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새로운 무기 (2)
쿠쿠쿠쿠쿠!
노움이 다시 한 번 땅을 뒤엎자, 통로를 메우고 있던 흙무더기들이 쏟아졌다.
조금 전까지 꽉 막혀 있던 곳에 붉은빛을 띤 문이 하나 나타났다.
“와아아! 주인!”
“정말 주인 말대로 문이 나왔어!”
“대체 어떻게 알고 있던 거야?”
정령수들이 깡총깡총 제자리에서 뛰어다녔다.
‘좋아…….’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유아시스의 지도와 경험을 토대로 쌓아올린 직감.
두 개의 든든한 기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퇴로를 확보하면서 대기하고 있어.”
“응? 주인이랑 저 마족이랑 둘이서 들어가려고?”
“맞아. 이 안이 평범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거든. 너희들이 가기엔 살짝 위험할 거야.”
진혁이 ‘위험하다’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 뜻이 어떤 건지는 정령들 스스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으……으으응.”
“우, 우린 밖에서 열심히 땅굴이나 파고 있을게.”
“제발 가서 죽어……가 아니라. 꼭 무사히 잘 돌아와야 해!”
정령수들이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그럼, 가 볼까?”
“그래. 중층부의 유적을 부유하는 건 오래간만이다만, 뭐 나쁘진 않구나.”
진혁의 어깨에 걸터앉은 베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공이 활활 불타오른다.
자신이 점찍어 놓은 플레이어를 강하게 만들어, 군타페르는 물론 그 어떤 존재도 방해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방이리라.
‘조금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원래 시련의 탑이라는 게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세계였으니까.
그리고 베리엘이라면 나중에 마계에 갔을 때 한 번 도와주긴 할 생각이다.
저 녀석이 이토록 강한 플레이어를 검은 사도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
그것을 진혁은 알고 있었다.
‘원수는 100배로 은혜는 1배만큼만 갚는 게 원칙이지만, 그래도 1배는 갚긴 해야지.’
적어도 소중하다고 생각한 동료를 배신할 생각은 없었다.
[‘펠테르혼’의 히든 플레이스에 입장합니다.]문이 열리자.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좁고 어두운 통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곳이 펼쳐져 있었다.
화르륵!
화륵!
좌우에 나열되어 있는 횃불이 일제히 타올랐다.
끝이 보이지 않은 바닥과 그 위에 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관문.
‘선택받지 못한 자의 다리’.
문자 그대로 함정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구조다.
저벅.
진혁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가면 되는 것이냐?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마력이 흐르는데.”
“괜찮아. 나만 믿으면 돼.”
패턴은 모두 파악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무게중심.
일정한 무게로 지면을 밟는 게 핵심이다.
힘의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즉시 수많은 함정들이 발동될 테니까.
물론,
덜컹!
모든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은 건 불가능하다.
격철 소리와 함께 어둠에 녹아든 챠크람이 날아왔다.
원의 형태를 한 일종의 부메랑으로. 궤도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바뀌는 특성을 지닌 암살 병기다.
쐐애애애액!
동시에 수십 개의 작살들이 사방에서 발사되었다.
진혁의 시선이 재빨리 아래로 향했다.
다리에 각인되어 있는 수많은 문자들.
이곳의 패턴을 외운 건 바로 이 문자들의 위치를 이용해서다.
‘ㅂ’과 비슷한 문자의 왼쪽 모서리 끝.
‘y’를 닮은 문자의 두 선이 맞닿는 부분.
‘&’를 닮은 문자는 정중앙에 중심점을 두고 거기서 1cm 오른쪽으로 치우진 곳에 몸을 끼워 맞추면 된다.
부웅!
부우웅!
작살들이 허공을 갈랐다.
진혁이 날아오는 패턴에 맞춰 더욱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걸로…… 기본적인 건 전부 피했다.
완전히 궤적을 감춘 채 다가오는 차크람은…….
솔직히 말해 공격이 닿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상관없다.
“베리엘.”
이때를 위해 든든한 방패막이를 가져왔으니까.
“설마…….”
베리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가라!”
진혁이 어깨에 앉은 베리엘을 냅다 앞쪽으로 던졌다.
슈슈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달라졌다.
챠크람은 보다 앞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빌어먹…….”
콰앙!
“크아아악!”
챠크람과 정통으로 부닥친 베리엘의 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역시나 더럽게 단단한 신체다.
단숨에 무 썰리듯 잘려 나가야 할 신체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마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짧은 순간에 ‘암흑투기’를 끌어올려 방어에 성공했다.
“좋았어. 완벽해.”
“좋았어는 개뿔! 날 죽일 셈이냐! 감히 날 방패막이로 내세우다니 이건 마계에 대한 도전이다!”
베리엘이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전에 네가 안 막아 줬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그리고 이건 방패막이라기보단 적절한 팀워크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무슨 팀워크가 그따위란 말이냐! 정말로 이딴 술수에 이 몸이 놀아날 거라 생각하는 거라면…….”
“말이 너무 섭섭하게 하네. 나는 그저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에게 기대려 했던 것뿐인데.”
“강한 존재라고? 내가?”
“그래. 너는 마왕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마왕이잖아. 향후 마신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믿고 의지할 수 있던 거였고.”
“호오. 확실히. 나 정도 되는 마왕이 아니면 이런 함정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겠지.”
“그럼그럼, 내가 다른 동료들을 내버려두고 왜 너를 골랐겠어.”
진혁이 더욱더 사탕발림을 늘어놓았다.
