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거점 정비 (2)
“제, 제바아알!”
혼신을 다한 오룬의 망치질이 작렬했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남은 기회는 1번뿐.
이번에도 실패하면 재료가 파괴된다.
당연히, 그 재료를 박살내버린 대장장이의 목숨까지 사라질 거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마치, 영원 같은 1초가 흘렀다.
오룬의 눈꺼풀이 천천히 떠졌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황금색 운무가 쏟아졌다.
……성공이다.
“우오오오오! 돼, 됐다. 됐다고!”
오룬이 탄성을 내질렀다.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희열과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 잔뜩 묻어나왔다.
“역시, 전 믿고 있었어요. 영감님이라면 성공할 거라 말이죠.”
“그, 그래. 사실 나도 알고 있었네. 이제까지는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래왔던 걸세. 커흠! 큼!”
오룬이 잔뜩 어깨를 폈다.
역시,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걸 보니, 옛 실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다.
‘좋아.’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완성된 결과물에 다가갔다.
은은한 백색 빛과 푸른빛이 섞인 칼날.
약 40cm 길이의 단검이 바로 앞으로 사용하게 될 새로운 무기다.
[하벨리안의 혼(魂) – 바너드]등급: 남색
내구도: 17,000 / 17,000
공격력: 35,000
특징: 경량화 마법으로 인해 무게가 1g까지 떨어집니다. 매 공격마다 출혈(+100) 효과가 가해지며, 크리티컬 확률이 10%만큼 상승합니다.
특수 스킬: 하벨리안 종족의 비호(패시브)
고대종이나 정령수 혹은 환수종과 함께 전투할 경우 공격력이 30%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대박이다.
이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단검인데도 공격력이 이렇게 나오다니, 이건 좀 당황스러울 지경인데?’
무려 35,000,
거기에 경량화 마법까지 걸려 있어, 훨씬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리라.
전에 사용하던 송곳니와 다루는 감각이 비슷한 것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기적인 건…….
무게도 데미지도 크리티컬이나 출혈도 아니다.
‘특수 스킬’.
친화력이 높은 환수종답게, 여러 종족과의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 끝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전투에서 무려 30%의 버프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훨씬 더 상위종들과도 싸울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거라면, 키자키엘은 물론, 군타페르 같은 신격들과도 제대로 놀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진혁이 가볍게 단검을 움직였다.
푸른 광휘를 흩뿌리는 ‘바너드’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회전했다.
무게 중심도 완벽하다.
예리함 역시, 마찬가지였고.
‘어서 빨리 던전이든 미궁이든 들어가 보고 싶네.’
온몸이 근질거린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다.
“만족했다니 다행이군.”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일행들이 황도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무도회를 연다고 하니, 거기 참석하는 건가?”
“에브라함 경이 초대장을 강제로 쑤셔 넣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됐습니다.”
“흠, 제국이야 별 걱정 없겠지만, 그 외, 중층부로 나갈 땐 조심하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건 드워프 왕국 쪽에서 들어온 고급 정보인데, 크흠. 큼!”
오룬이 헛기침을 잔뜩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것 봐라?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가……?
“후우. 마침, 제국이 주최하는 연회에서 좋은 와인이 잔뜩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몇 단지 정도는 슬쩍 해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 나도 그 와인을 참 좋아하는데, 꼭 좀 맛봤으면 좋겠군. 염소 넓적다리랑 먹으면 아주 그냥…….”
“됐고. 그래서 어떤 정보입니까?”
진혁이 재촉하자, 오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20층에 관한 이야길세. 얼마 전 그 층계에 자네 세계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그곳을 갔다고 하더군.”
20층에 간 플레이어들이라면…….
테레사 이야기다.
19층 공략이 끝난 직후, 유럽의 올림포스 길드를 주축으로 한 대형 길드들이 대대적인 20층 공략을 선언했었다.
이틀 내내 뉴스와 각종 매스컴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었지.
‘기존 올림포스 길드 부마스터가 죽고…… 새로운 녀석이 그 자리를 꿰찼다고 하던데.’
굉장히 급진적으로 내부를 정리하고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고 들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워낙 정신없이 보낸 터라 정확하게 기억에 남아 있진 않다.
중요한 건, 테레사가 이번 레이드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크흠. 그 전에, 먼저 자네도 20층이 어떤 곳인진 알고 있겠지?”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20층은 온갖 몬스터와 종족들이 어우러진 각축의 전장.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칙하에, 한 뼘이라도 더 넓은 영토를 갖고자 피터지게 싸우는 거대한 투기장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이를 짓밟아야 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남을 물어뜯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절대 접근해서는 안 될 금지가 몇 군데 있었다.
‘소왕(小王)’이라 부르는.
20층의 중요 구역들을 점거하고 있는 괴물들이다.
하나같이 강력한 무력과 세력을 보유했기에, 설령 20층보다 위층에 있는 세력들이라도 함부로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진 않았다.
그런데.
“설마, 플레이어들이 그 중 하나의 영역에 들어갔다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하더군. 아마, 그곳에 있는 자원들이 탐이 났던 거겠지. 현재 광산 주위를 탐색하면서 안으로 들어갈 루트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들었네.”
탐이 나는 자원이라면, 단 하나뿐.
“마정석…… 광산.”
“그래. 바로 그곳으로 갔네. 덕분에 광산을 점거하고 있는 놈들이 아주 제대로 빡쳤지. 플레이어들이야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조만간 추격대가 플레이어들을 따라잡을 걸세.”
