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두 명의 스승, 두 명의 제자(2)
달포.
밖에서는 고작 5시간 남짓이었지만, 허수 공간 안에서는 무려 1달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쿠쿠쿠쿠쿠!
하늘을 따라 떠 있는 수십 개의 검.
천마심검으로 만들어진 묵색의 흉기들이 일렬로 몰아쳤다.
[천마가 천마신공 ‘멸천성화(滅天星火)’를 발동합니다!]마치, 밤하늘에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처럼.
직선 궤도로 내려오는 검들은 그 자체만으로 장관을 자아냈다.
바로 그때.
땅에서 붉은색 검들이 솟구쳤다.
천마에 비해 검의 위력도, 그 숫자도 부족했지만…….기세에서만큼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색의 이기어검.
현경의 경지에 들어서야만 비로소 그 형(形)을 갖출 수 있다 알려진 최강의 검들이 서로의 궤적을 지우며, 한 개의 점을 향해 쇄도했다.
콰콰콰콰쾅!
콰아아앙!
검과 검이 격돌했다.
산산이 바스러진 파편들이 허공을 따라 흩어졌고, 피어오른 불꽃들이 어두운 밤을 조용히 밝혔다.
툭.
하늘에서 내려온 천마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5성 공력을 실은 천마심검과 동수를 이루다니. 이 정도면, 지금 당장 내 뒤를 이어도 되겠구나.”
진심으로 감탄하는 말투다.
아무리 극한까지 몰아붙였다곤 하나, 이토록 빨리 천마신공을 습득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무지체라 불린 자신조차 십 년 이상이 걸려서야 5성에 이르렀거늘…….
‘무림에 있었으면, 무림일통도 가능한 괴물이 되었겠구나.’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제자는 고작 그런 거에 머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층계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세력에도 얽매이지 않고 위로 올라갈 것이다.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곳을 향해서.
“모두 천마께서 잘 지도해 주신 덕분이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목숨이 한 100개는 사라진 기분입니다.”
팔 다리, 안 쑤신 데가 없다.
목은 제대로 달려 있는지 3번이나 확인해야 했었고.
“우리가 조금 격하게 어울리긴 했지. 그래도 제법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시간을 보낼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네요.”
이 말은 진심이다.
지금까지 시련의 탑에서 온갖 미친 일들을 다 해왔었지만.
단연코 지금 보낸 1달이 가장 바쁘게 보냈던 것 같다.
‘이 정도면……기대 이상의 성과야.’
벌써부터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는 기분이랄까?
진혁은 몸속에서 고요하게 맴도는 마력을 기분 좋게 느꼈다.
“그래. 강해지고 또 강해졌지. 어지간한 범인은 감히 쳐다도 보지 못할 만큼. 그리고 세상에 날고기는 강자들 역시 우러러 볼 만큼. 너는 강해졌다.”
하지만.
“두렵진 않느냐? 이렇게 강해져도 이길 수 없는 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천마의 음성이 묘하게 복잡해졌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잘 알고 있다.
슈브 니구라스.
단순히 현현한 것만으로도 천마를 사경으로 몰아붙인 초월적 존재.
탑의 위로 간다면, 그런 상식 이상의 괴물과도 마주치게 될 터.
천마는 그것이 괜찮겠느냐 묻는 것이다.
‘두렵다라…….’
하긴, 그랬던 적도 있었지.
상식을 초월하는 적 앞에서 전율하며, 꼼짝도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그런 뉴비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게다가 아무리 가상의 게임이 아닌 현실이 됐다고 해서, 그 경험과 감각까지 없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진혁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괜한 걸 물었구나.”
그 미소를 보며 천마는 확신했다.
설령, 그 어떠한 괴물을 마주한다고 한들, 진혁은 결코 두려움 따윌 느끼지 않을 거란 것을.
그걸로 됐다.
