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새로운 무기 (1)
새롭게 주인이 결정된 패도의 왕관.
그리고 상층부 거대 세력인 올림포스의 세력 전쟁.
이 두 가지 이슈로 인해 탑 전체가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폭풍전야 같던 팽팽한 긴장감이 완벽하게 폭발해버린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죠?”
아름다운 외모의 천사가 입을 열었다.
가브리엘.
그녀는 ‘에덴’을 대표하여 이번 조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가브리엘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대답이 쏟아졌다.
“현재 올림포스 측에서 본격적으로 41층을 침략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두 세력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서 국지전을 펼쳤다면, 이제는 대대적인 전면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스의 ‘올림포스’와. 북유럽의 ‘아스가르드’.
두 세력은 어제를 기점으로 서로의 명운을 건 일전에 돌입했다.
“아스가르드의 주신들도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애초에 전력 차가 너무 심합니다.”
“벌써 중요 거점 5곳을 잃어버렸고. 요툰헤임으로 가는 길까지 차단당한 상태예요. 이대로라면 아마…….”
요툰헤임이라면 41층에 존재하는 최상위 유적 중 한 곳.
그런 심장부까지 사정 범위 내에 들어왔다는 건. 그만큼 전력 차가 일방적이란 뜻이었다.
아무래도 올림포스 측에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이를 간 게 틀림없다.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겠네요.”
가브리엘이 심각한 얼굴로 상태창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꽃과 얼음 폭풍이 난무하며 수많은 생명들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대천사시여. 저희는 참전하지 않는 겁니까?”
커다란 날개를 단 근육질의 천사가 입을 열었다.
키자키엘.
전투계열 천사로, 최전선에서 적들을 분쇄하는 역할을 주로 도맡아왔다.
호전적인 거야 당연하고. 오히려, 그 잔혹한 성품 탓에 적아를 가리지 않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존재였다.
피의 심판.
키자키엘을 지칭하는 수식어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리라.
“전투병단의 지휘자는 두 세력 간의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탑의 균형을 수호하는 것이야 말로 신의 율법이며 동시에 저희의 사명 아닙니까? 당연히 상층부를 어지럽히는 놈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자키엘의 몸에서 거대한 투기가 치솟았다.
유형화된 불꽃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다른 천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설 만큼 압도적인 마력이다.
“명령만 내려 주신다면, 불경스러운 두 세력을 완전히 소멸시킨 뒤, 왕관과 함께 강진혁이란 인간의 머리통까지 뽑아 오겠습니다.”
두 세력을 처단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패도의 왕관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다.
에덴 역시 왕관들을 모두 모아 다시 한 번 50층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모종의 계약을 맺었어요. 최소한 그 물건이 확보되기 전까진,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분과의 마찰은 피하도록 하세요.”
50층의 탐험 일지인 네크로노미콘.
지금 당장은 왕관보다 더욱 중요한 게 바로 이 책이다.
에덴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왕관이야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었으나…….
저 책만큼은 아무리 애를 써도 확보가 불가능했다.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보군요. 알겠습니다. 대천사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키자키엘은 무언가 탐탁지 않은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대놓고 불만을 표하진 못했다.
아무리 수만의 천사들을 이끄는 전투병단의 지휘자라 하더라도. 가브리엘의 명령에 대놓고 거역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기 전, 가브리엘이 한 마디 덧붙였다.
“길잡이를 확보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 페시스라는 인간 말입니까?”
“예. 맞아요.”
탑에 존재하는 여러 명의 길잡이들.
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존재가 바로 페시스라는 인물이었다.
‘반드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워낙 홀로 다니는 걸 좋아해 접점 자체를 만들기가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그와 접점을 가진 자를 찾거나.
***
같은 시각.
푹! 푹! 푹!
일행들을 먼저 탑 밖으로 보낸 진혁은 모래 사이를 열심히 파헤치는 중이었다.
19층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에는 2가지가 있는데.
정석적으로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혹은 히든 플레이스를 찾아내 그곳 가장 안쪽에 있는 성유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혁이 선택한 것은 그중에서 후자에 해당했다.
“흐음.”
진혁이 턱을 긁적였다.
유아시스로부터 얻은 지도가 있다고 한들, 계속해서 움직이는 유사의 특성상 무기가 보관되어 있는 방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억을 토대로 한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할 뿐.
나머지는 동물적인 직감과 토 나오는 육체 노동에 달려 있었다.
‘덕분에 12시간이 넘게 모래 속에서 열심히 삽을 놀리고 있지.’
좀 더 정확히는…….
“허억.허억.허억.”
“죽……을 것 같아 주인.”
“차라리 날 죽여주면 귀신이 되어서도 주인을 공격하지 않을게.”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열심히 대신 작업을 하는 이들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대규모 토목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정령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숨겨진 방을 찾기 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자자. 너무 앓는 소리 내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자. 이제 거의 다 왔어. 진짜로 느낌이 왔다니깐?”
“그놈의 느낌이 온다고 말한 지 벌써 12시간이 흘렀어 주인.”
운디네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작은 두 팔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 힘들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서?”
“응?”
“우리 운디네가 지금 내가 하는 부탁이 고깝고 더러워서 도저히 못 해먹겠다. 이런 뜻이야?”
“그, 그게 아니라…… 정령권이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도 1시간 일하면 10분 정도 휴식을 하고 싶다는 거지.”
“호오. 쉬고 싶다?”
“많…… 많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휴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치 다들? 응?”
