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태양의 샘물 (5)
정말로 기묘하게 생겼다.
한쪽 팔은 방패처럼 생겼고. 다른 팔은 창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주위를 감쌌다.
숫자는 세 마리 뿐이지만, 하나같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놈들이다.
게다가 저 멀리서 새로운 기척까지 느껴졌다.
시간을 끌다간 적의 수가 늘어날 거라는 이야기다.
“……뭐냐 이것들은?”
천유성이 ‘류화’를 꽉 쥔 채 뒷걸음질 쳤다.
단순히 강하고 약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신경에 찐득찐득 달라붙는 섬뜩한 위화감은 소름이 돋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다.
‘첫 번째 시험이라 이건가.’
수리부엉이는 도와줄 리 없다.
애초에 시스템의 제약에 묶여 있을 테니, 그럴 수도 없었지만.
결국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건 오롯이 두 사람에게 달렸다는 소리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꿰뚫어봤다.
[레굴루스 – 변형 종]레벨: 85 / ? – 기존 / 현재는 확인 불가.
위험 난이도: 측정 불가
특이사항: 기본적으로 높은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되지 않은 기운으로 인해 정확한 세부 내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예상은 했다.
기존 미궁에 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게 맞아 줄 거라는 것쯤은.
“그래. 어느 정도인지 맛보기는 해 봐야지.”
과연, 놈이 준비한 것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어째서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운영자들이 그토록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지금부터 확인해 볼 시간이다.
진혁이 바너드를 앞으로 뻗었다.
파치츠!
검붉은 검강이 솟구쳤다.
“한 마리씩 상대해. 만만치 않은 놈들이니까.”
“그랬다간, 끝도 없다. 태양의 샘물인지 뭔지를 구하는 데 4일 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렇긴 한데…….”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넌 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확보해라. 이 정도 녀석들쯤은 혼자서도 버틸 수 있으니.”
“야! 잠깐…….”
“간다!”
천유성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찼다.
일검(一劍).
횡으로 가로지른 푸른빛이 격류가 되어 몰아쳤다.
하지만,
콰아아앙!
레굴루스는 그 검을 정면에서 튕겨 냈다.
허초를 7번은 섞었건만, 진짜를 정확하게 구별해낸 것이다.
“제법이군.”
천유성이 ‘추혼검’의 초식을 펼쳤다.
부드러우면서 패도적인 검격이 재차 이어졌다.
이번에는 허초가 아니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실제화된 진짜다.
수십, 수백 개의 검로가 어지럽게 흐드러졌다.
카카카칵!
“키에에에!”
거대한 방패로 몸을 가렸지만, 천유성의 류화는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피범벅으로 변한 전신.
천유성이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레굴루스의 뒤를 잡았다.
완벽한 사각에서, 기척마저 지운 암습이었다.
부웅!
검이 목덜미를 향하는 순간.
레굴루스의 창이 번개처럼 사라졌다.
카운터.
자로 잰 듯 정교한 찌르기다.
일점으로 쇄도한 창이 호신강기가 완벽하게 발동되기 전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퍼퍽!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천유성이 어깨를 움켜잡은 채 몸을 굴렀다.
“크윽! 빌어먹을 무슨 미궁 입구부터 이런 거지 같은 것들만 잔뜩 깔려 있는 거냐? 정말 네놈이랑 같이 오면 왜 항상…….”
“그렇게 방심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 녀석도 처음엔 참 침착하고 무게감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나랑 같이 안 다녔으면 어딜 가서도 최강이라 칭송 받으며 다녔을 텐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안쓰러운 것 같기도 하네.
“괜찮은 거야?”
“이까짓 상처쯤…… 괜찮다. 방심만 안 했어도…….”
괜찮긴 개뿔.
어깨에 생긴 바람구멍은 전투속행이 불가능한 중상이다.
뭐, 그래도 덕분에 어떤 걸 조심해야 하는 건지는 미리 잘 봤다.
“회복 포션이라도 마시면서 얌전히 쉬고 있어.”
이번엔 진혁이 움직였다.
