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79)
379화. 완벽한 승리 (1)
우우우웅!
[5성급 결계 ‘신기루의 절벽’이 발동됩니다!]칼로 숨통을 끊는 것 대신, 진혁은 주위에 시각을 왜곡하는 결계를 쳤다.
“무, 무슨 짓이냐? 이게?”
뜻밖의 상황에 나태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 봐. 짧게 대화를 좀 하려고 하는 거니까.”
“대화라고? 너와 나 사이에 말이냐?”
“우리 사이가 지금은 이래도 미래에는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군타페르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게.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충성심 때문이 아니란 건 알아. 어쩔 수 없었겠지. 강제로 굴종의 계약을 맺었으니까.”
“…….”
나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역시나, 정곡을 찔렀다.
“네가 원하는 건 그 제약에서 벗어나 영원히 느긋하게 쉬고 싶은 거 아니야.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나와 뒷거래를 한다면 그걸 보장해줄게.”
이건 반드시 먹힌다.
나태는 그 무엇보다도 휴식을 원하고 있었기에.
이 미끼는 먹힐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이냐? 상대는 마계의 마왕 중 하나다.”
“직접 상대해 봤으니 알 텐데? 나라면 마왕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어이가 없구나. 필멸자의 몸으로 불멸자와의 전투를 논하다니…….”
본래라면 들을 가치조차 없는 이야기다.
허세라는 것도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나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겠지.”
죽든가 믿든가.
고를 수 있는 게 두 개뿐이라면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화르륵!
진혁이 ‘염혼의 낙인’을 발동했다.
손가락 끝에 눈부신 불꽃이 일어나며, 영혼에 새겨지는 새로운 굴종의 계약이 맺어졌다.
“알다시피 난 군타페르를 거역할 순 없다. 이후에 마왕과 전투를 할 경우 네 편에 설 수는 없다는 소리다.”
“알고 있어. 상위 신격과 한 계약이 훨씬 더 강력한 제약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내가 원하는 건 내부 정보야. 놈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즉각 알려줘.”
“그거라면 무리 없겠군.”
“남은 칠죄종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야. 특히 ‘질투’에 관한 건 빠짐없이 넘겨.”
상층부에 거주하는 여섯 칠죄종은 나태처럼 군타페르와 굴종의 제약을 맺은 건 아니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전부 다 제거해야 하는 방해물이라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질투는 요주의 대상이었다.
어지간한 영웅들은 물론, 신격들보다도 까다로운 게 바로 그 녀석이었으니까.
“알겠다. 그렇게 하지.”
나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망령의 교단’이 항복을 선언했다.
이것으로…….
20층의 거대 세력 중 하나가 무너졌다.
동시에.
[20층에 새로운 거대 세력이 등장합니다!] [공략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가 나타났다.
***
폭풍의 언덕이라 불리는 탑의 상층부.
거대한 용족의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동굴에 횃불들이 일제히 타올랐다.
화르륵!
어둠이 걷히며 작은 체구의 고블린이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재밌게 돌아가는군요. 설마, 성채의 외각도 뚫지 못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하스팅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러게. 솔직히 날개 달린 놈들이라면 그것보다는 더 잘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깔끔하게 막혔어.”
단발머리에 짧은 드레스를 입은 모습.
최초의 드래곤, ‘타미아’.
레드 드래곤 일족을 이끄는 절대자다.
“쫓기는 입장인 키자키엘로서는 한쪽 발목에 족쇄를 감싸고 싸워야하는 셈이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뱀파이어의 가주 중 하나인 엑센시온이 한 마디 덧붙였다.
“후후. 그래도 얻은 건 많습니다. 상대의 전력과 방어 전술을 미리 엿볼 수 있었으니까요. 시험용으로 써먹기엔 굉장히 유용한 장기말이었죠.”
저벅.
그 말을 끝으로. 하스팅의 발걸음이 멈췄다.
“도착했군요.”
“여기가. 꼭 봐야 한다는 곳이야?”
“맞습니다. 자, 한 번 보시죠.”
하스팅이 손가락으로 한쪽 끝을 가리켰다.
석상들이 끝나는 부분에는 하얀색을 띤, 심상치 않아 보이는 거대한 뼈가 놓여 있었다.
[고대룡 ‘???’의 뼈]“이건…….”
엑센시온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무리 용들과는 접점이 없던 뱀파이어들이라지만, 가주인 그가 고대룡에 대해서 모를 리는 없었다.
탑에 존재하는 최강의 생명체 중 하나.
50층의 존재들에게조차도 위협을 끼칠 수 있는 종족이 바로 고대룡이었으니까.
“이야. 우리 관리자 씨. 대체 왜 이런 구석탱이까지 우리를 부르나 했더니. 이런 걸 숨겨 두고 있었어? 호오. 골격이랑 남아 있는 마력의 잔향을 보니 파괴룡의 혈족 같은데?”
타미아도 흥미로운 눈으로 뼈를 살폈다.
“역시, 타미아 님께선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물론 알고 있지. 어디 보자…… 데스티아. 그래, 그 녀석의 혈족이야.”
“데스티아라면 48층에 서식하고 있는 드래곤이 아닙니까?”
“맞아. 우리 동족이었던 녀석이 더러운 수로 윗분들의 예쁨을 좀 받았지. 덕분에 파괴룡이란 과분한 호칭을 받은 거고.”
타미아가 과거를 곱씹으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오롯이 고대룡들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
가장 이질적이면서 규격 외인 공허룡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파괴룡 역시 탑의 최상층에 거주하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괴물의 피가 흘렀던 고대룡의 사체 중 하나가…….
