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회색 숲 (1)
퍼퍼퍽!
콰아앙!
“키에에에!”
“케에엑!
은은하게 빛나는 검과 방패가 어지럽게 움직이자 토막이 난 곤충들의 팔다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벌써 30분 가까이 이어진 난전.
하지만, 끝도 없이 몰려오는 곤충들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끄아악! 젠장 왼쪽. 왼쪽 좀 봐!”“이젠 틀렸어. 다 틀렸다고!”
점점 더 궁지에 몰린다.
나무를 등지고 버티는 것이 한계랄까?
다른 플레이어들은 체력과 마력이 바닥난 탓에 제대로 진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제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은 테레사뿐.
[테레사가 Lv13 ‘전투의 노래’를 발동합니다!] [테레사가 Lv14 ‘마지막 성호(聖號)’를 발동합니다!]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회복 능력까지.
한 줌 남은 마력들이 최적화되어 움직였다.
거기에 ‘마지막 성호’까지 발동되자, 죽는 그 순간까지 전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쏴아아아…….
하늘에서 내려온 백색의 십자가.
그곳에서.
“갑니다.”
테레사가 마지막 몸부림을 시작했다.
콰앙!
측면에서 날아오는 집게발을 방패로 튕겨내고.
푹!
즉시 외피가 연약한 곳을 노려 검을 꽂아 넣는다.
“키에에에!”
“케에엑!”
한 번의 실수라도 곧 죽음으로 연결되는 상황.
1초라도 더 오래 버티기 위해선 모든 게 완벽해야만 한다.
테레사가 순식간에 열 마리가 넘는 집게벌레들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 커다란 벌레들이 들어오는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탓!
빠르고. 가볍게.
황금색으로 물든 검이 나무 몸통을 가로 질렀다.
쿠웅!
집채만 한 통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통로가 막혔다.
“오오오! 가장 골치 아픈 곳을 막다니, 이걸로 놈들이 올 수 있는 곳은 두 곳뿐이야.”
“역시, 테레사 씨야! 됐어. 이제 됐다고!”
“암스테르담의 성녀가 우리와 함께하신다!”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테레사가 기대 이상으로 분전해주는 덕에, 뒤쪽에서 조금씩이나마 퇴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약 1km 떨어진 계곡까지만 도달한다면, 벌레들도 쉽사리 덤벼오지 못할 터.
이 지옥 같던 상황 속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크오오오오!”
회색 숲이 떠나갈 것만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다.
***
쿠웅!
나무들이 좌우로 쓰러졌다.
“대, 대형종입니다!”
무언가 온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그리고 잠시 뒤,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모든 희망을 앗아버리는 재앙이었다.
“이럴 수가…….”
테레사가 검을 그대로 아래로 떨어뜨렸다.
눈앞에 나타난 적이 너무나도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높이만 약 8m.
12개의 집게발과 3개의 머리가 달린 기형종이다.
그러나 외모보다 더욱 끔찍한 건, 몬스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었다.
치이이익!
독기로 인해 주위의 풀과 나무가 검게 타들어간다.
같은 곤충들조차도 피할 만큼, 지독한 맹독이다.
[열독충왕(熱毒蟲王) ‘크레이베라티스’가 특수 필드 스킬 ‘영역 선포’를 발동하였습니다!]회색 숲을 지배하고 있는 곤충들의 왕.
그리고 그 포효소리가 만들어낸 초록빛 대결계가 일대를 집어 삼켰다.
“커…… 켁. 켁.”
“수, 숨이 안 쉬어져…….”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플레이어들이 목을 틀어막은 채 콜록댔다.
호흡을 하자마자, 폐부 깊숙이 뜨거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이렇게 엄청난 광역 마법을 발동하는데도…… 마력 파장에 변화가 없다니.”
대체 얼마나 기본 마력량이 높은 건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교단에서도 추격을 늦춘 이유가 이 괴물 때문이었던 건가요.”
테레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그때.
“키에에에에!”
크레이 베라티스가 집게발을 휘둘렀다.
육중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속도다.
순식간에 측면을 파고들은 집게가 탱커 한 명의 몸을 강타했다.
콰드득!
“끄아아악!”
방패와 갑주가 통째로 우그러지며, 피분수가 뿜어졌다.
“빠, 빨라!”
“젠장! 시선을 끌 테니, 각자 산개해! 흩어져서 튀라고!”
마법 계열 플레이어가 화염 마법과 광속성 마법을 이중 캐스팅했다.
퍼엉!
눈부신 섬광과 함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걸로 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곤충의 감각은 단순히 시각에만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니다.
촉각과 후각 그리고 청각까지.
그야 말로 사냥을 하기 위한 모든 것이 최적화되어 있었다.
“먹어……치워 주마. 인간들아.”
쩍 벌어진 아가리에서 굵은 침이 떨어졌다.
“하하하……. 이러면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절망을 넘어선 체념.
얼굴 위로 짙은 죽음이 드리웠다.
그걸로 끝이다.
퍼퍼퍼퍽!
갈기갈기 찢긴 육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리처드!”
“빌어먹을. 방어도 도주도 교란도 안 된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큭! 최소한 컨디션만 정상이었으면…….”
만약, 그랬더라면,
만약 오롯이 공격대 전원이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으로 점철된 희망사항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냉혹한 법이다.
“키에에에에!”
“끄아아아”
재빠르게 사각으로 빠져나가려던 단발 머리 여자가 붙잡혔다.
“꺄아아악!”
단거리 공간이동 능력이 있는 A급 암살 계열.
특유의 빠른 이동 속도와 은신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포위망을 벗어날 순 없었다.
