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얽히고설킨 실타래 (1)
‘태양의 샘물’은 본래 위그드라실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아이템 중 하나이다.
하지만.
‘50층의 존재들이 그런 이유 때문에 셰리를 시켜 이곳까지 오게 했을 리는 없겠지.’
그들의 입장에서 아스가르드를 지키거나, 혹은 태양의 샘물을 빌미로 그들과 거래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이유 때문에 태양의 샘물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거였나.’
진혁이 조용히 생각을 곱씹었다.
조건형 변칙 퀘스트 ‘아포칼립스’.
본래 40층대에 돌입해야지만 발생하는 이벤트지만, 그 조건이 대폭 변경되었다.
‘하긴, 예전에는 내가 이 정도로 놈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무얼 하든, 하는 족족 훼방을 해대니 당연히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밖에.
어쨌든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곧 있으면 토르, 로키와 약속했던 데드라인이 다가온다.
거기에, 올림포스 측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으니 더욱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스윽…….
무게 중심이 살짝 앞으로 향했다.
바너드를 역수로 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어디, 오랜 만에 제대로 놀아볼까?
콰앙!
보법과 신법의 끝이라 불리는 천마군림보.
그것도 무려 5성 공력을 사용해 펼쳤다.
여포와 싸웠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풍이 성 내부를 가로질렀다.
하지만.
카아앙!
등 뒤에서의 기습을 셰리가 받아냈다.
“아직도…… 전력을 다 했던 게 아니라니 정말로 놀랍군.”
[셰리가 고유 능력 ‘헥사의 검’을 발동합니다!]우드 엘프 종족 중에서도 매우 극소수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힘.
상극의 속성에 대해서 비약적으로 저항력을 올리는 능력이다.
‘그래. 이 엘프가 성가신 게 바로 저것 때문이었지.’
암속성이나, 천마신공 같은 능력을 상대할 경우. 셰리 본인의 능력치가 몇 배는 대폭 상승한다.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를수록 본인도 그에 걸맞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본적인 신체 스펙까지 뛰어났으니 그야말로 까다롭다는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카앙!
특유의 경쾌함에 속도가 실린 일격.
셰리가 잔상에 잔상을 남기며, 진혁을 압박했다.
“네가 강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강자들이 네 앞에서 죽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셰리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진혁의 뒤를 잡았다.
“하지만, 내 능력은 그런 강자를 잡는 데 특화되어 있다.”
‘검의 무덤’이나 ‘천마신공’을 주력으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상황이 불리해지는 모순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특유의 장점을 버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고 싸우는 셈.
‘어느 쪽이든 내가 유리하다. 무엇보다 이 싸움은 승리가 아닌 시간을 끌기만 해도 돼.’
이미, 올림포스 측에 정보를 풀었다.
아스가르드와 손을 잡은 진혁이 이곳에 와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결국, 머지않아 올림포스와 연이 닿아 있는 휘하의 거주자들과 랭커들이 이곳에 들이닥치게 될 것이다.
츳…… 탓!
셰리의 눈동자가 옆으로 향했다.
아무리 헥사검을 발동시켰다고 한들, 역시 상대는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괜히 위에 분들이 경계를 하는 게 아니다.
잠깐 사이에 두 번 정도 시야에서 진혁을 놓쳤으니까.
빠르다.
……하지만.
부웅!
붉은 단검이 동선을 예측하듯, 따라갔다.
회전한 두 개의 적색 단검이 사선으로 교차했다.
움찔하고.
진혁이 가던 방향을 급격히 틀어 거리를 벌렸다.
“추적 효과가 붙어 있는 건가?”
“그래. 어지간한 움직임은 모조리 잡아낼 수 있지.”
“과연, 레드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검답네. 헤츨링이라고 해도 말이야.”
진혁의 반응에, 셰리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이쯤 되면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정말이지. 모르는 게 없군. 너… 정말 플레이어 맞긴 한 거냐? 숨어 있는 관리자 이런 게 아니고?”