더 이상의 문답은 의미가 없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지치고 힘들땐 언제든 무림에 찾아 오거라. 우호법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니, 본좌 역시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
천마가 나지막이 작별을 고했다.
***
파치칙!
허수 공간이 무너지면서 진혁이 밖으로 나왔다.
“후우…….”
미궁 안의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빨려들어 왔다.
하도 저 안에서 목숨을 걸고 치고받아서 그런가?
미궁의 우울한 분위기마저도 반갑게 느껴졌다.
“결계 안에서 수련 중이었던 거냐?”
가장 먼저 맞아준 건 천유성이었다.
류화의 칼끝에 실린 요기가 몇 배는 짙어진 걸 보니, 그 사이에 몇 단계는 더 성장했다 보네.
“응. 뭐, 이것저것 좀 했었어. 그나저나 우리 검성이도 오랜 만에 보니 되게 반갑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몇 시간 만에 보는 거면서 무슨 몇 년은 안 본 것처럼……젠장. 치근덕대지 마라. 역겨우니까.”
“하여간, 너는 뭔 사람이 그렇게 얼음장 같냐 항상? 정을 주려야 줄 수가 없어요. 어휴.”
“헛소리하지 말고, 이번 미궁만 공략하면 목이나 빼 놓고 기다려라. 내가 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면 놀라 자빠질 거다.”
천유성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요즘 일대일이 뜸해서 혼쭐을 더 내 줬더니, 그새 기가 편 모양이다.
“아이고……무서워라. 아무렴, 검성 나으리께서 진심으로 나서신다면, 제 목숨 따위야 파리 목숨이 되겠죠.”
“젠장. 됐다. 난 수련이나 더 할 테니, 보스한테 갈 때가 되면 불러라.”
“예예. 살펴 가십쇼.”
대충 한 귀로 흘려 넘긴 진혁이 이번엔 수리부엉에게 향했다.
그런데.
“…….너.”
진혁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수리부엉이의 오른팔이 이전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영자라고 해도, 이 정도 능력을 사용하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거든. 너무 신경쓰지 마라.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몸이 가루가 되어 무너지고 있다.
허수 공간을 사용한 덕에, 그 페널티로 스스로의 생명을 갉아먹은 것이다.
파스슥.
어깻죽지를 따라 흩어지는 가루.
심지어 그 여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었다.
“……몇 분이나 남은 건데?”
“5분 남짓이다. 서둘러 돌아가지 않으면, 오른팔을 잃는 걸로 끝나지 않겠지.”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
“미궁의 마지막까지 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정말……몰라보게 달라졌군.”
수리부엉이가 진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가면에 가려 속 안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으나, 어떤 눈빛인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너라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뤄 줄 수 있겠지. 네가 바라는 목적 역시도 이룰 수 있을 테고.”
“그래, 탑의 정상에서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할게. 그때가 되면, 가면 정도는 벗고 이야기하자고. 칙칙하게 정체나 숨기면서 말하지 말고.”
“물론이다.”
수리부엉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또 하나, 탑의 정상을 봐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수리부엉이가 떠나자, 진혁과 천유성은 한 단계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저항석을 손에 넣은 데다, 수련까지 끝마쳤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 이유 따윈 없었다.
“키에에에!”
“케에에!”
개미굴처럼 깔린 어두운 통로를 따라, 곰치를 닮은 대형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물론, 날카로운 이빨로 먹잇감을 씹어 먹겠다는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녹색 빛을 머금은 류화가 곰치들의 머리통을 통째로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서걱!
좌수검을 완벽하게 숙달하기엔 기간이 너무 짧다.
허나, 재능충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천유성은 이미 물이 오른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훗! 어떠냐? 이게 내 검이다.”
“또. 또 방심한다. 그런 놈들 백날 잡았다고 어깨에 힘 넣지 말고 집중해. 이제부터가 진짜니까.”
진혁이 곰치들의 서식이 앞쪽을 가리켰다.
바닥을 따라 새겨진 각기 다른 문양.
