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0)
420화. 페인 해적단 (2)
쏴아아….
서펜트들이 날뛴 곳은 그야말로 폐허로 변해버렸다.
40척에 달하는 함선들이 대부분 반파된 채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던 콥스가 이를 부러져라 갈았다.
애초에 시간을 끌기 위해 전력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설마, 이 많은 수의 함선들이 전멸해버릴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실종자…2546명에 생존자는 17명입니다….”
부하 한 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바다에서 실종자는 곧 사망한다는 뜻.
결국 17명을 제외한 전원이 서펜트의 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말했잖아. 짜증나는 놈이라고.”
옆에 있던 니라샤가 혀를 찼다.
“그래…확실히 욕이 나오는군. 왜 갈아마시고 싶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아주.”
콰앙!
콥스가 칼을 뽑아 나무 파편을 찍어버렸다.
“죽여.”
콰앙!
나무파편에 칼자국이 늘어났다.
“버리겠다! 감히, 내 함대들을 이 따위로 만들어? 이 벌레 같은 새끼가. 이러고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길길이 날뛰는 선장의 모습에, 선원들이 숨 쉬는 소리마저 죽였다.
지금 실수했다간 목이 날아갈 거라는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딨냐?”
“예…예?”
“그 자식, 지금 어디에 있냔 말이다!”
“화, 확인된 바로는 해안가에 정박해 그곳에서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간부들이 길목마다 병력을 대기시켜 놓았으니, 조만간 꼬리를 잡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 섬이 난공불락인 이유는 섬 자체를 거대한 요새로 만들어놨기 때문.
설령 바다가 뚫리더라도 얼마든지 침입자를 죽일 수 있는 수단은 넘쳐났다.
하지만.
콥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방식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놈들의 배가 있는 곳으로 시체 먹는 소라게들을 풀어라.”
얼마나 자신만만하길래 저 인원으로 이곳에 들어왔는진 모르겠지만.
시간을 질질 끌 필요조차 없다.
이번 한 수로 상대를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 * *
새하얀 백사장과 끝없이 늘어진 푸른 야자수. 10m 아래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바닷물까지.
이곳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피서지의 조건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딱 하나.
‘여기가 해적섬이란 것만 빼면 정말로 완벽할 텐데 말이야.’
진혁이 섬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들을 살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길들은 사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었다.
‘찔러 볼 만한 곳이 몇 군데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 함정이겠지.’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갔다간 밀림에 갇혀 말라죽거나 수많은 함정들에 당할 것이다.
“오오오! 계약자 보거라. 짐이 왕국을 만들었느니라.”
철없는 엘리스는 그 사이 모래로 성을 만들었다.
대충 모래더미를 쌓고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거지만.
격하게 칭찬해달라는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보거라. 이곳이 연회장이고 이곳이 거실이고…여기가 침실인데 특별히 공을 들였다. 빨리 보거라. 응? 빨리 보라고!”
바쁘다는 말은 아무래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진혁이 말없이 마정석 한 개를 꺼내 모래 성 꼭대기에 놓았다.
“이건…무슨 뜻이냐? 설마…?”
엘리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둘 만의 성에 영롱한 빛깔이 도는 보석을 올려두다니.
얼마 전 탑 밖에 있을 때 보았던 드라마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린라이트’.
틀림없다. 아무리 둔치라고 해도. 지나가던 멍멍이가 보더라도.
이건 핑크빛이 맴도는 긍정 시그널이다.
그런데.
“모기!”
마정석을 본 고구마가 폴짝 몸을 날렸다.
힘차게 다가오는 고대종의 모습이 엘리스의 동공을 따라 스쳐 지나갔다.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으니까.
퍼억!
“오도독! 모기!”
한 시간에 걸려 만든 보금자리가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
“꺄아아아! 내 왕국이…!”
엘리스의 처절한 절규소리가 해안가를 가득 메웠다.
‘좋아. 이제 좀 조용해지겠지.’
진혁이 다시 한 번 수풀 쪽을 바라보며 고심에 빠졌다.
어느 쪽을 가야 될지. 그걸 정해야 한다.
“주군.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적들이 저희 위치를 파악하고 병력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동감이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어디든 뚫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월영과 천유성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진 알겠는데….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길을 한 번이라도 잘못 들었다간 남은 시간을 전부 다 써버리게 될 수도 있어.’
그럴 바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작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섬의 전체적인 지형과 병력의 배치. 콥스가 지금까지 전투를 해왔던 방식을 고려한다면….
최단 루트는 단 하나밖에 없다.
위험하지만, 적의 심장부를 단숨에 찌를 수 있는 길이.
“다들 이동하자.”
“드디어 결정한 거냐?”
“응. 태민이와 연화는 정박한 배를 지켜줘.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올게.”
“알겠어요. 형.”
“둘이서…몇백 명을 상대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지? 뭐, 그 정도야 가뿐하지.”
이태민과 유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혹시 해적들이 공격하지 않으면….”
“응. 구하라고 한 건 최대한 찾아볼게.”
해안가 어딘가에 묻혀 있는 [천년 고동]. 확률은 매우 낮지만, 만약 찾을 수만 있다면 크라켄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 채, 모두가 해안가에서 흩어졌다.
* * *
진혁은 곧바로 해안가의 외각으로 향했다.
곧, 깎아지는 듯한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호오. 절경이로구나.”
엘리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크기다.
최소한 300m는 족히 넘어 보였으니까.
“뚫려있는 길이 있나 보군. 저기로 들어갈 생각인 거냐?”
천유성이 절벽 중앙을 향해 턱을 까딱였다.