……이쪽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거 진짜 재밌네. 그래서 관리자 씨. 이 사체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야 많죠.”
하스팅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차곡차곡 쌓아 만든 데이터와 최강의 부산물을 이용해.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 빌어먹을 플레이어를 죽이고 50층의 신뢰를 되찾아야만 한다.
그것만이 상급 관리자로서 탑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
20층 공략.
최대 세력을 쓰러뜨림으로서 진혁은 또 하나의 층계를 정복했다.
특히, 연합 공대장인 페이던의 배신과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모두를 구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활약상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탑 밖은 또 하나의 신화에 환호했다.
-민트초코피자: 역시 진혁이랑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국밥같이 든든하긴 하지. 꺼어어억!
-엔리즈의 충실한 종복 1호: 근데, 무리하게 탑 공략 강행하다가 지 혼자만 살겠다고 공대원 다 버리는 건 실화냐? 페이던인가 뭔가 하는 놈이라며?
-리플4600층: 나름 인지도 높은 플레이어였는데, 진짜 이해가 안 되네.
-넌 이미 죽어있다: 워낙 탑 안에 자원들이 넘쳐나니 부와 명예를 얻으려고 도박했던 거겠지. 결과는 오히려 더 최악이 됐지만.
-개미는 뚠뚠: 이번 일로 인해서 대형 길드에서도 탑 공략에서 발 뺀다고 하더라. 랭커들 피해가 엄청난가 봄.
-아무리 생강캐도 난마늘: 하긴, 워낙 사망자도 많으니까. 새롭게 각성한 플레이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S2LillpeS2: 진혁이 아니면 사실 상층 공략이 불가능한 수준이긴 해 ㅋㅋㅋ. ㅠㅠ
대형 길드에도 급은 존재한다.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말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공감하고 있었고. 때문에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주가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전부 내가 원했던 대로 흘러가는 셈이지.’
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시련의 탑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획했던 일 중 하나.
바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아 독보적인 위치에 서는 것이다.
‘편집을 이용해 중요한 장면들은 쳐내고 유리한 것들만 조작할 수 있는 게 가장 마음에 들어.’
이걸로 코인을 독식하는 건 물론, 상층부를 공략할 때 하나의 세력으로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점거한 ‘거인들의 성채’는 중, 대형 거점입니다.]‘흠. 35층에 가기 전에는 최소한 대형 거점으로 승격을 끝마쳐야 하는데…….’
지금 속도도 결코 느린 게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몇 년간 만들어진 세력 중에선 가장 큰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더욱 안정적인 공략을 위해선 더욱더 분발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였다.
“뭐 해? 혼자서 헤실헤실 웃고?”
옆에 있던 엘리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국에서 개최한 연회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이때. 홀로 허공을 보며 웃고 있는 진혁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별 거 아니야. 그냥 기분이 좀 좋아서.”
“흐응. 설마, 내 옷 때문에 그런 거야? 응? 어때? 좀 괜찮은 것 같아?”
엘리스가 자태를 뽐내는 듯 제 자리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했다.
화려하면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드레스다.
매력 100% 효과가 붙어 있는 고대 제국의 보물은 과연 그 자체만으로도 빛났다.
거기에 엘리스가 특별히 이번 연회를 위해 준비한 형형색색의 값비싼 보석들이 어우러지자, 군계일학의 미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수군수군!
실제로 주위에 있던 수많은 귀족들이 엘리스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하긴, 항상 말썽만 부려서 그렇지. 이 녀석 본판이 나쁘진 않지.’
거기에 테레사와 안드리아 그리고 프레이까지.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이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물론, 남자들 역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에브라함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천유성 그리고 이국적인 외모에 아직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월영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화젯거리였다.
추혼사영과 암황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고.
“바보 계약자! 내 옷 때문에 그런 거냐니까!”
진혁이 대꾸하지 않자, 엘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진혁의 관심은 이미 머나먼 곳으로 옮겨간 뒤였다.
“…….”
수많은 인파 속.
이질적인 기운이 섞여 있었다.
너무나 희미해서 그만 놓칠 뻔했지만, 틀림없이 알고 있는 기운이었다.
“잠깐 여기서 케이크나 먹고 있어 봐.”
“케이크 같은 소리하지 말고! 날 똑바로 보란 말야!”
“여기 네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도 있다. 자.”
“딸기는 개…… 우읍. 읍!”
엘리스의 입에 커다란 케이크가 통째로 욱여넣어졌다.
그 틈을 이용해 진혁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대연회장의 테라스 쪽으로 걸어갔다.
달빛이 쏟아지는 고요한 장소.
마치, 시끌벅적한 내부와는 단절된 세계 안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그리고 그곳에는 체구가 서로 다른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지금쯤이면 한창 도망 다니고 있어야 할 때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연회나 즐기러 왔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은 하지 마시고요.”
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호오. 이거 나름대로 기척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이렇게 빨리 걸렸다고?”
“네 변장이 너무 어설퍼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눈치가 빠른 건 사실이다. 역시, 모두가 영입하려고 안달이 난 플레이어다워.”
거대한 근육 덩치와 대조적으로 호리호리한 체구.
겉에 쓰고 있는 껍데기는 다르지만, 내부에 있는 알맹이까지 속일 순 없다.
토르와 로키.
아스가르드에 소속된 북유럽 신격들이 제국에 찾아왔다.
정확히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겠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곳에 온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
이 타이밍에 왔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더 있다는 건데.
“아무래도 긴 밤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