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망령의 교단 (2)
[푸른 횃불 – 20층 전용 특수 아이템.]내구도 1/1
내용: 한 세력의 수장과 1:1 독대를 할 수 있는 횃불입니다. 원하는 세력을 지정한 후 횃불을 들어 올리면, 그 세력에 속한 수장은 반드시 독대에 응해야만 합니다. 또한 이 독대는 완전한 비밀이 보장되며 횃불을 사용할 경우 20층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의 위치가 5분 동안 표시됩니다.
푸른 횃불.
20층에서 꽤나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다.
설마, 특전 중에서 이게 튀어나올 줄이야.
‘좋은 게 나올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건 완전히 규격 왼데?’
진혁이 헛웃음을 삼켰다.
20층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 중 하나가 튀어 나왔다.
‘한 세력의 수장을 만날 수 있을뿐더러, 맵핵처럼 전체 위치를 표시해 주는 것도 사기적이야.’
이거라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진혁이 푸른 횃불을 아공간 한켠에 잘 보관해 두었다.
그사이.
홉 고블린들을 모두 정리한 엘리스와 추혼사영이 다가왔다.
“말했던 것처럼 한 마리 빼고 전부 죽였어.”
“그런데,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요?”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하고 많은 놈들 중에 왜 하필 홉 고블린들을 골랐는지 이해가 가질 않을 것이다.
경각심을 줄 거라면 굳이 이 녀석들이 아니더라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에는 홉 고블린들이 제격이다.
“저만 믿으세요. 다 생각이 있으니.”
그보다…….
중요한 건 현재 올림포스 공격대가 어디에 있느냐는 건데…….
진혁의 시선이 저 먼 곳으로 향했다.
정보가 필요하다.
그것도 가급적 빠르게.
“페시스 씨.”
“예. 말씀하세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흠. 여기서 약 2시간 거리에 ‘하룬’이라 불리는 중형 거점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마을이라기보단 무법지대에 가깝지만, 그럭저럭 구색은 갖춘 곳입니다.”
하룬 마을.
좀도둑과 3류 도적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다.
본래, 이곳에 가려면 놈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인골(人骨)로 만든 통행증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페시스가 함께한다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출발하죠.”
적어도 41층 아래에서 페시스가 가지 못한 곳 따위는 없었으니까.
***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그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난 후였다.
시간이 관건인 만큼, 진혁은 속도에 박차를 가했고. 덕분에 예정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마을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너. 이걸 통행증이라고 들고 온 거냐?”
“하하. 이것 봐라? ‘스카’에 소속된 놈이 아닌데? 어디서 굴러온 놈이 감히, 위조 증패를 건네?”
입구에서 경비를 서는 도적들이 마을로 들어가려는 부랑자 한 명을 붙잡았다.
손에는 손가락뼈와 비슷한 인골이 쥐어져 있었다.
“히이익!”
모든 게 들통 난 부랑자가 도망치려 했다.
물론.
퍼퍼퍽!
그건 그만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철퇴에 직격당한 머리통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끄……으으어…….”
비틀거리던 부랑자의 몸이 모로 고꾸라졌다.
“아무래도 진위를 가려내는 수단이 따로 존재하는가 보군. 강행 돌파를 할 게 아니라면, 우회로를 찾아야겠어.”
천유성이 결정을 해 달라는 듯,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이 녀석 성격상 돌아가는 것보단 그냥 다 쓸어버리는 게 더 적성에 맞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랬다간 이 도적들과 싸우느라 시간을 죄다 낭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교단이 대비할 여지를 줄 수 있는 위험도 있었고.
“페시스 씨. 진입로는요?”
“이쪽입니다. 조금 길이 험하기는 한데, 제가 밟는 곳만 밟으면서 잘 따라오세요.”
페시스가 마을 내부로 진입하는 늪지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깊이에 조금만 잘못 디뎌도 끝이 없는 진창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페시스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이런 곳에 길이 있다곤 상상도 하지 못할 험로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늪지가 끝나는 부분이 보였다.
그런데.
“잠시만요.”
선두에 서 있던 페시스가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표정에서 당황하는 게 역력히 묻어 나온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게…… 이럴 리가 없는데……. 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페시스가 창살의 여러 부위를 손으로 훑었다.
