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무한 증식 (4)
“케에에엑!”
“키에에에!”
두 마리의 말벌들이 길게 포효했다.
[하이브의 능력으로 인해 ‘공포 내성’ 효과가 발동됩니다!]진혁이 보유하고 있는 ‘간극’ 스탯은 대상과의 본질적인 격차를 극복하거나 벌린다면.
‘공포 내성’은 감각의 일부를 마비시켜, 죽을 때까지 적을 물어뜯는 효과를 지녔다.
꽤나 성가신 능력이다.
특히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분열하는 놈이라면 더욱더.
부우우웅!
말벌들이 각각 좌우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조금 전과 같이 상공에서 하강할 기회를 엿봤다.
‘지금이다.’
진혁이 일전에 ‘코인 거래소’에서 구입해 둔 아이템을 꺼냈다.
[거대화 알약(C)]대상의 크기를 최대 10배까지 늘려 주는 효과를 지닌 특수 아이템.
바로 이때를 위해 준비해 둔 비장의 카드였다.
“멍청하긴! 덩치를 키운다고 독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누비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하이브로 인해 강화된 말벌의 독은 독에 내성이 있는 거인들조차 죽일 수 있을 터.
고작 거대화 알약 따위, 백 개를 먹어 봤자 소용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걸 먹지 않았다.
“누가 그래? 내가 먹는다고?”
오히려 날아오는 말벌의 입을 향해 던졌다.
직선으로 뻗은 궤적.
꿀꺽!
말벌의 목구멍을 타고 알약이 넘어갔다.
“케엑?”
“무, 무슨…… 짓을……!”
아누비스의 입에서 헛바람이 나왔지만, 진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달렸다.
‘알약이 완전히 흡수되기 전에 끝내야 된다.’
약 1분.
거대화가 진행되기 전까진 그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진혁은 알약을 먹은 말벌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말벌이 반사적으로 꼬리를 움직였다.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벌침이 진혁의 목을 노렸다.
‘역시나 경동맥을 노리는군.’
급소를 노리는 건 녀석들의 본능이다.
진혁은 목을 살짝 움직여 독침을 피했다. 동시에 팔을 뻗어 말벌의 등 위에 올라탔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케에에에에!”
말벌이 온몸을 마구 뒤틀었다.
“워! 워!”
날뛰지 좀 마라.
멀미나려 하니까.
진혁이 등 위에서 말벌의 날갯죽지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엄지로 신경계가 있는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키이이이…….”
말벌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했으니 그럴 수밖에.
이걸로 방향과 속도는 물론, 공격성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곤충들로 비행 레이스를 했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네.’
이래서 경험은 아무리 괴팍한 거라도 쓸모 있을 때가 있다는 거다.
물론, 당시에는 날아가다 추락했던 기억이 더욱 많긴 했지만.
부우우웅!
진혁이 말벌을 타고 하이브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뭐 하는 거냐! 죽여라! 당장 저놈을 죽이란 말이다!”
아누비스가 나머지 말벌에게 명령을 내렸다.
“키에에엑!”
명령을 받은 말벌이 진혁의 뒤꽁무니를 바짝 추격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초.
더 빨리……!
조금만 더 빨리!
풍압에 눈을 뜨기조차 쉽지 않았지만, 진혁은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20초, 19초…… 그리고 마침내 남은 시간이 10초가 된 순간.
[알 수 없는 정육면체(D)를 사용하셨습니다.]진혁이 코인 거래소에서 얻은 또 다른 아이템을 사용했다.
우우우웅!
약 2m 크기의 반투명한 정육면체가 하이브 전체를 감쌌다.
물론, 정육면체의 한쪽 면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진혁은 이미 그곳에서 탈출한 상태였다.
조종하던 말벌과 뒤쫓던 말벌을 남겨 둔 채.
‘이제 마무리다.’
[4개의 아이템을 합성해 ‘알 수 없는 정육면체’를 강화합니다!] [능력 촉진제(D)] [끈끈이 풀(F)×4] [칼투리스 숲의 거미줄(F)] [트윈헤드 오우거의 콧물 100mg(F)]나머지 아이템들까지 전부 사용하자, 반투명한 막에 거미줄 모양의 문양이 새겨졌다.
