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두 개의 검 (1)
——————————————————
이름: 야마타노 오로치
성별: 수컷
나이: ???세
레벨: ???
힘 245 민첩 215 체력 236 마력 101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고유 성창: 8개의 늪
고유 능력: 광역 석화
스킬: ‘야타의 거울’ Lv31, ‘거대화(巨大化)’ Lv31, ‘나선 환각’ Lv30, ‘마력 극독’ Lv29, ‘지옥 조이기’ Lv29
——————————————————
[복사 조건: 상층부의 거대 세력 ‘동양(東洋)’에 속해 있는 신격 중 하나인 야마타노 오로치. 현재 능력이 봉인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신격과 맞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뒤엎고 이 신격에게 치명타를 입혀 본래 있는 층계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 성창이나 고유 능력 혹은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격.
과연…. 그 이름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기운이다.
만약, 제약 없이 본체가 현현했다면, 천막이 아니라 이 일대 전체가 가득 찼을 것이다.
“크오오오!
”“쉬이익!”
“맛있게 생긴 인간이로군. 한 입에 먹어치우고 싶어.”
“큭큭. 참아. 여기선 먹어봤자 소용없으니까.”
“나중에 우리가 있는 층계까지 오면 그땐 진짜로 먹어치워 주마. 애송이.”
독기를 가득 머금은 호흡이 서서히 천막 안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치이익!
[야마타노 오로치가 Lv31 ‘야타의 거울’을 발동합니다!]환각과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힘.
진혁의 시야가 순간 뿌옇게 흐려졌다.
호흡을 통해 강제되는 효과는 정신 계열 능력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그래.이런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으니 오지원이 그토록 자신만만할 수밖에.
홀로 이곳에 있던 게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일본 쪽과 계약을 맺고 어렵게 빌린 성유물이죠. 아무리 당신이라도 맨몸으로 이 신격과 상대할 순 없을 겁니다.”
“그렇긴 하겠네.”
아무리 적응형 스탯이 있다고 해도 현현한 신격을 이길 순 없다.
하지만.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해금 효과를 받는 건 너만이 아니야.”
‘서커스 존’은 이곳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따악.
진혁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개의 상태창들이 쏟아졌다.
[신격 ‘썩어가는 심장’이 자신의 사도 후보를 건드린 자에게 강한 적개심을 보냅니다!] [신격 ‘검은 사냥개’가 빚을 질 기회를 잡았다며 서둘러 응답합니다.]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묠니르를 움켜쥡니다!]쿠쿠쿠쿠쿠!
쏟아지는 푸른 스파크.
상위 신격들이 한꺼번에 현현하려는 탓에, 1층의 기상이 바뀔 지경이었다.
“뭐, 뭐야 이건? 아니, 대체 어떻게….”
오지원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존재들.
언젠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최상위 신격들이 지금 이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뭔 놈의… 인간이….”
오로치 역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신격들 사이에도 격의 차이는 있는 법.
상대적으로 그 힘이 약한 동양의 신격들에게 있어, 수많은 업적을 쌓아온 마계와 이집트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신격들은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게다가.
그게 하나도 아니고 무려 셋이다.
신격 셋이 고작 인간 하나를 지키기 위해 앞다퉈 나서려고 하고 있다니….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거다.
[신격 ‘썩어가는 심장’이 자신이 나서서 뱀술을 담가 주냐고 묻습니다.]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통구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거듭니다.] [신격 ‘검은 사냥개’가 움직일 채비를 끝냈습니다.]파츠츠!
마력의 폭풍이 한층 더 거세졌다.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하나의 구체를 만들며 일렁였다.
온다.
탑의 저 높은 곳에 있던 자들이.
[세 개의 신격이 현현합니다!]천막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
거대한 뱀 앞에 세 명의 신격이 나타났다.
“이런, 경쟁자들이 제법 많네. 미안하지만, 저 녀석은 나의 사도다.”
