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두 개의 검 (3)
쾅! 콰앙! 콰앙!
대장간 안에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
[+6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이제 그만! 더 이상은 정말로 미친 짓이야!”
“에헤이. 엄살은. 빨리 하세요.”
[+7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진짜 그만하게.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과욕은 화를 부른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자꾸 토를 달아서 화를 입은 드워프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망치질은 멈추지 않는다.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전까진.
[+8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허억. 허억. 흐어어… 나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아. 아니 진짜로, 방금 부정맥이 왔단 말이야. 진짜 다음엔 깨져. 내 대장장이 인생을 걸고 장담할 수 있다고.”
“여기서 발을 빼면 심장이 멈추게 될 거라는 것도 장담할 수 있죠.”
[+9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연이어 나타나는 황금색 상태창.
1강에서 시작한 강화질은 어느새 9강을 넘어 10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10강부터는 마의 영역.
0.001% 이하의 확률을 자랑하는 미지의 세계다.
단언컨대 전성기의 오룬도 S급 이상의 아이템을 10강 이상 성공해본 역사가 없었다.
오룬뿐 아니라, 중층부에 있는 어느 대장장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저런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비싼 무기를 버릴 정신 나간 놈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혀, 형? 원래 형 도박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 이 아니라 아주 환장을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진정해야 해요.”
“오빠. 이제 그만하자. +9강이면 충분하잖아. 그리고 저 어르신도 많이 지친 것 같고.”
“허허, 젊은 두 친구들이 이 늙은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구먼그래. 솔직히 말해 많이 지쳤네. 일주일 동안은 앓아만 누울 지경이야.”
세 명이 목소리를 모아 진혁을 뜯어말렸다.
“흠. 그래? 내 거 끝난 다음에 너희 것도 영감님께 부탁하려고 했는데, 불쌍하다고 하니 취소해야겠네.”
진혁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 순간.
싸아아….
공기가 급변했다.
“우리도… 해준다고?”
이태민과 유연화의 눈빛이 180도 달라졌다.
“나도 고강화 무기가 필요해. 누나는?”
“6강 정도 무기만 얻을 수 있으면, 누구 하나 죽어도 상관없긴 해.”
인간대머리남과 불광동핵주먹.
한때 시련의 탑에 서식하던 고인물의 인성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히이익!”
오룬의 눈동자에서 희망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 선택은 어떻게든 모든 강화가 성공하길 빌며, 죽기 살기로 망치를 두드리는 것뿐.
콰앙! 카앙!
쇠와 쇠가 부딪치면서 화려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벤트에서 얻은 강화석은 확률을 조금 높이는 게 고작이지.’
일반 강화석보다 좋긴 하지만 모두가 목을 맬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의 이야기.
강화석에 숨겨져 있는 진가는 어떤 재료와 함께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진혁의 시선이 홍련의 칼날로 향했다.
이미 오지원을 시켜 준비해둔 ‘악토퍼스의 먹물’과 ‘맹종의 불꽃’. ‘마지막 겨우살이’. 그 외에도 12개의 재료 아이템들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해 발라뒀다.
가격이 제법 비싸지만, 개인 비자금으로 빼둔 걸로 구입했다고 했으니 문제될 건 없으리라.
[+10강 성공 확률 0.00098%]단, 재배합 후 성공 확률: 87.88%입니다.
‘탐식의 눈’에는 모든 확률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홍련 정도면 아낌없이 투자할 만하지.’
발뭉이야 현재 시점에서 강화할 수 있는 재료 자체를 구하기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홍련은 무리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다루기 쉬운 거야 말할 필요도 없었고.
바로 그때.
우우웅!
눈부신 빛이 다시 한 번 뿜어졌다.
[놀랄 만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세계 최초! S급 이상 아이템 +10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이 일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1,000,000코인이 지급되었습니다!]홍련(紅孌) +10
입수 난이도: SSS
공격력: 182,500
내구도: 450,000 / 450,000
내용: 레드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단검으로 매우 가볍고 단단합니다. 화속성 효과로 인해 공격 적중 시 화염 데미지 +5,000이 추가됩니다. 치명타 확률이 10%만큼 상승하며,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각각 20%만큼씩 상승합니다.
특수 능력: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로 미쳤다.
공격력만 해도 무려 2배 상승.
거기에 10강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붙은 옵션도 하나같이 최상급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치명타에 공속 이속 증가라니.’
같은 10강이라도 어떤 옵션이 붙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인데.
나올 수 있는 옵션 중에서도 끝판왕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달린 셈이다.
‘이것도 독식과 행운 스탯의 효과 덕분이겠지.’
속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참기 힘들 지경이다.
“자자. 그럼, 다음 사람 것도 부탁드릴게요. 영감님. 앞으로는 6~7강 정도로 컨디션에 따라 조절 해주시면 됩니다.”
유연화와 이태민 그리고 밖에서 제국 노점을 휩쓸고 다니는 엘리스와 천유성 그리고 테레사까지.
앞으로 강화해줘야 할 아이템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다.
“전부… 다 말인가? 쉬지도 않고 계속?”
“원래 저희 회사가 블랙 기업이라 잔업이 좀 많아요.”
그래도 구성원들의 생존권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니, 썩 나쁜 조건은 아닌 듯싶다.
“자. 이것도 좀 드시면서 하세요.”
진혁이 초록색 해골 모양이 그려진 병들을 건넸다.
