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검은 언덕 부족 ‘타라첸’ (1)
“보스에게만 주어지는 각인이라고?”
“응. 저거 그거잖아 에…….”
말을 하던 엘리스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에 막힌 듯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겪어본 적이 있다.
‘달의 호수.’
과거, 플레이어와 거주자들 간에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이 강제로 개입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서로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다는 건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엘리스가 하는 말이 마냥 허무맹랑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크 엘프와 뱀파이어, 두 종족 간에는 예전부터 교류가 많았다.
높은 지성을 가진 데다 자존심만 더럽게 세고. 또 암속성 계열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건 꽤 재밌네.’
진혁이 몸이 움찔거렸다.
직감이 본능적으로 꿈틀거렸다.
바로.
세 번째 카드를 골라야 한다고.
“믿어볼게 엘리스.”
손가락을 가장 끝에 있는 곳으로 뻗었다.
[보상을 선택하셨습니다.]카드를 뒤덮고 있던 문자들이 산산이 바스라졌다.
제발…….
진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고대하던 보상이 나타났다.
[고유 성창 ‘페이즈 2’를 획득하셨습니다!] [페이즈 2]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탑에 거주하는 보스 몬스터 중에서도 극소수만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신체 개변은 물론, 모든 스탯과 스킬 레벨이 3분간 50%만큼 상승합니다.
이건…….
대박이다.
진혁이 입을 쩍 벌린 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이 능력은 과거 시련의 탑을 오를 때도 얻지 못한 능력이었으니까.
“엘리스.”
“응?”
“잘했어.”
“자…… 잘했다고? 내가?”
엘리스가 동그랗게 토끼눈을 떴다.
아직까지 자신이 뭘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헤헤. 바보 성녀나 파랑 머리 바보보다도 내가 더 잘했다는 거지? 그치?”
“그래. 모처럼 너한테 들어가는 밥값이 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진혁이 진심을 담아 생긋 웃었다.
이 맛에 동료들과 함께 다니는 걸 멈추지 못하겠단 말이지.
***
오크들이 모여 만든 ‘검은 언덕 부족’.
다크 엘프들의 연합으로 구성된 ‘적색 거성’.
망령의 교단과 저주받은 시체들로 이루어진 ‘그레이트 윙’.
이들이 20층의 가장 커다란 세 개의 세력이다.
그리고 현재, 진혁은 검은 언덕 부족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룰루랄라.
발걸음이 가볍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덤이다.
“젠장. 네놈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거냐? 제발 긴장이라는 것 좀 해라. 여긴 20층이란 말이다.”
진혁이 즐거워하는 게 못마땅했는지. 천유성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하긴, 단 둘이서 네임드 오크 부족에게 가는데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특히나 천유성 입장에선 20층이 과거의 한계와도 맞닿아있는 지역이었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넘지 못한 애증의 층계라는 뜻이다.
‘그래서 쉴 때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수련에 몰두했던 거겠지.’
잠시라도 틈이 나면 검을 휘두르고 초식을 갈고 닦았던 걸 보니 조금은 안쓰럽…….
……기는 개뿔.
저 녀석은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오냐오냐해줬다간 바로 등에 칼을 꼽을 놈이다.
실제로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다시 도전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게 느껴졌으니까.
‘슬슬 기를 한 번 꺾어 놓을 때도 됐지.’
이번에 단 둘이서만 가기로 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철저하게 맞춤식 교육을 하기 위해서.
하지만,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론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었다.
“모처럼 자연 풍경도 보고 햇살도 맞으면서 느긋하게 즐겨. 이런 기회가 그리 흔하게 오는 게 아니야.”
“자연 풍경 같은 소리하고 있네. 한창 오크들이 사냥을 하러 다닐 오후인데, 당장이라도 놈들과 마주쳐도 이상할 것 없지 않느냐!”
“뭐, 그건 그렇겠지.”