베리엘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계와 아스가르드라…. 안 본 사이에 많이도 돌아다녔나보군.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저 녀석과 가장 처음 인연을 맺은 게 바로 우리다.”
아누비스는 긴 낫을 든 채 으르렁거렸다.
“저 남자에겐 큰 빚을 졌다. 난 그 은혜를 갚으러 왔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토르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망치를 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격렬한 전투를 치르다 온 듯, 입고 있는 갑주 역시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이 셋이 모여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물론, 셋이서 힘을 합쳤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약해 빠진 너희들이 내 사도와 계약을 하겠다니 어이가 없군.”
“뭐라고? 지금 대체 누가 약하다는 거냐!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마왕 주제에. 너희 따윈 내가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쓸어버릴 수 있다.”
“하하. 그거 재밌네. 어디 한 번 해보시든가?”
“못할 것도 없지.”
베리엘과 아누비스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다른 세력에 소속되어 있는 자존심 높은 놈들이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잠깐! 우리끼리 이렇지 말고 한 가지를 정해 이기는 자가 우선권을 갖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나? 괜히 우리끼리 싸웠다간 인간에게 피해만 줄 수 있다.”
“흐음. 그것도 맞는 말이군. 재능 있는 플레이어와 계약을 맺으려면 그에 걸맞은 신격이라는 걸 입증하면 될 일이지.”
“가장 강한 자를 고르자는 건가? 좋아. 위대한 마족의 긍지를 걸고 임해주마.”
“그럼, 저 뱀을 박살내는 쪽이 이기는 거다.”
모두의 분노가 오로치를 향했다.
흠칫하고.오로치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진혁이 모두를 만류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오지원의 기를 꺾기 위한 퍼포먼스 중 하나였을 뿐.
용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뱀 한 마리 잡는데 굳이 여럿이 나설 필요는 없다.
저벅.
진혁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뭐 하자는 짓이냐?”
오로치의 머리가 일제히 진혁을 바라봤다.
“뭐긴, 관객들도 가득 찼는데 우리도 제대로 놀아보자는 거지.”
“제정신인가? 신격들 없이 너 혼자서 날 상대하겠다고?”
“응. 그럴 생각이야.”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발언이구나. 아니, 동아줄이 내려와도 잡지 못 하고 절벽으로 몸을 날리는 걸 보면 멍청한 건지도 모르겠군.”
오로치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독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감히, 맨몸으로 자신에게 맞서다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한 입에 집어삼켜 공포란 게 무엇인지 뼛속까지 심어주리라.
콰콰콰콰!
오로치의 몸이 순식간에 옆으로 미끄러졌다.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측면으로 접근한 오로치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죽어라!”
콰득!
이빨과 이빨이 맞물렸다.
그러나.
탈락을 알리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비명소리 역시 들리지 않았고.
“명색이 신격이라는 놈이 치사하게 기습이나 하고. 쯧쯧.”
“……그걸 반응했다고?”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 따위가?
……우연이다!
아무리 이벤트의 제약을 받았다고 한들, 고고한 자신의 공격을 인간이 피해낼 수 있을 리 없다.
오로치의 머리들이 더욱 빠르고 어지럽게 움직였다.
콰콱!
콰득!
먹이를 집어삼키듯. 아가리가 다물어졌다.
허나, 아무리 반복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진혁은 미꾸라지처럼 도망 다니며,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유지했다.
‘역시,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니까.’
만약 이 녀석을 처음 상대해 보는 거였다면 첫 번째 공격에 그대로 당했을 거다.
워낙에 빠른 데다 사각에서 노려오는 기습은 반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으니까.
그럼에도 이토록 잘 피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한 가지 공략 포인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혁이 온 정신을 집중했다.
소리.
공격이 오기 전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특유의 ‘쉬익’하는 바람 소리는 어느 방향에서 공격이 올 지를 예고해준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 직후 0.3초 뒤에 공격이 가해지지.
콰득!
또 다시 이빨과 이빨이 맞물렸다.
이렇게 피했으면 슬슬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크아아아!”