‘불끈불끈 자양강장제’×10개
입수 난이도: D
피로 회복 속도가 50%만큼 증가합니다.
과로로 인해 죽기 직전까지 가도 손만큼은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고…맙네.”
“뭘요. 많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군만두도 가득 채워뒀으니 영양 보충도 좀 해가면서요.”
솔직히 이 정도면 블랙 기업치고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풀죽만 먹이면서 부려먹는 곳도 있었으니까.
자, 다음은….
진혁이 유연화와 이태민의 옆으로 다가갔다.
“연화야.”
“응. 오빠.”
“이제 29층으로 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기반을 잡아두는 게 중요해. 유성이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줬으니 서로 협력해서 내가 올 때까지 버티고 있어줘.”
제국과 무림의 통행 허가를 받은 플레이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관문들은 이쪽에서 뚫어줬으니, 좀 더 쉬운 길들을 통해 중층부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29층에선 아마 그들과 맞부딪치게 될 거다.
해상전(海上戰)이 주무대인 드넓은 바다 위에서.
“오빠는 함께 안 가려고?”
“난 29층에 가기 전에 들려야 할 곳들이 몇 군데 있어.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가장 먼저 27층에 있는 신전부터 가야 한다.
한때 마인들이 마왕과 소통하기 위해 인연을 맺어둔 히든 플레이스.
거기서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었다.
‘두 사람 능력까지 복사했으니 여기서의 일은 진짜 깔끔하게 잘 마무리 지었네.’
이번에 셋이서 함께 20층대에 오면서 고유 능력 ‘극진태권도’와 ‘기계군주’ 역시 복사하게 됐다.
짧았던 휴가도 이걸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다시 탑의 정상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
시련의 탑 44층은 다른 층계와 달리 조금 특별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바로 상층부의 거대 세력인 에덴과 마계가 한 층계를 양분하여 가지고 있는 점이다.
국경을 한 층계에 두고 있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마찰이 일어나는 특성. 때문에 44층은 1년 365일이 전쟁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
마계의 최심부에서는 한창 전투를 끝낸 군타페르가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대연회장 안.
군타페르가 적포도주를 연신 들이켰다.
“건방진 놈이 주제도 모르고 내 성을 기습하다니. 그것도 이런 머저리 하나를 믿고서 말이야.”
군타페르의 발길질에 잘린 머리통 하나가 데구르르 굴렀다.
마왕 ‘베리엘’의 수하였다.
바로 그때.
“성 안에 들어온 놈들은 전부 제거했습니다.”
대연회장 안으로 2쌍의 뿔이 달린 서큐버스가 들어왔다.
허리까지 오는 푸른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고위 귀족급이었다.
“베리엘은?”
“전부 다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부하들만 보낸 것 같습니다.”
“직접 나설 배짱도 없단 말인가? 하긴, 계속해서 몰리고 있으니 여유가 없겠지.”
길고 길었던 마계의 서열 경쟁도 어느새 그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서로가 보유한 힘과 병력의 차이가 서서히 벌어졌던 탓이다.
“한데, 베리엘의 최근 동향이 조금 이상합니다. 계속해서 아래 층계에 가는 것 같은데…. 그걸 위해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더군요.”
최근에는 본인이 소유한 성채와 숲까지 날려먹었다.
고작 플레이어 한 명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강진혁…. 그래. 알고 있다. 그 인간에게 광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있지.”
“그자가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히든카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변수를 만들어낼 만한 능력이 있는 놈이긴 하다. 확실히… 베리엘과 손잡으면 골치 아파지긴 하겠어.”
군타페르가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드려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말해라.”
“일전에 살아남은 마인들이 신전을 통해 마왕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다고 합니다.”
서큐버스의 말에, 군타페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버러지들에게 탑의 중층부에 올 수 있는 권한을 줬는데, 그 밥값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이번엔 감히 나에게 부탁을 한단 말이냐? 넌 그런 헛소리를 듣고서도 놈들을 찢어 죽이지 않았고?”
“저,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말한 내용 중에 심상치 않은 게 섞여 있었습니다.”
서큐버스가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신전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마계와 이어지는 게이트에 빛이 들어온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럴 리가. 그건… 몇 겹이나 봉인이 되어 있을 텐데?”
마왕 다섯이 각각 금제를 가해둔 게이트.
그 봉인을 푸는 건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만약, 특수한 아이템들을 전부 모으지 않았다면….
“설마.”
군타페르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베리엘이 게이트의 봉인을 풀 재료들을 전부 모았고. 강진혁을 이곳으로 데리고 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베리엘이 그토록 무리하게 아래 층계로 내려간 것도 이해가 된다.
“적어도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정보로군.”
“그, 그렇습니다.”
“좋아. 그 마인들과 네가 직접 접촉해라. 그리고 만약 게이트에 정말로 이변이 생긴 거라면 함정을 파 놈들을 그곳에서 전부 묻어버리도록.”
베리엘은 지금 당장은 아래 층계로 갈 여유가 없다.
반면, 자신은 수족 하나쯤은 얼마든지 아래로 보낼 여력이 남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서큐버스가 즉각 움직였다.
“크하하! 이거 마지막까지 모든 게 나를 향해 웃어주는구나!”
제 딴에는 회심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쏟아 붓고 있을 텐데.
그 실낱같은 희망마저 이번에 완전히 박살내버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대연회장 내부가 군타페르의 광소로 가득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