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여포 봉선(呂布, 奉先) (2)
——————————————————
이름: 여포 봉선(呂布, 奉先)
성별: 남
나이: 미상
레벨: 212
힘 155 민첩 113 체력 120 마력 30 승마술 203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창술사
고유 능력: 적토승마(赤兎乘馬)
스킬: ‘방천화극’ Lv29, ‘강인한 체력’ Lv28, ‘광폭화’ Lv27, ‘배신의 창’ Lv27.
——————————————————
[복사 조건: 양아버지를 베어버릴 만큼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성품. 그럼에도 삼국지 내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무력, 여포는 생존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겸비한 무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는데, 역사를 참고하여 상대의 약점에 기반한 함정을 준비하십시오. 그렇게 상대의 평정심을 깰 경우 대상이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적토승마(赤兎乘馬).
승마계열 능력 중 최상위에 랭크된 고유 능력이다.
창술이야 이미 익숙하니 그다지 필요하진 않지만, 적토승마만큼은 여러 의미에서 꼭 손에 넣고 싶은 능력이었다.
복사 조건을 읽던 진혁이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여포하면 그거지.’
다른 건 몰라도 여포의 능력을 복사하는 조건은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때를 대비해 이곳에 오기 전 코인 거래소에서 회심의 아이템을 준비해 뒀으니까.
이제 모든 무대는 다 갖춰졌다.
“잔챙이는 필요 없어.”
까딱까딱.
진혁의 도발이 여포에게 향했다.
아까보다도 공기가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재밌구나! 화웅을 죽였을 때만 해도 확신이 없었는데, 그 힘! 그래. 그 저주 받은 걸 익힌 놈이었군.”
조금 전까지 냉철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대신 광기에 젖은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것이 진정한 모습이라고 말하듯, 여포의 몸에서 살벌한 투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이놈은 내 먹이다. 너희들은 나머지 한 놈을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저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즐겨주십시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던 고순이 친위대를 이끌고 천유성에게 향했다.
저걸 그대로 보냈다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
다른 때였으면, 저 거머리 녀석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번 복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천유성이란 존재가 필요했다.
절대 죽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큭!”
진혁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콰앙!
“……!?”
진혁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여포가 방천극을 휘둘러 길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한 눈 팔지 말거라. 보아하니, 그 능력도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여유 부리다간 토막이 날 거다.”
“……? 천마신공을 쓰는 사람과 싸워 본 적이 있나 보네?”
“옛날에 한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었지.”
카가가각!
바너드와 방천극이 맞부딪치며, 불꽃이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백척간두의 교착.
진혁의 몸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
콰앙!
옆구리를 노린 공격이 창대에 막혔다.
동시에 여포가 방천극을 3갈래로 휘둘렀다.
지면이 걸레짝처럼 갈라졌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지만, 무게 중심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완벽하게 공수를 겸비한 여포의 무용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2성 공력으로는 떨쳐내는 것도 만만치 않겠어.’
그렇다면…….진혁이 아공간을 개방했다.
“응. 명령을 내려 줘.”
푸른 머리카락에 한 쌍의 짧은 창을 가진 소녀가 나타났다.
“프레이. 저기 저 녀석을 좀 도와서 잔챙이들을 정리해 줘. 성가신 놈들은 유성이가 상대할 테니, 넌 자잘한 녀석들만 맡아주면 돼.”
“전부 정리…… 어렵지 않은 일이야. 승산은 99.85%로 확인 돼.”
“그리고. 가서 저 녀석에게 꼭 아공간 인벤토리 확인하라고 해. 선물을 보내 놨으니까. 이 쪽지를 건네주는 것도 잊지 말고. 혹시, 거부하거나 하면 ‘동영상’이라고 말해. 그럼, 얌전해질 거야.”
“응. 그렇게 전할게.”
고개를 끄덕인 프레이가 곧장 천유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냐? 이 계집애는?”
“건방진……! 전장을 대체 뭐라고 아는…… 커억?”
가녀린 몸의 프레이를 우습게보던 함진영의 병사들은 곧 지옥을 경험하게 됐다.
안으로 파고든 프레이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던 것이다.
퍼퍽!
푹!
단창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찔렀다.
방패로 급소를 가리고 창과 검으로 반격을 한들, 프레이의 그림자를 쫓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순식간에 스무 명이 넘는 병사들이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럼에도 프레이의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탓. 탓……!
족제비처럼 날래게 몸을 놀리며, 적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목에 바람구멍이 생긴 부관 한 명이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졌다.
부관이 이끌던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다가 전멸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호문……쿨루스.”
여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저 개체가 이런 곳에…… 아니, 어떻게 일개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갈 수가 있는 거죠?”
셰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좋아.
저쪽은 프레이면 충분할 것 같고…….
이제는 이 미궁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시간이다.
저벅.
진혁이 여포의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래. 아무래도 너와 내가 직접 승부를 가려야 할 것 같구나.”
여포 역시 방천극을 잡은 채 앞으로 나섰다.
***
콰앙!
방천극과 바너드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상식적이라면, 성유물화되어 수백 킬로가 넘게 나가는 방천극과 작디작은 단검이 상대가 될 리 만무하다.
스치기라도 했다간 그대로 박살이 나야 정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평범한 전투였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은 평범함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콰앙!
기껏해야 180cm 남짓한 진혁이 3.5m가 넘는 거구의 여포를 밀어붙이는 건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콰앙!
