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망령의 교단 (1)
산 자를 죽여 위대한 존재에게 바친다.
그것이…….
20층의 거대 세력 중 하나인 ‘망령의 교단’이 가지고 있는 이념이었다.
층계는 비록 20층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역량이 20층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끝없이 흐르는 피와 층계 전체에 걸쳐 펼쳐진 전장.
풍부한 마정석을 바탕으로 한 자원의 보고.
무한한 제물과 마정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이들을 이 층계에 그토록 오랫동안 머물게 만든 이유였다.
그리고 현재.
수많은 시체들이 쌓여 있는 막사 안에는 끔찍한 외모를 가진 몬스터가 서 있었다.
검은색 입술을 따라 붉은 피가 흐른다.
비쩍 마른 남자의 외형을 한 몬스터의 머리엔 핏빛으로 물든 면류관이 씌어 있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들의 거점을 전부 박살냈습니다.“
망령의 교단을 이끄는 교주이자 일곱 대죄 중 하나인 ‘나태’다.
명실공히 상층부에서도 네임드급에 속하는 존재.
하지만, 그런 괴물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마계의 마왕 중 하나인 ‘군타페르’였다.
정확히는 군타페르의 영혼이 담긴 분신체였지만.
“흐음. 수고했다. 아주 제대로 털어 놨군.”
군타페르가 혀를 끌끌 차며, 폐허가 된 주위를 둘러봤다.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들.
기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마력이 강한 인간들은 따로 생포해 두었습니다만, 소수는 포위망을 빠져나가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나태가 한켠에 마련해 둔 감옥을 가리켰다.
쇠로 된 창살 대신, 붉은 화염이 타오르는 감옥 안에는 A급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갇혀 있었다.
“호오?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몇 명이나?”
“30명에서 4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추격대가 맹렬하게 쫓고 있으니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전부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블러드 나이트와 학살자를 데리고도 그 많은 수를 놓쳤다니…… 그게 가능하긴 한 일인가?”
군타페르의 입이 미묘하게 비틀렸다.
순간, 주위의 온도가 차갑게 식어 버렸다.
소름 끼치는 냉기다.
“……!”
파르르하고.
나태의 전신이 가늘게 떨렸다.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심장을 짓눌렀다.
“이, 인간 놈들 중에 ‘에덴’의 사도 후보가 있었습니다. 금발의 여성으로 신성력을 강하게 다뤘기에, 블러드 나이트도 틈을 내줄 수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허나, 시간을 조금만 주신다면…… 아니, 제가 직접 움직여서라도……!”
“여전히 변명하기만 바쁘구나. 일곱 대죄 중 나태를 관장하는 자여. 그대가 왜 20층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대죄들은 탑의 상층부에서 각각의 자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오직 나태만이. 상층부가 아닌 중층부에 틀어박혀 교단의 교주라는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그, 그건…….”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무리 완벽한들 의미가 없다.
결과, 가장 중요한 건 오직 결과일 뿐이다.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성녀만큼은 생포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나태가 고개를 조아렸다.
“좋아. 믿어 보지.”
군타페르의 분신체가 그림자에 녹아 사라졌다.
그러자.
으드득!
나태가 부러져라 이를 갈았다.
“신도들을 전부 모아라. 추격대를 3배로 늘리겠다.”
“예. 교주시여.”
거대한 덩치의 학살자가 무릎을 꿇었다.
“또한, 다른 세력들에게 전령을 보내 내가 하는 말을 전해라.”
20층의 또 다른 거대 세력인 ‘적색 거성’과 ‘그레이트 윙’ 그리고 그들과 얽혀 있는 수많은 군소세력들.
그들 모두에게 똑똑히 알려야 한다.
“어떤 걸 전하면 될지요?”
“현상금을 걸겠다. 신성력을 다루는 금발의 성녀를 잡는 이에겐 앞으로 3년간 이 마정석 광산에서 나오는 마정석의 30%를 주겠다고.”
