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새로운 무기 (4)
우우우웅!
아름다운 빛과 함께 하얀 냉기가 쏟아졌다.
태양의 사구에 잠들어 있는 빙속성 최강의 무기.
‘하벨리안의 혼(魂)’이다.
역대 하벨리안들의 냉기가 주입된 이 결정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다.
‘제대로 제련할 경우 송곳니보다 훨씬 더 좋은 스펙을 뽑아낼 수 있어.’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얼어붙은 눈물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냉기를 보유하고 있는 하벨리안의 혼은 맨 손으로 만졌다간 큰일 난다.
제아무리 빙하조형을 겹겹이 두르고 있다 한들 저 냉기로부터 벗어날 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대비도 없이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진혁이 아공간에서 활활 타오르는 깃털을 꺼냈다.
‘불사조의 깃털’.
일전에 탑의 7층에서 얻은 특수 아이템이다.
화르륵!
[냉기 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500%만큼 상승합니다!] [불사조 깃털의 수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소모됩니다!]파치칙! 파치치……직…….
이번 한 번으로 소멸되는 건 아깝지만, 최대치를 뽑아내지 않고선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만 만들 수 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번 한 번에 모든 걸 건다.’
진혁이 붉게 타오르는 손을 뻗었다.
오싹!
“……!”
그렇게나 화염을 겹겹이 둘렀는데도 냉기가 느껴진다.
정말이지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가능해.’
냉기도 급이 나뉘는 법.
정확하게 결정의 하단에서 5cm 위로 미약하게 돌출된 부분이 포인트다.
진혁이 냉기가 가장 약한 부분을 붙잡았다.
치이이익!
불과 냉기가 맞닿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뿜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중앙의 유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새하얀 결정이 뽑혔다.
[하벨리안의 혼(魂)을 획득하셨습니다!]드디어……!
이걸 손에 넣었다.
진혁이 결정을 가볍게 휘둘렀다.
빙그르르…….
약 50cm 길이의 날카로운 결정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했다.
가벼우면서도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제련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원재료가 좋다는 뜻이겠지.’
진혁이 ‘탐식의 눈’을 통해 결정을 살폈다.
[하벨리안의 혼(魂)]입수 난이도: SS
공격력: 12,800
내구도: 580,000 / 580,000
무려 SS등급.
공격력이 1만이 넘고 내구도 60만에 육박한다.
‘미쳤네. 진짜로.’
이걸 오룬 영감이 제련해 줄 경우 대체 어떤 무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못 견딜 정도로 말이다.
이제 잔여 냉기만 갈무리한다면 19층의 공략 또한 이루어질 터.
그런데.
“……음?”
진혁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저릿! 저릿!
“설마…….”
전신에 느껴지는 무거운 기운.
피부를 따라 소름이 오소소 일어난다.
“캬오?”
심지어 빙수 먹는 데 정신 팔렸던 하벨리안까지 주둥이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 정도로 지금 이 둥지를 향한 마력은 그 격이 달랐다.
이 특유의 기운.
이게 뭔지 알고 있다.
여호수아의 뿔나팔.
에덴이 보유한 최강의 성유물 중 하나가 이곳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가브리엘은 네크로노미콘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텐데?
‘다른 누군가 개입했다는 건가? 아니면, 더 매력적인 조건을 달았거나?’
온갖 경우의 수가 떠올랐지만, 지금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중요한 건 절대 판정의 성유물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절대 판정 ‘신의 심판’이 발동됩니다!]우우우웅!
하벨리안의 둥지가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30초.
그 뒤엔 이 둥지 자체가 증발해 버릴 것이다.
‘생각해라.’
진혁이 머리를 쥐어짜냈다.
아무리 몰리는 상황에서라도 돌파할 수 있는 틈은 존재할 터.
25초.
시간이 지나간다.
결정체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전까진, 공략이 인정되지 않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지금 위에서 내려오는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뜻.
‘방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해.’
빙하 조형으론 무리다.
‘별의 가호’를 통한 부활 역시 신성력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에덴의 성유물을 피할 순 없다.
이제 20초.
‘1초 무적’은 버틸 순 있겠지만, 말 그대로 1초를 버티게 해줄 뿐.
십여 초에 이르는 긴 폭격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10초.
이제 어느 쪽이 됐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바로 그때, 진혁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행운의 랜덤 박스.
신들의 경매소에 갈 수 있는 티켓과 함께 얻었던 아이템이다.
이걸 이용한다면…….
고민은 길지 않았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행운의 랜덤박스’가 개봉됩니다!] [주입하는 마력의 양에 따라 다른 종류의 아이템이 나옵니다.] [상세 확률]-이실그람의 팔목 보호대 [B], 드롭 확률: 17.5%
-활력 엘릭서 [A], 드롭 확률: 4.9%
…….
평균 B랭크 이상이 나오는 행운의 랜덤박스는 가챠류 아이템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확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필요한 건 평균 B랭크 따위가 아니다.
확률 0.000000128%.
거의 0에 수렴하는 확률을 뚫는 것이지.
물론.
단순히 운에 기댄 확률을 기대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진혁이 상자에 손을 갖다 댔다.
확률이나 계산 따위는 무의미한 영역.
정확한 마력량을 주입하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4초.
허공을 따라 하얀색 오망성이 나타났다.
절대 판정의 효과로 인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매몰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진혁의 손끝을 따라 푸른 물결이 일렁였다.
“…….”
원래라면, 이런 미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행운의 랜덤박스는 사용하는 것이 아닌 교환을 목적으로 아공간 한켠에 보관해 둔 것이었으니까.