마법과 결계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는 다리였다.
“거주자들이 몇 번이고 고배를 마셨다는 그곳인가?”
“그래. 함정 종류만 해도 두 자릿수가 넘어. 저항석으로 가장 까다로운 건 대비했지만, 그래도 우습게 볼 건 아니야. 봐. 이런 식으로.”
저벅.
진혁의 오른발이 움직임과 동시에.
쿠쿠쿠쿵!
콰콰콰콰!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불의 저항석이 화염을 흡수합니다!]치이이익!
진혁의 주위로 붉은 화염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하늘에서 떨어진 불벼락을 모조리 흡수해버렸다.
하지만, 동시에.
푹! 부웅!
사방에서 다른 종류의 함정들이 동시에 발동됐다.
독침, 쇠뇌, 화살까지.
카카카캉!
진혁이 바너드를 휘두르자, 날붙이들이 반으로 쪼개졌다.
끼기긱…….
함정이 끝난 게 아니다. 격철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번엔 다리 아래쪽에서 거대한 검을 든 팔이 솟구쳤다.
수백 미터가 넘는 천장에 닿을 듯, 높게 솟구친 팔이 그대로 아래로 향했다.
콰아앙!
다리 전체가 절단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일격이다.
그러나 진혁은 이번에도 한 걸음 뒤로 움직여 그 공격을 피했다.
바로 코앞에 칼날로 된 커다란 벽이 만들어졌다.
“뭐, 대충 이런 식이야. 앞으로 가면 종륟 더 다양해지지.”
“보고 대응해도 크게 어려운 수준은 아니군. 그래도 네 말대로 성가시긴 하겠어. 이곳에서 무턱대고 마력을 낭비하다간 보스한테 고전할 테니.”
“맞아. 그러니 우리 마력은 보존하면서 함정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는 거냐?”
“응”
진혁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싹하고.
천유성의 등줄기를 따라 오한이 일어났다.
이런 종류의 웃음을 지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동안 몸으로 경험해왔다.
“설마, 날 미끼로 쓰겠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야.”
사실, 그러려고 했다.
좌수검만 익히지 않았어도 그걸 미끼삼아 미궁용 모르모트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아쉽게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한 트럭 정도 생겼다는 점이다.
“잠깐, 다들 나와 봐. 첫 번째 임무를 줄 테니까.”
우우웅!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되며, 틈 사이로 작은 크기의 살라맨더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불렀어, 주인?”
살라맨더가 가슴을 부풀렸다.
동족 부하들을 잔뜩 부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이전과는 달리 아주 정령왕이라도 된 듯한 허세가 물씬 느껴진다.
기가 막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진혁은 대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를 자아냈다.
“우리 귀여운 불도마뱀. 저기……저어기 다리 끝 보이지?
“보인다. 주인.”
“거기까지 좀 가 봐.”
“응? 저기를? 왜?”
살라맨더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별거 아니야. 그냥 가기만 하면 돼. 내가 다리가 좀 안 좋아서…….그것만 하면 바로 따뜻한 모닥불이 있는 아공간으로 돌려보내줄게.”
“모……닥불이라고?”
“8층에 있는 적색 통나무를 땐 모닥불이야. 아주 그냥 밥도둑이지.”
향이 그윽하고 순도 높은 불이 나기로 유명한, 살라맨더들에게 있어 최고의 별식이다.
꿀꺽!
목구멍을 따라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알겠어. 바로 간다. 주인. 약속 꼭 지켜. 꼭!”
도도도도…….
살라맨더가 네 발 걸음으로 다리를 달려갔다..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는 채로.
퍼어엉!
“캬오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공을 향해 빙그르르 날아간 살라맨더가 그대로 하늘의 별이 되어 버렸다.
“흐음, 함정 5개를 해체한 건가?”
지뢰형 탐정을 피하게 됐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다.
진혁의 시선이 나머지 정령수들에게 향헸다.
“다음 지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