레이와 유아시스가 각자의 고유 능력을 해방시켰다.
우우우웅!
찬란한 빛과 함께 엄청난 마력이 솟구쳤다.
“동료들을 대기시켜 두고…… 차원을 연결한 거였나?”
하운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함정들까지는 예측했지만, 이런 식의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것까진 간파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지? 설마, 이걸로 판세가 바뀔 거라고 생각한 건가?”
적어도 수백, 수천의 병력이 포진하고 있다면 모를까.
올드 가드에게 있어 이 정도는 매복이라고 하기도 우스운 수준에 불과했다.
난전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건 익숙하다 못해 일상이 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성가신 적이라고 하면…….
푸른빛 머리카락을 가진 인형 하나.
‘호문쿨루스……. 경매에 나올 거라는 소문이 돌더니. 결국엔 완성되었던 거군.’
그래. 저것만 조심한다면 변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컹!
하운드가 대검을 뽑았다.
쿠쿠쿠쿠쿠!
흉흉한 기운이 검신 전체를 뒤덮었다.
“젠장. 저 무지막지한 놈은 또 뭐냐?”
천유성이 즉각 물었다.
“응? 뭐가?”
“뭐긴, 뭐냐. 갑자기 릭인지 뭔지 하는 중간 관리자를 통해 곧 이쪽으로 적이 올 거라고 대비하라더니. 규격 외의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왔질 않느냐!”
으음…… 그거?
“별거 아니야. 보기만 세 보이지 너한텐 한 주먹거리도 안 될걸?”
진혁이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작 천유성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부에 전해지는 마력이 따갑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
대체 얼마나 강한 적들이 온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1:1로 상대하기엔 쉽지 않겠어요.”
테레사도 한 마디 덧붙였다.
‘타락’까지 발동할 생각이긴 했으나, 그걸로도 한 명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질 않았다.
“유적이 변형된 것도 이자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마력의 잔향이…… 비슷해요. 소름끼칠 정도로.”
마지막으로 유아시스가 올드 가드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파악했다.
뭐가 됐든.
서로가 원하는 게 겹치는 이상,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죽여라. 강진혁을 제외하곤 전부.”
하운드의 명령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
콰아아앙! 쾅! 쾅! 콰앙!
마력과 마력이 격돌한다.
천유성이 추혼검의 초식을 펼치며, 올드 가드의 셀리와 정면에서 맞붙었다.
10초도 안 되는 찰나에 수십 합의 검격이 오고 갔다.
잔상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든 쾌검의 연속이었다.
“제법이네. 인간 치곤 말이야.”
셀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머금었다.
“너야말로 짜증날 정도로 빠르군.”
천유성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보유한 초식 중 가장 빠른 초식을 구사했건만, 상대가 너무나 여유롭게 모든 검로를 읽어버렸다.
이런 기분은 저 빌어먹을 고인물과 싸울 때 이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카카카캉!
또다시 검이 허공을 갈랐다.
불꽃들이 흐드러지며, 허공에 잔영을 남겼다.
“너 정도 강한 자라면 이번 공방전으로 알아차렸을 텐데? 이 이상 계속해 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말이야.”
“그래…… 맞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들지 않아.”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와의 격차를 가늠하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수준을 알기에, 그만큼 승부를 예측하는 눈도 날카로워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천유성이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도전하고 또 좌절했다.
1승을 위해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그래서일까?
“다른 건 몰라도……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만큼은 내가 그 자식보다 위다.”
파츠츠…….
아름다운 선율이 검을 타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검강과 검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그동안 탑을 오르기 위해.
단, 한 명의 라이벌을 넘어서기 위해.
쌓아 왔던 모든 것들이 불타올랐다.
“……!!”
셀리가 두 개의 검을 교차했다.
콰콰콰콰콰!
태산과도 같은 일격이 검 위를 두드렸다.
미처, 충격을 전부 흘려보내지 못했다.
“검성이라는 칭호는 분명, 나에게 과분한 칭호다. 네 말따라 내가 넘지 못할 적은 지금도 무수히 많으니까.”
천유성이 곧바로 다음 초식을 준비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합들이 하나의 거대한 검을 연상케 만들었다.
쿠쿠쿠쿠쿠!
검에 실린 마력이 한층 더 깊어졌다.
동시에 공격을 받아내는 셀리의 발이 조금씩 지면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오늘 너를 꺾고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그 칭호에 걸맞은 위치에 오르겠다.”
“……건방진 애송이 따위……가.”
검들이 또 다시 춤을 추었다.
***
“쳇. 셀리 자식. 고전하기는.”
화살을 시위를 걸던 블랙록이 혀를 찼다.
고작 검객 나부랭이 하나 따위를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했던 탓이다.
“너희 두 명은 빠르게 처리해 주지. 명색이 올드 가드가 잔챙이들한테 질질 끌려서야 체면이 서지 않거든.”
적은 둘.
테레사와 유아시스.
탱킹과 힐이 가능한 만능형 딜러와 원거리 딜러로 조합된 구성이다.
‘드라이어드 족의 수장이라고 해 봐야 원거리에서 깔짝대는 게 전부겠고……. 이쪽은 신성력을 쓰는 놈인가. 흐음. 각각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둘이서 호흡을 맞추면 그럭저럭 구색은 나오겠어.’
적어도.
너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츠츳.
순식간에, 사라진 블랙록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나타났다.
“일단 반응 속도부터 볼까…….”
부우우웅…….
……쾅!
화살이 공기를 갈랐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 줄기 빛이 낙하했다.
“조심해요!”
테레사가 조금 늦게 방패를 꺼내들며, 유아시스를 보호했다.
그러나 화살 한 방에 방패가 그대로 튕겨 나갔다.