“케에에엑!”
“케엑!”
콰앙!
쾅! 쾅! 쾅!
말벌들이 온몸으로 벽을 부딪쳤지만, 벽엔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보유하고 있는 코인의 한도 내에서 급조한 것치곤 꽤나 훌륭한 성능을 자랑했다.
좋아.
이걸로 마지막 무대는 갖춰졌다.
“개막식은 역시 불꽃놀이로 시작해야겠지?”
시간이 없는 관계로 개회사는 생략하겠다.
진혁이 검지와 엄지를 맞부딪쳤다.
[Lv4 ‘불의 원소’가 발동됩니다!]거대화가 막 진행되려는 찰나.
정육면체 안, 말벌들과 함께 남겨 뒀던 불꽃이 반응했다.
퍼퍼퍼펑!
거대한 화염이 일어났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폭발이라 위력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완전히 숯덩이로 변해 버린 말벌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 꿈틀거렸다.
증식과 재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키이이…….”
“케엑!”
“케에엑!”
조각난 파편의 수에 맞춰 수백 마리의 말벌들이 새롭게 태어났다.
엄청난 숫자다.
엄청난 숫자긴 한데.
문제는.
지금 정육면체 안에 정해져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그극!
우드득!
감당할 수 없는 숫자에 말벌들의 외피가 짓눌렸다.
그러다 결국, 압력을 감당하지 못해 외골격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거대화 알약(C)이 드랍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압사당한 시체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 ‘거대화 알약’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예상했던 대로군.’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1분이라는 시간을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건 바로 이걸 위해서였다.
무한이 증식하는 놈들에게 거대화 알약을 먹인 뒤,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죽인다면…….
알약 또한 무한이 증식되어 드랍될 거라고.
물론, 다른 아이템 또한 같은 방식으로 대량 확보할 수 있었지만, 굳이 거대화 알약을 고른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랭크가 높거나 부피가 큰 아이템은 아예 먹일 수도 없고 또 4층을 공략하려면 최대한 많은 알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벌써 2레벨이나 오른 건가.’
몰이사냥에 버금가는 대량 학살을 하는 덕에 경험치 또한 미친 듯이 올라갔다.
뭐랄까.
한여름 밤 살얼음 낀 맥주만으로도 충분한데, 거기에 갓 튀긴 치킨까지 곁들여 먹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너무나 달달한 조합으로 구성된 일거양득의 보상에 취할 것만 같았다.
‘이 맛에 지하 1층을 포기할 수 없다니까.’
눅눅하고 축축한 구덩이에 기어 들어와 징그러운 벌레들과 싸우는 건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일정이다.
그럼에도 웃으면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고생 끝에 오는 보상 덕분이었다.
“케에엑!”
“키익!”
말벌들이 죽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뫼비우스 띠.
해야 할 건, 그저 팔짱을 낀 채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아이템과 경험치가 들어왔으니까.
[거대화 알약(C)이 드랍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거대화 알약(C)이 드랍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거대화…….] [레벨이……!]미친 듯이 쏟아지는 상태창들을 보며, 진혁은 생각했다.
지금쯤…… 이걸 바라보는 아누비스의 속은 썩다 못해 문드러지고 있을 거라고.
***
“이, 이게 대체……!”
아누비스의 두 눈이 터질 듯이 팽창했다.
분명, 필살을 자랑하는 계획이었다.
무한 증식하는 벌레를 상대로는 내로라하는 강자들조차 치를 떨며 도망쳤으니까.
그런데.
저런 식으로 하이브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나를 도발했던 거였나?’
합성을 위한 아이템들도 미리 구해 둔 걸 보면, 틀림없다.
모든 게 함정이었다.
뿌드득!
아누비스의 어금니에서 섬뜩한 소리가 났다.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다는 생각에, 분노로 이성이 날아갈 것만 같았지만…….
지금 당장은 화를 낼 시간조차 없었다.
미친 듯이 레벨업을 하고 있는 진혁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은 강해진다.