우측 측면에서 날아온 단검을 간신히 쳐낸 여포가 이번엔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발차기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10m 가까이 튕겨나간 몸.
여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으로 크게 도약했다.
콰아앙!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대체…… 대체 무어란 말이냐 이 괴물은?’
전투가 계속될수록 여포는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걸 느꼈다.
쾅! 콰앙! 카카카캉!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공방전.
버겁다. 한 합 한 합 받아내는 게.
‘예전에는 이렇게 강한 무공이 아니었다. 이 정도는 절대 아니었어……!’
과거, 천마신공이라 불렸던 것과 싸운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이것과는 다르다.
“당황하는 걸 보니까. 어디서 어설프게 수련을 한 가짜와 싸우고 온 모양인데. 다시는 어디 가서 천마신공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마.”
어차피 그럴 기회도 없을 거다.
오늘 이곳에서, 평생 다른 이들의 뒤통수를 치다가 비참하게 죽었던 역사가 되풀이될 테니.
“내가 네놈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건 사실이다만, 나 역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인 건 아니다. 그러니, 그 오만한 미소를 지우거라. 입술 채로 썰어버리고 싶어지니까.”
여포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동시에.
파츠츠……!
붉은 스파크와 함께. 여포의 옆으로 거대한 말이 나타났다.
여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적토마다.
꿀꺽꿀꺽!
여포가 품에 지니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꺼내 마개를 열고 안에 있던 내용물을 들이켰다.
은색 물줄기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달의 샘물’을 마셨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300%만큼 상승합니다!] [여포가 고유 능력 ‘적토승마(赤兎乘馬)’를 발동합니다!] [영웅의 특성화로 인해 ‘페이즈 2’가 시작됩니다!]연거푸 나타나는 붉은색 상태창.
방천화극을 다루는 여포는 수만의 병사보다 무섭다.
하지만,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와 함께하는 여포는 무적이다.
저릿저릿!
진혁의 피부를 타고 묵직한 마력이 전해졌다.
숨겨져 있는 태양의 샘물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달의 샘물 또한 사기적이라 할 수 있는 효과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신 자의 마력과 체력을 갉아먹는 대신, 단시간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다.
과연…….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 이건가.
콰앙!
여포의 신형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진혁의 뒤를 잡은 여포가 방천극을 높게 치켜들었다.
부우웅!
진혁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빗겨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건 무자비한 찌르기였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점을 향한 수십 개의 창이 몰아쳤다.
“히이잉!”
적토마가 거칠게 날뛰며, 창의 궤도를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야 겨우 따라잡아 볼 만해졌군.”
여포가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창을 놀렸다.
말의 기동성과 높은 타점에서 노려오는 공격은 확실히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되면 점점 더 빈사상태로 몰아붙이는 게 힘들어지는데…….
능력 복사를 하려면 조금 한계에 도달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2성 이상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무리를 하더라도 철저하게 찍어 눌러야 한다.
화르륵!
바너드에 실린 검강이 더욱 짙어졌다.
“참고로…… 나도 지금까지 제대로 한 건 아니었어.”
‘천마신공(天魔神功)’ 제3식(第三式).
3식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알려진 천마의 독문절기.
체내에 보유한 마력을 폭발시켜 일순간 천지를 가르는 심검을 재현한다.
‘천화일소(天花溢素)’
하얗게 물든 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
……위험하다!
여포의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를 보냈다.
피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서걱!
적토마의 목덜미에서 긴 핏줄기가 뿜어졌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베이는 게 아니라, 말의 목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히이이잉!”
“이런 애송이 놈이……!”
격노한 여포가 모든 힘을 쥐어짜냈다.
방천극을 따라 붉은 마력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두두두두두!
말의 속도와 무게를 실은 일격.
그것을 시작으로.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모두 물러서라!”
“마, 말려들었다간 다 죽는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싸움이…….”
멀찍이서 지켜보던 이들이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넋 놓고 구경하다 저런 폭풍에 발을 디딘다면, 그대로 찢겨 죽게 될 거다.
콰콰콰콰콰콰!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절초.
들리는 거라곤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아……하아…….”
“헉. 헉.……컥. 쿨럭…….”
기나긴 접전이 끝났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공격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한 탓에, 체력이 소모되는 시간도 훨씬 빨랐다.
여포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바로……
.……지금이다.
진혁이 준비해 뒀던 신호를 보냈다.
사박.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전장에 은은한 꽃향이 맴돌았다.
칠흑같이 매끄러운 흑발에 동양적인 미.
마치, 한 송이 꽃을 따 온 것만 같다.
너무나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소패성 내부가 적막에 잠겼다.
“아…….”
여포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 특유의 체취와 외형.
틀림없다.
생전에도 그토록 빠져들었고. 시련의 탑에 와서도 줄곧 찾고 또 찾던 그녀다.
“아아…….”
카앙!
여포가 방천극을 떨어뜨렸다.
떨리는 손이 멍하니 앞으로 향했다.
굳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음에도, 모든 걸 걷어차고 이 미궁에 틀어박힌 이유.
그것은 전부 ‘초선’을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는 하스팅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화려하게 꾸며진 하얀 옷을 입은 초선이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죽여 버린다. 강진혁. 다른 건 몰라도 너만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초선, 아니 천유성이 죽일 듯이 진혁을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