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03)
403화. 망자가 잠든 신전 (1)
여의도에 위치한 SDS 방송국.
이곳에선 한창 최근 일어난 대형 이슈들에 대한 특집을 다루는 중이었다.
[나 혼자 공략 본다 제57회차 ‘중층부의 끝’]“하하. 이거 유명하신 분들을 시청자분들께 소개해드릴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진행을 맡은 엄태영 MC가 환하게 웃었다.
몰랑이와 몬스터가슴살.
얼마 전, 1층에 있던 이벤트에서 활약하던 대형급 BJ들이 게스트로 섭외되었다.
게다가.그 옆에는 적아 길드의 마스터인 오지원과 검은 까마귀 길드의 김희웅까지 함께 있었다.
이건 멤버들만으로도 이미 시청률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가장 핫했던 사건의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까.
“안녕하세요! 몰랑이라고 해요!”
“몬스터가슴살입니다.”
두 비제이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띠었다.
이벤트 시작 당시만 해도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적아 길드가 적대 관계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진땀을 흘렸었지만….일이 수습되자 이보다 더 상황이 좋을 수 없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하는데요. 먼저, 오지원 플레이어님. 이번에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동맹을 체결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사실입니까?”
“예. 맞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밀어주는 검은 까마귀 길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역시 이번 동맹을 통해 대대적으로 검은 까마귀 길드를 지원할 계획이고요.”
“설마, 한국 자동차에서 스폰을 해준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은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의 희망. 당연히 기업인으로서 그분을 도와드려야죠.”
오지원이 입에 침 하나 바르지 않고 너스레를 늘어놨다.
어깨에 구멍이 뚫린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진실된 말투다.
“오오! 정말 잘됐습니다. 이걸로 탑 공략이 한층 더 든든해지겠네요.”
“맞아요. 몰랑이도 이 시너지가 완전 기대돼요!”
“혹시 그럼,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 상층부에 관한 정보도 좀 주셨나요?”
타이밍 좋게 탑 공략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정보.
그렇다.
바로 이것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흠….”
오지원이 얼음물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이미 몇몇 대형 길드에서는 제국과 무림과의 교류를 통해 30층에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뒀습니다.”
탑의 중층부는 그 층계를 지배하고 있는 두 거대 세력의 허락을 얻으면 된다.
특별히 유적이나 던전에서 보스를 잡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그리고 그 사실을 안 대형 길드들은 그동안 물밑에서 제국과 무림의 수뇌부들에게 로비를 하며, 그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퀘스트를 성공하고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마침내 탑의 중층부를 넘어 상층부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예. 그 소식은 저희도 들었습니다. 이미 메인 공격대들이 속속 위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크게 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예?”
엄태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수라니….”
“그게 무슨…?”
몰랑이와 몬스터가슴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30층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29층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 막무가내로 30층으로 향했다간,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게 되죠.”
“그럼, 30층에 갈 수 있는데도 굳이 29층부터 가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바로 그게 키포인트입니다.”
“와아…. 오지원 님은 그걸 어떻게 그리 잘 아시는 거예요?”
가만히 듣고 있던 몰랑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30층으로 가려면 플레이어들이 어떤 걸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도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와선 안 된다는 그 분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진혁이 제국과 그 누구보다 긴밀한 관계라는 건 이제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
게다가 언제나 선구적으로 층계를 공략해왔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오지원의 입에 집중됐다.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스튜디오 내부는 적막감에 감싸였다.
“해상전(海上戰).”
29층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그 드넓은 해양 위에서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
호록….
그윽한 커피향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오랜 만에 마시니 더욱 각별한 것 같네요.”
진혁이 릭이 타준 커피를 음미했다.
“흐음.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로군요. 이 원두 맛을 제대로 즐기실 줄 아는 분은 진혁 님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릭이 도서관에 쌓여 있는 책들을 정리하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층에서의 이벤트가 끝나고 흐른 시간은 고작 2일.
그사이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당장 27층으로 가려던 걸음을 붙잡을 만큼 말이다.
결국, 진혁은 릭을 찾아 몇 가지 변수들을 추가로 만들려고 했다.
“중간 관리자분들도 알고 계셨습니까? 두 세력이 동맹을 맺었다는 걸요?”
갑작스러운 본론에, 책을 정리하던 릭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올림포스와 마계 말씀이군요. 아뇨. 저희도 3일 전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저희라도 상층부의 신격들에 대해선 쉽게 접근하기 힘들더군요.”
두 거대 세력이 힘을 합친 순간, 실낱 같이 이어져오던 아스가르드의 숨통이 단칼에 끊어졌다.
압도적인 파상공세에 저항세력들이 제대로 된 대비도 못 한 채 쓸려버린 것이다.
심지어 무슨 수를 썼는진 모르지만, 태양의 샘물을 통해 강화한 위그드라실까지 파괴해버렸다.
살아서 도망친 건, 오딘과 토르 로키 등을 포함한 신격들 뿐.
수천의 발키리들과 전사들은 위그드라실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야.’
아스가르드의 상징이자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세계수.
오딘과 토르를 포함한 신격들이 모든 걸 걸고 지키고자 했던 나무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타들어갔다.