“그렇겠지……는 젠장! 네놈이 아까 전에 시간만 낭비하지 않았어도 훨씬 빠르게 올 수 있었다. 대체 뭘 하느라 그리 시간을 낭비했던 거냐?”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진혁은 탑의 아래층에 있는 누군가와 연락을 해야 한다며, 정령수인 ‘노움’을 보냈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느라 시간이 제법 지체되었었고. 결국, 오크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대에 놈들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천유성이 연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중이다.
“우리 유성이는 목청도 참 좋아. 나중에 가수해도 되겠어. 장르는 락으로다가.”
“후우. 사람이 말을 하면 제대로 좀……!”
그런데 바로 그때.
“……!”
부스럭.
진혁과 천유성이 동시에 반응했다.
수풀을 타고 전해 오는 작은 소리.
틀림없다.
누군가 주위에 있다.
“……느꼈어?”
“빌어먹을. 하여간 네놈이랑 같이 다니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최악의 상황만 골라서 찾아오는 거냐?”
뿌연 마력이 섞여 있어 정확한 숫자는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이 일대가 완전하게 포위되었다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스릉.
두 개의 검이 번개처럼 뽑혔다.
그러자.
“크르르…….”
“인간. 눈치가 제법 빠르군.”
“기척은 완벽하게 지웠는데,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검은 피부를 가진 오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탄탄한 근육질에 튀어나온 엄니, 샛노란 눈동자.
날카로운 글레이브와 방패로 무장한 모습은 일반 오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덩치만 해도 보통의 오크보다 족히 3배는 더 컸으니까.
‘이 녀석들이 탑에 존재하는 오크들 중 최강이지.’
숫자도 많고 공포도 모르며 전투력도 뛰어나다.
그렇기에.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취익. 웃어? 이 상황에서?”
“간이 큰 인간이로군. 회색 숲을 점령했다고 우리가 우습게 보이는 건가?”
“다들 조용히 해라. 내가 맡겠다.”
오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말을 걸었다.
동시에.
글레이브에 막대기를 감아 창 형태로 만든 무구가 앞으로 뻗었다.
“호오. 우리가 숲을 먹었다는 걸 알았어? 단순무식하게 치고받는 것만 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똑똑하네.”
“오크들의 정보력을 우습게보지 마라.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란 세력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났다. 제법 강한 건 사실이다만…… 둘이서 우리 영역에 들어온 건 실수다.”
스윽.
슥.
오크들이 일제히 공격할 채비를 했다.
하지만.
진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지금 우리를 공격하면 후회할 텐데……. 너희한테 꽤나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져왔거든.”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로군. 다른 종족이 가져온 제안이라면 보통 사자의 목을 쳐서 응답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그것이 가장 믿을 수 없는 인간 족이라면 더욱더.”
“그거 아쉽게 됐네. 너희가 이번에 손에 넣은 ‘대죄의 은신처’. 그곳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는데. 알고 있지? 거기, 제대로 된 보급 루트를 확보하지 않으면 하루도 못 지켜.”
그 말에.
우뚝하고.
당장이라도 찔러올 듯 했던 글레이브가 멈췄다.
“어떻게…… 우리가 그곳을 공격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글쎄. 어떻게 알았을까나?”
진혁이 더욱더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 여기서 대답하지 않으면 가죽을 벗기겠네, 손톱을 뽑겠네. 같은 진부한 대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되도 않는 협박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
“……원하는 게 뭐냐?”
“족장에게 안내해. 그 녀석과 직접 대화하겠어.”
“크크……크하하하! 이거 완전히 돌았군. 우리 족장과 만나고 싶다고?”
창잡이 오크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렴, 중요한 이야기를 밑에 있는 놈이랑 할 수는 없잖아?”
“크흐흐. 확실히 평범한 인간은 아니야. 그래. 족장도 꽤나 재밌어 하겠어.”
창이 조금 아래로 내려간다.
경계심을 풀진 않았지만, 적대심은 누그러졌다.
“좋아. 그렇게 하지. 하지만, 별 것 아닌 이야기를 지껄였다간 후회하게 될 거다.”
