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고인물이 성장하는 법 (4)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진혁이 지하 1층에 들어온 지 24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1이었던 레벨은 어느새 12레벨까지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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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12
힘 8 민첩 8 체력 8 마력 41 간극 100 행운 10 적응력 10
보유한 스탯 포인트: 33
보유한 코인: 22740
직업: 없음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스킬: Lv4 ‘불의 원소’, Lv3 ‘진실의 눈’, Lv3 ‘교감’, Lv3 ‘염혼의 낙인’, Lv3 ‘독식’, Lv3 ‘얕은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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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성장 속도다.
고인물 중 하나였던 이태민과 유연화도 10레벨을 넘기까지 이주일이란 시간이 걸렸으니까.
하지만, 압도적인 성장에도 진혁의 표정엔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몰이사냥에 엘리스의 서포팅까지 있는 레이드야.’
12레벨이 높은 게 아니다. 당연한 거지.
그리고 고작 이 정도에 만족할 생각도 없었다.
화르르륵!
[Lv4 ‘불의 원소’가 발동됩니다.]등 뒤로 치솟은 불줄기.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불의 원소’의 위력과 활용도도 달라졌다.
‘전투 감각은 거의 전성기 때로 돌아왔어.’
몸이 완벽하게 적응했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들과 싸운 덕분이었다.
그때.
“다시 한번 몬스터들 어그로 끌고 올까?”
진혁이 스킬을 발동한 걸 본 엘리스가 살포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등 뒤에 있는 작은 날개가 연신 파닥였다.
그 모습에 진혁이 피식 웃었다.
‘이제는 완전히 숙달이 된 모양이네.’
투덜대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있는 이 꼬마 여왕님 덕에 심심할 겨를은 없을 것 같다.
“평소보다 많이 해 줘. 아, 그리고 이번엔 속박까지 사용할 필요 없어.”
“응? 내가 묶어 두는 게 더 편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가능하면 네 마력을 보존해 두고 싶거든.”
“마력을…… 보존해? 왜?”
엘리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해가 되질 않겠지.
적당히 어그로를 나눠 가며 사냥한다면, 마력을 아껴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진혁의 시선이 한가운데 있는 구덩이로 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곤충들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몸 풀기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슬슬 저 아래로 내려가 봐야지.”
레벨업과 실전 감각 상승.
두 가지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그러니 이곳을 찾은 마지막 목적을 달성할 차례다.
‘지금쯤 전 세계 길드들이 3층에 있는 보스 때문에 아주 안달이 나 있겠지.’
아주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일 거다. 원래라면 시간을 들여 한참 성장한 뒤에 공략해야 할 보스전을 아직 준비도 안 된 채 클리어 해야 했으니.
하지만 백날 고민해 봐야 답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다.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아직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3층의 보스 몬스터.
그 난관을 속성으로 돌파하기 위한 열쇠는 바로 저 아래에 있었으니까.
***
중세시대에 어울릴 법한 고풍스러운 성.
이곳엔 현재 미국의 ‘타이탄’과 유럽의 ‘올림포스’, 중국의 ‘중화’와 한국의 ‘싸울아비’까지.
7대 길드 중 무려 4개 길드에서 온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목적은 단 하나.
벌써 8번째 실패한 3층 보스 공략에 관한 회의를 하기 위함이었다.
‘엄청나긴 하네.’
계속해서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랭커들을 보며, 테레사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는 들었지만, 아무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모양이다.
이렇게 엉덩이 무거운 각 길드의 간부급들이 직접 움직인 걸 보면 말이다.
‘하기야 초조할 수밖에 없겠지.’
이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40일도 채 남지 않았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이번 회의에선 큰 전환점이 될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이다.
바로 그때.
와인 잔을 들고 있던 중년 남성이 입을 열었다.
미국 타이탄 길드의 대표로 참석한 S급 플레이어, 패트릭이었다.