그 말대로 사람 몇십 명은 지나다닐 수 있는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해적들 눈에 띄지 않으면서 단번에 섬의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는 루트는 저기 하나 뿐이거든.”
“꽤나 좋은 조건인데도 네놈 얼굴이 밝지 않은 걸 보니…빌어먹게 위험한 길이란 뜻인데.”
입구 근처에 해적들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섬의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 놈들이 이걸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을 터.
결국, 굳이 보초를 쓰지 않아도 이 루트가 뚫릴 일은 없다는 방증이리라.
[‘수정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어두웠던 외부와 달리, 내부로 들어가자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수정 동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안은 몇 미터짜리 푸른 수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척!
진혁의 손에 눈알이 박혀 있는 낫이 나타났다.
레비시타 가문의 아비가일이 사용하던 ‘망령 나무의 낫’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근접계열과 마법계열 능력을 적절하게 잘 섞어 사용해야만 한다.
동굴에 살고 있는 놈들이 지닌 고유 특성 때문이다.
“준비해. 우리가 온 걸 알았으니 곧 몰려올 거야.”
진혁의 말과 함께 나머지가 전투를 준비했다.
엘리스는 ‘블러드 로드’를, 천유성과 월영은 각각 ‘검의 노래’와 ‘음영극살’을 사용했다.
그때였다.
쿵! 쿠웅! 쿵!
동굴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메아리쳤다.
“싱싱한 먹이다! 맛있겠어!”
“비린내 나는 게들과 벌레들만 먹느라 지겨웠는데, 모처럼의 만찬인가?”
“아아…못 참겠다. 어디야? 어디 있지? 빨리 가자. 빨리!”
섬뜩한 대화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반인반수의 몬스터들이었다.
켄타우로스를 연상케 하는 외형.
상반신은 인간이되 하반신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목 위에 머리가 없는 대신, 배 쪽에 수십 개의 이빨이 달린 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속칭 ‘케이브 이터’.
동굴 안에 들어오는 건 무엇이든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었다.
“기분 나쁘게 생긴 놈이로구나.”
엘리스가 붉은 꼬챙이 하나를 투척했다.
추진체 없이 가볍게 음속을 돌파해 버린 꼬챙이.
퍼억!
붉은색 선이 몬스터의 가슴을 뚫고 반대편에 있는 벽에 꽂혔다.
그런데.
꿀렁! 꿀렁! 꿀렁!
치명상이라 생각했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아야야! 아파라.”
“팔팔한 먹잇감이네. 씹는 맛이 있겠어.”
케이브 이터들은 제 몸집만 한 도끼를 치켜들었다.
푸른색 수정으로 만들어진 도끼들이 동굴 안에 있는 나머지 수정들과 공명했다.
순간, 수정의 색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위에서….
…아래로.
도끼가 낙하했다.
눈살을 찌푸리던 엘리스가 혈액으로 방패 모양을 만들었다.
피할 것도 없이 제자리에서 받아칠 생각에서다.
하지만, 도끼와 방패가 충돌한 순간.
“……!?”
엘리스의 표정이 급격히 바뀌었다.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기에.
콰드득!
‘블러드 로드’로 만든 방패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통상적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작 29층의 몬스터 따위가 가주의 방어를 뚫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바로 그때.
[고유 능력 ‘트리플 매직’이 발동됩니다!]진혁이 끼어들었다.
세 개의 마방진이 생겨나며 각기 다른 원소의 마법들이 만들어졌다.
불과 얼음 그리고 바람.
3개 속성의 마법이 케이브 이터의 몸을 강타했다.
“크아아!”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일 속성 공격으로는 저 녀석들을 죽일 수 없어!”
애초에 이곳이 특이한 이유는 모두 저 수정 때문이다.
수정의 색이 변할 때마다 케이브 이터들에게 통용되는 속성 역시 변하는 셈.
다시 말해, 패턴 별로 어떤 종류의 공격을 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기껏해야 2~3개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곳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좀 다르지.’
마법이든 물리든 혹은 정신계열이든.
모든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다.
진혁의 등 뒤로 십여 개의 마방진들이 생겨났다.
오망성이 그려진 대마법진에 망령 나무의 낫.
만능형 플레이어 앞에서 상극이란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측면에서 오는 녀석들만 맡아줘. 몇 번 부딪치다 보면 각자가 가진 능력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감이 올 거야.”
이대로 단숨에 돌파한다.
진혁이 선두에 섰다.
콰콰콰콰!
각종 마법들이 길을 열었다.
“크아아아!”
“어, 어떻게 동굴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것이냐!”
“죽어라 제발 좀! 죽어!”
언제나 갈팡질팡하던 먹잇감들을 사냥하던 케이브 이터들로서는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진혁이 100개가 넘는 색을 가진 수정의 패턴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 따른 상극의 능력들을 적재석소에 사용하니, 동료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게다가.
나머지 셋 역시 빠르게 수정들에 적응했다.
전투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만약, 수정의 힘이 없었다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을 만큼.
그리고 화룡점정은….
가장 후미에서 마력을 모으고 있던 고대종이었다.
때마침, 수정들이 색을 잃었다.
어둡게 변한 내부.
동시에.
[고구마가 ‘무속성 브레스’를 발동합니다!]“모오오기이!”
반투명한 빛이 동굴을 가로질렀다.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춘 덕에 십여 마리에 달하던 케이브 이터들이 먼지가 되어 증발해버렸다.
과연….
고구마는 고구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1시간 이내 본거지에 도착할 수 있겠어.’
진혁이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그렸다.
생각보다 여유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통화 요청이 도착했습니다!]띠링!
띠링!
띠링!
긴급을 요하는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유연화와…이태민 쪽이다.