빠르면서 가볍게.
툭.
엇박자로 들어간 진혁이 바너드를 휘둘렀다.
역시나, 이번에도 레굴루스는 자잘한 공격은 방패로 받으며, 카운터를 날릴 타이밍을 엿봤다.
“크오오오!”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 이런 걸까?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지만, 창은 어느새 진혁의 심장에 다다르고 있었다.
만약 다른 정상급 랭커가 이 공격을 받았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그저 그런 랭커 따위가 아니다.
카아앙!
상쇄(相殺).
직선으로 몰아친 창끝이 바너드의 칼끝과 하나의 점에서 맞부딪쳤다.
콰드득!
창날에 거북이 등껍질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마치, 어느 쪽의 마력이 압도적으로 위인지를 말해 주는 것처럼.
“크오?”
“카운터는 타이밍만 읽어 낼 수 있으면 별 거 아니야.”
아무리 빠르고 매섭다고 한들, 궤도와 속도가 간파당한 이상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푹!
바너드가 레굴루스의 목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런데.
“크오오오!”
급소를 당했음에도 레굴루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오히려 더욱 맹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세 마리가 동시에. 전부 버서커 상태로 변해 진혁에게 덤벼들었다.
‘한 마리에게 상처를 입히면 트리거가 되어 전부 강해지는 방식인 건가?’
쾅! 콰앙!
창이 진혁의 등 뒤에 있던 벽을 통째로 박살 냈다.
무식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일격 일격이다.
푹!
서걱!
바너드가 재차 레굴루스들의 몸을 베었지만,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심장을 쑤시든, 목을 꿰뚫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격을 이어 가는 좀비 같은 놈들이었으니까.
진혁의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대체 얼마 만에 느끼는 감정일까.
성가신 적을 상대로 공략법을 찾아내야 하는 이 긴장감과 흥분은?
‘분명, 뭔가 돌파구가 있긴 할 텐데…….’
진혁이 주의 깊게 상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바로 그때.
감각에 무언가 잡혔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붉은 실.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만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지만.
실은 틀림없이 세 마리의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거였나.
저 셋은 하나의 마력을 공유하며, 공생하는 관계다.
한 마리씩 베어 버리는 게 아닌, 전원을 동시에 베어 버려야만 이 끝없는 전투를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공략법을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간격을 완벽하게 유지한 채 합격진을 펼치는 놈들을 동시에 베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혁의 얼굴에선 여전히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보다 더 강한.
더욱 무겁고 터무니없는 적들과 맞서 왔다.
고작 이 정도쯤은…….
‘천마신공(天魔神功)’.
소름 돋는 마력이 솟구쳤다.
감히, 상층부의 존재들마저 함부로 하지 못한 절대자 중 하나.
만마의 재앙이라 불리는 천마의 독문무공이 펼쳐졌다.
쿠쿠쿠쿠쿠쿠!
‘패도의 왕관’을 착용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400이 넘는 마력은 천마신공의 절기를 여과 없이 구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도 살아 움직일 수 있을지 보자고.”
‘영종(令終), 무명일섬(無名一殲)’.
어긋난 세 개의 선이 사선을 가로질렀다.
어떠한 미사여구도 필요 없는.
그저, 오롯이 베기 위한 검.
서걱!
세 마리의 레굴루스가 갑주 채로 서서히 양분되었다.
쿠웅!
잘린 상반신과 하반신이 다른 방향으로 무너졌다.
“후우.”
진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모든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천유성은 복잡한 심정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류화를 잡고 있던 손 역시 가늘게 떨렸다.
천외천의 경지.
어지간한 네임드 몬스터보다도 강한 걸 3마리나…….
그것도 이렇게 순식간에 해치워 버릴 줄이야.
자신은 한 마리를 상대로도 끙끙댔던 걸 생각하니 자괴감이 솟구쳐 올랐다.
‘정말 네놈은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란 말이냐.’
추혼사영으로부터 무림을 상징하는 신병이기를 받았을 때만해도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뼈를 깎는 수련과,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실수 없는 성장. 거기에 좋은 스승과 최강을 자부하는 무기까지.