“취익. 박투르. 저자를 족장에게 데려가다니.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다.”
주위에 있던 나머지 오크들이 웅성거렸다.
“책임은 내가 진다. 놈의 말대로 사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겠지. 만약 거짓이면 그대로 베어버리면 될 테고.”
어느 쪽이든 손해 볼 일은 없을 터.
최종 결정은 족장에게 맡기면 된다.
***
검은 언덕 부족의 본거지는 말 그대로 거대한 흑요석 위에 지어져 있다.
‘여긴 언제 봐도 장관이네.’
진혁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언덕을 따라 수많은 천막이 보였다.
그리고 그 심장부에는…….
“…….”
터질 듯한 근육질의 오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타라첸.
9년간 검은 언덕 부족을 이끌며, 수많은 신화를 그려낸 전설적인 몬스터다.
실제로 과거 천유성도 이 오크와의 대결에서 패배해 20층을 돌파하는 데 실패했었다.
“…….”
천유성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나 말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네.’
뼈저린 패배의 아픔과. 이번에야말로 그걸 넘어서고 싶다는 열망.
두 개의 감정이 한데 어우러진 게 느껴졌다.
“박투르. 이자들인가?”
“그렇다. 족장. 까마귀를 통해 말했듯. 꼭 족장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
“흐음…….”
타라첸이 글레이브를 바닥에 꽂았다.
푸욱.
2m에 이르는 대형 글레이브가 흙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간.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가?”
“대충은……. 제일 센 오크잖아? 여기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진혁의 모습에, 타라첸의 입가가 씰룩였다.
“과연, 박투르의 말대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로군. 이 많은 부하들을 두고도 그리 여유로운 걸 보면 말이야.”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친위대만 해도 수십 마리가 넘는다.
그 뒤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단 둘이서 이 사지로 기어 들어와선 저리 당당할 수 있다라…….
“칭찬 고마워. 겁대가리 없다는 말은 꽤 많이 듣는 편이거든. 그래서. 대화를 할 생각이 좀 든 거야?”
“아니.”
타라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놈들이야 지금껏 수없이 만나봤다. 계획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그걸 가지고 온 자의 수준을 보면 알 수 있을 터.”
타라첸이 바로 옆에 있는 전사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말보다는 실력으로 증명해라. 그게 나와 대화를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오크들은 언제나 힘을 숭상한다.
오롯이 강자만이 명령할 수 있었고. 또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크오오오!”
“크아아아!”
쿠웅!
쾅!
친위대 오크 둘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앞에서 초격만 저지해줘. 단숨에 끝내버릴 테니.”
“쳇! 알겠다.”
진혁과 천유성이 각각 포지션을 나눠서 합동전을 벌이려 했다.
정확히는.
“야이…… 썩을 놈의 자식아!”
그렇게 하려는 척만 하고 천유성에게 모조리 떠 넘겨 버린 거였지만.
“미안, 잔챙이들만 좀 상대해줘. 우리 검성. 알지? 형은 언제나 널 믿고 있어.”
카카카카캉!
천유성과 친위대 둘이 맞부딪쳤다.
그 사이를 이용해 안쪽으로 파고든 진혁이 단숨에 타라첸을 향했다.
탓.
어설프게 어울려줬다간 상대의 장난질에 놀아나게 된다.
“보아하니, 시험하는 걸 꽤나 좋아하는 것 같은데.”
진혁이 바너드를 높게 치켜들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검신을 따라 퍼져나갔다.
“허. 그깟 이쑤시개 같은 단검으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글레이브를 뽑을 생각조차 없어 보이던 타라첸이었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흠!?”
콰아앙!
번개처럼 뽑힌 글레이브와 바너드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눈부신 불꽃이 튀어 오르며, 타라첸의 몸이 몇 미터나 뒤로 밀려났다.
“나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야.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하고 놀아주는 걸 말이야.”
쿠쿠쿠쿠쿠쿠!
진혁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해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