그 불길이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도 꺼지지 않는다고 하니, 터무니없는 무언가에 공격당한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 정도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존재는….관리자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스팅, 아니, 어쩌면 하스팅보다 더 위에 위치한 자의 도움이 필요하겠지.
“일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도 여러 우호 세력을 만드신 건 알고 있지만, 마계와 올림포스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겠죠.”
진혁이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라면…?”
“제가 꼭 얻어야 하는 책이 한 권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꽤나 만만치가 않아서요. 특히 몇 가지 재료들은 어디에 있는 건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네요.”
“호오.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그리 말씀하실 정도면 굉장한 물건인가 봅니다. 혹시, 어떤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대단한 건 아니고. 오래된 책입니다. 책에서 곤충 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나는 게 좀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겠네요.”
아주 잠깐. 릭의 동공에 이채가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정말로 아주 잠시뿐이었다.
“책이라…. 어지간한 책은 여기에 다 있습니다만,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따로 찾아봐드릴 순 있을 겁니다.”
“아마 제가 찾는 건 없을 거예요. 그것보다 이 재료들만 좀 부탁드릴게요.”
진혁이 쪽지 한 장을 릭에게 건넸다.
“흠. 까다롭다고 하신 게 이해가 되는군요. 이건 탑 내에서도 몇 없는 것들이라…. 그래도 강진혁 플레이어님의 부탁이니 제가 하는 데까진 구해 보겠습니다. 단,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도 이후에 제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또 뵈러 올게요.”
우우웅!
초록색 게이트가 재차 개방되었다.
진혁이 사라지자, 도서관 내부가 적막에 잠겼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릭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책장 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저벅.
어두운 통로 사이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m에 이르는 신장.
능글맞게 올라간 입꼬리.
태고의 신들 중 하나인 ‘니알라토텝’이었다.
“크으! 이거, 기척을 완전히 감췄는데도 역시 위대하신 릭 헤네시에겐 안 되나 보네.”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이제야 나타난 건가?”
“나도 이래저래 손 쓸 데가 많아서 바빴거든. 당신도 알잖아? 아포칼립스를 준비하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는지.”
“결국, 위험한 다리를 건너기로 했나 보군.”
“그 인간이 워낙에 우리 예상을 벗어나야 말이야. 오죽하면 우리도 이렇게 무리를 하겠어?”
잔뜩 엄살을 피우던 니알라토텝이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를 바라보다 한 모금 머금었다.
“으웩. 여전히 맛대가리 없는 커피로군. 이런 건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
“네가 커피 맛을 제대로 모르는 거다. 이 원두의 진정한 가치는 아는 사람만 알아보니까.”
“그런 놈이 있긴 해? 100이면 100 똥을 먹었다고 생각할 텐데?”
“그래… 거의 없겠지….”
릭의 표정이 한층 복잡해졌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커피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은 한 명뿐일 거다.
“잔소리 말고. 일이나 제대로 준비해라.”
“우리는 알아서 할 테니 네크로노미콘 확보에나 신경 써 줘. 보아하니 방금 저 인간도 그것 때문에 너에게 부탁을 하는 것 같던데?”
“그래. 그런 것 같더군.”
단편적인 것만 말하긴 했지만, 진혁이 말했던 건 네크로노미콘의 특징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나중에 책을 확보하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어. 대체 우리들도 소재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금서를 어떻게 추적할 수 있었는지 말이야. 혹시 그 녀석 플레이어가 아니라 관리자 중 하나 아니야? 아니면 그 이상의 존재라든가.”
“시답잖은 헛소리는 그쯤하고 그만 꺼져라. 네 녀석이 이곳에 있는 게 발각됐다간 관리국 전체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다.”
“예.예. 분부대로 합죠.”
릭의 말을 끝으로.
니알라토텝의 모습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
시련의 탑 27층에 위치한 말라버린 늪지대.
‘망자가 잠든 신전’은 기생형 몬스터들이 주를 이루는 유적이다.
“달그락. 마스터. 뭐 이리 기분 나쁜 곳이 다 있나?”
“……이상하게 생겼어.”
티본과 프레이가 각각 한 마디씩 내뱉었다.
마치, 에일리언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군락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방해받지 않고 조용하게 갈 수 있잖아.”
지금까지 몇몇 공격대들이 이곳을 공략했었지만, 생존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생형 몬스터들은 적의 숫자가 많을수록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괜히 마인들이 그 많은 곳들 중에서 이곳을 본 거점으로 삼은 게 아니지.’
마왕의 비호 아래 마인들은 20층에 있는 그 어떤 곳도 접근이 가능했을 테지만.
니체는 바로 이 유적을 거점으로 삼았다.
여기라면 안전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진혁이 홍련을 꺼냈다.
화륵!
10강에 이른 홍련은 칼날 주위로 불꽃이 타들어가는 이펙트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진짜 끝내주긴 하네.’
당장이라도 빨리 시험해 보고 싶다.
기존으로도 차고 넘치게 좋았는데, 이토록 강해졌으면 얼마나 손맛이 좋을지.
그것이 미치도록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