“대부분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웅성이던 소음이 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패트릭에게 향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4층으로 가기 위한 8차 레이드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각기 100명으로 구성된 15개의 공격대 중에 살아 돌아온 사람은 9명뿐이었죠.”
꽤나 공을 들인 레이드였다.
1500명의 플레이어와 2개의 성유물까지 투입된 회심의 시도.
하지만 쏟아 붓다시피 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공격대는 4층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을 뚫는 데 또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유가 뭘까?
보스 몬스터가 압도적으로 강해서?
까다로운 함정들이 즐비해서?
아니.
3층의 마지막 보스 몬스터는 평범하기 그지없었고, 까다로운 함정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대군(對軍) 능력을 갖고 있는 성유물로도 실패하다니. 그렇다면 대체 무슨 수로 그 벌떼처럼 많은 놈들을 돌파하란 말입니까?”
그렇다. 문제는 질이 아닌 양.
4층으로 가려면 백이나 천 단위가 아니라. 몇 만이 넘는 조각상들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2층과 3층 공략이 너무 빨리 이루어졌어요. 결국엔, 봐요. 그 대가가 어떤지를.”
올림포스의 대표로 참석한 마법사 마리아도 한 마디 덧붙였다.
15레벨이 넘는 플레이어들의 수만 충분했다면…….
공격대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둘러 탑을 오르려한 욕심과 플레이어들의 레벨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엔 이 사달이 나 버렸다.
“맞는 말씀이구려. 그 모든 게 마정석을 독점하려는 중국 쪽 때문 아니었소?”
단군 길드의 제3 공격대 공대장 백진호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중국 측에서도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발언, 그냥 넘기긴 힘들군요. 저희는 인류를 위해 탑을 올랐을 뿐. 증거도 없이 호도하는 건 저희를 향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화에 소속된 텐웨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푸하하! 인류 같은 소리 하네. 중화라는 하나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는 여기에 있는 모두가 다 알고 있구만.”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하면…….”
“더 하면? 뭐 어쩔 건데?”
“그만!”
두 사람의 신경전이 도를 넘으려 하자, 패트릭이 끼어들었다.
“과거의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이 눈앞에 있다.
잘잘못을 따지느라 힘 싸움을 할 때가 아니란 뜻이다.
“뭔가 생각해 두신 게 있는 건가요?”
“예. 딱 한 가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패트릭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마치,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결심한 듯 이내 이 회의를 주체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어제 새벽…… ‘마인’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한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면, 저희를 도와주겠다고요.”
패트릭의 말에, 회의장에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그런!”
“설마, 그 녀석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잔 말입니까?”
“놈들은 전부 국제적으로 수배당한 쓰레기들의 집합소입니다.”
“바퀴벌레와는 절대 함께할 수 없어요. 절대로요!”
각 길드의 대표들이 기함했다.
현재 대형 길드들의 영향력은 정부를 뛰어넘는 상황이다.
그만큼 대외 명분이 중요했고.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엄청난 파급력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니 모두들 마인과 엮이는 걸 극도로 꺼릴 수밖에.
“끌끌. 쓰레기들이라니. 듣는 쓰레기 마음 찢어지겠네.”
모닥불로 생긴 그림자에서 무언가 꿈틀거린 건 바로 그때였다.
불길하면서 기괴한 그림자다.
꿀렁꿀렁!
그림자는 곧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비쩍 마른데다 수염이 하얗게 새어버린 노인. 하지만 외견만으로 무시하기엔 노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이 너무 흉흉했다.
“자존심 세우는 건 좋은데, 어차피 너희들로는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않나?”
노인이 이죽거렸다.
“건방진!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패트릭 씨. 저런 놈을 여기까지 불러 온 겁니까?”
“당장 그 더러운 모가지를 잘라 내 주마!”
스릉!
철컹!
각종 무기가 뽑혔다.
마력이 폭주하며, 고요했던 연회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콰콰콰콰콰콰!
노인이 혀를 끌끌 찼다.