20층의 마정석 광산은 탑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광맥을 보유하고 있다.
순도 또한 매우 높아 중, 상급 마정석이 무더기로 채굴되고 있는 노른자 위.
그 중에서 30%를 제공한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제의였다.
단숨에 세력의 전력이 대폭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만큼 지금 나태는 전력을 다해 임무를 완수할 생각이었다.
“위대한 교주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학살자와 수많은 신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20층에 입장하셨습니다.]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20층에 새로운 무리가 나타났다.
진혁이 이끄는 ‘고인물 코퍼레이션’이었다.
“20층이라…… 벌써 여기까지 왔네.”
2개의 태양이 떠 있는 하늘. 메마른 초원과 긴 협곡이 늘어져 있는 풍경.
이곳이 바로 20층이다.
진혁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분명 이 타이밍쯤에…….
띠링!
[공략 조건]내용: 20층에 존재하는 세력은 약 173개.
이중 소속된 구성원의 수가 1천 명이 넘는 세력은 약 20개입니다. 20층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이 모든 세력 중 3위 안에 들어가야 하거나, 혹은 가장 거대한 세력을 완전하게 무너뜨려야 합니다.
공략 조건을 담은 상태창이 나타났다.
‘가장 큰 세력이라면, 망령의 교단이겠지.’
마왕을 섬기는 광신도들의 집합체답게, 그 세력 또한 엄청나다.
특히, 놈들의 우두머리 격에는 일곱 대죄 중 하나인 ‘나태’가 있었는데, 단순히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영웅’급에 해당하는 괴물이었다.
“긴장 좀 해야겠군. 여긴 알려진 정보가 너무 적다. 애초에 이곳까지 왔던 사람들 숫자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천유성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손을 달싹였다.
“천하의 검성도 겁이 나긴 하나 보네?”
“거, 겁은 무슨! 나는 그저 조심을 하려는 것뿐이다. 낯선 곳에 갈 때 철저하게 대비해 두는 건 상식 아닌가? 그것도 20층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하긴, 예전 시련의 탑을 플레이했던 날고기는 고인물들도 20층을 넘어서진 못했지.
저 거머리 같은 검성 놈조차 이곳에서 탑의 등반을 포기했었으니까.
“여기가 좀 어렵긴 해. 워낙 너 같은 애들이 잔뜩 튀어나오는 곳이거든.”
“나 같은 애들이라는 게 무슨 뜻이지?”
스릉!
천유성이 검이 반쯤 뽑혔다.
여기서부턴 말을 잘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테레사 씨보다 내가 더 위험에 처할지도 몰랐으니까.
“그…… 정도로 뛰어난 고수들이 많다는 뜻이지. 열심히 수련도 하고 재능도 있고. 알잖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철컹!
검이 다시 검집으로 들어갔다.
“그보다, 마치, 말투가 이곳을 통과해 본 적이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20층을 넘어서까지 가봤던 거냐?”
떠 보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녀석은 항상 내가 얼마나 탑을 올랐는지 궁금해하곤 했었지.
“이것보다는 조금 더 가봤어.”
“역시 그렇군. 제국과 무림에서의 일을 보고 예상은 했었다. 20층 중반이나 30층 초반까지는 가봤던 거였어.”
20층 중반……에서 30층 초반이라…….
“뭐, 대충 그 정도쯤 갔으려나.”
진혁이 피식 웃었다.
“똑바로 대답해라. 20층 후반이냐? 30층이냐?”
“글쎄. 어디까지 가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
“너는 항상 그렇게 제멋대로……!”
논점을 흐리는 답변에 천유성이 더욱 캐물으려 했지만…….
저벅.
갈대 사이로 들리는 인기척에 대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누군가 온다.
“킥킥! 뭐야 이거? 새로운 입주자들이잖아?”
수풀이 갈라지며 나타난 건, 작은 단도를 든 홉 고블린들이었다.