이제는 해 볼만 하다는 확신이 생겼었지만…….
결과는 언제나 이렇다.
닿을 수 없는 신기루를 쫓는 것처럼, 그림자를 쫓아 도착한 곳엔 영원히 목마름에 괴로워하는 자신을 마주할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뫼비우스의 띠는 대체 언제쯤 끊어질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질 않았다.
바로 그때.
칼에 묻은 피를 털어 낸 진혁이 다가왔다.
“왜 그렇게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 포션부터 남김없이 마시라니까?”
“……별 거 아니다.”
천유성이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찬바람이 날 정도로 세차다.
볼만 좀 부풀렸으면, 영락없이 삐져 있는 초등학생의 모습 같달까.
“그래도 네가 나서서 놈들에게 타격을 입힌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어.”
“내 공격이…… 통했단 말이냐?”
“보면서도 몰랐어? 추혼검에 당해서 허점이 여기저기 드러났는데?”
“역시…… 역시, 그랬던 거였군. 어쩐지 너무 쉽게 이겼다고 생각했다. 후후. 내가 약한 게 아니었어. 어쩌면, 내가 다한 건지도 몰라.”
천유성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씰룩였다.
이걸로 삐진 꼬맹이 한 명의 기분도 풀어 주는 데 성공했다.
***
미궁에서의 밤.
첫날 레이드는 여기서 끝났다.
천유성의 상처가 예상보다 깊은 데다, 새로 생긴 변수로 인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도에서였다.
진혁과 수리부엉이가 모닥불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철갑 슈림프를 꺼내 요리하던 진혁이 말문을 열었다.
“모처럼 둘 만의 시간을 갖게 됐는데. 궁금한 것 좀 물어봐도 될까?”
“대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말해 주지.”
“난 아직도 운영자의 개념이 조금 생소하거든. 상급 관리자들도 너희 명령에 따르는 건가? 외신들도 너희가 관리하는 거고?”
진혁의 말에, 수리부엉이가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우리 관계가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고.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짚고 가는 게 좋겠어.”
우우웅!
수리부엉이의 앞으로 홀로그램으로 만든 탑의 모습이 나타났다.
일전에 보였던 하급 관리자 카만과…… 중급 관리자 중 하나인 릭. 그리고 상급관리자인 하스팅과 벤디비아의 얼굴도 보였다.
이렇게 머리만 달랑 나와 있는 홀로그램으로 보니 다들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네.
“관리자는 탑 전체를 관리하는 이들…… 이라고 보면 된다. 탑에 일어나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과 각 층계에 문제가 없는지, 그걸 확인하는 게 주요임무지.”
층계이동권과 세력들의 다툼 등을 관찰하며, 필요할 시 개입하는 것.
그것이 관리자의 존재 의의였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각각이 지닌 권한에 따라 상, 중, 하를 나눈 것이고.
홀로그램이 부서지며, 이번엔 새하얀 표면에 붉은 입을 가진 구체가 나타났다.
……새영언환과 수리부엉이를 포함한 운영자들이다.
“우리 운영자들은 탑을 만든 존재들이지. 관리자들은 우리가 직접 뽑기도 하고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선발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탑에 관한 최종권한은 우리에게 주어진다.”
시련의 탑.
50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 진혁이 처음으로 플레이했던 가상현실 게임 역시 운영자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외신. 즉 태고의 존재들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이들은 규격 외의 ‘변수’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너도 상대해 봤으니 이들이 어느 정도 레벨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다.”
분명, 탑에 종속된 이들이기에 관리자들 보다 아래에 위치한 존재들이었지만, 그 힘이 터무니없이 강한 탓에 상급 관리자조차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오롯이 시스템으로서만 제약을 가할 수 있을 뿐.
때문에 놈들은 탑의 마지막 층계에 머물며, 탑의 정상에 오르려는 이들을 상대하는 마지막 관문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수리부엉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난 존재가 바로 그자다.”
가장 중요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