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망령의 교단 (3)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살기.
진혁이 천천히 마력을 해방했다.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고 하더니. 정작 네놈이 더 근질근질하는 것 같군.”
천유성이 못 말리겠다는 듯 혀를 찼다.
뭐…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게 알려지지 않기만 하면 아무 문제 될 일 없지.”
폐쇄된 방에서 사람 몇 명이 박살이 난들 그 누가 알겠는가?
적어도 당분간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거다.
진혁이 주먹을 쥔 채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건물 안에 있던 도적 길드는 모조리 떡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중층부에서 닳고 닳은 놈들이라곤 하나, 그건 도적들 수준에서의 이야기.
고인물 중 고인물인 진혁과 천유성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쿨럭…컥! 커억…켁켁.”
“끄으으….”
도적들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명치를 제대로 가격당했기에, 숨을 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제 슬슬 대답할 생각이 좀 드나?”
“죽여라. 무얼 물어보든 대답 따윈 기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호오. 꼴에 대장이랍시고 그래도 대가 좀 있네. 고통을 견디는 건 자신 있다 이거야?”
“그래. 죽으면 죽었지 동료를 팔진 않는다.”
과연, 도둑놈 치곤 제법 의리가 있다.
하지만. 녀석은 알고 있을까?
이건 고작 기나긴 고통 중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진혁이 아공간에서 정령수와 프레이를 불러왔다.
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운디네 실피드 살라맨더 그리고 노움이 나타났다.
“주인 불렀어?”
“이번엔 또 얼마나 부려 처 먹으려…고가 아니라. 무슨 일이야? 헤헤.”
정령수들이 만면에 억지 미소를 가득 띠운 채 손바닥을 비비적댔다.
“여기 이 녀석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좀 뽑아야 하는데, 영 협조적이지 않아서.”
“으응. 그렇구나.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미친놈이었네 주인한테 반항도 하고.”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회사의 쓴 맛을 좀 보여줘.”
“알겠어. 주인. 우리만 믿어.”
운디네가 작은 주먹을 꼭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작된 고문.
화르륵!
살라맨더가 도적들의 발바닥 주위에 불을 피웠다.
“으아아아, 뜨, 뜨거워!”
“뭐야 이거!?”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거기에 운디네는 물방울들에 캡사이신을 잔뜩 넣어 도적들의 입에 넣기 시작했다.
“쿠에에엑! 쿨럭! 쿨… 쿨럭!”
“헤헤. 많이 먹어. 이것도 먹을래?”
“디네야. 여기. 이 재료도 넣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저번에 여주인님 먹는 거 봤잖아. 눈물 콧물이 쭉쭉 나오는 거.”
실피드가 운디네의 물방울에 민트초코와 취두부를 추가했다.
순식간에, 인간의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무언가가 만들어졌다.
“망치 나가신다!”
추가로 노움은 흙으로 만든 망치를 이용해 남자에게 차마 해선 안 될 짓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퍽!
“그만!”
퍼억!
“그, 그마아안!”
콰직!
“끄아아아! 내 주니어가…!”
비명은 절규로 바뀌었고. 이내 애원으로 변질되었다.
결국엔 게거품을 문 채 실신하는 사람들이 속출해버렸다.
“주인, 이 사람 더 이상 안 움직여.”
노움이 앙증맞은 얼굴로 망치를 붕붕 휘둘렀다.
다음 타겟이 된 도적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미, 미친 정령들이다.”
“사, 살려줘!”
“우리에게도 명예라는 게 있단 말이다. 이 망할 놈들아!”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대장인 듯 보이는 대머리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다른 놈들은 정령수들의 고문에 맥을 못 췄지만, 오직 이 남자만이 유일하게 꿋꿋이 저항하고 있었다.
“지독한 놈이네 생각보다. 프레이, 어떻게, 네가 한 번 해볼래?”
“응. 한 번 해볼게.”
프레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경고도 없이 대뜸 큼지막한 칼을 꺼냈다.
정육점에서 고기와 뼈를 통째로 절단할 때 쓰이는 그런 종류를.
“뭐, 뭘 하려는 거냐?”
대머리가 기겁을 하며 온몸을 마구 버둥거렸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프레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높게 치켜들었다.
“프레이!”
“응?”
“아무리 그래도 그걸로 내려치면 정보고 뭐고 간에 죽지 않을까?”
“죽이면 안 돼?”
“응. 지금은.”
“자르는 건?”
“그건 괜찮아. 대신, 상식 선에서 좀 해줘.”
“알겠어. 그럼 출혈량을 고려해서 진행할게. 생존 확률은 99.5%야. 팔과 다리를 전부 잃게 되면 생존확률은 50%로 떨어지게 되고. 일단, 세균 감염과 지혈을 위해 도구부터 손질해야겠어.”
화르륵!
프레이가 칼을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대화에, 대머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창백해졌다.
“말할게! 젠장! 말하면 되잖아! 플레이어들은 지금 ‘회색 숲’에 있다. 거기 있다고!”
대머리의 말에, 진혁이 프레이를 향해 손짓을 했다.
프레이가 당장이라도 내려치려던 칼을 멈췄다.
“회색 숲?”
“그래! 교단 놈들이 현상금을 걸었어. 마정석 광산에서 나오는 1년치 마정석의 30%라 다들 눈에 불을 키고 찾고 있다고!”
확실히, 회색 숲이라면 숨을 곳이 많긴 하다.