일반 고블린들보다 덩치도 크고 지능도 월등히 뛰어난 상위종이다.
게다가 다수로 움직이는 특성 탓에, 상대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그래.
이래야 20층답지.
들어오는 입구부터. 나가는 출구까지.
발을 딛는 모든 곳과 모든 시간들이 전장의 연속이다.
“20층에 갓 들어온 모양인데, 하필이면 상대가 우리라니 재수가 어지간히 없네.”
“킥킥킥! 그렇게 말이야.”
“아등바등 여기까지 기어온 건 칭찬해 줄 만한데, 거기서 운을 다 써 버린 거야.”
“가진 거 다 내놓으면 특별히 목숨만은 살려 줄 수도 있어. 일단, 거기 뒤에 있는 은발 머리 여자랑 검은 머리 여자부터 넘겨.”
홉고블린들의 칼끝이 엘리스와 추혼사영에게 향했다.
하필 골라도…… 저 둘을 고르냐.
아무래도 운이 없는 쪽은 이쪽이 아닌 것 같다.
“어머. 저를 원하신다고요?”
추혼사영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킥킥! 제 발로 걸어오다니, 현명하네.”
“너무 겁먹지 마.”
“우리는 어지간해서는 사람 고기를 안 먹으니까. 그냥…… 커억?”
조롱 섞인 목소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서걱.
우두둑…….
홉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눈이 시릴 정도로 새하얀 검이 곡선을 그렸다.
“왜 그렇게 놀라시죠? 저에게 오라고 한 건 그쪽 분들 아니었나요?”
추혼사영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키익?”
“건방지게 살려 주겠다는 은혜를 이 따위로 갚아?”
“갈가리 찢어 죽여 주겠다!”
홉고블린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육중한 나무방패와 검으로 무장한 채 사방에서 추혼사영을 노렸다.
바로 그때.
퍼퍼퍼퍽!
측면에서 붉은 작살들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케에에엑!”
“크아아아!”
순식간에 꼬치가 되어버린 홉고블린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너희야말로 더러운 미물들 따위가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누가 누구보고 목숨을 건지게 해 주겠느니 말겠느니를 논하는 것이냐?”
쿠쿠쿠쿠쿠!
엘리스가 마력을 해방하자, 태양 아래로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
감히, 홉고블린 따위가 넘볼 수 없는 절대자의 권역이다.
“괴, 괴물들이다!”
“히이이익!”
“20층에 무지막지한 놈들이 왔어! 당장 대장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붉은 유성우들이 주위를 초토화로 만들어버렸다.
콰콰콰쾅!
콰아앙!
감히, 자신을 두고 소유권을 주장한 버러지들을 단 한 마리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어머. 그쪽 숙녀분에게만 시선을 돌리시면 제가 섭합니다. 저와도 놀아 주셔야죠.”
그리고 그것은 고고하게 살아온 추혼사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추혼검’의 제8식이 펼쳐지자 아름다운 궤적이 공간을 도려냈다.
“……!?”
“끄……으……어?”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인지할 수도 없다.
그저 일방적으로 학살당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참극의 현장.
홉고블린들이 흘린 피가 갈대밭을 가득 적셨다.
“굳이 전부 죽여야 할 필요가 있는 거냐?”
천유성이 살벌하게 날뛰는 추혼사영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론 스승님에겐 조금 더 깍듯이 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한 마리 빼곤 전부 처리해야 돼.”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걸 모두에게 똑똑히 각인시켜야 한다.
지금쯤이면, 박살이 난 올림포스 길드의 공격대가 추격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을 터.
그들을 구해내기 위해서라도 시선을 분산시키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겸사겸사 이곳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득도 취해야겠지.’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20층 공략을 시작해 볼까나.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개방시켰다.
19층을 공략하고 받아낸 특전.
20층을 원활하게 공략하기 위한 수단이 이 안에 있다,
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작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