‘나노 단위의 미세한 마력 흐름을 제어하는 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믿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의 칭호를 바탕으로 한 스탯의 힘.
행운과 적응형.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주는, 오롯이 탑의 정상을 본 자만을 위한 특전이다.
극한의 집중력과 수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해 왔던 기억. 그리고 그 발자취를 빛나게 해줄 기연이 한 자리에 어우러졌다.
쿠쿠쿠쿠쿠쿠!
[‘여호수아의 뿔나팔’이 발동됩니다!] [절대 판정 ‘신의 심판’이 강림합니다!]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낙하했다.
에덴의 의지를 담은 종언을 고하는 뿔나팔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당신은 극악의 확률을 뚫고 ‘행운의 랜덤박스’가 보유한 최고의 성유물을 획득하셨습니다!]성공을 알리는 황금색 알림창이 나타났다.
……됐다!
진혁이 재빨리 흐릿하게 형이 갖춰지기 시작한 성유물을 붙잡았다.
정사각형 모양의 방패가 하늘로 향했다.
[프리드웬 – ‘저녁의 얼굴’이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오망성에 버금가는 마법진들이 방패의 주위를 감싸듯 개화했다.
마치, 거대한 꽃잎이 피어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이것이 여호수아의 뿔나팔과 마찬가지로, 신성력을 극한까지 추구한 최강의 방패 중 하나이다.
콰아아아앙!
상상을 초월하는 굉음이 하벨리안의 둥지 전체를 뒤흔들었다.
***
치이이익!
성유물과 성유물의 충돌로 인해 주위가 완전히 폐허로 변해 버렸다.
사구 내부의 축이 흔들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일격이다.
“갈비뼈……가 세 대는 나간 것 같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천운이야.”
다행히 그 이상으로 크게 다친 곳은 없다.
미칠 듯한 근육통에 좀 시달려야겠지만 말이다.
“캬, 캬오오오…….”
하벨리안 역시 잔뜩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긴, 녀석의 입장에선 난데없이 자신의 둥지에 쳐들어온 놈이 천재지변을 몰고 온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도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줬다고 느꼈는지, 경계심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빙수와 멘트라 테이밍도 하벨리안의 호감을 자극하는 데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아직 끝이 아니겠지.’
여호수아의 뿔나팔을 사용했을 정도면, 상대도 아예 작정을 하고 있다는 뜻.
하물며, 그 일격을 견뎌낸 적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다.
진혁이 재빠르게 결정을 손에 잡았다.
적어도 놈과 대항하기 위해선…….
그렇게 생각할 바로 그때.
[상층부의 상위 신격이 강림합니다!] [상급 관리자에 의해 제약이 완화됩니다!]젠장.
이미 늦었나.
대비할 여유 따윈 주질 않는다.
조금 전, 만들어진 오망성 너머로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가 강림했다.
쿠웅!
거구의 근육질 체형.
전투병단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키자키엘이다.
이 단순무식하고 율법밖에 모르는 외골수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가브리엘과 에덴이 뒤통수를 칠 이유가 없었는데, 이 녀석을 보니 조금 전의 공격이 이해된다.
‘하스팅과 손잡고…… 왕관을 손에 넣으려는 거겠지.’
오직 에덴만이 모든 왕관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신념.
그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네놈이 강진혁이란 인간이더냐?”
키자키엘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요즘 들어 날 찾는 놈들이 많네. 그래. 맞아. 내가 강진혁이야.”
“그렇군. 나는 긴 말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처럼 거래니 계약이니 하는 것도 싫어하지.”
스릉!
불길을 머금은 검이 뽑혔다.
“순순히 왕관을 넘겨라.”
너무 단도직입적이라 오히려 맥이 빠진다.
진심으로 목적 단 하나만을 추구하는 성격답다고 해야 할까.
“싫다면?”
“너는 물론, 네가 소속되어 있는 모든 세력을 멸하겠다.”
“협박이라…… 그거 재밌네.”
진혁이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지금 하스팅이랑 쿵짝이 맞아서 제멋대로 일을 저지르나 본데, 이번 사태. 가브리엘이 알면 싫어하지 않겠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걸 강하게 추천할게.”
“이번 일이 끝나면 나 스스로가 나서서 항명에 대한 죗값을 받겠다. 하지만, 내가 소멸되기 전에 너 역시도 소멸시켜 주지.”
“…….”
목숨까지 버릴 수 있다는 뜻.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놈들이 제일 골치 아프다.
대의를 위해서라며 제 한 몸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에덴의 뜻을 저버리고 단독으로 행동한다는 걸 안 이상, 이쪽이 느끼는 부담감 역시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적어도 거대 세력 전체가 키자키엘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이번 상황만 잘 모면하면 된다 이거잖아.’
그거야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진혁이 아공간을 개방했다.
나온 것은 ‘패도의 왕관’이다.
“아주 어리석진 않군. 그래. 그걸 넘겨라. 그러면, 네놈과 네놈 동료들의 목숨만은 보장해주겠다.”
“흐음.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넘겨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좀 되네.”
진혁이 왕관을 ‘하벨리안의 혼’이 있던 바로 그 장소 위로 흔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심연은 태양의 사구의 가장 심층부로 이어지는 통로.
저 유사 속으로 들어갔다간 19층이 아닌 탑의 다른 층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네놈……!”
키자키엘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쿠쿠쿠쿠쿠!
검에 맺힌 화염이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하지도 못할 협박이나 하다니! 그런 얄팍한 수작 따위가 나에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분노에 이른 고함이 끝남과 동시에.
“이런.”
투욱!
왕관이 유사 속으로 사라졌다.
“손이 미끄러졌네?”
이건 진짜로 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