운디네가 용기를 쥐어짜내 나머지 정령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정령수들이 작은 용기를 더하겠다는 듯. 앞 다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 쉬어야지.”
“정말로!?”
“응. 그럼. 푹 쉬어.”
진혁이 생긋 웃으며, ‘헬파이어’를 소환했다.
“아주 영원히.”
이글거리는 겁화에 운디네의 물이 미지근해지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일할게. 열심히 할게.”
“다들 개처럼 일해. 빨리!”
“일하자. 일.”
다시 한 번 현장이 바쁘게 움직이려 했다.
바로 그때.
“잠깐. 기다려 봐.”
진혁이 주전자를 꺼내 푸른빛이 나는 액체를 꼴꼴꼴 따랐다.
최하급 마정석 1개로 우려낸 티.
얼음 몇 개 넣어서 차갑게 식힌 싸구려 에너지 증강 음료다.
“시작하기에 앞서 다들 이거 한 잔씩 하면서 해. 피로가 조금은 가실거야.”
“주, 주인…….”
“고마워…….”
“우릴 위해 이런 것까지 준비해 줄 줄이야.”
모두의 눈동자에 감격이 서렸다.
이래서 직원들이 배가 부르면 안 된다.
평소에는 악착같이 착취하면서 공포를 심어주고. 그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말라비틀어진 당근을 주는 게 제일이지.
‘괜히 나쁜 남자가 치명적인 게 아니라니까.’
적당히 정령수들의 불만을 달랜 진혁이 다시 방이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시속 10km로 움직이는 유사.
습도는 17.5%
조금 전 하운드와의 전투로 인해 통로의 각도가 1.5도 정도 틀어졌으니, 이것도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
변수는 수십 가지였지만, 이보다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유물들을 발굴해낸 경험이 있었다.
“거기 왼쪽에서 두 번째 땅굴. 응 다음은 거기서부터 진행해 줘.”
“여기? 여긴 노움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는데?”
땅의 정령마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맥을 통해 들려오는 파동이 느껴지질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진혁은 직감과 경험을 토대로 공사를 진행시켰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본능적으로 고지가 멀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오히려 문제는 방을 찾은 이후인데…….
‘안에 있는 함정들과 가디언을 돌파하려면 지금 전력으로는 조금 벅차.’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안에 있는 함정을 돌파하기 위해선, 민첩뿐 아니라 그 외의 것들이 요구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우웅!
진혁의 주위에 있던 공간이 일그러졌다.
[상위 신격이 부분 현신합니다!]붉은 상태창이 연신 점멸했다.
“누구…….”
궁금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공간을 가르며, 나타난 것은 너무도 익숙한 인물이었다.
베리엘.
마계의 마왕 중 하나가 탑 19층에 현현했다.
물론.
온전한 현현은 부담되었는지, 그 모습이 많이 작아져 있었다.
엘리스와 비슷한 크기로 말이다.
작은 악마 날개를 파닥이는 베리엘이 힘겹게 진혁의 어깨 위에 앉았다.
“헉.헉.헉. 젠장. 코딱지만 한 분신으로 움직이려니 힘들어 죽을 것 같군.”
베리엘이 다람쥐마냥 숨을 몰아쉬었다.
“이야. 이곳까진 어쩐 일이야? 휴양지로 삼기엔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닌 것 같은데. 여긴.”
“이이익! 어쩐 일이라니! 분명, 그대가 나의 사도가 되겠다고 하질 않았는가?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딴청만 피우고 있으니 내가 직접 온 것이 아니더냐!”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을 했었지.
전음이 몇 번인가 온 것 같긴 한데, 무시해 버려서 그만 깜빡 잊고 말았다.
“아. 검은 사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어.”
“거짓말하지 말거라!”
“아니, 진짜로. 내가 요즘 마계 관련 정보들도 찾아보면서 경건하게 전직할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진혁의 말에, 베리엘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럼…… 지금 나와 계약하겠다는 뜻이냐?”
“나도 정말 그렇고 싶은데, 너와 계약할 수가 없어. 지금 당장은 말이야.”
“또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거라면…….”
“군타페르.”
진혁이 짧게 대답했다.
거인들의 성채에서부터 악연을 쌓아 이제는 완벽하게 적대관계가 되어버린 신격.
일전에 신들의 경매소에선 놈의 본신과 직접 만나기도 했었다.
“놈이 얼마 전 나에게 협박했어. 만약, 너와의 계약을 할 경우 내가 가지고 있는 거점과 소속된 모든 이들을 죽이겠다고. 마신으로부터 받은 성유물까지 사용하겠다고 하니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어.”
“설마, 카발라도의 검을…… 쓰겠다고 했다고? 고작 네가 검은 사도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그 정도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베리엘로서는 확인할 길은 없다.
신격과 플레이어 사이의 개인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신격들이 결코 엿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북유럽 신격들이 속해 있는 아스가르드와 올림포스와의 관계도 험악해.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내가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든.”
“……두 세력에 대해서라면 나도 들었다.”
“내가 더 강해져서 최소한 카발라도의 검을 파훼할 수 있는 성유물을 얻는 수밖엔 없어. 그래야만 너와 계약을 해도 마계에 피해가 가지 않을 테니까.”
“흐음. 일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군.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아무리 군타페르라고 해도 뒤에서 꿍꿍이를 부릴 순 없을 거다.”
베리엘이 조금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도와줘.”
“음?”
“당장 골치 아픈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 전에 크게 싸운 뒤라 동료들이 전부 밖으로 떠났거든.”
여기를 공략하려면…….
……굉장히 튼튼한 몸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