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1층의 테마파크 (1)
1층 이벤트 지역에 존재하는 이벤트 존은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일종의 거대한 놀이공원처럼 말이다.
때문에 이곳은 유원지로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BJ ‘몰랑이’예요!”
여리여리한 체구의 소녀와 근육질 남성.
요즘 한창 한국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명의 BJ였다.
몰랑이와 몬스터가슴살은 구독자 수만 해도 각각 150만, 200만을 달리는 거물급으로 이번 이벤트를 위해 벌써 몇 주간 공을 잔뜩 들인 상태였다.
-deux: 헬하 헬하. 거기에 몰랑이도 어서 오고.
-SeMuru: 와. 진짜 두 사람이 합방하는 거 레전드네.
-주왕이: 이번 년 1층 테마파크 이벤트 보상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니, 찐이었나 봄.
-래서판다: 둘이 합방하는 거 말고도 더 쩌는 거 준비했다고 하던데. 뭐임 그건?
폭주하는 댓글창.
예상했던 것처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이 시작된 지 5분도 안 되어서 벌써 1000명이 넘게 모여 들었으니까.
특히, 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는 생방송 시스템에 대한 제약이 풀리는 탓에, 유명 BJ들은 물론 길드 차원에서도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꺄아. 모두 반가워요 여러분! 저희가 사전에 공지 드린 것처럼 놀랄 만한 소식이 하나 있어요! 그쵸? 슴살 오빠?”
“맞아. 어렵게 귀한 게스트를 섭외했지.”
몰랑이와 몬스터가슴살이 자신 있게 옆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가는 방향을 따라 카메라의 각도 또한 달라졌다.
그러자, 근사한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게스트로 온 오지원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려요.”
-아몬드넥스트레블: 와. ㅁㅊ. 오지원이다.
-연hee: 한국자동차 오지원? 오늘 아침 기사에서 길드 만들었다고 했는데, 당사자가 바로 등판한다고?
-미카엘: ㅇㅇ. 머기업도 본격적으로 탑 공략에 참여할 거라더니. 진짜였네.
-지은이: 뉴스에서만 봤었는데, 신기하다 ㄹㅇ.
지금까지 길드들은 주로 과거의 인맥을 활용했다.
함께 시련의 탑을 플레이했던 기억을 토대로 삼아 다시 한 번 뭉치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이후,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든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든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이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번 레이드 이후 급속도로 쇠락하기 시작한 단군 길드 대신,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새로이 떠오르는 샛별.
‘적아(赤牙)’.
붉은 어금니란 별칭답게, 거슬리는 건 모조리 뜯어먹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수장을 맡게 된 게 다름 아닌 오강원 회장의 셋째 아들. ‘오지원’이었다.
한창 오지원과 적아 길드에 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몰랑이가 슬쩍 눈치를 줬다.
“아, 언니 오빠들! 죄송하지만 우선 첫 생방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지금? 아… 오케이, 오케이. 그럼, 잠시 쉰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몬스터가슴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딱 적절하게 끊을 타이밍이다.
두 사람이 아우성치는 시청자들을 달래며 방송을 종료했다.
“휴우.”
“고생했어. 이제 조금 있다가 이벤트 할 때 다시 켜면 실검 1위 오르는 것도 문제없을 거야.”
정말로 어렵게 잡은 황금 동아줄.
이걸 잘 잡고 올라간다면 꿈의 영역인 1천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그뿐이랴?
향후 거대 길드의 대외 얼굴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성사시키기 위해선….
역시나 저쪽에 있는 인물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게 우선이겠지.
자신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납작 엎드려 기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저… 오지원 님? 어떻게, 방송은 좀 괜찮으신 것 같으세요? 뭔가 불편하신 점이 있다거나….”
몰랑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소 재벌이라고 하면 그저 뉴스에서나 봤을 법한 먼 이야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두 분과는 당분간 한 배를 타게 된 사이니까요.”
“아… 예. 하하.”
“정말 영광이에요. 한국 자동차 스폰을 받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만큼 저희 기업에서도 시련의 탑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자원과 보물들.
리스크가 매우 높기에 지금까지는 간접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관망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아예 자체 길드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탑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일에 실수 따위는 있어선 안 됩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 뒀으니 우려할 만한 일도 없을 테지만요.”
단군과 싸울아비 그리고 발해 등 굵직한 대형 길드들마저 이번 이벤트에서 발을 뺀 상황.
감히 적아의 데뷔전을 방해할 만큼 간이 큰 세력은 없었다.
그런데.
“음? 저 사람은….”
오지원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환하게 웃고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인물이.
***
콰득!
“으아아악! 놔. 제발… 그만 물고 놓으란 말이… 아악!”
귀엽게 생긴 털뭉치에게 손을 물린 천유성이 비명을 질렀다.
정확히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물어버리는 특성상, 이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연신 비명과 고함소리가 난무하는 중이었다.
“캬오오!”
“그르르….”
작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는 몬스터들.
아무리 아기자기하다고 하더라도 물리면 눈물이 찔끔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딱 한 명.
모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모든 털뭉치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갸르릉.”
“골골골.”
핑크빛 배를 뒤집은 채 기분 좋은 소리로 그릉댄다.
‘멘트라 테이밍’을 배운 진혁에게 있어 각 몬스터들이 원하는 먹이를 고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젠장. 대체 어떻게 하면 안 물리고 먹이를 줄 수 있는 거냐?”