“안 돼. 잡아 먹지 마. 잡아 먹지…….”
까드득! 콰득!
우적우적.
사람 하나를 먹어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채 10초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대로 간다면, 전부 놈의 배 속으로 사라질 터.
‘모두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해. 내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테레사가 독기에 저항하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큭!”
역류하는 마력.
독을 해독하는 데다, 일행들까지 신경 쓰는 탓에 전신에 과부화가 걸렸다.
한계를 넘어선 통증에 당장이라도 의식이 모든 감각을 차단시키려 했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테레사가 흐려져 가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차라리, 나에게 인격을 넘기지 그래? 그러면 훨씬 더 해 볼 만할 텐데 말이야.
“안…… 돼. 너에게 의지하진 않을 거야.”
-흐응. 우리 순딩이가 고집이 좀 세네. 그래봤자 그 둔탱이는 널 봐주지 않을걸? 차라리 나에게 맡기고 편해지라고. 그게 너와 나,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야.
귓속을 파고드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
‘타락’을 한다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테레사는 또 다른 인격이 하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싫어할 거야.’
계속해서 마음이 가는 사람.
처음 탑의 유적에서 만나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 준 사람.
그 사람에게, 자신의 인격이 서서히 어둠에 잠식되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타락을 남발한다면, 결국엔 완전히 자아를 상실해버릴 테니까.
테레사가 방패를 비스듬히 세웠다.
그리고 날아오는 집게발에 맞춰.
쾅!
충격을 옆으로 흘렸다.
동시에.
탓!
무게 중심을 앞으로 실은 채 질주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집게발들이 날아왔지만, 테레사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카가가각!
검의 빗면을 이용해 궤도를 틀고 박자를 엇나가게 만들어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그렇게.
‘됐어.’
테레사가 외피가 있는 품속까지 파고들었다.
이제 신성력을 가득 실은 검으로 저 속을 헤집어버리기만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한 게 크나큰 착각이었다.
부우우웅!
테레사의 얼굴 앞으로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
솔직히 말해, 방금 전 공격을 피한 건 실력이 아닌 순전한 운이었다.
‘보……이지도 않아.’
어떤 식으로 공격을 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꼬리를 보면서 저걸 무기로 사용했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키에에에에!”
마치, 연검처럼.
궤도를 읽는 게 불가능한 공격이 연이어 날아왔다.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
콰앙!
“아악!”
엄청난 충격과 함께. 테레사의 몸이 허공 높이 솟구쳤다.
몇 미터나 날아갔던 몸은 커다란 통나무에 맞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췄다.
욱씬! 욱씬!
잔해 사이에서 테레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팔이…… 부러졌어.’
가까스로 막은 게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깔끔한 골절이 아닌, 뼛가루가 산산이 바스라져 버린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아무리 ‘별의 가호’로 회복한다고 한들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
물론.
쿠웅!
“키에에에에!”
상대는 그럴 틈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끝이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테레사도 다가오는 거대한 곤충을 보며, 체념한 듯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제는 ‘타락’을 발동한다고 한들 소용없다.
독기가 어느새 폐부를 통해 심장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부우웅!
집게발이 날아온다.
얼굴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
테레사의 입에서 안타까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콰아앙!
모든 걸 찢어발기던 집게발이 무언가에 가로막혔다.
“이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다니, 정말 테레사 씨답네요.”
테레사의 앞에 단검을 든 진혁이 서 있었다.
“진혁…… 씨?”
“이젠 제가 맡겠습니다. 편하게 쉬고 계세요.”
***
회색 숲의 주인이자, 곤충들의 왕.
그것이 크레이베라티스를 수식하는 말이었다.
가장 치열하다는 20층의 세력들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층계의 광대한 영역을 지배하는 게 바로 자신이란 말이다.
왕의 영역을 침입하는 것들은 한낱 먹잇감일 뿐.
한데.
‘……뭐란 말이냐? 이 하찮은 미물은?’
눈앞에 있는 검은 머리 인간에게선 피식자가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에 떨면서 죽든가.
도망치든가.
어설프게 반항이라도 하든가 하는, 그러한 행동들이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건방진 놈에겐 그에 걸맞은 죽음을 선사해주면 될 테니까.
쿠웅!
거대한 집게발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먹잇감을 잘게 찢어발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
[고유 능력…….]주위가 검게 물들었다.
[……‘검의 무덤’이 개화합니다.]모든 게 검게 물들었다.
콰콰콰콰콰콰콰!
이어진 건 숲의 하늘을 가리는 검은 초승달이었다.
흑요석처럼 새까맣다.
그게 초승달을 본 곤충들의 왕의 소감이었다.
“키에에에에!”
길게 터져 나온 비명.
잘려나간 크레이베라티스의 집게발이 허공을 따라 빙그르 회전했다.
“벌레 주제에 달 구경이나 하고 있으니, 다리 하나를 잃은 거 아니야?”
“키에에에……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덤비는 거냐?”
“그냥 작은 숲 하나 먹고 있는 왕벌레지 뭐긴 뭐야?”
“와, 왕 벌레라고?”
“응. 내 눈엔 바퀴벌레나 너나 별 차이를 모르겠는데? 조금 커서 밟아죽일 순 없겠다……는 것 정도가 차이려나?”
진혁이 이죽였다.
“아주 죽여……버리겠다!”
세 개의 아가리에서 각기 다른 마력들이 응집됐다.
쿠쿠쿠쿠쿠!
독과 화염. 그리고 번개와 바람.
무려 4개 속성의 브레스가 한 자리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