“…….”
하필이면, 20층 공략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곳으로 갔을 줄이야.
말로는 인류를 위해 탑을 오르느니 뭐니 하더니.
정작 속내는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 탐욕은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거다.
‘대형 길드들이 연합을 했다곤 하지만, 물량전에서 상대가 안 될 텐데…….’
20층의 난전이 얼마나 처절한지는, 경험해 본 이가 아니고서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진혁만은 현재 20층에 들어간 길드들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었다.
***
콰아아앙!
쿠쿠쿠쿠쿠!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피분수가 뿜어졌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이 이상의 표현은 없으리라.
“크아악! 내, 내 다리가……!”
“힐러들! 지금 뭐 하고 있어? 힐링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잖아!”
“빌어먹을, 우리도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고! 마나가 딸리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야!”
20층에 온 지 오늘로 3일 차.
하지만, 체감 상으론 이미 3년은 이곳에서 보낸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매일같이 몰아치는 몬스터의 적습은 악몽이었다.
바로 그때.
“다들, 제 뒤에 붙으세요! 시간을 벌어 보겠습니다!”
테레사가 어떻게든 무너지는 진열을 정비하기 위해 나섰다.
[테레사가 고유 능력 ‘별의 가호’를 발동합니다!]눈부신 빛이 낙하하자 몬스터들의 시선이 테레사에게 쏠렸다.
검은 두건을 쓴 채 긴 낫을 휘두르던 ‘집행자’들이 일제히 타겟을 바꿨다.
“죽……여. 죽여서. 신께 제물로 바쳐라!”
“피의 제전을! 살과 뼈로 제단을 쌓을지어다!”
“키에에에에!”
공격대가 현재 싸우고 있는 것들은 ‘망령의 교단’.
마족을 섬기는 거주자들로, 이성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광신도들이다.
체계적인 전술이나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포심 없는 군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까다로웠다.
자신이 죽더라도 상대를 죽이겠다는 집념 탓에, 공격대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으니까.
콰콰콰콰콰콰!
테레사가 별빛으로 만든 검을 휘둘렀다.
“커억!”
“끄아아아!”
신성력이 중첩된 검격에 집행자들의 몸이 조각조각 잘려나갔다.
물론, 집행자들도 낫을 휘두르며 반격에 나섰으나, 중갑주로 무장한 테레사의 몸에 치명상을 입힐 순 없었다.
순식간에, 전열을 복구한 테레사가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소모전을 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일 터.
그렇다면, 적의 지휘관을 잡고 싸움을 빠르게 종결시켜야 한다.
콰앙!
다른 집행자들과 달리, 흰색 두건을 쓴 광신도.
‘장로’.
바로 저 녀석이 광신도들의 대장이다.
테레사가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일반 광신도들과 네임드급 집행자들 역시, 장로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벽이 점점 더 두꺼워진다.
“테레사 씨를 보호해!”
“무조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서포팅해야 한다!”
공격대의 랭커들도 목에 핏대를 세웠다.
콰아앙!
콰앙!
원거리 딜러들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이걸로 끝입니다.”
마침내 테레사가 장로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테레사의 검이 하늘 높게 솟구쳤다.
동시에.
“투 아크. 아크라바.”
장로가 붉게 물든 혈계 마법을 발동시켰다.
공간을 결속하고 사지를 뒤틀어버리는 저주가 갑주 전체를 구속했다.
콰드득!
조금씩 찌그러지기 시작한 백색 갑주.
“크으윽…….”
테레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허나, 휘두르는 검을 멈추진 않았다.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훨씬 더 극한의 조건 속에서.
싸워서 이겨낸 플레이어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징징거리며 아픈 소리나 내뱉을 수는 없다.
고작 이런 적도 쓰러뜨리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나 할 수는 없단 말이다!
서걱!
테레사의 검이 깔끔한 궤적을 그렸다.
“아크……라……바…….”
푸퓨퓩!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피.
장로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그걸로 싸움이 끝났다.
***
전투가 끝난 지 약 1시간이 흘렀다.
공격대는 부상자를 수습하고 야영지를 만들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젠장. 이 층계는 뭐 이따위인 거야? ‘적당히’라는 게 있어야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이러다간 피로로 전부 죽겠어. 맘 편하게 쉰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네. 빌어먹을.”
“그러게. 정보도 없이 무리하게 일을 벌리더라니. 이게 다 그놈의 마정석인지 뭔지 얻으려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아직 멀쩡한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늘어놨다.
극에 다른 피로도로 인해, 허기가 짐에도 육포와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다들 많이 지쳤어.’
테레사가 걱정에 찬 눈으로 야영지를 둘러봤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상황은 위험하다.
뭔가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층계 공략은 고사하고 이번에 모인 대형 길드들이 모조리 몰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유럽 전체의 위상이 땅에 곤두박질치게 된다는 뜻이다.
‘그건 안 돼.’
로젠베르크 가문을 생각해서라도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후우.”
테레사가 서둘러 가장 큰 막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테레사 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막사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플레이어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이던 씨는 안에 계시나요?”
“예. 공대장님과 부공대장님이 지금 안에서 회의 중이십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급한 건이에요. 지금 당장 뵈어야 해요.”
“하, 하지만…….”
남자 플레이어가 곤란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웅!
육중한 충격이 지축을 흔들었다.
“으아아악!”
“이, 이게 뭐야?”
“당장 랭커들 불러와. 당장!”
막사 외각에서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