창살만 열면 마을 하수도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바로 그 창살이 무언가에 의해 단단하게 봉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까짓 쇠가 뭐라고. 저리 비켜라.”
천유성이 대번에 검을 뽑았다
강기를 실은 검이 일격에 창살 위를 강타했다.
카앙!
“뭐, 뭐냐 이건?”
놀란 건 천유성 쪽이었다.
강기를 가득 실었음에도 창살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단지,
허공 위로 보라색 문자가 드러났을 뿐.
기존에 알고 있던 언어도 룬어도 아닌 생소한 형태의 문자다.
“재밌군. 본좌가 한 번 부숴 보겠다.”
암황이 관절을 우득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소용없습니다. 저건 마계어인데, 이 봉인을 건 자만이 아는 키워드를 언급해야만 풀리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무력이 강하다고 해도 파괴할 수 없어요.”
한 마디로 패스워드를 입력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호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여기서 마계어로 봉인된 물건을 만날 줄이야.
‘이 통로로 올 것을 알고 있는 놈이란 건데…….’
이쪽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면서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빌드업을 쌓아 가는 치밀함.
교단의 교주인 ‘나태’를 휘하로 부릴 수 있는 격을 보유한 존재.
그런 게 가능한 놈은 단 하나뿐이다.
군타페르.
‘망령의 교단’의 뒤를 봐주고 있던 마왕이 직접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러나 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있었으니…….
‘내가 이런 함정을 푸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말이지.’
군타페르가 즐겨 사용하는 키워드쯤이야, 이미 옛적에 다 꿰어두고 있다.
아마 이런 곳에 쓸 거라면…….
“투아라트 페 아람수르(열등한 것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
진혁이 허공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끼기기기……긱!
쇠창살이 좌우로 말려들어가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가,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대체 어떻게 마계어를 아시는…… 겁니까? 아니, 그보다 이건 어떤 어느 마족이 어떤 키워드를 쓰는지 알고 있어야 가능한 부분인데 대체…….”
페시스가 토끼눈을 뜬 채 말을 더듬거렸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마족의 습성과 특성을 깊이 이해해야만 가능한 영역이었으니까.
“제가 소싯적에 여기저기 유학을 좀 다녀서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계로…….”
“열심히 하면 됩니다.”
“여, 열심히 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닌…….”
“상식선에서 생각하려 하지 마라. 저놈이라면 충분히 마계에 갔다 왔을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어지간한 마족들은 저 녀석한테 한 수 가르쳐 달라며 교수로 추대했을지도 모른다.”
천유성의 말에, 진혁이 발끈했다.
“야. 내가 어딜 봐서 마계에 간 게 당연하다는 건데? 어이가 없네. 나처럼 착한 사람을 두고. 안 그래요 다들?”
진혁이 동의를 구하듯 모두를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기에 호응해 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스승님은 물론, 정령수부터 심지어 고구마와 엘리스까지.
모두가 딴청을 피우면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우와 저기 개구리, 늪지 개구리인가?”
“맞습니다. 가주시여. 딱 봐도 개구리처럼 보였습니다.”
“크기가 큰 게 황소개구리일 수도 있겠네요.”
“운디네는 물이 좋아!”
“모오오오기이이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바로 그때.
“제자야.”
암황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역시, 제자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건 스승님밖에 없다고 했던가?
“스, 스승님…….”
“마(魔)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니란다.”
“예?”
“본교 역시 천마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더냐? 허례허식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무를 숭상하는 철혈의 의지. 그것이 마의 본질이다. 껄껄껄! 암! 마족이라는 놈들이 사는 곳도 틀림없이 그런 곳일 게다. 천마신교의 교도들에겐 낙원과도 같은.”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해 주시는 게 나았던 것 같습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진혁이 창살 안으로 들어갔다.
***
퍼억! 퍽!퍽!
“죽어, 죽어! 죽으라고! 카악 퉤!”
“크하하하하! 진짜로 뒈졌는데 저 녀석?”
“시체는 대충 강둑에다 버리자고. 아! 잠깐, 이 녀석 신발. 내 발이랑 크기가 꼭 맞잖아? 지옥에선 신발이 필요 없을 테니 내가 요긴하게 잘 쓰지.”