“그런 말을 꽤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 하지만, 관리자는 아니야.”
진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한 가지만 물어보자.”
진혁이 태연하게 질문을 유도했다.
계속해서 궁금했던 게 있었다.
고고하기로 유명한 우드 엘프가 어째서 관리자의 명예를 저버리고 50층의 밑으로 들어갔는지.
그렇게 해서 이루고 싶은 소원이 대체 무엇인지를.
“탑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냐? 아니면 개인적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놈들이 뭘 약속했길래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거지?”
“싸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걸 궁금해 하는구나.”
“많은 상관이 있을 수도 있지. 너희 종족의 역사를 내가 알고 있으니까.”
“……! 다시 한 번 그 말을 입에 담았다간…….”
“왜? 그 칼로 날 죽이기라도 하려고? 흠…… 근데, 가능할까, 네 실력으로?”
“그거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지.”
셰리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 나왔다.
슉!
신형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진혁이 바너드를 거칠게 휘둘렀다.
카앙!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네.’
……속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
카카캉!
아니, 두 단계 정도 올라간 건가.
이제는 지면에 스치는 바람으로 위치를 예측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팟!
빠른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바람의 영역’으로 속도를 더욱 올리고. ‘니힐리즘’으로 상대의 능력을 억제한다.
진혁과 셰리가 미친 듯 움직이며, 허공에서 격돌했다.
진혁과 셰리가 미친 듯 움직이며, 허공에서 격돌했다.
다른 이들의 눈엔 그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한 합, 두 합. 그리고 일흔두 합.
1분도 안 되는 사이 무수히 많은 절초가 오고갔다.
“큭!”
셰리가 혀를 찼다.
어깨를 스치며 생긴 상처에서 긴 핏줄기가 뿜어졌다.
이걸로 벌써 5번째 생긴 상처.
아무리 속도를 올리고 페인트를 섞은 검술을 구사한들, 상대에게 모조리 간파당하고 있었다.
“빠르고 날카롭긴 한데, 실전 경험이 좀 부족하네.”
“감히. 고작해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내게 경험을 논해?”
셰리가 열이 뻗쳐 더욱 거세게 단검을 휘둘렀다.
목, 가슴. 배.
보이는 족족 찔러온다.
물론, 흥분한 상태에서 해오는 공격은 더욱 읽기가 쉽다.
카가가각!
진혁이 바너드의 칼날 빗면을 이용해 날아오는 칼을 전부 흘려보냈다.
“경험이 많다는 건 단순히 횟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야.”
강자와의 대결, 수없이 많은 좌절과 절망, 죽을 고비를 넘겨야지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
그리고 그 모든 걸 넘어. 그 과정들을 가학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그걸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순순히 포기하고 손에 쥐고 있는 거 넘겨.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 있어.”
“내 검을 내놓으란 말이냐?”
“좋은 무기는 다다익선이거든. 죽여서 뺏을 수도 있지만 중급 관리자 중에 제법 친한 분이 있어서 말이야.”
레드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검은 꽤 탐이 난다.
이미 오른손에 바너드를 쥐고 있으니, 둘 다는 필요 없지만,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을 테고.
“난 같은 제안을 두 번 하진 않아.”
다시 말해 이건 마지막으로 베푸는 자비다.
***
꿀꺽….
목구멍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간다.
‘아버지가 예의 주시하라고 하셨는데, 이런 의미였어.’
반투명화한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올림포스의 신격 중 하나.
헤르메스였다.
셰리를 통해 아스가르드의 꿍꿍이를 전해들은 뒤로,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상황이 예상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일개 플레이어가 어지간한 영웅들보다 강하다는 중급 관리자 셰리를 일방적으로 박살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소문만 무성해서 과장된 부분이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확실히 알겠다.
소문은 조금도 과장된 게 아니다.