손에 이빨 자국이 잔뜩 난 천유성이 입을 열었다.
“에휴. 하여간 넌 무식하게 맨날 검만 휘둘러대니까 그렇지. 딱 보면 감이 안 와? 진심어린 애정과 사랑으로 대하면….”
스릉!
목덜미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
요기를 머금은 검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가 아니라. 얘네들이 그냥 먹이를 주면 싫어하고 꼭 목덜미에서 살짝 아래에 움푹 파인 곳을 만져주면서 먹여야 좋아하거든. 새끼 때 어미가 그런 식으로 먹이를 먹이는 게 본능적으로 남아 있는 거지.”
“과연, 그런 거였군.”
천유성이 즉시 진혁에게 배운 걸 따라했다.
그런데.
“캬오오오!”
“샤아아아!”
콱!
콰득!
“끄아아악!”
수십 마리의 털뭉치들이 극도로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아… 목덜미가 아니라 머리 쪽이라는 걸 깜빡 실수해서 반대로 말했네.”
사실, 목덜미를 만지는 건 털뭉치들에게 있어 사생결단을 내자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이… 개자식아!”
“미안.”
[플레이어 천유성 공적치 0점 – 탈락입니다.]‘이제 좀 조용해지겠네’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천유성이 사라지자, 이번엔 옆에 있던 엘리스가 진혁의 소매 끝을 잡아당겼다.
“짐은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좀 받고 싶다. 빨리 어떤 걸 해야 하는 것이냐?”
“하몽 토끼구나. 음 얘들은 이 풀들을 섞어서 주면 좋아해. 자 봐. 이렇게.”
진혁이 서로 다른 종류의 마른 풀들을 조합해 엘리스에게 건네줬다.
“오오오!”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오물오물.
하몽 토끼들이 작은 입이 연신 움직이며 한 뭉텅이 풀을 맛있게 먹었다.
“끼이잉….”
“끙끙.”
먹이 냄새를 맡은 아기 토끼들이 순식간에 엘리스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
“귀엽…구나.”
엘리스가 따사로운 눈빛으로 무릎 위에 올라앉은 하몽 토끼를 쓰다듬었다.
‘뭐,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모처럼 엘리스가 웃는 걸 보니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여도 1위: 플레이어 강진혁] [기여도 2위: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이벤트 지역 프리패스권과 각종 취사 + 식량 등을 보상으로 획득하셨습니다. 자세한 세부 내용은 각 개인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제한 시간이 종료됐을 때 기여도를 인정받은 건 단 두 명뿐이었다.
***
‘고인물 코퍼레이션 하반기 주주총회’.
피처럼 붉은 글자로 쓰인 텐트 앞에선 진혁이 한창 사원들을 닦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이벤트에 필요한 기간은 약 3일.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3일간 잘 먹고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푹신한 간이침대도 필요하고. 불을 지필 수 있게 숯과 나무들도 구해놔야 한다. 그 외에도 준비할 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자자, 우리 놀러 온 거 아니잖아? 다들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아니, 우리 놀러 온 거 아니었어?”
엘리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껏 차려입은 드레스에는 어느새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어허! 회사 워크샵 겸 주주총회를 놀이로 보다니. 내가 예전에 한창 일할 때만 해도 이런 마인드는 상상도 못 했어. 회사가 나고 내가 회사다라는 마음으로 임해야지. 요즘 애들은 애사심이 부족하다니까. 쯧쯧.”
뒤늦게 합류한 유연화와 이태민도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 형은 진짜 변하질 않네요. 이래서 꼭 참석하라고 한 거였어요?”
“그래. 오빠. 나랑 태민이는 되게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넌 역시 쓰레기 같은 놈이다. 아니, 그냥 여기 온 내가 멍청한 건지도 모르겠군.”
여기저기서 불만에 가득한 목소리가 올라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주군.”
진혁의 그림자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날카롭게 주위를 살피고 있던 월영이었다.
“조금 전부터 주군을 살피던 놈들이 있었습니다. 살기가 아니어서 가만히 내버려뒀는데…. 아무래도 이쪽으로 올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인파가 많아도 냉철하게 의도를 간파해낼 수 있는 힘.
마교에 소속된 월영은 이미 이 반경에 있는 인물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진혁을 향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저벅.
한 눈에 봐도 평범하게 이벤트를 즐기려고 온 무리들과는 달랐다.
“하하. 설마 요즘 가장 유명하신 분을 이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중앙에 서 있는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쟨 또 누구야?”
엘리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몰라. 어디 이상한 길드인가 보지. 복장 보니까 조폭들 같기도 하고.”
진혁도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여유롭게 웃던 오지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당연히 그를 호위하던 이들 역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조폭이라니! 입조심 하시죠. 이분은 한국 자동차의 오지원 상무님이십니다.”
“오징어요?”
“오지원 상무님이라니까요!”
“아. 한국 자동차…. 그러고 보니 알 것 같네요.”
“이제라도 아셨다니 다행….”
“그, 음주운전 하다가 경찰한테 갑질해서 한창 떠들썩했던 분 맞죠? 아버지 빽으로 불구속으로 수사 중이라던데. 이야. 진짜 돈이랑 권력이 좋긴 좋네요.”
진혁이 생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