결정해야 한다.
1초라도 빨리.
“빌어먹을.”
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아누비스가 손바닥을 쫙 폈다.
그리고 잠시 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주먹을 쥐었다.
[아누비스가 ‘하이브’를 파괴합니다!]콰아아아앙!
정육면체 안에 있던 하이브가 폭발했다.
***
“역시 이렇게 나오는 건가.”
한창 레벨업을 즐기고 있던 진혁이 아쉬운 듯 혀를 찼다.
달콤한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네놈!”
아누비스가 이빨을 드러냈다.
건치네.
하얗고 튼튼해 보이는 게, 물렸다간 뼈와 살이 말끔하게 분리될 것 같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하이브가 파괴된 이상 이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화가 나는 건 알겠는데, 인상 좀 풀어. 지고 나서 질척거리는 게 제일 추하다는 거 알고 있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응.”
무사하고말고.
그렇게 협박해 봤자 삼시 세 끼 꼭꼭 잘 챙겨먹고 만수무강하다가 100세쯤 돌아가실 예정이다.
단명(短命)이랑 급사(急死)는 내 사전에 없는 말이거든.
“크아아아아!”
능청스러운 진혁의 태도에, 아누비스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콰앙! 쾅! 콰아앙!
바닥에 금이 쩍하고 갈라졌다.
미친 듯이 화가 나고 눈앞에 있는 놈을 죽이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짜증났던 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살아서 위로 올라와라. 인간! 그때는 이 손으로 직접 척추와 함께 모가지를 뽑아 주겠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야. 아! 물론, 내 목은 원래 있는 위치에 둘 거고. 합체 로봇도 아니고 뽑았다 붙였다하면 미관상 영 좋지 못할 것 같거든.”
“…….”
아누비스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만 더 쌓였다.
여기 서 있는 1분 1초가 수치심과 분노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결국.
“얼굴. 똑똑히 기억해 놨다.”
짧은 경고와 함께. 아누비스는 스스로의 혼을 담은 석상을 파괴해 버렸다.
쿠쿠쿠쿠!
[아누비스의 그릇이 파괴됩니다!]무너져 내리는 파편들.
동시에.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아누비스의 심판]입수 난이도: 오버랭크
내용: 대상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대상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한다면 그로써 조건은 충족됩니다, 대상의 능력치를 50%만큼 감소시키고 1분간 스킬과 고유 능력의 발동을 제한합니다.] [단, 이 능력은 동일한 대상에게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으며, 남용할 경우 이집트 신격들의 분노를 사게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능력 또한 손에 넣었다.
무려, 신의 힘이 깃든 오버랭크로 분류된 능력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너무 일찍 받아 버렸는데, 이거.’
문답만으로 대상의 능력치를 대폭 줄여 버리다니.
이거 완전히 사기잖아.
제한 조건이 걸려 있긴 해도 시기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이집트 신화에 소속된 신들이 당신의 존재에 관심을 갖습니다.] [몇몇 이들이 강한 적대심을 표출합니다!]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아누비스 녀석이 그새를 못 참고 지네 편한테 쪼르르 달려가 한풀이를 했나 보다.
‘하여간 신이란 놈이 입은 가벼워가지곤.’
쯧쯧.
진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탑의 상층부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스탯 포인트부터 분배해 둬야겠어.’
우선순위는 나중에나 얼굴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이집트 녀석들이 아니었다.
현재의 성장과 당장 앞에 있을 3층 보스에 관한 일이지.
이곳에 와서 올린 레벨만 무려 18.
스탯 역시 54포인트나 쌓여 있는 상태였다.
미친 성장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대형 길드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랭커가 독점 던전에서 한 달 내내 사냥을 해야 간신히 찍을 수 있는 게 바로 20레벨이었으니까.
그걸 혼자서,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달성했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스탯을 어디에 투자할지 행복한 고민을 좀 해야겠군.’
진혁이 막 스탯창을 띄우려고 하던 바로 그때였다.
우우웅!
통화 요청을 원하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 녀석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이름은…….
꽤나 뜻밖의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