오히려 이 매력적인 플레이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축소한 거지.
‘저런 괴물이 뭐가 아쉬워서 다 죽어가는 세력과 손을 잡은 걸까….’
헤르메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선 자신들의 사도로 삼고 싶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데….’
저 정도 플레이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아스가르드를 마무리 짓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질 게 틀림없었다.
바로 그때.
“이건…?”
우우웅!
소패성 내부에 푸른 게이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지를 초월한 막강한 마력의 향연.
바로, 올림포스의 선발대가 도착한 것이다.
“아쉽지만 이걸로 끝났군. 유일한 희망은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마무리 짓는 거였으니.”
헤르메스가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제우스에겐 지금까지의 일만 보고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서둘러 오딘 추적에 나서야지. 더 이상 허탕만 쳤다간 모든 신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 거야.’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싸움보단, 더욱 급한 일이 있었다.
하늘을 날게 해주는 신발이 부드럽게 허공을 가로 질렀다.
***
쿠웅!
철컹!
화려한 갑주로 무장한 전사들이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후후후! 그러게 말했잖아. 시간은 내 편이라고.”
셰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광소를 터뜨렸다.
아등바등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게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중간 관리자님.”
선발대를 대표해 온 얄쌍한 외모의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여포와 마찬가지로 영웅 등급에 위치한 ‘테세우스’였다.
“너무 늦지 않게 오셨군요.”
“예. 빠르게 알려주신 덕분에 딱 맞춰 올 수 있었습니다.”
테세우스가 힐끗 다른 쪽을 바라봤다.
천유성과 여포의 대결은 이미, 천유성 쪽으로 승부가 기울고 있었지만….
아주 잠시뿐일 것이다.
올림포스의 선발대가 합류한다면 그 균형은 금세 무너지고 말 테니까.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저 인간만 처리하면 되겠군요.”
“맞습니다. 탑의 균형을 방해하는 인물이니 반드시 생포해 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 저희 관리자들 이상의 정보를 얻게 되었는지. 그걸 알아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테세우스가 검과 방패를 치켜세웠다.
[오르페우스의 ‘리라’가 발동됩니다!] [광역 힐링이 펼쳐집니다!] [지금부터 올림포스와 동맹 관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초당 +10만큼의 체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지속 시간: 0h:4m:59s]쏴아아아….
셰리의 몸에 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간 관리자와 영웅. 그리고 30명에 이르는 정예 병사들과 포획에 특화된 최상급 성유물들까지.
이걸로 전황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미 한 차례 치열하게 전투를 펼친 진혁과 수세에 몰린 천유성으로선 이 상황을 역전시킬 방도 따윈 없을 것이다.
프레이 역시 강하긴 했지만, 기백의 병사들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였으니까.결국 시간문제일 뿐.
결국 시간문제일 뿐.
진혁의 패배는 결정되었다.
그게 상식이고 그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믿었건만.
진혁의 얼굴에선 여전히 여유가 흘러 넘쳤다.
포기한 게 아니다.
이 정도 병력을 상대로 이길 생각은 더더욱 아니고.
“뭐냐? 설마, 절망에 정신줄을 놔 버리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사실, 나도 이곳에 혼자 온 게 아니거든.”
[게이트가 개방됩니다!]반대편 허공에 나타난 황금색 게이트.
달을 닮은 특유의 문장들이 어지럽게 드러났다.
저 문양은….
테세우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전쟁에서 수없이 자신들을 골탕 먹인 그 신격의 트레이드마크인데.
“헤임…달.”
우우웅!
그 말과 함께 게이트가 완전히 개방되었다.
“이번엔 내가 계약자를 구해줄 차례야!”
모습을 드러낸 건, 에덴으로 떠났던 아타락시아의 혈족과 엘리스.
“크하하하! 드디어 한 방 되갚아줄 때가 왔군!”
그리고 아스가르드에 소속되어 있는 거인들과 신격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