테레사도 본능적으로 엄폐물과 은신처가 많은 곳을 고른 거겠지.
“됐어. 프레이. 그리고 얘들아. 그만해도 돼.”
진혁이 고문을 멈췄다.
한 도적의 콧구멍에 까나리액젓을 넣고 있던 운디네가 아쉽다는 듯 손을 멈췄다.
“이, 이제 우리를 놔줄 거냐?”
“아니.”
미안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조금 더 필요한 것들이 있었으니까.
“너희 도적 길드의 마스터를 좀 소개해줘야겠어. 이번 층계의 공략을 위해선 정보력이 뛰어나고 숫자가 많은 세력이 필요하거든.”
“뭐…푸…푸하하! 우리 길드의 마스터를 만나겠다고? 푸하하하! 어이가 없… 아니, 그놈의 초록색 나는 덩어리를 먹이려 하지 마라. 칼로 썰려고 하지도 말고.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나도 그분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다.”
“점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가?”
천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렇다면, 꼭대기를 찾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 위를 찾을 필요는 없어.”
진혁이 테레사의 몽타주가 그려진 종이를 잡았다.
“아무리 점조직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너한테 명령을 내리는 놈이 하나쯤은 있을 텐데?”
“그래. 있지. 하지만, 그 사람도 마스터에 대해선 몰라. 잡아봤자 소용없단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도 바로 윗선에 대한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계단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마스터에까지 도달할 터.
길드를 집어삼키는 건 바로 그때부터다.
“그런 식으로 일일이 헤집고 다니다간 시간 안에 절대 마스터까지 도달하지 못할 텐데?”
고문과 협박.
물론, 그런 방식으로 길드 전체를 집어삼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혹독하게 찍어 눌러도 반발심이라는 감정은 생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것도 염려하지 않아도 돼. 나한테 이런 일에 특화된 능력이 한 가지 있거든.”
진혁이 쥐고 있던 종이 한 장을 잡고 대머리의 얼굴에 갖다 댔다.
“지, 지금 뭐하는…?”
“얌전히 있어.”
[Lv3 ‘인피면구(人皮面具)가 발동됩니다!]우우웅!
종이가 점점 사람의 얼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머리와 똑같은 외형의 가죽 껍질이 만들어졌다.
“테레사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네 윗대가리보고 당장 오라고 해.”
***
콰콰콰콰콰콰!
엄청난 마력의 폭풍으로 인해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폴론의 태양마차가 지면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생긴 흔적이다.
“진격하라!”
아폴론의 호령에, 엄청난 함성이 이어졌다.
“오오!”
“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모조리 죽이고 이 땅을 신들께 바치자!”
사기가 충전된 수천의 그리스 군대들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쿵!쿵!쿵!
지축이 뒤흔들리며, 엄청난 수의 병력이 얼음 지대를 뒤덮었다.
핵심 거점인 ‘요툰헤임’에 처음으로 외부 세력의 깃발이 휘날렸다.
물론.
거대 세력인 ‘아스가르드’ 역시 허무하게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크아아아!”
“더러운 침입자들 따위가!”
거인들 역시 얼음으로 만든 방망이를 휘두르고 침엽수를 집어 던지며 맹렬히 저항했다.
벌써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펼쳐진 전투.
일진일퇴를 거듭한 전투는 어느새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저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아테네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세력이 기울기 시작한 아스가르드 쯤이야,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건만.
허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고 나니, 상대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왕관을 잃어버려도 저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닌가 보군.”
“토르… 저 녀석이 가장 문제야. 하필 헤라클레스가 에덴 쪽을 맡게 되는 바람에….”
하데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의 최대 전력인 번개의 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의 그리스 전사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다.
고작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셈이다.
“에덴 쪽이야 우리 세력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지. 헤라클레스가 서쪽을 맡아줘야 대천사급이 오더라도 버틸 수 있다.”
현재 상층부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
올림포스와 경쟁관계인 세력들이 올림포스의 승승장구를 바랄 리 없다.
그러니, 본진이 원정을 떠나 있을 때 든든하게 후방을 지켜줄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헤임달도 성가시긴 마찬가지에요. 차원을 넘나들며 저희 후방을 교란하는데, 그 피해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니까요.”
“발키리 부대 말이로군. 하긴, 놈들 입장에선 전장에서 죽으면 발할라로 갈 수 있다 믿으니, 그야말로 광기에 빠진 전투광들이랑 싸우는 꼴이지.”
나머지 신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분명, 유리한 건 틀림없는데 이런 이유들 때문에 완벽하게 승기가 굳혀지질 않았다.
“오딘의 위치는 아직 파악이 안 된 것이냐?”
상석에 앉아 있던 제우스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파칙!
황금색 번개가 사방으로 점멸했다.
……무겁다.
짜증과 분노가 섞인 마력이 주위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게… 아버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꽁꽁 숨어 있습니다. 헤임달을 통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통에 추적 또한 쉽지가….”
“헤르메스, 그건 마치 네가 헤임달보다 아래라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아, 아닙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제가 반드시 꼬리를 잡겠습니다.”
헤르메스가 쩔쩔매며 변명했다.
이번 전쟁에서 핵심은 제우스가 오딘을 죽이고 단기간에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것.
그런데 그 절대적인 대전제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
“아버지! 누군가 옵니다!”
헤르메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이 길게 일그러졌다.
[외부의 신격이 현현합니다!]그리스 신격들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