마치, 공성추를 정면으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아악!”
“테레사 씨!”
유아이스가 머리카락을 꼬아 만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탱커가 소중하게 번 찰나의 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파앙!
머리카락으로 만든 화살이 직선 궤도를 달렸다.
빠르고. 정확하다.
단,
“느려.”
그것뿐이다.
블랙록이 화살을 재장전하는 시간은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게다가.
놀라운 건 단순히 속도만이 아니었다.
공중에서 화살 끝을 맞춘 걸로도 모자라 두 번째 화살이 유아시스가 쏜 화살의 옆면을 타고 흘러나갔다.
퍼억!
“꺄아악!”
유아시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화살이 어깨를 관통해 그대로 반대편 벽에 박혔다.
‘위험해…….’
테레사가 본능적으로 ‘타락’을 사용했다.
이제는 이판사판 가리지 않고 싸워야만 한다.
***
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선 또 다른 전투가 막 펼쳐지려고 하고 있었다.
“내 상대는 그대군. 그래도 그나마 가장 강한 사냥감을 사냥하는 거니 나쁘진 않구나.”
올드 가드의 네 번째 인물.
로이팽이라 불리는 근접계 권법가였다.
전신이 붉은 문신으로 뒤덮인 데다 털 한 오라기 없는 미끈한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쿠웅!
주먹을 맞부딪치자 피어오르는 청녹색 불꽃.
얼음과 독의 2속성이 합성되었다.
“날…… 알아?”
지목을 받은 프레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알다마다. 연금술사가 만든 가장 위대한 걸작이 바로 그대 아닌가? 알파라 불리는 호문쿨루스를 사냥할 기회를 얻기 되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
로이팽이 의욕을 불태웠다.
니알라토텝의 명령을 수행하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강한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나는 만족 같은 건 몰라. 강한 적과 싸우는 게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런가? 그럼, 그대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이냐?”
로이팽의 말에, 프레이가 잠시 양손에 쥔 단창을 바라봤다.
자신이 싸우는 이유…….
그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처음으로 이름이라는 것을 준 사람.
도구로서의 전투병기가 아닌, 동료로서 함께해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
그 사람과 조금 더…… 함께 하고 싶다.
이유가 있다면 그것뿐이다.
***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진혁이 신중하게 전황을 살폈다.
‘생각보다 잘 버텨주긴 하네.’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네 명 중 세 명의 공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남은 건 단 하나.
하운드.
이번 멤버의 대장격인 놈이다.
다른 셋이 덤벼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하운드의 전투력은 대단했지만.
이 싸움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 이기느냐가 아니다.
패도의 왕관을 얻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이곳에 온 목적이자 이유이리라.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걸 보니, 어떻게 하면 왕관을 손에 넣을지 계산하는 중이겠군. 하긴, 동료들까지 제물로 바쳐 가면서 얻은 기회를 쉽게 날려서야 안 되겠지.”
“말이 좀 심하네. 제물이라니. 다들 자발적으로 나서준 건데 말이야.”
그리고.
“왜 우리 쪽이 제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나?”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전력을 너무 우습게보나 본데.
아직 이쪽은 패를 다 보이지도 않았다.
우우웅!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개방했다.
눈부신 빛과 함께. 두 번째 지원군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기이이!”
고구마가 당당히 네 발을 뻗었다.
까만 비늘과 호박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거기에 고구마의 옆에는 긴 은발을 늘어뜨린 고고한 귀족이 함께 서 있었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올드 가드가 탑 내부에 있는 상위 랭커들을 학살하는 사냥개들이라면…….
엘리스는 탑을 상징하는 절대자 중 하나이다.
아무리 전성기 때가 아니라고 한들, 그 경험과 격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약속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같이 식사를 해줘야 한다. 메뉴도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방해꾼도 없어야 한다. 특히 저 머리 파랗게 물들인 애나 바보 성녀는 안 돼! 절대로! 약속해! 알았어?”
엘리스가 뾰로통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열심히 풀어준다고 하긴 했는데, 아직도 불만이 많이 쌓인 모양이다.
“그래그래. 그건 내가 확실하게 약속해 줄게.”
“흥! 뭐, 이번 딱 한 번만 믿어 보도록 하겠느니라.”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집중이나 해. 가볍게 상대할 만한 적이 아니야.”
“나도 알고 있어.”
적이 심상치 않은 걸 느꼈는지. 엘리스도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엘리스가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을 발동합니다!]붉은 고리와 함께.
태양이 현현하는 듯한 불길이 치솟았다.
일렁이는 공간 너머로 수십 개의 붉은 작살들이 빼곡히 솟아났다.
“앞에 보이는 놈부터 처리할 거냐?”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수 있어. 너희들은 나머지를 도와줘. 특히 테레사 씨랑 유아시스 씨가 고전하고 있으니 그쪽부터.”
“알겠다. 그럼, 정령수들 데리고 빨리 움직이도록 하마.”
엘리스가 함께 나온 정령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응 맡겨줘. 주인.”
“우리가 열심히 싸울게. 아주 혼구녕을 내주겠어.”
“헤헤. 어우. 어떤 멍청한 놈들이 우리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안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정령수들이 온갖 종류의 아부를 떨어댔다.
고대종에 진조. 거기에 정령수들까지.
이 정도면 꽤나 해 볼 만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쿠쿠쿠쿠쿠!
사구 내에 있던 유사들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내부의 특성 상 모래의 위치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반짝.
모래 사이에서 검은 빛이 보인 건 바로 그때였다.
엄청난 양의 알갱이들 속.
“……!”
“찾았다.”
진혁과 하운드의 눈이 동시에 빛났다.
틀림없다.
‘패도의 왕관’이 저 급류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