이정도면 청포도로 된 붓을 식도에 살살 문질러대는 수준이다.
달콤함이 대뇌를 녹진녹진하게 녹여버린 것일까?
“좋아. 허면, 이 몸의 위대함을 똑똑히 보여 주마. 나의 사도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 눈으로 지켜 보거라.”
베리엘이 앞장섰다.
콰앙!
“크아악!”
콰아아앙!
“크어어억!”
퍼어억!
“꾸웩!”
굉음과 비명 소리가 교차했지만, 베리엘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힘든 기색 없이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굉장히 편하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뒤따라 걷기만 하면 됐으니까.
순식간에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진혁과 베리엘이 통로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그곳엔 아래로 이어지는 긴 계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번째 관문 ‘맹독의 토굴’이 개방됩니다.]***
“쉬익!”
“쉿!”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독사들이 드글거리는 토굴이 나타났다.
잠실 운동장 정도 되어 보이는 크기를 가득 채울 정도의 숫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선공형 함정이 아니라는 점이랄까?
내부에 침입한 사람들이 독사들의 일정 범위 안에 들어가야만 공격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숫자를 생각하면 그게 안심할 거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 지옥을 다시 겪을 필요는 없다.
본래라면, 삼 일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영역을 벗어나는 지점을 찾아야 하나.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을 단축시켜 줄 소중한 탱커가 있으니까 말이다.
“뱀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 설마?”
“하하……하하하. 설마, 이 몸이 독사를 두려워하겠느냐. 잠이 안 올 때마다 한 잔씩 들이키는 게 블랙맘바의 맹독인 것을……! 가장 지독한 독으로 샤워를 해도 끄떡없는 게 바로 나. 베리엘이다.”
그래?
“그럼, 가면 되겠네. 난 독에는 내성이 없어서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거든. 역시, 열등한 인간은 위대하신 마왕님과 비교 자체가 안 되는구나.”
진혁이 연약한 척 두 팔로 어깨를 감쌌다.
“후……후후후.”
베리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독사들 사이를 걸어갔다.
이야.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말이 진짜이긴 진짜이구나.
정말로 저 한가운데로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본신이 아닌, 최소한의 분신 형태인 채로 말이다.
푹!
푸욱!
아. 저건 좀 많이 아프겠다.
영 좋지 못한 곳에 송곳니가 들어갔네.
“끄아아아악!”
곧이어,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후우…….”
하스팅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누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 탑의 관리자가 된 지 약 3만 년.
그리고 상급 관리자로서 활동하게 된 지가 약 1만 년이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 왔기에, 50층의 존재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자신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부터…….
……공들여 만든 탑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단 한 명의 플레이어 때문에.
“놈이 지금 19층 유적에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꼬리를 붙여 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유적 전체에 처음 보는 마력 파장이 감싸져 있어서 내부를 엿볼 수 없었습니다.”
햄스터의 외형을 한 하급 관리자가 재빨리 고개를 조아렸다.
‘펄’ 종류인 판엠.
바로 얼마 전 처음 하급 관리자가 되어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존재다.
아직 뭣도 제대로 모르는 신입이 상급 관리자의 부름을 받게 되어서인지 판엠은 연신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판엠의 말에, 하스팅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관리자가 엿볼 수 없는 구역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트, 틀림없습니다. 혹시 몰라 하스팅 님께서 주신 ‘관리자의 두루마기’까지 사용했는데도 역장은 그대로였습니다.”
“……!”
시스템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관리자의 두루마기로도 볼 수 없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개입했다는 뜻.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은 단 하나뿐이다.
50층.
태고의 존재들이 직접 움직였다.
‘현현한 흔적이 없으니…… 그렇다면 설마?’
순간, 하스팅의 머릿속에 번개가 스쳐지나갔다.
올드 가드.
니알라토텝의 사냥개들이 투입된 것이다.
‘나에게 말도 없이…… 바로 그들을 부른 건가.’
하스팅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저번 일의 실수에 대한 보복인 걸까.
아니면, 더 이상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며 손절을 친 걸까.
그에 대한 대답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니, 알 필요조차 없다.
올드 가드들이 투입된 이상 진혁에게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긴급 회신]하스팅의 앞에 보라색 메시지가 날아왔다.
50층으로부터 직접 날아온 속보.
그 내용은.
“이럴 수가…….”
충격적이었다.
상위 랭크에 위치한 하운드의 사망과 올드 가드들의 패주.
그리고 이번 일의 뒷수습을 명령하는 내용까지.
모든 게 예상 밖의 일들이었다.
‘……이건 기회야.’
지금까지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반드시 잡아야 한다.
태양의 사구, 태양의 사구라…….
하스팅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펜타그리스의 송곳니’를 희생함으로써 생긴 공백.
아직까지 사구 속에 남아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이유.
단서와 단서가 취합된다.
진혁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목적을 파악해 내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히든 플레이스로 가서 19층 공략과 또 다른 무기까지 한꺼번에 해치울 생각이군.’
과연, 움직임에 군더더기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행보가 탑을 오르기 위한 최적의 루트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바꿔 말하면 그만큼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
‘결코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겠다.’
문제는.
누구를 보내느냐는 건데.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변수를 가지고 있는 자가 필요하다.
‘용들은 아직 안 돼.’
용족과의 거래는 끝내 뒀지만, 계획이 실현되려면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소리다.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누군가 하스팅의 영역에 접근했다.
“잠시 이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상급 관리자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