“날벌레처럼 도망만 치지 마라!”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오로치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다.
약이 올라 죽겠다는 듯, 온몸을 마구 구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게 한계다.
자존심이 상하든 말든, 이렇게 된 이상 전력을 다해 가루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었다.
[야마타노 오로치가 고유 능력 ‘광역 석화’를 발동합니다!]우우웅!
진혁의 몸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야타의 거울’에 이어 ‘광역 석화’까지.
여러 개의 군중 제어기를 중첩해서 당했다.
“큭…!”
고작해야 손을 움직이는 게 한계다.
“크하하! 거미줄에 걸린 벌레 꼴이구나!”
지금이라도 단숨에 끝장내버릴 수 있다.
막말로 꼬리를 휘두르기만 해도 피떡이 되어버릴 거니까.
그러나, 오로치는 그렇게 쉽게 끝낼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완벽하게 짓밟아놔야 한다.그
래야 훗날 탑의 위로 왔을 때에도 지금의 공포를 기억할 테니.
[야마타노 오로치가 고유 성창 ‘8개의 늪’을 발동합니다!]파츠츠!
8개의 입을 통해 모이기 시작한 8개의 녹색 구체.
보통 드래곤의 브레스가 선을 따라 방출되는 방식이라면, 오로치의 브레스는 입자 크기의 독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방식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대신 범위를 대폭 넓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렇기에 그 이름이 ‘8개의 늪’.
서로 다른 농도의 산성 운무는 빠져 나가려야 나갈 수 없는 거대한 늪이나 다름없다.
바로 그때.
진혁이 손에 잡고 있던 검을 앞으로 뻗었다.
이 타이밍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로치가 고유 성창을 발동하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만을.
브레스를 발동하는 데 마력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착시’와 ‘환각’ 효과가 약해졌다.
[‘홍련’의 특수 능력이 개방됩니다.]짙은 녹색 안개 속에서 피어오른 건 작은 불꽃이었다.
너무나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한 줌의 불꽃.
허나, 그 작은 불꽃이 거대한 겁화로 변하기까진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광역 브레스와 일점형 브레스….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만, 어느 게 더 위력적인 진 알고 있지?”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경악으로 얼룩진 오로치의 눈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으니.
[레드 드래곤 ‘베실미칸’의 브레스가 발동됩니다!]콰콰콰콰콰콰!
붉은 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독운무들을 모조리 태워버린 브레스가 오로치의 가슴을 꿰뚫었다.
“키에에에!”
“몸이… 몸이 타들어간다!”
“크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항상 다른 이들을 독으로 녹여버리기만 했던 오로치가 언제 이런 끔찍한 고통을 겪어봤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건 베실미칸의 브레스가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어찌 드래곤의 브레…스를.”
고통이 지속되기 전에 오로치의 분신이 재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성유물 ‘뱀의 허물’이 파괴되었습니다.] [고유 성창 ‘8개의 늪’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메인 이벤트 ‘약탈전’이 종료됩니다.]이걸로 싸움은 모두 끝났다.
물론, 아직까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안 돼… 이럴 수는… 내가 어떻게 얻은 건데…. 하하. 그래 이건 꿈일 거야. 그게 틀림없어. 어서 일어나야지. 나는 제국을 물려받을 황자잖아. 오늘 일만 잘 해결하면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 하하. 될 거야. 그래. 그럼 그렇고말고. 이 성유물만 있으면 돼. 이 성유물만 있으면….”
오지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불타버린 허물을 움켜잡았다.
양도가 아닌 대여의 형태.
때문에 성유물의 소실은 곧 일본에 대한 빚으로 남게 될 거다.
그것도 감히 되갚지 못할 만큼 커다란 빚으로.
하지만.
“벌써 울먹이면 어떡해? 그렇게 질질 짜는 걸 보니 마음이 약해지려고 하잖아.”
오지원의 불행은 끝이 아니었다.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지.
“그럼, 이제 우리 사이에 정산을 시작해볼까?”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오지원의 목 끝에 갖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