마을 내부는 고함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서 술을 퍼마시는 건 기본이고. 살인과 강도 등의 일은 비일비재하다 못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지경이었다.
진혁은 마을 내부에 적당한 폐가를 잡아 자리를 잡은 뒤, 천유성만 데리고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엔 이목이 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착한 곳은 5층짜리 목조 건물.
“이 위가 도적 길드 놈들의 연락소야.”
“꽤나 허름하군. 하긴, 술과 여자에 미친놈들이 사무실에 투자할 일은 없을 테지. 꼭 이런 놈들에게까지 손을 빌려야 하는 거냐?”
“그래도 여기 애들이 정보가 훤해. 분명, 테레사 씨가 있던 곳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쳇. 알겠다.”
두건을 깊게 눌러 쓴 진혁과 천유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큼한 체취와 독한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부에는 잔뜩 취한 여러 명의 남자들이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무슨 일로 왔수?”
세 박자는 늦게, 두 사람을 발견한 대머리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정보.”
“정보라……. 음? 근데 처음 보는 손님이구먼. 이 층계 사람이 아닌가 보오?”
“어제 막 넘어 왔어. 그래서 정보가 필요해.”
“그래. 우리는 가격이 쪼매 쎈데. 괜찮으시고?”
“제대로 된 정보만 팔면 값은 충분히 치를 생각이야.”
진혁이 호주머니에서 붉은 루비 3개를 꺼냈다.
제국의 무도회가 열리기 전 엘리스의 보석함에서 슬쩍 해둔 것들이었다.
대머리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술을 퍼먹고 있던 나머지도 눈에도 이채가 스쳤다.
“어이구! 이거 아주 빵빵하신 분들이셨구먼. 내가 그만 몰라 뵈었소. 그래, 어떤 정보를 알려드릴깝쇼? 이래봬도 우리가 20층에 있는 소식들은 죄다 꿰차고 있거든.”
“얼마 전에 플레이어들이 이곳에 왔는데, 알고 있나?”
“아! 그 탑 밖에선 온 양반들? 기억나지. 통행패도 없이 이곳에 오려고 하다가 쫓겨났거든. 근데 그 사람들은 왜?”
“위치를 알고 싶어.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어때? 말해줄 수 있을까?”
“흐음. 알긴 아는데, 그게 나름 고급 정보라 가격이 좀…….”
대머리가 모른 척 머리를 긁적였다.
“다섯 개. 더 주지.”
진혁이 추가로 루비를 쏟아냈다
“이쪽에서 동쪽으로 이틀을 걸어가면, 큰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 있을 거요. 거기 사는 머리 두 개 달린 어룡한테서 꽤나 짭짤한 부산물들이 나와서 그걸 잡는다고 했거든.”
“호수라…….”
“그려. 호수. 거기 있어. 빨리 출발하면 내일 자정쯤엔 만날 수 있겠구먼.”
거래는 이걸로 끝났다는 듯, 대머리가 루비를 잽싸게 챙겨 넣었다.
그런데.
“내가 이해가 좀 안 돼서 말이야.”
다시 입구로 걸어가던 진혁이 별안간 문을 잠갔다.
철컹!
쇠문이 굳게 걸렸다.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게.
“뭐, 뭐가 말이오?”
“머리 두 개 달린 어룡이 사는 호수라면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일주일 거리일 텐데, 이제 20층에 온 지 삼 일밖에 안 된 플레이어들이 무슨 수로 거기까지 갔다는 거지? 그리고 네놈 친구들이 탁자에서 돌려보고 있는 현상금 수배서는…… 분명, 내가 찾던 사람인 것 같은데.”
테이블 위에 있는 누런 종이엔 테레사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쪽에 오늘 막 왔다면서 그걸 어떻게?”
대머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동시에.
스릉!
스릉!
술을 마시던 도적 길드의 남자들이 검을 뽑았다.
“너희들이 순순히 알려주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 어설픈 연극을 참아준 건 그래야 더 패는 맛이 있기 때문이야.”
진혁 역시 새로 얻은 단검을 뽑았다.
“함정이었나. 젠장. 우리가 순순히 입을 열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야. 그래? 아주 충성심이 넘치는 친구였네?”
부디, 가능하면 오래오래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말이지.
진혁의 입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