“혈기왕성한 친구들만 잔뜩 모여 있군. 하지만, 이쪽의 조건을 들어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우리에겐 보스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
“개소리! 수도 얼마 안 되는 놈들이 무슨 수로 그 대군을 넘어선다는 말이냐?”
마인들의 전력이라고 해 봐야 숫자로는 얼마 되지도 않을 터.
일개 집단의 힘으로는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천 명 단위로 구성된 공격대마저 삼 일을 버티지 못한 채 전멸했으니까.
“흠. 수야 만들면 그만이지 않겠나?”
노인이 해골로 만들어진 지팡이로 땅을 두 번 내리쳤다.
쿵! 쿵!
둔탁한 소음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고유 능력 ‘저주받은 무덤의 묘지기’가 발동됩니다!]쿠쿠쿠쿠쿠!
대리석으로 만든 지면에 여러 개의 금이 쩍하고 갈라졌다.
“뭐, 뭐야?”
“이건……!”
사람들이 갑자기 생겨난 균열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날렸다.
동시에, 깊은 땅 속에서 백골이 된 시체들이 하나둘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끌끌. 이 땅에는 제법 쓸 만한 시체들이 많이 묻혀 있군. 덕분에 좋은 품질의 병사들을 얻을 수 있겠어.”
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세 자릿수에 육박하는 해골 병사들.
외견은 오랜 세월의 풍파로 인해 닳아 있었지만, 검과 방패는 생전의 예기를 잃지 않았다.
“병력은 병력으로 상대하면 그만이야. 보다시피 마인들 중엔 강령술이나 소환술에 능통한 친구들이 많거든.”
“네크로……맨서였나? 하지만, 이 정도 규모를 부리려면…….”
중얼거리던 텐웨이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 지팡이!”
노인이 쥐고 있는 지팡이.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과거 시련의 탑을 플레이했을 때 봤던 기억이 있었다.
“호오? 이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만?”
노인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99가지 재료를 모아야만 만들 수 있는 특수 아이템.
‘탐욕의 지팡이.’
워낙 기괴하고 잔인한 재료들을 요구했기에, 만들기가 쉽지 않았지만.
합성에 성공할 경우, 이 아이템은 네크로맨서를 위한 최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과연…… 탐욕의 지팡이와 네크로맨서의 조합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군. 9번째 시도는 가능할지도 몰라.”
“텐웨이 씨! 설마?”
마리아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만약, 놈들이 어설픈 수작을 부리려고 접근한 거였다면, 나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나쁘지 않아.”
“흠. 미안하지만, 나도 이번엔 저 중국 놈의 말에 동의한다. 물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야겠지만.”
백진호도 무겁게 입을 뗐다.
하나둘, 분위기가 기울었다.
마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레사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인들과 손을 잡으려 하다니.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다.
절대 이 일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그러나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다못해 진혁 씨만 참가해 줬었어도.’
그랬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 있는 ‘가짜’들과는 다르게 진혁은 자신이 아는 유일한 ‘진짜’ 고인물이었으니까.
난공불락의 유적에서 보여 준 수많은 활약들을 생각하면, 4층으로 가는 방법 또한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그래. 어쩔 수 없다.
혼자만의 의견으로는 이 상황을 뒤집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우우웅!
눈앞에 푸른색 상태창이 활성화됐다.
[외부로부터 화상 통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평소 같으면 다른 플레이어의 연락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허나.
두근! 두근! 두근!
내용을 읽은 테레사의 심장이 미친 듯 고동치기 시작했다.
[대상은 플레이어 강진혁.]왔다.
[통화 요청을 수락하시겠습니까?]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사람으로부터의 연락이.
“진혁…… 씨!”
떨리는 손으로 승낙을 누르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여유로운 표정과 눈매.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지닌, 테레사가 익히 알고 있는 진혁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혁은.
“뭡니까? 저 골다공증 걸린 해골바가지들은?”
가장 그다운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